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택씨(30)는 ‘무엇을 묻길래 10분씩이나 걸리느냐’라고 되물었다. 독자와 수다 떠는 지면이라고 설명했더니 그제야 ‘아…’ 하고 알은체를 한다. 그는 〈시사IN〉을 정기구독한 지 3주된 새내기 독자였다. ‘박근혜’와 ‘맥쿼리’가 커버였던 제241호는 훑어보기라도 했지만, 최근 배송된 제242호는 우편 비닐봉투조차 뜯지 못했단다.

그는 직장 생활 5년차다. 지난주에는 밤 12시 이전에 퇴근해본 적이 없다. 이 때문에 구독을 해놓고도 꼼꼼히 살펴볼 시간이 나지 않는단다. 의류업계에 종사하는 이씨는 7월 말 과테말라로 1년6개월가량 해외 근무를 떠난다. 과테말라에 대해서는 과테말라 커피밖에 아는 게 없다.

이씨는 2년 동안 타사 주간지를 구독했다고 한다. ‘좀 다른 것’을 찾던 중에 〈시사IN〉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훑어만 봐도 전에 보던 잡지보다 쉽게 읽힌다는 고마운 말씀. 그러나 표지나 글씨와 같은 디자인은 전에 보던 것이 다섯 배 정도 괜찮다고…. 기자가 좌절하는 낌새를 보이자 이씨는 “문화면이 풍성하다. 특히 굽시니스트 만화와 장정일 칼럼이 훌륭하다”라며 추어주었다.

그는 19대 총선 결과를 본 뒤 한동안 ‘멘털 붕괴’를 겪었다. 쉽게 앞장서지 않는 그가 ‘정당투표는 OOO당’이라고 적은 문자를 80여 명에게 보냈다. 그러나 이씨가 지지한 정당은 한 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지금은 ‘그래도 아침은 온다’며 마음을 치유하고 있단다.

과테말라 가는 길에 구독을 중지하느냐고 물으니 아내가 본단다. 낯선 동네에 가는 일보다 아내가 혼자서 잘 지낼 수 있을지 더 큰 걱정이라는 이씨. 두 분의 건강과 행복을 빈다.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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