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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로 미국 일자리 7만개 늘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이 10월12일(현지시간) 미국 상·하원에서 모두 통과됐다. 미국 정치권이 의회 비준에 속도를 낸 이유를 분석했다.

워싱턴·권웅 편집위원 2011년 10월 13일 목요일 제2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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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이 자유무역협정들은 ‘미국제’라는 자랑스러운 도장이 찍힌 제품을 만드는 근로자들에게 일자리 수만 개를 가져다줄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3일 그동안 미루고 미뤄온 한국·콜롬비아·파나마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을 하원에 제출한 직후 한 말이다. 세 가지 협정 가운데 최대 관심사는 한·미 FTA였다. 한·미 FTA는 미국이 캐나다·멕시코와 체결해 1994년 발효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최대 규모이기 때문이다. 한·미 FTA는 전임 공화당 부시 행정부 때인 2007년 6월 최초 타결된 시점부터 따지면 무려 4년 4개월 만에 빛을 보게 되는 것이다.

한·미 FTA가 이처럼 늑장 통과된 것은 순전히 공화·민주 양당의 정쟁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부시 행정부 시절 협정이 타결됐지만 민주당 측이 미국산 쇠고기와 자동차 시장 분야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의회 통과가 어려워졌고, 그 과제가 2009년 출범한 오바마 행정부로 넘어왔다. 결국 지난해 12월 한·미 양측은 자동차 쟁점 분야에 합의하고 추가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의회 통과 전망도 한층 밝아졌다.

하지만 복병은 엉뚱한 데서 나타났다. 민주·공화 양당이 이른바 ‘무역조정지원’(TAA : Trade Adjustment Assistance)안의 연장과 관련해 올해 초부터 이견을 보이면서 오바마 행정부가 초기에 이행법안을 제출할 기회를 놓친 것이다. ‘무역조정지원’이란 쉽게 말해 FTA가 발효된 뒤 해당 업종에서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들을 지원해주는 연방 차원의 실업보장 혜택으로 1962년부터 시행되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09년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부양안을 발표하면서 기존 무역조정지원 프로그램을 확대·개선해 포함시켰는데 그 시효가 지난 2월에 만료되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왼쪽)과 오바마 대통령이 2010년 6월26일 토론토 G20정상회의에서 회담을 하고 있다.


민주·공화 모두 ‘선거’ 위해 비준


이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는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에 시효를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공화당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연방재정 적자를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물론 공화당 의원 가운데는 FTA를 지지하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무역조정지원을 연장할 경우 여기에 들어가는 돈이 결국은 연방재정 적자를 늘릴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로 돌아섰다. 그러자 민주당도 가만 있지 않았다. 무역조정지원을 연장하지 않으면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전국 단위의 노조는 물론이고, 근로자들로부터 외면당하리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민주당은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 ‘공화당의 양보 없이는 타협이 불가능하다’는 강경 메시지를 전달했다.

하원에서 공화·민주 양당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오바마 행정부는 양당 지도부를 상대로 설득 작업에 나서 마침내 지난 6월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상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맥스 보커스 재무위원장과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데이브 캠프 세입세출위원장 등 FTA 통과의 열쇠를 쥔 의회 지도자들과 한국을 포함해 콜롬비아·파나마와의 FTA를 조속히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상원은 9월22일 FTA 통과의 최대 관문인 무역조정지원 연장안을 처리하는 데 성공했다. 2013년까지 무역조정지원 시효를 확대하고, 수혜 대상에 기존 제조업체 실업자뿐 아니라 서비스 업종 실직자도 포함시킨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또 실업수당 기간을 종전 최대 156주에서 117주로 줄이되 불가피한 경우 최대 13주까지 연장하도록 했다. 무역조정지원은 2009년 경기부양책에 포함된 뒤 지난 3년간 약 21억 달러의 지원액이 필요했지만 이번에 통과된 새 요건에 따르면 앞으로 3년간 지출될 예산은 9억 달러에 불과하다. 오히려 종전보다 12억 달러가 절감된 것이다. 그렇다 보니 재정적자를 빌미로 반대했던 공화당도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3개 자유무역협정이 지연 처리되긴 했지만 정치적으로나 시기적으로 그 의미는 대단하다. 무엇보다 내년 11월 재선을 노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경기침체에다 9%를 넘는 높은 실업률 탓에 재선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일자리 창출에 정치 생명을 건 형편이다. 약 1400만명에 달하는 실업자를 줄이지 않고는 내년 대선에서 그가 재선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민주당 또한 하원에 이어 상원까지 공화당에 내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는 FTA를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를 무엇보다 강조한다. 이를테면 한·미 FTA를 통해 일자리가 최소 7만 개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는 식이다.

내년 11월 선거에서 의회는 물론 백악관까지 점령하겠다며 잔뜩 벼르는 공화당도 결국 ‘일자리 창출’이 유권자의 표심을 잡을 수 있는 승부처라 보고, 민주당 이상으로 FTA 체결에 적극적이다. 이런 분위기는 오바마 행정부가 10월3일 FTA 이행법안을 하원에 제출한 직후 공화당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자유무역협정을 처리하는 게 하원의 최우선 과제다”라고 적극 반긴 데서도 잘 드러났다.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는 최근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FTA에 반대하는 노조에 발목이 잡히는 바람에 관련 이행법안의 제출을 늦추고 있다며 맹비난하기도 했다.

민주당 우군인 노조 집단은 심기가 불편한 기색이다. 특히 미국 최대 노조인 산별노조총연맹(AFL-CIO) 산하 노조들은 각종 FTA가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나선 상황이다. 그런데도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결행한 데는 결국 수출 확대를 통해 경제도 살리고 일자리도 창출해보겠다는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저명한 국제경제학자인 프레드 버그스타인 소장은 10월4일자 <뉴욕 타임스> 기고문에서 “미국 경제가 소비자 금융과 주택 거품, 재정적자, 초저금리에 더는 의존할 수 없다는 게 명백해졌다. 미국도 이제는 다른 나라, 특히 매년 6% 이상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중국과 다른 신흥국에 수출을 더 많이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미 FTA 최대 수혜 분야는 서비스업


버그스타인 소장의 지적대로 미국은 특히 금융·법률·회계·정보통신·보건·교육 분야 등 미국이 상대적 우위를 점하는 서비스 분야에서 파급 효과가 나타나기를 잔뜩 기대하는 눈치다. 론 커크 무역대표부 대표가 <휴스턴 크로니클> 기고문에서 “한·미 FTA를 통해 미국의 국내총생산이 최대 120억 달러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협정으로 5800억 달러에 달하는 한국의 서비스 시장이 개방돼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라고 지적한 것은 유의할 만하다.

보수 연구기관인 헤리티지 재단은 상무부 통계를 인용해 2008~2010년 정보통신 분야에서 미국의 한국에 대한 수출이 87억 달러에 달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한·미 FTA가 발효되면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버그스타인 소장 또한 “서비스업이 미국 경제의 80%를 차지한다. 한·미 FTA를 통해 매년 최소 2000억 달러의 서비스업 수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즉 미국 측 입장에서 보자면 한·미 FTA의 최대 수혜 분야는 서비스 분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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