셀레카 반군은 발전소 세 곳을 점령해 수도권의 전기를 차단하고, 정부군과 교전을 벌인 끝에 마침내 수도를 장악했다. 중아공의 대통령 프랑수아 보지제는 아들 두 명과 함께 대통령궁을 버리고 카메룬으로 피신했다. 넬슨 은자데르 셀레카 반군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보지제가 떠난 만큼 우리 목표가 달성됐다. 과도체제를 거쳐 민주적 선거를 실시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차드와 우간다 반군단체가 지원한 듯
쿠데타 이후 수도 방기는 무질서 상태였다. 수일간 약탈이 벌어졌고, 방기 내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 부족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현지 뉴스 포털 〈뉴스24〉의 한 기자는 익명을 요구하며 “대통령이 피신하자 주민들이 많이 동요하고 있다. 아이들은 학교 가는 것을 포기했고 거리는 한산한 편이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올지 몰라 숨죽이고 있다”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중아공은 언제나 쿠데타의 나라였다. 이번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나중에 또 다른 쿠데타로 쫓겨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마따나 1959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래 중아공의 역사는 쿠데타와 독재로 점철돼왔다. 역대 대통령이 임기를 제대로 마친 적이 없을 정도다. 이번에 쿠데타로 무너진 보지제 대통령도 쿠데타로 대통령이 된 인물이다.
인구의 절반가량이 18세 이하인 중아공은 세계에서 소년병이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역대 쿠데타에서도 소년병이 언제나 등장해 반군의 총알받이가 되곤 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이 나라에서 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전쟁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현지의 또 다른 기자는 “전쟁통에 가장 겁내는 사람들은 아이들이다. 이번 셀레카 반군이 일으킨 쿠데타에도 소년병이 적극 참여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쿠데타를 막으려 참전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군인들의 증언에서도 소년병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쿠데타 이후 교전으로 숨진 반군 병사들 중에 소년병이 포함돼 있었다는 남아공 언론의 보도가 잇따랐다. 남아공의 한 군인은 “전투가 끝나고 나서야 우리가 어린아이들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부상당한 소년병들은 울부짖으며 도와달라고 했고 엄마를 불러댔다”라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이번 군사 쿠데타를 성공시킨 셀레카 반군 지도자는 미셸 조토디아(64)이다. 그는 보지제 대통령에게 대항해 반군에 합류한 지 7년 만에 정부를 전복시키고 그를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 조토디아는 수도 장악 하루 만인 지난 3월25일 보지제 대통령의 잔여 임기 3년 동안 자신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겠다면서 “3년 후 자유롭고 신뢰할 수 있는 선거를 하기 전까지는 칙령을 발표해 입법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 뒤에 누가 오든 권력을 확실히 이양하겠다”라며 2016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무슬림 반군 지도자 등장, 종교 갈등 심화
조토디아는 보지제 정부 직전 펠릭스 파타세 정권에서 경제기획부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2005년 보지제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자 바로 반군에 합류했다. 차드 국경에서 차드 반군과 교류하며 셀레카 반군의 규모를 키웠고 지난해 12월 마침내 보지제 대통령에게 대항해 무장봉기를 일으켰다.
그러나 ‘자칭 대통령’ 조토디아의 등장에 쿠데타에 참여했던 다른 반군 지도자들이 즉각 반발했다. 셀레카 반군은 군사조직 3개의 연합전선이다. 조직의 우두머리가 3명인 셈이다. 셀레카 그룹의 또 다른 계파 지도자인 넬슨 은자데르는 최근 AP통신 인터뷰에서 “절대 조토디아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셀레카 반군 그룹은 당초 수도 방기에 있는 대통령궁을 점령한 뒤 18개월간 과도정부를 운영한 이후 선거를 치를 계획이었다”라며 반군 사이에서 조토디아를 대통령으로 내세우자는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또 은자데르는 “방기에서 반군 전사들이 벌인 약탈 행위는 대부분 조토디아 계파 병사들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다. 그곳에서 행해진 폭력은 모두 조토디아의 짓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쿠데타에는 셀레카 반군을 도와준 외부 세력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셀레카 반군이 중아공 전체를 쉽게 전복시킬 군사력은 갖추지 못했다고 본다. 카메룬으로 피신한 보지제 전 대통령도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3월24일 셀레카 반군의 공격을 받았을 때 이들이 차드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습격 작전은 차드 특수부대가 주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중아공의 불안한 정세에는 인근 국가들의 영향도 한몫을 했다. 북쪽의 차드는 아프리카 알카에다로 몸살을 앓고 있고 서쪽으로는 콩고민주공화국(민주 콩고), 동북쪽으로는 내전이 한창인 말리가 있다. 인근 나라인 우간다나 차드 등의 반군에게 중아공은 훌륭한 은신처다. 이미 이들 나라에서 건너온 크고 작은 반군 단체의 군사기지가 전 국토에 산재해 ‘무장세력 배양소’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중아공은 세계 다이아몬드 생산량의 20%를 생산(1983년 22만7000캐럿)할 정도로 지하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이 때문에 외국 광산업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으며 이는 반군들이 이권을 둘러싸고 분열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조토디아의 등장으로 중아공 내 종교 갈등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기독교인 비율이 높은 중아공에서 이슬람교도인 조토디아가 대통령을 자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북아프리카에서 이슬람 급진 세력이 빠른 속도로 남하 중이기도 하다. 중아공이 겪을 앞으로의 혼란이 남아프리카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조토디아는 3년 후 중아공에 민주 선거가 실시될 것이라고 큰소리를 치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중아공 전문가인 미국 인류학자 루이자 롬바르드는 지난 3월24일 자신의 블로그에 “그(조토디아)의 야심찬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봅슬레이 대회에서 금메달을 얻겠다며 큰소리치는 자메이카 선수를 보는 듯한 황당함이 느껴진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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