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의 시사터치 김경수 (만화가) 라멘 한 그릇에 일본을 담다 신수진 (도서출판 따비 편집장) 음식 하나 해놓으면 상할 때까지 방치하다 버리기 일쑤이던 자취 시절, 나의 주식은 라면이었다. 만날 같은 음식만 먹을 순 없으니 한 번은 매운 국물 라면, 한 번은 안 매운 짜장 라면으로 바꿔가며 먹었다. 주인집 아저씨가 농심 간부였는데도 삼양 라면만 사 먹던 부모님의 셋방살이부터 시작해, 단언컨대 라면으로 내 인생을 엮을 수 있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았다. 하야미즈 겐로라는 저널리스트는 라면(라멘)으로 일본의 현대를 엮었다. 제각각의 지역에서 제각각의 이름으로 불리던 중국 면 요리가 어떻게 라멘이라는 이름으로 묶였는지, ... 걱정과 후회는 이제 그만두기로 해 시사IN 편집국 초등학교 6학년 때 로봇을 만들고 싶었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혼자 자르고 붙였다. 인터넷으로 검색해가며 로봇을 만들었다. 아마 그때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했던 최초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중학교 때부터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가 힘들다는 핑계로 열정이 점점 식어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버린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이번 리더십 포럼에서, 황종현 멘토의 강의를 들으며 6학년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희망을 얻었다. 모두 나와 같은, 오히려 나보다도 좋지 않은 환경에 있었지만 꿈을 좇는 그들의 모습에서 가장 까칠한 여정씨는 탁월한 개인주의자 중림로 새우젓 (팀명) 자랑으로 이 글을 시작하자. 수년 전 나는 우연히 들른 서울 종로구 내수동의 한 카페에서 윤여정의 옆 테이블에 앉아 그녀를 염탐하는 호사를 누린 적이 있다. 팬이라고 밝히며 사인을 부탁하기엔 쑥스럽고 그렇다고 그냥 지나치기엔 상대가 너무 매혹적이었다. 혹여 눈이라도 마주쳐 흠모하는 속내가 들키면 어색해질까 두려워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 탓에 그날 윤여정이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는 가물가물해도 그녀가 입고 있던 하늘하늘한 스커트와 꼭 어울리는 파스텔톤의 캔버스화만은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다. 한국의 노년이 캔버스화를 신... 냉면 한 그릇 먹기까지 참 고생 많았다 고영 (음식문헌 연구자) 빵과 함께 분식을 대표하는 음식, 국수. 국수는 어떻게 만드는가. 곡물의 가루나 곡물 혹은 서류의 전분에 물을 부어 이겨 반죽을 개는 데서 시작한다. 그 반죽을 가닥이 지게 뽑는 데는, 실처럼 뽑아내는 데는 크게 세 갈래 방법이 있다.먼저 반죽을 밀어 넓게 편 다음 칼로 써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해서 나온 국수를 도면·도삭면·절면·칼국수라고 한다. 이때 ‘도삭(刀削)’은 칼국수 칼질이 다가 아니다. 칼로 뜨기도 한고, 긁기도 하고, 저미기도 해 한 반죽에서 다양한 형상과 물성과 질감을 빚어낸다. 기계식 칼날도 손 칼질과 다른 물성 역사의 이면에 진짜 주인공이 있다 김동인 기자 한국 민주주의는 피를 마시며 자랐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완성하기까지 적지 않은 이들이 희생했다. 이 책은 한국 민주주의의 불평등한 잔혹함을 다룬다. 엘리트나 사회적 유명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 즉 여성과 도시 빈민, 주변부 사람들의 시점으로 현대사를 살폈다. 4·19 혁명, 삼청교육대, 6월항쟁처럼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사건을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으로 담은 것이다. 예를 들면 1951년 소정골 사람들, 1960년 마산 할머니, 1984년 박영두는 각각 한국전쟁, 4·19혁명, 1980년대 군사정권 시대의 증언자들이다.... 아무도 죽이고 싶지 않다 박성표 (〈월간 그래픽노블〉 온라인콘텐츠 팀장) 사람은 과거의 일이라면 아름답게 기억하려는 경향이 있다. 무엇이든 오랜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된다. 심지어 전쟁조차.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지 어느새 100년이 지났다. 이 전쟁을 실제로 겪은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뒤에 남은 우리는 전쟁을 다양하게 소비한다. 사라예보의 총성과 전쟁의 원인에 관해, 최초의 탱크와 전투기, 최초의 화학전 등 당시 무기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당시 군인들의 제복은 어떠했는지 따지고 분석하고 떠들어댄다. 그런데 늘 하나가 빠져 있다. 바로 전쟁을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당사자이다.프랑스의 국민 만화가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무기화된 거짓말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박유진 옮김, 레디셋고 펴냄 “조작된 뉴스와 가짜 통계자료가 당신을 속이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SBS의 ‘유력 후보의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보도가 정국을 흔들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를 했고, 이를 인용 보도했다. 오보였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가짜 뉴스가 공중파의 주요 뉴스로 둔갑해버린 사건이었다. 언론은 팩트와 거짓을 식별하도록 돕는다. 하지만 앞선 사례에서 보듯, 팩트로 보도한 기사가 거짓일 수 있다. 또 대중이 거짓 정보를 소비하면 가짜... [옥자]가 불러온 스크린 뒤의 전쟁 허남웅 (영화평론가) 〈옥자〉는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면서 ‘넷플릭스(Netflix)’의 영화다. 영화는 흔히 감독의 예술이라는데 일부러 제작사의 이름을 언급한 이유가 있다. 상영 방식을 두고 벌어지는 극장 배급 문제 때문이다. 여기에는 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이를 알아보기에 앞서 〈옥자〉의 내용부터 살펴보자. 제목의 ‘옥자’는 돼지 이름이다. 보통 돼지가 아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 ‘미란도’가 육류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배권을 갖기 위해 유전자를 변형해 창조한 변종 돼지다. 그 가운데 한 마리가 강원도 산골로 보내... 속 ‘남자 마음 설명서’ 가부장제 편 최태섭 (문화평론가)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의 저서 〈남자 마음 설명서〉에 드러난 다채로운 여성혐오 관점에 대하여 문제가 제기된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그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 문제를 지나가는 바람 정도로 여기는 것 같지만, 페미니스트들은 괜한 사람이나 괴롭히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 여성은 이미 ‘촛불’ 이전부터 이 국가가 여성을 온전한 구성원으로 여기고 있는지 의문을 가져왔다. 이 물음은 정권이 바뀐 지금까지도 여전히 계속된다.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에서 근무하는 행정관은 명실공히 공인이다. 대선 기간 가장 뜨거웠던 스캔들 중 하나가 다름 아... 섬세한 안목은 애정에서 나온다지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참으로 바쁜 2주였다. 우선 언니네이발관의 마지막 앨범 〈홀로 있는 사람들〉이 팬들의 심금을 울렸고, 비슷한 시기 검정치마의 3집 〈팀 베이비(Team Baby)〉가 발매되어 호평받았으며, 최근 가장 주목받았던 뮤지션 우효는 싱글 〈민들레〉로 다시금 자신의 재능이 탄탄한 기반 위에 놓여 있음을 증명했다. 어디 이뿐인가. 전설 신중현 트리뷰트 프로젝트 〈신중현 디 오리진(The Origin)〉도 차례로 발표되어 록 팬들의 귀를 호강케 했으니, 이 정도만으로도 2017년 한국 음악 팬들은 복받은 거라고 단언할 수 있겠다. 아, 지... 부끄러움만 한 숙취 해소법이 있으랴 김현 (시인) 야근 후 딱 한 잔만 마실 상대를 물색하던 중에 패션지 에디터로 일하는 이재위씨의 연락을 받았다. ‘술 좀 마셔봤다는 사람들의 숙취 해소법’에 관한 기사를 쓰는데 혹시 나만의 비법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럴 리가. 나는 숙취 해소에는 깊고 긴 수면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모범적이고 유약한 부류의 사람이다. 소싯적 지나친 음주 뒤에는 탄산음료파, 오렌지주스파, 우유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먹토파’였다. 재미있는 답을 떠올리는 사이 그가 다른 이들의 대답을 들려주었다. 숙취 해소를 위해 요가를 하거나 슬픈 영화를 보는 이도 있단다. 만년 2등 우승을 쏘다 주진우 기자 미국 축산업의 중심지로, 목화·밀 등의 생산지이기도 한 오클라호마시티. 시사에 관심 있는 이들은 1995년 사상자 168명과 부상자 500여 명이 발생한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정부 건물 폭탄테러를 떠올릴 것이다. 이 조용하고 무료한 도시가 들썩거릴 때가 있다. 바로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의 농구가 열리는 날이다. 2008년 시애틀 슈퍼소닉스의 연고지를 오클라호마시티로 옮기며 오클라호마시티 선더가 창단되었으니 농구단의 역사는 매우 짧다. 하지만 팀은 2007년 케빈 듀랜트(28)를, 2008년 드래프트에서는 러셀 웨스트브룩을 데려와 키... 교활한 신독재의 등장 문정우 기자 오랜만에 체코 출신의 언론인이자 작가이며 공산주의자였던 율리우스 푸치크가 쓴 책 〈교수대의 비망록〉을 펴들었다. 잉크가 아니라 피로 썼다고 표현해야 옳을 만한 책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점령하의 프라하에서 반나치 투쟁을 벌이다 체포돼 사형당하기까지 1년5개월에 가까운 고난의 여정을 스스로 정밀하게 묘사했다. 나치에게 처형당한 당사자가 남긴 드문 기록이다. 그가 감옥에서 담배 은박지에 새긴 글을 바깥세상으로 빼돌리려고 간수와 동료 죄수, 그리고 이름 모를 숱한 운반책들이 목숨을 걸었다. 그의 책을 다시 펴든 까닭은 새삼 ... 통신비 인하 전쟁 승부수는 여기 김동인 기자 대통령이 약속했다. ‘통신료를 내려서 전 국민의 지갑에 1만1000원씩을 채워주겠다.’ 문재인 정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자문위)는 공약 이행을 위해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를 불렀다. 가계 통신비를 절감하기 위한 방책을 내놓으라고 했다. 사실 그 방책은 너무나 뻔했다. 이동통신사(이통사) 3사가 기본료(1만1000원)를 삭감하는 것이다. 이통사들은 반발했다. 모두 합쳐 연간 7조원의 매출이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못 주겠다’는 이통사와 ‘내놓으라’는 정부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기본료 폐지를 통해 가계 ... 불안에 저당잡힌 흔들리는 청춘 [프리스타일] 신한슬 기자 친구 A가 취직했다. 아니 취직을 했을지도 모른다. 직원이 몇 명 없는 작은 회사에서 월급 150만원을 받기로 하고 수습직원 생활을 시작했다. 계약서는 쓰지 않았다. 3개월 뒤에 정직원으로 전환될지 백수로 돌아올지 아무도 모른다. A는 자신이 기술도 없고 경력도 부족해 정직원이 될 수 없는 거라고 자책한다. A는 관련 분야 전공으로 유학까지 다녀왔다. ‘오버 스펙’일 수는 있어도 부족하진 않다. 사실은 회사 사장도 3개월 뒤 일거리를 수주해야 A를 계속 고용할 수 있는 처지다. 친구 B는 취직 준비를 한다. B는 20대 후반까... 트럼프 방패를 특검 창이 뚫을까?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6월8일 코미 청문회에서는 ‘결정적 한 방’이 나오지 않았다.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히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은 훌륭한 사람이니까 그만 괴롭히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수사를 중단하라”고 명시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직접적 사법방해’의 증거로는 부족하다는 의미다.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내 결백이 완전히 증명됐다”라며 의기양양해했다. 그의 변호사는 “코미가 일방적이고 은밀하게 대통령과의 독대 내용을 언론에 불법 유출했다”라며 법적 조치를 시사... 포르투갈 닭구이가 아프리칸 치킨이 된 사연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아시아 나라 대다수는 안타깝게도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식민지 경험을 가지고 있다. 빛나는 독립투쟁으로 독립을 쟁취한 곳도 있고, 국제 정세 덕에 어느 순간 독립된 나라도 있다. 그들 모두가 공유하는 경험은 지배했던 자들에 대한 증오다. 독립 후 제국주의 국가와 관계가 좋은 나라는 거의 없다. 수탈의 책임을 지우고, 학살의 상처를 끄집어내며, 한스러움이 증폭되는 건 식민지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아픔의 한 구석이다. 그런데 그 아픔 이면에 자의든 타의든 지배했던 이들의 문화가 이식되는 과정이 수반된다. 이런 융합의 지... 미세먼지 최종 솔루션-청공진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잡을 게 없으면 바둑을 잡나?” 전혜원 기자 ■ 6월12일 박근혜 뇌물 혐의 등 9차 공판 ‘주 4일 재판’이 시작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이 체력 부담과 품위를 이유로 반대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최순실씨의 독일 회사 비덱스포츠 전 직원 장남수씨(장순호 플레이그라운드 이사의 아들)와 박창균 중앙대 교수(전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위원)가 증인으로 나섰다. 이날도 박 전 대통령은 조는 듯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였다. 박창균 증인에 대한 검찰·특검 신문 검찰:2015년 7월10일 투자위원회 결정 이후 7월14일 전문위원회 소집 결정 중...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