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보라 권우성 외 지음/아카이브 펴냄 사진집에 참여한 사진작가 23명 중 누구도 자신의 크레딧을 고집하지 않았다. 누구의 사진인가가 중요했던 것이 아니라, 이 책을 만든다는 사실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자신의 카메라에 담은 것은 김진숙이었고, 또 다른 김진숙‘들’이었다. 2011년 1월6일 새벽 3시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 오른 그날부터, 3차 희망버스가 부산에 도착한 2011년 7월30일까지의 기록이다. 사진집을 열면 첫 장에 적힌 문구 그대로, “이것은 우리 시대 모두의 운명과 관계된 이야기다.” 소모품처럼 언제 어떻게 해고를 당해도 딱히 구제될 방법이 없는 사회에서, 비정규직을 ‘우대’하는 세상에서, 모두가 노동자이지만 여전히 노동이 천시받는 세상의 그 최전선에, “그건 잘못됐다”라고 김진숙이 온몸으로 버티고 있다. 그래서 그를 보기 위해 누가 부르지 않아도 달려왔던 수많은 무명씨들의 얼굴, 얼굴이 여기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러니 그 어떤 말과 글 대신, 그들의 얼굴을 권한다. 이 사진집의 인세 전액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와 희망버스에 기부된다.
대출 천국의 비밀
디자인과 진실 로버트 그루딘 지음/제현주 옮김/북돋음 펴냄 겉치장에만 열을 올리고 본질을 외면한 잘못된 디자인은 권력 남용이 반영된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9·11 테러 표적이 된 미국 세계무역센터가 대표적이다. ‘디자인 서울’ ‘한강 르네상스’ ‘4대강 사업’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의 상황도 저자의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수녀원 스캔들 주디스 브라운 지음/임병철 옮김/푸른역사 펴냄 ‘신비주의자로 가장했지만 부정한 여인으로 판명된 베네데타 카를리니에 대한 재판 문서.’ 저자는 피렌체 국립문서보관소 자료를 살피던 중 이 제목에 이끌렸다. 그리고 100쪽 분량의 기록을 재구성했다. 17세기 이탈리아 수녀원과 수녀들의 삶, 여성 동성애와 관련된 사건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절해고도에 위리안치하라 이종묵·안대회 지음/이한구 사진/북스코프 펴냄 유배는 사형 다음가는 무거운 형벌이었다. 좁은 감옥은 아니었지만,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무기징역형이었다. 그러나 유배지가 고통과 절망의 땅만은 아니었다. 저자들은 유배객의 자취를 찾아 위도·거제도·교동도 등 14개 유배의 섬을 찾아 그들 삶의 궤적을 좇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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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이 직접 고용한 필리핀 직원 0명
한진이 직접 고용한 필리핀 직원 0명
김은지 기자
필리핀 수빅만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해군 기지로 쓰였다. 1992년 미군이 철수하면서 필리핀 정부는 수빅만을 특별 경제자유지역(SBFZ)으로 선포했다.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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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은 산재 사망자를 자살로 몰아간다”
“한진은 산재 사망자를 자살로 몰아간다”
김은지 기자
2008년 7월6일 필리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노동부에 노조 설립 신고를 냈다. 노동부는 ‘직접 채용한 직원이 없기에 노조 설립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라는 한진 의견을 받아들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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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든 벨로, “한진은 원래 악명 높았다”
윌든 벨로, “한진은 원래 악명 높았다”
김은지 기자
2009년 2월 필리핀 국회는 한진중공업 수빅 현지 법인에서 발생한 잇단 산재에 대해 현장 조사와 함께 청문회를 열었다. 당시 최중경 필리핀 주재 대사(현 지식경제부 장관)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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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희망버스 동행기, ‘김진숙을 만났다’
2차 희망버스 동행기, ‘김진숙을 만났다’
장일호
여름 아침은 부지런합니다. 전날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지던 비는 그쳤지만 아스팔트 바닥은 여전히 축축했습니다. 때맞춰 바람이 불었습니다. 젖은 몸과 마음을 말리는 바람이었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