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무명의 독립영화 감독이 생활고로 숨졌다는 보도를 보면서 안원경씨(29·앞줄 맨 왼쪽)는 문득 예술과 소비자가 만나는 접점을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맨 처음 눈을 돌린 것은 패션. 처음에는 학생들이 만든 작품을 티셔츠에 프린트했는데, 만들어놓고 보니 복제품처럼 보이더란다. 대학 졸업작품 전시회를 돌아보면서 더 참신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 결과 옷 모양을 만들 디자이너와 여기 내용을 채워넣을 작가를 섭외했다. 시행착오 끝에 만든 ‘아트 패션’ 네 작품이 완성됐다. 


안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졸업 이후 영화만으로는 생계를 해결하기 어려워 무엇을 할까 궁리하던 차에 예술과 생계를 동시에 만족시킬 ‘디그리쇼’를 만들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뚜렷한 수익이 있는 건 아니지만, 길게 보는 거죠. 예술학부를 갓 졸업한 신진 예술가들이 선뜻 참여하고 있어요. 곧 가전·건축에서도 개성 넘치는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실제로 지난 연말 안씨는 서울의 한 대학 연구소 로비 인테리어를 맡기도 했다. 폐지로 사라질 공문서들을 모아 종이죽으로 변형시켜 공예품을 만들었다. 디그리쇼가 만든 티셔츠는 4월10일 첫선을 보인다. 이날 론칭 파티에 참여한 이들은 티셔츠를 입고 칵테일을 마시며 안씨가 만든 ‘망한’ 단편 영화를 감상하다가 화보도 찍을 계획이다.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