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마리 개미
주잉춘 그림/저우쭝웨이 글/장영권 옮김/펜타그램 펴냄

중국에도 우리의 ‘88만원 세대’와 비슷한 말이 있다. 도시 변두리에서 저소득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고학력 젊은이들을 중국 사회는 ‘개미족’이라 이름 붙였다. 그 이름은 이 책에서 따온 것이다. 그들이 사는 모습이 이 책의 주인공과 매우 유사했기 때문이다. “처음 이 세상에 왔을 때 나를 맞아준 것은 정오의 햇살이었다. 햇살은 땅 위의 모든 것을 끝 간 데 없이 비추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나는, 외롭고 조금은 두려웠다.”(12쪽) 작고 보잘것없는 한 마리 개미의 좌충우돌 고군분투기를 우화 형식으로 다룬 이 책은 글이 아닌 여백을 읽어야 하는 책이다. 

세계적인 북 디자이너 주잉춘은 이미지만이 줄 수 있는 섬세함을 통해 명상과 사색으로 독자를 이끈다. 사실 책 표지부터 파격적이다. 하얀 바탕 위에 까만 개미 다섯 마리가 올라 앉아 있는 표지에서는 책 제목도, 지은이 이름도 찾아볼 수 없다. 본문도 다소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 글자는 왼쪽에 아주 작은 크기로 박혀 있고, 주인공 개미는 종종 숨바꼭질이라도 하듯 찾아보지 않으면 볼 수 없도록 한 귀퉁이에 처박혀 있다.  

 

안희정과 이광재:노무현의 동업자들 운명에서 희망으로
박신홍 지음/메디치 펴냄

여기 두 남자가 있다. ‘좌희정 우광재’, 노무현의 오른팔과 왼팔로 불리던 남자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성공과 실패를 나눈 이들이다. 그리하여 이목이 집중되는 이들이기도 하다. 짧게는 내년 대선 정국에서, 길게는 2017년 대선까지 정치권의 관심을 모을 대표 주자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이 책은 두 사람에 관한 책이 아니다. “두 사람과 같은 시절을 보낸 우리 모두에 관한 책이다.”
현직 기자인 저자는 모두 40시간에 걸쳐 두 사람을 심층 인터뷰했다. 그들의 관계가 한국 정치사에서 결코 흔치 않은 관계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적대적 공생관계와도 다르고, 권노갑·한화갑 전 고문의 경쟁적 참모관계와도 또 다르다.” 저자는 취재를 위해 밥과 술을 나누고, 가족과 주변 지인까지 만났다. 그리고 부사와 형용사까지 그야말로 글자 ‘그대로’ 책에 실었다. 책에는 물과 기름처럼 다르지만 이를 극복하고 친구가 될 수 있었던 두 사람의 우정은 물론, 두 사람이 지근거리에서 만나고 모셨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추억까지 담겨 있다. 저자는 “감옥에 있을 때 선거구민과 지인은 물론 아내 앞에서조차 결코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두 사람의 내면에 좀 더 천착하고 싶었다”라고 적는다. 

 

생년월일
이장욱 지음/창비 펴냄

‘입을 벌리는 순간/생일에 대한 이야기가 솟아’나고, ‘곰곰 생각하고 생각한 후 간신히/생일 다음에 오는 불안에 대해/긴 이야기를 시작한다.’(〈당신이 말하는 순서〉) 시인은 축복받아 마땅한 생일을 불안으로 경험한다. 일상이란 결국 우리가 어떻게 생일을 지속하고 있는가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리 땅 생물 콘서트
한영식 지음/동아시아 펴냄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토종 동식물 중 주변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24종을 뽑았다. 동식물의 아주 일상적인 ‘사생활’을 엿볼 수 있다. 쥐가 사라지면 맹금류도 함께 사라지고,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데 꿀벌이 얼마나 중요한지 따위 사소하지만 중요한 사실 또한 친절하게 알려준다. 

 

 

뇌를 훔친 소설가
석영중 지음/예담 펴냄

뇌과학은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뇌과학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인간의 의식과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바로 푸슈킨·톨스토이·프루스트·괴테 같은 작가 덕분이다. 이들 문학작품은 탁월한 인간탐구 보고서다. 단순히 예술로만 치부해온 문학 속에 감춰진 뇌의 비밀은 무엇일까? 

 

 

경연, 왕의 공부
김태완 지음/역사비평사 펴냄

조선시대 국왕 자리는 그냥 물려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끊임없이 공부해야 했다. 왕이 공부하는 자리, 그것이 바로 경연이었다. 경연은 왕에게 요샛말로 ‘인문학 세미나’나 마찬가지였다. 책은 실제 경연 모습을 발췌해 보여주며,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고 흥미진진하게 구성됐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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