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시사IN> 대학기자상, ‘절박함을 쓰다’

2월5일 제4회 대학기자상 시상식이 열렸다. 250편의 응모작 가운데 4개 부문에서 최종 수상자가 결정되었다. 접수된 작품들에는 무너져가는 대학의 현실을 기록하는 절박함이 짙게 배어 있었다.

변진경 기자 alm242@sisain.co.kr 2013년 03월 01일 금요일 제284호
댓글 0
대학은 처참했다. 경쟁에서 밀린 학과와 노동권이 없는 강사와 수익이 나지 않는 지식은 ‘퇴출’되고 있었다. 학생들은 높은 등록금과 주거비와 청년 실업률의 고통을 감당하느라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같은 ‘학교 사회’의 문제를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과 학교, 외부 사회와의 끈을 잇고 목소리를 모아야 할 총학생회는 매번 선거 부정으로 얼룩졌다. 

대학언론도 함께 참담했다. 편집권 침해, 검열, 강제 수거, 징계, 해고 같은 한국 언론이 겪는 엄혹한 현실이 대학 방송국·신문·교지에도 고스란히 재현되었다. 학점 따기와 취업 준비에 골몰한 학생들은 더 이상 ‘스펙’에 도움이 되지 않는 대학언론사의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현실이 이렇기에 남은 이들은 더욱 비장해졌다. <시사IN> 제4회 대학기자상에 접수된 대부분의 작품들에도 대학생들의 ‘재기발랄함’보다 무너져가는 곳을 기록하는 ‘절박함’의 정서가 더 짙게 깔려 있었다.

대학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처럼 작성된 보도 기사·사진·영상 250편이 <시사IN> 편집국에 접수됐다.

그 가운데 가장 돋보인 작품을 제출한 4개 팀이 최종 수상자로 선정됐다. 모두 대학이 추구해야 할 진리와 대학언론이 지켜야 할 언론 자유를 굳건히 신봉하는 젊은이들이다. 이들이 있기에 대학과 대학언론은 여전히 살아 있다.



■ 대상
대자보 검열하는 대학 현실 고발
대상 중앙대 안우혁 기자



제4회 <시사IN> 대학기자상에 접수된 250개 작품 가운데 전 분야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기사는 대학 내 대자보 검열과 강제 수거 문제를 지적한 중앙대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 제63호 기사 ‘허가받지 아니할 경우 징계한다’이다. 심사위원들은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학칙과 시행 규칙의 허점을 꼼꼼히 지적한 기자적 시각과 흡인력 있는 기사 구성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기사를 작성한 <중앙문화> 안우혁 기자(신문방송학과 06학번)는 취재를 비교적 손쉽게 할 수 있었다. 시작은 ‘제보’였다. 학내 한 자치모임이 교양과목 축소·수강 신청 혼란 등을 자초한 학교와 재단의 문제를 지적하는 대자보를 붙였다가 “재단인 두산그룹까지 언급한 것은 기업 이미지 실추 등 문제의 소지가 있다”라는 이유로 강제 수거당한 사례였다.

   
ⓒ시사IN 윤무영
안우혁 기자(위)는 “역사를 기록하는 심정으로 기사를 쓴다”라고 말했다.

기업이 대학 인수하면서 검열 시작


굳이 찾지 않아도 유사한 사례는 ‘굴러들어왔다’. 해당 사건에 관해 학교 교무처 직원과 인터뷰하던 중 또 다른 대자보 검열의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한 학내 모임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지지한다’라는 내용의 대자보에 도장을 받기 위해 찾아왔다가 교직원에게 거부당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접 광고의 우려가 있어서’였다. 

안 기자는 대자보 한 장 마음대로 붙이지 못할 정도로 학내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 기원을 찾아봤다. 대자보 허가제의 근거로 사용된 학칙과 시행 규칙 제정 이후 거의 사문화돼 있다가 어느 순간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바로 학교가 기업에 ‘인수’된 시점이었다.

안 기자가 속한 <중앙문화>는 2010년 제1회 <시사IN> 대학기자상 특별상을 수상한 매체이다. 총장과 재단의 전횡적 학교 운영을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다가 3000부가량이 학교로부터 강제 수거되고 발행 예산도 삭감됐다. 하지만 발행 대금을 학생들에게 자율 납부받는 형태로 편집권 독립을 실현한 기자들은 굴하지 않고 기사를 계속 썼고 그 전통은 복학 후 지난해부터 매체에 합류한 안 기자에게도 이어졌다.

안 기자는 대학언론의 구실에 대해 꽤나 냉소적이다. “내 기사로 무언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다만 안 기자는 가끔 <중앙문화> 편집실에 펼쳐놓은 간이침대에 누워 1980~1990년대에 발행된 선배 기자들의 기사를 들춰본다. 지금은 모르는, 당시 학생들이 치열하게 치렀던 투쟁과 고민이 역사서처럼 기록돼 있다. 안 기자는 “역사를 기록하는 마음으로, 지금 우리 학생들과 대학이 처한 현실을 기사로 남겨놓고 싶다”라고 말했다.



■ 학내 취재보도상
빛 좋은 개살구 장학금의 진실
연세대 정하윤 기자



“등록금을 인하하고 장학금을 늘렸다.” 학교가 밝힌 내용이다. 이를 체감하는 학생은 없었다. 오히려 “지난 학기에는 같은 기준으로 장학금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한 푼도 못 받았다”라는 불만이 쇄도했다. 학생들은 의심했다. ‘은근슬쩍 장학금 제도를 학생에게 불리한 쪽으로 바꿔 인하된 등록금 손실분을 보전하는 거 아냐?’ 

근로 장학금이 전체 장학금 규모 뻥튀기

연세대 학보 <연세춘추>의 정하윤 기자(행정학과 11학번)는 ‘학교에서 일어난 일에 관해서만은 최고 전문을 지향하는’ 대학 기자이다. 장학금이 부모의 소득 분위 기준에 따라 지급되도록 개편된 후 벌어진 학내 논란의 쟁점을 짚고 그 사실관계를 파악했다. 주변 친구들은 물론 캠퍼스 식당·카페 등 곳곳에서 취재원을 물색했다. 학교 본부가 주지 않는 자료를 찾기 위해 밤새도록 대학 알리미 사이트를 뒤지고, 수십 개 개별 학과에 전화를 걸어 장학금 지급 점수 커트라인도 확인했다.

   
ⓒ시사IN 이명익
‘겉 다르고 속 다른 장학금’을 쓴 정하윤 기자(위).
그런 집요함의 성과가 바로 제4회 대학기자상 학내 취재보도 부문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기사 ‘겉 다르고 속 다른 장학금’이다. 장학금의 전체 규모가 늘어났다고 하지만 사실은 기존의 성적 장학금 지급 파이가 소득 분위 장학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허술한 증빙 자료를 통해 소득 분위 장학금이 엉뚱한 곳에 지급되며, 최저임금 수준으로 지급되는 근로 장학금이 사실상 전체 장학금 액수를 뻥튀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기사에 담아냈다. 

정 기자는 “학교는 항상 일방적이다”라고 말했다. 학생 의견은 제대로 듣지 않고 마음대로 결정해버린 뒤 ‘통보’만 한다는 것이다. 장학금 제도 개편이 그랬고 송도 캠퍼스에서의 의무 RC(Residence College) 프로그램이 그랬다. 정 기자는 “이런 일방적 의사결정 구조로 불필요한 오해가 많이 쌓이는데, 그 사이에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전해주는 학내 정보전달 분야의 프로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 사회 취재보도상
무연고 묘역에서 한국 사회를 보다
서울대 이문원 기자 외



제4회 대학기자상 사회 취재보도 부문 수상작의 취재 현장은 ‘공동묘지’다.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고만고만한 모습의 무덤과 비석들뿐, 현상도 없고 취재원도 없는 묘지를 갖고 어떤 기사를 쓸 수 있을까?

서울대 학보 <대학신문>의 이문원(서양사학과 07학번)·김민식(수리과학부 12학번)·권민(사회복지학과 10학번)·변성엽(국어국문학과 12학번)·공윤영(교육학과 12학번, 이상 취재기자)·신선혜(원예학과 11학번)·주현희(디자인학과 10학번, 이상 사진기자) 기자는 묘지를 소재로 한 달간 신문 한 면을 꽉 채운 연재 기획 보도를 내보냈다. 이들이 고른 묘역이 ‘타자(他者)를 품은 묘역’이었기에 가능했다.

<대학신문> 기자들이 정의한 ‘타자’의 의미는 다소 모호하다. 살아생전은 물론 죽어서도 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외면받은 이들을 일컫는다는 ‘타자’의 정의는 각 연재 기사의 개별 소재를 보면 비로소 선명해진다. 홀로 살다 홀로 죽음을 맞은 무연고 사망자들, 한국전쟁 당시 남한 땅에서 죽은 북한·중국 군인들,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민주화 투쟁 속에서 목숨을 잃은 열사들, 가족에게조차 외면당한 사형수들….

   
ⓒ시사IN 이명익
‘타자를 품은 묘역’을 공동 취재한 <대학신문> 기자들. 위 맨 왼쪽부터 김민식·권민·변성엽 기자.

그늘진 곳에서 죽음 맞은 이들 조명


이들이 각각 묻힌 파주시 추모의집, 파주시 적군묘지, 광주 망월동 5·18 구묘지, 대구 비슬산 사형수 묘지를 지난해 8~9월 <대학신문> 사회부·사진부 기자들이 나눠 찾았다. 묘지들이 워낙 외진 곳에 있어 취재 과정 중 기억에 남을 만한 일도 많았다. 구글 지도에조차 위치 정보가 나오지 않는 묘지를 찾아 산 하나를 다 뒤지고,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은 몸으로 산길을 헤매고, 태풍 부는 날 비바람을 헤치면서 취재를 다녔다. 

하지만 ‘타자를 품은 묘역’은 단순한 탐방 기사가 아니다. 기자들은 무연고 사망자 추모관을 통해 우리 사회 고독사의 구조적 문제를 짚고, 적군 묘지를 통해 60년간 이어진 이념의 상흔을 더듬고, 5·18 구묘역에서 ‘1980년대 이후의 열사 정신’을 기리고, 사형수 묘지에서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권민 기자는 “같은 사회적 사안을 쓸 때에도 대학 기자는 기성 언론과 어떻게 달라야 할지 늘 고민한다”라고 말했다.



■ 특별상
‘안티 팬’이 더 많은 진짜 독립언론 탄생
국민대 <국민저널>



학생 A는 학교 방송국 보도국원이었다. 학과 구조조정, 절대평가 폐지 등 학교에 비판적인 보도 아이템을 내면 주간 교수는 늘 물었다. “그걸 왜 학생들이 알아야 하나?” 그렇게 잘린 뉴스들을 모아 팟캐스트 방송을 만들었다. 제목은 ‘몰라도 되는 뉴스’. 학생 A는 방송사에서 해직당했다.

학내 방송국 국장으로 활동하던 학생 B도 방송국을 나와야 했다. 국민대가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선정된 사실과 관련한 보도물을 만들면서 ‘감히’ 학교에서 잘린 시간강사의 코멘트를 땄기 때문이었다. 비슷한 시기 학보사 기자 C는 사표를 내고 편집국을 나왔다. 문대성 의원 논문 표절 의혹 사건 등 학내외 민감한 문제를 다룰 때마다 학보사 기자들의 기사가 철저히 검열당하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해직’ 혹은 ‘사직’ 기자 A, B, C는 다른 언론 매체를 만들었다. 바로 지난해 9월 창간한 국민대 자치언론 <국민저널>이다.

   
ⓒ시사IN 윤무영
<국민저널>을 만드는 사람들. 왼쪽부터 김제인·문수훈·최용우·박동우 씨.

A, B, C 학생만 모였다면 딱 ‘좌파 집단’ 소리를 듣기에 알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저널>에는 새누리당에서 활동하는 학생도 ‘간부급으로’ 합류했다. 민주통합당·진보신당·녹색당 지지자도 섞여 있다. 정치색 없이 그저 모임이 재밌어서 참여한 학생도 있고, 교직 이수 수업에서 만난 학점 3.9점 이상의 ‘범생이’도 있다. 이 짬뽕 같은 집단 <국민저널> 구성원들이 공통으로 추구하는 단 하나의 가치는 바로 ‘대학언론의 편집권 독립’이다.

창간 멤버들의 사비로 시작된 타블로이드 8면 격주간 신문 <국민저널>은 지난해 2학기 내내 매호 2000부씩을 꼬박꼬박 발행됐다. 소식을 접한 동문과 학우들의 후원금 덕분이었다. 하지만 <국민저널>에는 아직 ‘안티 팬’이 더 많다. 학내 비정규직 교원 문제, 부동산 투자에 집중하는 학교 법인의 수익사업 등 민감한 사안만 보도하니 학교 어르신들에게 사랑받을 턱이 없다.

학교 법인은 물론 총학생회도 비판  


총학생회 소속 학생들에게도 사사건건 비판의 잣대를 갖다 대니 학생 사회에서도 큰 인기가 없단다. <국민저널> 문수훈 편집위원장은 “우리는 교수도 교직원도 학생도 아닌, ‘국민대학교’라는 모교를 위한 독립 매체를 지향한다”라고 말했다.

<국민저널>이 힘을 쏟은 또 다른 일은 대학언론인들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캠프를 통해 마련한 ‘대학언론인과의 타운홀 미팅(간담회)’이 그 결과물이다. 문수훈 편집위원장과 박동우 취재부장은 당시 전국 200여 개 대학언론 매체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대학언론인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았다.

그렇게 대선 후보 간담회를 빙자해 대학언론인들을 모은 자리에서 이들은 전체 대학언론 연대 기구 발족을 제안했지만 총의는 쉽게 모이지 않았다. 문 위원장은 “학내 언론의 자유를 얻으려면 함께 힘을 모으는 연대 말고는 길이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시사IN>은 편집국 독립과 대학언론 연대에 관한 패기와 열정을 높이 사 <국민저널>을 제4회 대학기자상 특별상 수상 매체로 선정했다.



<저작권자 ⓒ 시사IN (http://www.sisai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전 LiveRe 댓글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