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게서 이주민에게로 조지은·양철모 (작가·믹스라이스) 10월13일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의 작가상 수상자로 ‘믹스라이스’를 선정했다. 믹스라이스는 조지은과 양철모로 구성된 듀오 그룹이다. 이들은 10년 넘게 이주노동자 문제에 천착하면서 사진·영상·만화·벽화·페스티벌 등을 기획하거나 진행해왔다. 올해의 작가상 전시에서 믹스라이스는 정착하지 못하고 이주해야 하는 현실에 주목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1970년대 아파트 개발 현장을 모티브로 한 설치 작품, 도시개발 과정에서 어디론가 사라질 운명에 처한 나무들, 그리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담아내 호평받았다. 믹스라이스의 전시는 국립현대미술...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출퇴근의 역사 이언 게이틀리 지음 박중서 옮김, 책세상 펴냄 ‘출근은 왜 우천 취소가 없을까.’ 매일 투덜대며 집을 나선다. 날씨가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출퇴근은 괴롭다. 나만 겪는 일은 아니다. 전 세계 5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만원버스와 지옥철과 러시아워를 통과하는 대가로 돈을 번다. 출퇴근의 불합리를 고발하는 책이라 생각하고 펼쳤다면 다소간의 배신감을 경험하게 된다. “집에 불을 피울 땔감을 구해오는 여정에 쓰는 시간을 결코 낭비나 헛수고라고 말할 수는 없다”라며 통근이 쉽사리 없어질 것 같지 않다고 진단할... 소설이 속삭여준 내 몫의 책임 장일호 기자 사는 일이란 늘 그런 식이다. 어제까지 멀쩡하게 잘 쓰던 우산이 꼭 필요한 오늘 고장나버리는 방식으로 굴러간다. 새 우산을 살 돈도 없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나’의 자취방에 약속도 없이 찾아온다. 마치 문병이라도 온 양 비타민 음료 한 박스를 들고. 기차를 타고 다시 또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온 이 늙은 사내는 갑자기 내린 비를 고스란히 다 맞은 채였다.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걸 사내답지 않다고 여기는 시대를 살아온 퉁명한 사람에게도 사랑의 마음이 있고, 마음은 어떻게든 비어져 나와 그런 식의 흔적을 만든다. 표제작 〈쇼코... 오징어엔 고추기름이지 김진영 (식품 MD) “오징어채 볶음 만들어줘.” 윤희가 아주 오랜만에 오징어채 볶음을 먹고 싶다는 신호를 보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집 앞 슈퍼에 가서 오징어채를 사왔다. 오랜만의 ‘주문’인 만큼 이번에는 좀 색다르게 만들어보기로 했다. 핵심은 고추기름이다. 야단법석을 피우며 고추기름을 직접 만들었다. 고추기름 레시피는 이렇다. 매운 고춧가루와 안 매운 고춧가루를 1:1 비율로 섞은 다음 마늘·대파·올리브오일과 함께 볶는다. 프라이팬 손잡이를 높여 기름이 모이도록 하고는 가장 약한 불에서 가열한다. 기름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매운 향에 ... 환상을 깨뜨려드립니다 이오성 기자 홍콩에서 하루 여덟 끼씩 먹다가 당뇨가 왔다. 홍콩 취재 경비가 2000만원이었는데 1300만원을 식비로 썼다. 동료 여행작가인 아내는 인도 취재 중 간에 병을 얻어 큰 수술까지 해야 했다. 어떤 나라의 지도는 GPS를 들고 아예 직접 제작했다. 여행국의 시사 주간지, 신문은 늘 꼼꼼히 챙겨 보았다. 논문도 읽었다. 없어서 못 찾을 뿐, 그 나라에 대해 알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빠뜨리지 않고 공부한다. 이 사람은 여행작가다. 여행작가 중에서도 가장 노동강도가 세다는 가이드북 작가다. 〈인도 100배 즐기기〉 〈상하이 100배 ... 백마 타고 나타난 초인적 가부장? 이승한 (칼럼니스트) SBS 〈신기생뎐〉(2011)의 주인공 단사란(임수향)의 불행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가부장제에서 출발한다. 생부 금어산(한진희)은 생모 한순덕(김혜선)과 하룻밤을 보낸 뒤 한순덕을 책임지지 않는다. 무책임한 양부 단철수(김주영)와 허영심 많은 계모 지화자(이숙)는 사란에게 기생이 될 것을 강권한다. 사란이 살아온 세계에서 남성·가장은 권위만 누리며 그 책임은 행사하지 않는 무기력한 폭군들이다. 그렇다면 사란의 운명은 어떤 식으로 구제되는가. 자신과 사귀네 마네를 놓고 드라마 내내 줄다리기를 했던 부잣집 도련님 아다모(성... 그 아버지에, 그 아버지보다 못한 딸 문정우 기자 역사에는 한없이 복잡해서 답이 없어 보이는 문제를 관통하는 기본 원리를 알아내는 이들이 드물게 나타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인류는 그동안 얼마나 무지몽매했는지 깨닫고는 새삼 놀랐다. 19세기 초 지질학계는 근본 문제를 놓고 끙끙댔다. 미국의 그랜드캐니언, 세계에서 가장 깊은 스위스의 비코스 협곡, 설악산의 천불동계곡 같은 장엄한 단층을 누가 만들었느냐는 것이었다. 다수의 학자들은 어느 시기 지구에 닥친 엄청난 격변이 순식간에 이와 같은 풍경을 만들어냈으리라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던 중 영국의 지질학자 찰스 라이엘은 영겁의 세... 무엇을 위한 고집인가? [프리스타일] 남문희 기자 송민순 회고록 파문을 보며 새삼 놀란 게 있다. 북한인권결의안을 논의하기 위한 첫 안보정책조정회의가 열린 시점은 2007년 11월15일이다. 바로 40여 일 전 10·4 남북정상회담이 열렸고 그 합의 사항을 구체화하기 위해 남북 협의가 봇물 터지듯 이어진 시기다. 이튿날인 11월16일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 김영일 총리의 오찬 면담도 있었다. 이 중차대한 시기에 송 장관은 왜 그토록 북한인권결의안에 매달린 것일까? ‘인권의 보편적 원칙’과 ‘국가정책의 일관성 유지’를 회고록에서 거론했는데, 설득력이 약하다. 2006년 인권 ... 그들은 폐허 위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박해성 (만화가) 1990년대에 전성기를 누린 잡지 만화와 2000년대부터 유행하여 오늘날 대세가 된 웹툰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특징을 보인다. 그중 한 가지는 제작 기법이다. 잡지 만화는 주로 종이와 펜을 이용한 수작업으로 제작되었으나 대다수 웹툰은 컴퓨터와 그래픽 프로그램을 이용한 디지털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디지털 제작 방식이 도입되면서 만화가들은 실수로 잘못 그은 선이 원고를 망칠 수 있다는 압박감에서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3D 모델링, 픽셀 아트 등 펜과 잉크를 쓰던 시절엔 상상할 수 없던 다양한 기법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디... 독자와의 수다 장일호 기자 독자 번호:111090475 이름:조현진(32) 주소:서울 마포구 “기자님 최근에 팀 옮기셨죠? 지난주에는 부산 다녀오셨고.” 조현진씨는 어느 기자가 어느 팀인지, 팀장은 누구고, 어떤 팀이 있고 따위 정보가 실린 면까지 살펴보는 독자다. “독자와의 수다 코너 보면 〈시사IN〉 열심히 읽는 분들이 많던데, 저는 그렇게까지 열심히 보는 사람이 아니라서…. 저한테 전화 오면 어쩌지 했는데(웃음).” 조현진 독자의 너스레에 수화기를 쥔 손의 긴장이 풀어졌다. 5년 전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시사IN〉 정기구독을 신청했다. 조씨는 금융... 포기는 안 해 내겐 꿈이 있잖아 중림로 새우젓 (팀명) 1990년대,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1993년에서 1996년까지 농구는 믿을 수 없는 인기를 누렸다.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1990년대 초 마이클 조던의 NBA(미국 프로농구협회), 드라마 〈마지막 승부〉, 만화 〈슬램덩크〉, 실업 농구 잡는 대학 농구를 볼 수 있었던 ‘농구대잔치’, 그 선수를 따르는 열성적인 오빠 부대, 농구 유니폼과 농구화를 패션 아이템으로 삼았던 풍경 등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당시 농구는 누구나 친근하고 쉽게 접근하고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스포츠였다. 농구는 다른 스포츠... 나와서는 안 될 유물 천마도가 나와버렸다 김태식 (국토문화재연구원 연구위원·문화재 전문 언론인) “청와대가 천마도(天馬圖)엔 통 관심을 안 보였나요?” 천마총 발굴 당시 조사보조원이었던 윤근일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과 최병현 숭실대 명예교수에게 물었다. 두 사람의 대답은 비슷했다. 최 교수는 “에이, 그 사람들이야 번쩍번쩍한 걸 좋아하잖아? 금관 말고는 관심이 없었어. 천마도는 솔직히 학자들이나 좋아하고 관심을 보였지, (청와대가) 금붙이 아닌 건 관심도 없었어”라고 말했다. 좀 뜻밖이었다. 천마도 발굴이야말로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을 정도의 가치를 지닌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천마총 발굴은 1973년 4월6일, 위령제를 올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비핵무기 지대를” 남문희 기자 북한 핵실험, 사드 배치, 극단으로 치닫는 언어 전쟁. 살얼음 위를 걷고 있는 한반도는 어디로 갈 것인가? 북한은 핵을 사용할 것인가, 그렇다면 언제 어떤 상황에서 사용할 것인가? 이 같은 질문의 답을 얻을 수 있는 학술서가 발간되었다. 〈전략 공간의 국제정치-핵, 우주, 사이버 군비경쟁과 국가안보〉(서강대학교출판부)를 쓴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의 핵전략을 신흥 핵보유국의 전반적 상황과 함께 다뤘다. ‘제2차 핵 시대’라고 규정했는데?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 등 5개국만이 핵무기를 보유하던 ‘제1차... 국정원은 교묘했고 최승호는 집요했다 정재홍 (방송작가) 2015년 3월, 최승호 감독의 전화를 받았다. 그 전부터 얼핏 얘기해오던 영화를 시작해보자고 했다. 그리고 며칠 뒤 봄비가 내리던 어느 날, 우리는 신촌의 한 다방에서 만났다. 최승호 감독, 프로듀서를 맡은 김재환 PD, 조연출 신동윤 PD, 그리고 작가로 참여한 나를 포함해 네 명이었다. 그날 우리는 〈뉴스타파〉 취재진이 2년 전부터 취재해온 탈북자 간첩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가제는 ‘창조 간첩’. 창조경제를 내세운 박근혜 정부가 정작 간첩조작에 창의성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풍자한 것이다. 영화 〈자... ‘제빵왕 임탁구’의 빵이 맛있는 이유 차형석 기자 지난 10월18일 임영진 성심당 대표(62)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날 옛 충남지사 공관에서 열린 〈나의 도시, 나의 성심당〉 전시회 자리에서였다. 창업 60년을 기념해 성심당의 역사와 대전의 근대 풍경을 함께 엮어 전시하는 행사였다. 임 대표가 눈물을 흘린 건 ‘깜짝 선물’ 때문이었다. 보낸 이는 놀랍게도 프란치스코 교황이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빵을 나눈 성심당의 60년을 축하하는 메시지와 교황의 친필 사인을 담은 ‘표창장’을 유흥식 주교(대전교구장)가 임 대표에게 전달했다. 교황이 선물을 보내온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온라인 마케팅도 이제 양지로 가고 싶다 이종대 (데이터블 대표) “네이버도 다루시나요?” 몇 년 전, 소셜 빅데이터 분석 회사 창업 멤버로 일하던 무렵 고객들에게 자주 들었던 질문이다.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인지 몰라 당시 기술팀을 통해 전달받은 내용으로 답했다. “네이버는 API 정책상 제약이 커서 블로그나 카페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수집하기 어렵고, 카페는 로그인해야만 수집 가능한 데다 로그인이 자주 풀리고 법적 문제도 있다.” 이 이야기가 고객들에게 얼마나 순진하고 가소롭게 들렸을지 알게 되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네이버를 다루느냐”라는 말의 정확한 뜻은 ‘네이버 검색 결과 조작도 ... 김지영씨, 잘 지내나요 장일호 기자 출산 열흘 전까지 프로그램 기획안을 썼다. 아이를 낳는 것과 일을 그만두는 것이 ‘같은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불규칙한 출퇴근 시간도,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도 거대한 벽이었다. 시사 교양 프로그램을 10년 동안 만들던 프리랜서 방송작가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전업주부가 되었다. 방송작가라는 번듯한 이름 뒤에 숨은 실체가 비정규직 노동자였을망정, 주부만큼 당황스러운 직업은 아니었다. 자라는 동안, 대학을 다니고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장래 희망’에 주부는 없었는데 어느 순간 자신이 그렇게 되어 있었다. 시간은... 노후의 재구성을 시작하라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며칠 전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무임승차 노인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려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매년 적자의 상당 부분이 무임승차에서 비롯되다 보니 나온 고육지책이라 여겨진다. 노인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데 마냥 무임승차를 제공할 수 없고 노인 절반이 빈곤 상태인데 그나마 있는 노인복지를 축소하기도 어려운 난처한 상황이다.노인 무임승차 건은 내년부터 고령사회(노인 비중 14% 이상)로 진입하는 대한민국이 직면할 여러 숙제들의 예고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노인 인구가 657만명으로 30년 전과 비교해 암살의 비밀을 안고 의문의 죽음을 당하다 런던·김세정 (영국 GRM Law 변호사)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일까? 정의를 집행하는 일은 돈으로 막을 수 있을까? 일반적인 수준의 부가 아닌, 돈이 돈을 낳는 듯한, 다 쓸 수 없을 정도의 돈이라면 가능할까.에바 라우싱과 한스 라우싱 부부는 영국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들에 속했다. 에바 라우싱도 백만장자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났지만 그녀의 남편 한스 라우싱은 테트라팩 창업주 루벤 라우싱의 손자였다. 테트라팩은 우유팩 등 식품 포장재를 최초로 상용화하고 대량 판매하는 데 성공한 다국적기업으로 여전히 창업주 가문이 소유하고 있다. 한스 라우싱의 재산은 43억 파운드( 화석연료 없앤 반슈타트의 마법 신한슬 기자 2011년 3월11일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핵에너지에 대한 거부감을 확산시켰다. 2015년 12월12일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총회는 파리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을 맺었다. 오는 11월 발효되는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유지하고, 더 나아가 온도 상승 폭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협정이다. 사실상 석탄 시대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태양열·바이오매스·지열·풍력 등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5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204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