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알려준 살림살이의 무게 김현 (시인) 모든 게 미세먼지 때문이었다. 볕은 좋았으나 외출은 꺼려지던 차에 이때다 싶어 미뤄두었던 집안일을 시작했다. 옷장에 잘 접어둔 겨울옷과 수납 상자 대신 캐리어에 넣어둔 봄여름 옷을 꺼내 정리했다. 담아둘 때는 몰랐으나 풀어놓고 보니 한 짐이었다. 차곡차곡 눌러 담은 마음과 와르르 풀어버리는 마음은 분명 다르리라. 겨우내 한 번도 입지 않았던 옷과 이쯤 입었으면 버려도 아깝지 않겠다 싶은 옷을 분리수거용 봉투에 담았다. 옷장 정리가 끝나자 이번에는 자연스레 신발장으로 손이 갔다. 정리하지 못했던 마음도 나름 간절했을 텐데 정리하자 마 한반도의 운명, 낙관과 비관과 회의 사이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놀랍다. 지난 한 달의 반전 드라마는 전문가 눈으로 보아도 분명 놀랍기 그지없다. 불과 석 달 전 위기 상황을 돌이켜보면 그야말로 새 지평을 여는 쾌거가 아닐 수 없다. 남북 정상회담 하나만 열린다 해도 고무적일 텐데 이제는 북·미 정상회담에다 남·북·미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열려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과 북·중 관계 정상화는 또 하나의 시그널이다.관점은 낙관과 비관, 회의론을 크게 오간다. 낙관론자들은 앞으로의 연쇄 정상회담이 핵무기 없는 북한과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가져오고, 궁극적으로는 평화통일의 기틀을 마련할 포스트잇 한 장으로 상아탑을 바꿔라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안희정의 추락도, 조민기의 사망 소식도 아니다.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미투 운동을 지켜보며 가장 놀랍고 인상 깊었던 장면은 따로 있다. 형광색 포스트잇으로 도배된 이화여대 한 교수의 연구실. 학생들은 얼굴도 모르는 피해 학생들을 위해 시위에 동참했고, 낯선 단과대 건물에 들어가 교수 연구실 출입문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나왔다. 세기의 발명품으로 태어나 판촉물의 대명사가 된 포스트잇이 이처럼 강력한 ‘레드카드’로 사용된 적이 있던가. ‘총장 비리도 밝힌 이화가 성폭력 교수는 묵인할 줄 아셨나요?’라는 메모에서는 자신감마저 느껴졌다 ‘찬란한 슬픔’을 그린생생하고 처연한 미문 손예린 (문학동네 편집자) 죽음과 그로 인한 이별은 인간사에서 피할 수 없다. 그걸 알면서도 남은 사람들은 어김없이 비탄에 빠지곤 한다. 이별 후 슬픔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괴물에 붙들린 사람들은 어떤 시간을 보내는 걸까. 폴 하딩의 장편소설 〈에논〉을 통해 상실의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지나오는 기나긴 어둠의 터널을 일별할 수 있다. 미국 동부 소도시 에논에서 가족과 행복하게 살아가던 찰리는 어느 가을날 아내한테 긴급한 전화를 받는다. “케이트가 죽었어. 차가 쳤대. 그래서 애가 죽었어.” 아내는 하나뿐인 딸의 죽음을 알린다. 찰리는 끝도 ... 죽지 않는 저널리즘을 위하여 송지혜 기자 저널리즘 혼돈기다. 뉴스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메커니즘이 변함에 따라 위기를 맞는가 하면, 의미 있는 팩트마저 좌파와 우파 양쪽에서 조롱받는다. 어렵게 쌓아 올린 보도의 전문성은 존경보다 의구심의 대상이 된다. 업계 종사자로서 착잡하고 야속한 마음이 든다. 그렇다고 다른 누군가 탓으로 돌리기 어렵다. 이 책은 ‘복잡한 현실’을 만든 책임이 저널리즘 자체에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미국 언론이 저지른 기사 조작 사건은 저널리즘의 신뢰도를 추락시켰다. 저자는 미국 CBS 탐사보도 프로그램 〈60분〉의 진행자 댄 래더가 불명예스럽게 중...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조지 레이코프·엘리자베스 웨흘링 지음, 나익주 옮김, 생각정원 펴냄 “사실 그 자체는 의미를 지니지 않으며, 마음속 해석 판형과 통합할 때에야 의미를 갖는다.” 합리주의는, 사고가 의식적이고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반영한다고 본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로 널리 알려진 인지과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이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사고는 은유적이고 무의식적이며, 개인은 마음속에 있는 인지적 틀에 따라 달리 사유한다. 합리주의가 ‘모순’이라고 보는 풍경이 인지과학에서는 자연스럽다. 가령 사회보장제도 ... 아픔을 담기엔 흑백 사진이… [취재 뒷담화] 고제규 편집국장 고향은 경상북도 영양. 2002년 해녀를 카메라에 담으며 제주 사람이 되다. 이듬해인 2003년 ‘좀녜(해녀의 제주 방언)’라는 작품으로 제1회 GEO-올림푸스 포토그래피 어워즈 대상. 20대 대학생이 대상을 차지하며 다큐멘터리 사진계에 혜성처럼 등장. 제550호 4·3 70주년 기념 기획을 함께한 김흥구 사진가입니다. 제주도 ‘좀녜(해녀)’에 주목한 계기는? 돌아가신 어머니. 제주도 출신은 아니셨지만 태어난 곳에서 한평생 일하며 사시다 돌아가셨죠. 육지의 섬. 어머니를 보면서 여성 노동, 그리고 섬에 주목. 자연스럽게 해녀 ... 미원의 원조 아지노모토의 조선 점령기 고영 (음식문헌 연구자) ‘미원’의 원조 조미료인 아지노모토(味の素)는 시작부터 기세등등했다. 발매하자마자 광고를 통해 아지노모토가 제국의 영광만큼이나 영광스러운 제품이라고 윽박질렀다. 이학과 공학에 힘입은 이 제품이 제국 기술력의 상징이라고 뽐내기도 했다.1909년 세계 최초로 일본에서 발매한 뒤, 1910년 조선에 발을 디딘 이후로 1937년 중일전쟁 발발 전까지 줄곧 조선에서 가장 손이 큰 광고주가 아지노모토 사(社)였다. 아무렇게나 뿌려댄 것도 아니었다. 일상생활의 세목 곳곳에, 그야말로 촘촘한 계산을 하고 또 해서 아지노모토를 광고했고, 그 광고는 마을에 〈시사IN〉이 왔어요~ 시사IN 편집국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던 날, 〈시사IN〉 편집국에는 뜻밖의 선물이 배달됐습니다. 〈시사IN〉이 꾸준히 탐사보도를 해준 결과 진실을 밝힐 수 있었다며, 독자들이 떡·과일 등을 보내주신 것이지요. 어찌 보면 과분한 찬사입니다. 사실 〈시사IN〉이 ‘MB 프로젝트’ 시리즈 등을 꾸준히 보도할 수 있었던 것은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탐사보도의 후원자가 되어주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2018 후원 캠페인을 시작한 지 석 달째. 그간 보내주신 독자들의 아낌없는 지지 덕분에 〈시사IN〉은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습... 핏대 올리던 존 볼턴 ‘정직한 중재자’ 될까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내 역할을 정직한 중재자로 본다.” 미국 워싱턴 외교가에서 오랜 세월 대북 강경파로 악명 높았던 존 볼턴 전 유엔 대사가 3월22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된 직후 〈폭스뉴스〉에서 한 말이다. 4월9일 국가안보보좌관에 공식 취임하는 볼턴이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듯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본다는 〈폭스뉴스〉에 출연해 스스로를 ‘정직한 중재자’로 표현한 것이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Axios)〉는 볼턴의 의중에 정통한 인사들 말을 인용해 “적어도 볼턴이 임기 초반엔 자신을 둘러싼 부정적 인식을 제어하고 정직 한 지붕 두 가족 총리 따로 내무 따로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독일 메르켈 4기 정부가 출범했다. 지난해 9월24일 총선 뒤 6개월 만이다. 3월14일 독일 연방의회는 앙겔라 메르켈을 총리로 재선출했다. 제1당인 기독교민주당·기독교사회당 연합(기민·기사당 연합)과 제2당인 사회민주당(사민당)의 연립정부이다. 이 같은 대연정은 메르켈이 집권한 이후 세 번째이다. 장관은 기민당과 기사당에서 각각 6자리와 3자리, 사민당에 6자리가 돌아갔다. 요직인 재무장관 겸 부총리는 사민당 소속 올라프 숄츠 임시대표가 맡았다. 메르켈 4기 정부는 역대 내각 중 여성 장·차관 비율이 가장 높다. 기민당과 사... 불쾌한 기소유예에 항의하는 방법 [프리스타일] 김은지 기자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5년 가까이 기다린 결과가 3월29일 오후 2시50분 헌법재판소(헌재)에서 나왔다. 이진성 헌재소장이 주문을 읽었다. “2013헌마637 기소유예 처분 취소, 청구인 김은지, 피청구인 서울중앙지검 검사. … 이 사건 기사 내용이 허위 사실이거나 허위 사실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 기소유예는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해 이를 취소한다.” 헌법소원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기소유예라는 검찰 처분을 제대로 알게 된 계기는 ‘박근혜 5촌 살인 사건’ 보도였다. 2012년 12월에 쓴 기사를 ... 최정상을 비난하는 개똥 같은 이유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브루노 마스. 팝 음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모를 수가 없는 최고 인기 뮤지션이다. 만약 그 이름이 낯설다면 이 곡부터 감상해보길 권한다.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했고, 우리나라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던 ‘저스트 더 웨이 유 아(Just The Way You Are)’다. 이 외에도 브루노 마스의 히트곡은 무진장 많다. 애절한 발라드 ‘웬 아이 워즈 유어 맨(When I Was Your Man)’, 그리고 무엇보다 결혼식 축가로 사랑받은 ‘매리 유(Marry You)’ 등이 이를 증명한다. 그중에서도 프로듀서 마크 ... 학살당한 아이 그림책으로 살리다 장일호 기자 제주 전래동요 ‘꼬리따기’ 노래는 이렇게 이어진다. ‘나는 것은 까마귀/ 까마귀는 검다/ 검은 것은 바위/ 바위는 높다.’ 한국 그림책 작가 1세대로 꼽히는 권윤덕 작가(58)는 까마귀를, 해녀마을을 자세히 그리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제주를 오가며 제주와 처음 연을 맺었다. 그렇게 ‘우리 시 그림책’ 〈시리동동 꼬마동동〉(창비, 2003)을 내놓고 몇 년 후 일본의 한 연구자로부터 의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제주 북촌리 너븐숭이 애기무덤에 놓여 있는 〈시리동동 꼬마동동〉을 봤다고 말했다. “마침 비가 내리는 날이어서 책이 ... ‘공산당’과 ‘시장경제’는 지속적으로 양립 가능할까? 이종태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공산당의 권력 강화는 개혁·개방(시장경제)의 후퇴로 이어질 것인가? 일단 분명한 것은 중국 최고 지도부를 반(反)시장주의자로 간주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공개적 발언과 일부 정책(공급 측면 구조개혁)을 감안하면, 시진핑 주석은 오히려 충실한 시장주의자에 가깝다. 2013년 국가주석에 처음 취임할 때나 최근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그는 일관되게 “시장에 기반한 자원 배분을 확립하겠다”라고 말해왔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1980년대 이후 중국의 급속한 성장을 이끌어온 경제 모델이 한계에 도달했 침몰 후 침묵의 세월, 그들은 왜 주황리본을 달았나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지난해 12월 ‘스텔라데이지호를 찾아서’ 기사를 썼다(〈시사IN〉 제536호 ‘배가 두 동강이 났다’ 커버스토리 참조).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우루과이를 비롯해 브라질·아르헨티나·프랑스 4개국을 67일간 취재하고 돌아와서였다. 내가 귀국한 뒤에도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은 여전히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싸우고 있었다.실종자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안타깝기만 했다. 스텔라데이지호 3등 기관사 문원준씨와 3등 항해사 윤동영씨는 둘 다 한국해양대 출신으로, 만 26세 동갑내기다. 선사인 폴라리스쉬핑 소속이었던 이들은 군 대체복무를 위해 스 대기질 개선 위한 파리 시의 승부수 파리∙이유경 통신원 대기오염 위협이 유럽에도 퍼져 나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유럽환경청(EEA)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유럽 41개국에서 52만여 명이 대기오염으로 조기 사망했다. 이 가운데 초미세먼지(PM 2.5)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는 약 42만8000명. 인구가 가장 많은 독일에서는 대기오염이 원인이 돼 8만1160명이 숨졌다. 이탈리아(7만9820명), 영국(5만2240명), 폴란드(4만8690명), 프랑스(4만5840명)가 뒤를 이었다. 유럽환경청은 각국에 환경 개선을 촉구했다.유럽연합은 대기오염 기준을 심각하게 어긴 불가리 형제여 어디로 가려는가 그 길은 막다른 길인데 최태섭 (문화평론가) 한 게임 개발사 정규직 일러스트레이터가 메갈리아(메갈)로 ‘적발’됐다. 자신의 SNS 계정으로 한국여성민우회 등을 팔로잉했다는 이유였다. 개인 계정에 사과문을 올리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회사 대표는 해당 일러스트레이터와 면담한 내용을 Q&A로 정리해 공지로 올렸다. 요약하자면 “해당 직원을 조사해보니 ‘사회적 분열과 증오를 야기하는’ 메갈이나 페미니즘 같은 ‘반사회적인 사상’에 물든 게 아니라 그저 뭘 잘 모르고 한 일”이라는 내용이었다. 게임 유저들은 만족하지 않았다. 공지 밑에는 메갈이 분명한데도 해고하지 않았다며 ‘분... 그들의 후예가 노니는 흑인노예 수용소 신웅재(사진가) 가나의 해안 도시 케이프코스트(사진)와 엘미나. 수백 년 동안 노예무역의 중심지. 1200만명에 달하는 원주민이 제국으로 팔려갔다. 이제는 고급 숙소가 즐비한 관광지가 되었다. 아이들은 물놀이를 하는 백인 관광객들과 어울려 놀거나 구경하며 하루를 보낸다. 서울시 민원 38.8%는 바로 이 문제 글 천관율 기자·인포그래픽 최예린 기자 〈시사IN〉은 서울시와 공동 기획으로 ‘빅데이터, 도시를 읽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서울의 인구 지형을 살펴본 ‘서울의 맥박(〈시사IN〉 제547호 ‘빅데이터가 잡아낸 천만 서울시민 움직임’ 기사 참조)’에 이어 2회는 서울시 다산콜센터가 접수한 민원 데이터를 분석해 도시의 속살을 읽는다.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내가 출마한 선거구의 유권자들이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무척 궁금할 것이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같은 자치구, 심지어 같은 동네라고 해도, 불편한 일은 거의 골목마다 달라진다. 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