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 위치한 파주자유학교는 파주 시내에서도 한참을 더 들어가 논과 밭을 지나야 나오는 외진 곳에 있는 대안학교다. 홍이강군(13)은 통학버스를 타고 40여 분을 달려 등교한다. 이강이의 아버지 홍관목씨(46)는 “통학 거리가 길어서 (이강이가) 매일 아침 지칠 법도 한데, ‘학교 가는 게 좋다’고 노래를 부른다”라며 웃었다. 이강이는 파주자유학교 7학년이다. 일반 학교에서 이곳으로 ‘전학’한 지 1년6개월. 그 사이 농사 실습을 하느라 얼굴이 새카맣게 탔고, 기타 연습을 많이 해서 손가락 끝이 뭉툭해졌다.

그런데 이강이가 좋아하는 이 학교에 문제가 생겼다. 파주시 문산읍 내포리와 교하 출판단지 두 곳으로 나뉘어 있던 학교가 통합 학사 건물을 세우면서 지난해 10월31일 탄현면으로 옮겨온 게 발단이다. 학교 이전 후 이틀째 되던 날부터 소란이 일었다. 교문에서 130여m 떨어진 ㅅ호텔 김 아무개 사장이 ‘학교 종소리와 학생들의 소음 때문에 영업 손실을 입고 있다’며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이때 경기도 파주교육지원청은 파주자유학교가 인허가를 받지 않은 ‘미인가 시설’임을 확인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14일 학교 측에 ‘학교 명칭 사용에 따른 조치 알림’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초·중등교육법 제65조 및 제67조를 위반(학교 설립 인가를 받지 않고 ‘학교’ 명칭을 사용하고, 그 형태로 운영)해 행정처분(시설 폐쇄) 대상에 해당한다’는 내용이었다. 파주교육지원청은 12월15일에도 같은 내용이 담긴 공문을 학교 측에 발송했다. 학교 측은 파주교육지원청의 이 같은 조처에 당황했다. 전국에 200여 곳이나 되는 미인가 대안학교 가운데 ‘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한 이유로 시설을 폐쇄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시사IN 송지혜파주자유학교에서 130m 떨어진 곳에 호텔이 있다.


여론 잠잠해지면 또 폐쇄 절차?

고민 끝에 파주자유학교는 인허가 절차를 밟기로 했다. 지난 3월28일, 대안학교 설립 절차에 따라 파주교육지원청에 교육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다. 이는 학교의 위치와 건물의 규모, 토양 환경 등을 다룬 것이다. 파주교육지원청은 뒤늦게 언론을 통해 “학교 시설 140m 이내에 분뇨처리시설이 설치된 축사가 있어서 교육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기 힘들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학교 측은 “축사에서 지역 주민이 젖소 세 마리와 개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이 때문에 학교를 폐쇄할 수는 없다. 파주교육지원청이 무리하게 ㅅ호텔의 편에 서는 것 아니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호텔의 운영 때문에 대안학교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SNS를 통해 퍼지자 파주교육지원청은 방침을 번복하기에 이르렀다. ‘청문’이 열리기 하루 전날인 5월8일, 청문 절차가 급히 취소된 것이다. 청문은 학교 폐쇄 조처의 사전 단계에 해당한다. 이호균 파주자유학교 이사장은 “청문이 중지됐지만 폐교 철회에 대한 확답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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