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한나라당이 승리했다기보다는 유시민의 국민참여당이 패했다고 보아야 한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도 유권자들은 MB 정권의 독선과 오만 그리고 광포함에 대해 분명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한나라당은 재·보선이 집권당에 대한 심판이기 때문에 원래 야당에 유리하다고 자위할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아전인수에 불과하다. 재·보선에서는 야권 성향인 20~40대 유권자의 투표율이 낮아서 한나라당에 근본적으로 유리함에도 이번 재·보선이 야권의 완승으로 끝난 데 주목해야 한다. 분당을 선거 결과는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참패할 것임을 예고해 의미가 깊다. 분당을에서 보여준 20~40대 모습은 1987년 6월에 보았던 ‘넥타이 부대’ 바로 그것이었다.
선거운동 과정에 불거진 강원도 강릉 펜션에서 일어난 ‘주부 전화 선거운동’ 사건은 근래에 없던 것이었다. 한나라당은 ‘지지자들의 자원봉사’라며 한나라당이나 엄기영 후보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해을 선거에서는 이재오 특임장관의 불법 개입 의혹이 불거졌는데, 한나라당은 그것 역시 단순한 ‘사적 모임’이라면서 반발했다. 자유당 말기에서나 있을 법한 현상이 다시 일어난 것인데, 한나라당의 초라한 변명은 듣기에 민망하다.
재·보선 결과는 집권 세력에게 조종(弔鐘)을 크게 울렸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별로 없을 것이다. 4대강 파괴, 미디어법 개악, 언론 탄압, 재정 파탄 등 온갖 일을 저질러온 청와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민심은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반성을 촉구한다”라고 에둘러 말하는 것조차 우스운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자신이 말하듯이 ‘레임덕’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이 정권을 기다리는 것은 ‘파멸’과 ‘심판’이기 때문이다.
손학규 대표에게는 날개를, 박근혜 전 대표에게는 선택을
한나라당 당직자와 최고위원들이 사퇴한다고 하지만, 국민은 이들이 권한도 능력도 없는 청와대의 심부름꾼이라는 것쯤은 잘 안다. 국민은 형님이니 교회니 하는 사적 연고 집단이 정부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사실도 잘 안다.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북한 인권에 관심이 없는 좌파니 뭐니 공격하는 정부가 정작 자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고 있음도 국민은 잘 안다. 4대강 정비니 뭐니 하는 것도 황당한 거짓말임을 잘 안다.
4·27 재·보선은 ‘TK 구태 정치’의 몰락을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1990년에 있었던 3당 합당이라는 정계 개편은 호남을 인위적으로 고립시켰다. 그런데 지난해 치른 6·2 지방선거와 이번 4·27 재·보선은 TK가 고립되는 정반대 양상을 초래하고 말았다. 이번은 인위적 정계 개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선거를 거쳐서 그렇게 됐다는 사실이 특히 중요하다.
4·27 재·보선이 손학규 대표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고 하겠다. 한나라당과 TK라는 ‘현실’에 안주할 것인지, 아니면 그런 구태를 타파하고 명실상부한 ‘국민 정치인’이 될 것인지는 이제 박 전 대표가 선택할 일이다. 4·27 재·보선을 통해 표출된 ‘성난 민심’은 우리에게 희망이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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