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에세이 큰 목소리보다 들리지 않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김중미 (작가·기찻길옆작은학교 상근자) 요즘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기사는 권력자와 정치인을 홍보하거나 여론을 호도하려는 의도가 분명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언론이라면 지켜야 할 약자와 소수자의 관점은커녕 약자들을 향한 혐오와 차별만 난무하는 기사를 보면 절망스럽다. 평범한 서민들이 맞닥뜨린 위기와 고통에 귀 기울이고 목소리를 내는 소수의 언론은 포털사이트에서 거의 선택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널리즘의 정신을 지켜내려 애쓰는 그 소수의 언론 덕분에 나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지난주부터 재개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월요일 출근길 시위에 대해 서울경찰청장이란 이는 “ 왜 김건희 ‘대표’가 아니라 김건희 ‘여사’인가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김어준씨가 자신이 진행하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현 대통령의 배우자를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씨’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시민단체인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문재인·노무현 전 대통령의 배우자에게는 ‘여사’라는 존칭을 쓰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에게는 ‘씨’를 사용한 것이 인격권 침해라는 것이다.대통령의 배우자에게 왜 ‘여사’가 아니라 ‘씨’를 쓰느냐는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겨레〉의 ‘씨’ 표기를 두고 이미 세 번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1999년에는 ‘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을까? 이강국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 현재 세계경제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누가 뭐래도 인플레이션이다. 지난 5월 미국의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8.3%, 한국은 5.4%로 크게 높아졌다. 이에 대응하여 연준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 인플레를 억제하는 데 과연 효과적일 수 있을까. 현재의 인플레는 경기과열보다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에너지·곡물 가격 급등,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중국의 도시 봉쇄의 영향이 크다. 수요를 억제하는 금리 인상이 공급망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관세 인하나 독점기업의 가격과 이윤 규 녹색 노동조합이라는 새싹 틔우자 박태주 (노동 연구자) 우리는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다른 세상의 들머리에 들어섰다. 기후위기가 바꿔놓는 세상 이야기다. 유엔이 정한 ‘생물종 다양성 보존의 날’인 5월22일, 노고단에서 선 채로 죽어가는 구상나무 앞에 조그맣게 모였다. 지리산 시인 이원규씨는 “이제 가망이 없다”라는 말로 인사말을 대신했다. 그는 1998년 봄, 전라선 야간열차를 타고 구례구역에 내렸다.“기후위기로 지구가 ‘불타는 집’으로 바뀌는 이 순간, 모두 어찌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 구르는 이때(이원규 시인)” “노동조합은 어디에 있을까?”가 모임 내내 나를 붙잡은 질문이었다. 노 좌우파 모두를 위한 민주시민교육 장은주 (영산대학교 교수·철학) 조용하던 시도 교육감 선거에 뜬금없이 이념 논란이 불거졌다. 중도 보수를 표방하는 수도권과 부산의 교육감 후보들이 민주시민교육(평화·통일 교육, 노동인권 교육 포함)을 편향 교육, 이념 교육, 좌파 교육이라며 폐지하겠다고 선언해서다. 우리 민주주의를 더 강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민주시민교육이 이런 식으로 정쟁의 대상이 되는 현실이 너무 씁쓸하다.그들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민주주의는 그 원리나 작동방식을 잘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시민들 없이는 제대로 운용될 수 없다. 그래서 민 권한 커진 경찰, 통제장치가 필요하다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 행정안전부의 이상민 신임 장관이 취임 이튿날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위원회는 비대해진 경찰 권한을 어떻게 통제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한다. 위원 구성을 보니 수사권 재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던 인사들이 다수다. 위원회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어째 염려가 앞서는데, 기우이길 바란다.수사·기소 분리 관련 법안이 개정된 이후 경찰은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주체적으로 수사할 수 있게 된 데다 사실상의 수사종결권을 갖게 됐다. 정보활동에서도 이미 독점적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경찰의 권한이 확대·강화되면 인권침해의 위험성 또 윤석열 시대에 살아남기,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가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 인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는 ‘검찰과 기획재정부의 공동 정권’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대통령이 검찰에 평생 몸담았기 때문에 같이 일했던 분들이 검찰뿐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계이겠지만, 검찰 업무와 상관없는 자리도 검찰 출신들을 대거 임용했다. 이제는 인사 검증도 검찰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법무부에서 담당하게 되었다. 앞으로 정부 부처의 공직 기강은 일사불란해지고, 대통령 지시에 반발하는 일은 공직사회에서는 없어질 것이다.기재부의 약진도 눈에 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임명 등 경제 관련 부처뿐 아니라, 대통령비서실장으 윤석열 정부, ‘집값 하향 안정’을 선언하라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집값 하향 안정’, 복지시민단체 성원으로서, 근래 내가 가장 절실하게 생각하는 정책 목표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 지역 아파트값이 거의 두 배로 올랐다. 집을 가진 사람에게는 운 좋은 자산 증가이지만 집 없는 서민에게는 날벼락이다. 지난 10여 년 꾸준히 복지를 확대한 성과가 부동산 폭등 한 방으로 무력화되는 셈이다.다행히 지난해 말부터 집값이 주춤하고 일부에서 하락세도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를 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던 2017년 5월을 100으로 잡으면 2021년 10월에 191로 고점을 기록한 후 지금도 유효한 100년 전 선언, “다시 어린이를 높이자” 김중미 (작가·기찻길옆작은학교 상근자)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든 4월 초, 2년 만에 기찻길옆작은학교 공부방의 일상을 되찾았다. 초등부는 공부가 끝나면 골목으로 나가 놀았다. 1, 2학년 동생들도 형 누나들을 따라 긴 줄넘기를 하고, 다방구를 하고, 소꿉놀이를 했다. 3년 만에 ‘함께 하는 놀이’도 시작했다. 요일별로 평화 공부를 하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목공을 하고, 인형극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그동안 어른인 우리는 걱정이 많았다. 어린이들이 몸을 움직여 노는 법을 잊지는 않을지, 서로 아끼고 존중하며 어울리는 법을 잊는 것은 아닐지. 그러나 기우였다. 어린 국회의원 하태경‘씨’라고 부르면, 무례한 건가요?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씨’는 존칭일까 비칭일까? 한국어가 모국어이고 대한민국에서 성년 이후를 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궁금했을 질문이다. 최근 한 국회의원과 방송 진행자 사이 벌어진 ‘씨’ 논쟁 또한 이 질문을 수면 위에 띄운다.국민의힘 국회의원 하태경씨는 지난 4월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진행자가 전직 대통령을 ‘박근혜씨’라고 지칭한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하씨는 전직 대통령의 예우가 박탈되었다고 해서 전직 대통령이던 사실이 변하는 것도 아닌데 ‘전직 대통령’이라고 호칭하지 못할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세계 경제의 울타리, 미·중 갈등 봉합에 달렸다 이강국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난 30년 동안의 세계화는 끝났습니다.” 얼마 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고경영자 래리 핑크가 주주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한 말이다. 그는 전쟁으로 인해 기업과 국가들이 상호 의존 대신 자국 내 공급망을 확립하고,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인플레이션을 높일 것이라 전망했다. 전쟁 이후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치솟고 상하이 봉쇄로 공급망이 타격을 받자 우리가 알던 세계화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있다는 관측이 유행한다. 전 세계를 무역과 투자로 통합하는 자유주의 경제질서가 끝나고 신냉전과 다극화로 노동시간 유연화, ‘존버 노동’ 되지 않으려면 박태주 (노동 연구자) 2007년이던가, 독일을 방문한 적이 있다. 현대차의 노동시간 단축 방안(‘주간 연속 2교대제’)을 연구하던 차였다. 폭스바겐의 하노버 공장(변속기)에 갔을 때 물었다. “이 공장에는 근무 형태가 몇 가지나 되나요?” 대답은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한 800가지 정도 될걸요.” 뮌헨의 BMW 엔진 공장에 들렀을 때도 대답은 애매했다. “200가지가량 되지 않을까요.” 근무 형태는 각 작업팀이 공장의 가동시간 내에서 자율적으로 정한다는 것이었다. 당시의 기준 시간은 주 33시간. 책에서나 보던 ‘가동시간과 노동시간의 분리(de 제왕적 대통령은 공간 아닌 제도에서 나온다 장은주 (영산대학교 교수·철학) 윤석열 당선자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청와대 밖에서 대통령 집무를 시작하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 많은 무리가 따른다는데도, 둘러대는 이유가 황당하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하기 때문이란다. 청와대의 위치나 구조가 대통령을 제왕으로 만든단다. 이 무슨 조악한 유물론인가? 게다가 그는 소통하기를 원한다면서도 그야말로 제왕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자가당착인가? 앞으로 이런 유의 일을 얼마나 반복해서 겪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확실히 그는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정권교체는 민주주의에서 늘 여가부 앞에 둔 당선자의 행보가 걱정스럽다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선거 후 행보가 걱정스럽다. 청와대 이전과 같은 국가의 주요 정책과 현안이 이행되는 과정을 보면서 소통과 경청, 포용의 중요성을 떠올려본다.당선자와 국민의힘이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도 그렇다. 처음엔 인수위가 여가부로부터 보고도 받지 않겠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보고는 받겠다고 했단다. 어느 날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가 선거판을 뒤흔들 때, 당선을 목표로 무리수를 두는가 보다 하고 접어두려 했다. 당선 후엔 달라지겠거니 믿었다. 하지만 여성들의 아우성에도 귀를 닫고 불통 윤석열 당선자, 이·안·심의 이 공약만은 이어가길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이제 윤석열 정부다. 보수 정권이 들어서니 복지가 위축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박근혜 정부에서는 인수위원회 시기부터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 기초연금 공약 수정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시작되었다. 당시는 2010년 무상급식에서 출발하여 보편·선별 복지 논쟁이 치열했고, 복지국가로 발전할지 여부를 두고 양 진영이 대결하던 시기라서 정부 초기부터 논란이 거셌다. 이번에는 인수위원회 기간에 그리 긴장이 생기지는 않을 듯하다. 대선에서 복지 공약 논쟁이 거의 이루어지지 못한 결과다.주요 의제에서도 두 후보는 강도만 혐오발언 넘친 대선, ‘성별 갈라치기’가 던지는 교훈 김중미 (작가·기찻길옆작은학교 상근자) 올해 공부방 신입생 다섯 명은 모두 이주 배경 가정을 가진 친구들이다. 며칠 전 초등학교 1학년 수업 시간, 공부방 이모가 ‘못’이 그려진 한글 그림 카드를 보여주자 한 아이가 반갑게 말했다. “어, 베트남어로는 ‘못’이 ‘하나’인데.” 이모들이 관심을 보이자 아이들이 앞을 다퉈 베트남어로 하나에서 열까지 세는 법을 알려주었다.팬데믹 기간 공부방에 이주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늘면서 수업의 풍경이 더 다채롭고 역동적으로 변했다. 그러나 아이들의 가정이 처한 상황은 다채롭지도, 희망적이지도 않다. 저출생 해결을 위해 40조원 예산이 쓰 나랏빚, 얼마만큼 높아져도 괜찮은 걸까? 이강국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 “국가부채비율의 적정 수준은 얼마라고 생각하십니까?” 며칠 전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설전이 벌어졌다. 이재명 후보는 국제통화기금은 선진국의 경우 GDP의 85%까지 높아져도 된다고 지적했다고 말했고, 윤석열 후보는 한국은 비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50~60% 수준이 적정할 것이라 말했다.국가부채비율은 과연 어느 정도가 적절하고 기축통화는 그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국제 비교의 기준이 되는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비율은 2021년 현재 한국이 51.3%이고 선진국 평균은 121.6%다. 코로나19에 대응한 재정확장으로 2019년에 비해 토론회의 진짜 주인은 누구여야 하나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2022년은 선거의 해다. 3월9일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바로 6월1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이어진다. 유권자에게 선거란 자신의 권한을 대리할 사람을 찾아서 채용하는 일이다. 맡겨야 할 권한의 크기에 비례해 채용의 기준도 꼼꼼히 잘 챙겨야 함은 물론이다.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는 유권자의 알권리를 보장해줄 수 있는 다양한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는 후보자별 정책 공약집이나 집으로 배달되어오는 선거공보가 그런 장치의 일종이다. 하지만 서류만으로는 후보자의 면면을 파악하기 어렵다. 유세장에 가보는 것도 노동이사제가 던지는 도전, 민간기업에서도 가능할까 박태주 (노동 연구자) 기업이 온전히 주주들만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국회가 확인했다. 이사들이 주주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만이 ‘회사를 위하는(상법 제382조의 3)’ 일이 아니라고도 했다. 이제 ‘가진 주식이 없는’ 노동자들도 회사의 일차적인 이해당사자로서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1월 공공기관에 도입된 노동이사제를 두고 하는 말이다.열 명 전후로 구성되는 이사회에 노동이사가 달랑 한 명 참여하는 게 뭐 그리 대수냐 하겠지만 그것이 갖는 의미는 그리 가볍지 않다. 노동이사제는 공공기관이라는 ‘기업’에 대해 “기업은 누구 분노한 청년들, 비난하거나 달래려고만 하지 말고 장은주 (영산대학교 교수·철학) 오랫동안 대학에서 학생들과 제법 대화를 나눠본 처지인데도 최근의 ‘이대남 현상’은 정말 충격적이다. 나는 지금껏 이들이 대체로 아직 제대로 정치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정치에 무관심하다고만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이 이대남(20대 남자) 중 많은 이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정치화되어 있고 일관된 정치적 세계관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반페미니즘이나 능력주의적 공정에 대한 집착에 더해, 정치적 위선에 대한 강한 거부감, 적극적인 반민주당 및 반진보 성향, 나아가 반공, 특히 반중 애국주의 같은 구체적인 정치 지향을 공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