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사라진 나라, 동독에 대하여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장벽 너머카트야 호이어 지음, 송예슬 옮김, 서해문집 펴냄“히틀러와 스탈린 사이에 갇히다.”동독(독일민주공화국)은 1949년 건국되어 1990년 10월 지금의 독일 연방공화국(이전엔 서독)으로 흡수 통합되면서 사라진 나라다. 한국인에게 동독은, 슈타지(비밀경찰)로 겨우 유지되었고, 서독과의 경계에 장벽까지 세워가며 인민들을 통제하다가 하루아침에 망한 공산국가로 기억될 뿐이다. 〈장벽 너머〉는 이 나라의 일대기다. 히틀러에게 추방당한 독일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처음엔 스탈린의 감시 아래서, 나중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독일식 사회주의 국가 쇠락과 축소 ‘잘’ 하는 방법 [기자의 추천 책] 김동인 기자 얼마 전 한 외신기자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서구권 언론사들이 한국의 저출생 문제에 관심이 많고, 한국 주재 기자들에게 관련 리포트를 계속 주문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기자가 설명하는 ‘관심의 배경’이 의외였다. 미국과 유럽 언론들이 한국의 저출생을 ‘이색적인 뉴스’가 아니라 ‘우리에게 곧 일어날 예고편’으로 여긴다는 것이었다. 외신들에게 한국은 전 세계적인 ‘인구와 사회의 축소’를 먼저 겪는 ‘테스트베드’로 평가받고 있었다. 한국 상황에만 몰두해 취재하던 입장에서 신선한 충격이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뒤 곧바로 이 책을 늙은 시인이 거듭 죽음을 노래하는 까닭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초가삼간 오막살이〉(브로콜리숲, 2024)는 이문길의 열일곱 번째 시집이다. 1939년 대구에서 출생한 시인은 1959년 서라벌예술대학(현 중앙대 예술대) 문예창작과를 수료하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갔다. 등단을 하고 나서 시집을 내는 것이 순서이지만 시인은 대구에서 첫 번째 시집 〈허생의 살구나무〉(흐름사, 1981)와 두 번째 시집 〈내 잠이 아무리 깊기로서니〉(흐름사, 1983)를 먼저 냈다. 그러고는 한참 뒤인 1998년 〈현대문학〉을 통해 가로늦게 등단 과정을 밟았다. 등단이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화다. 세상을 바꾼 자폐 스펙트럼의 역사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패턴 시커사이먼 배런코언 지음, 강병철 옮김, 디플롯 펴냄“이들은 하루 종일 체계화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자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느리지만 의미 있는 방향으로 변해왔다. 다양한 증상과 강도가 공존한다는 뜻에서 ‘자폐증’ 대신 ‘자폐 스펙트럼’이라 부르게 된 것이 대표적이다. 대중문화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인물을 그리는 방식도 그들에 대한 오해를 허무는 데 기여했다. 여기에 더해 저자는 자폐 스펙트럼 성향이 가진 패턴 찾기 능력, 즉 ‘체계화’에 주목했다. 현상에 대한 호기심을 토대로 끝없는 질문을 통해 검증된 시스템을 사람 대 사람으로 여전히 웃기고 싶다 이상원 기자 김제동씨(50)가 신간 〈내 말이 그 말이에요〉를 펴냈다. 개그맨·방송인인 그는 책 여섯 권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김제동씨는 사회참여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만나고, 경북 성주에서 사드 배치를 논했다. 2016년 촛불집회 때는 연단에 올라 헌법을 이야기했다. 전작인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2018)는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그의 이런 행보에 반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었다.3월13일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 후 여러 보도가 나왔다. 김제동씨가 ‘사회적 발언을 하지 않 OTT는 왜 스포츠에 눈독 들이게 됐나 주하은 기자 3월20일 오후 5시, 평일 낮임에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앞은 야구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소속 구단인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2024 시즌 개막 경기를 보러 온 인파였다. 주한미군부터 일본인 관광객까지 관람객의 국적도 다양했다. 최소 12만원이라는 높은 티켓 가격에도 불구하고 예매 시작과 동시에 전석이 매진될 정도로 크게 주목을 끈 경기였다.‘한국에서 열린 최초의 MLB 정규 시즌 경기’라는 상징적 이벤트를 주관한 곳은 쿠팡의 OTT인 쿠팡플레이였다. 쿠팡플레이는 2022년 토 국보법을 없애자고 할 때마다 나오는 말 장정일 (소설가) 2004년 9월5일 노무현 대통령은 MBC 〈시사매거진 2580〉 방송을 통해 국가보안법(국보법) 폐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탄핵 소추에 대한 여론의 반발로 국회 의석의 과반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은 그해 10월, 100명이 넘는 의원의 이름으로 국보법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여기에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정당 한나라당도 2005년 4월 개정안을 내놓았다. 문제가 된 조항은 ‘찬양 및 고무’ 등에 관한 제7조와 ‘불고지’를 다룬 제10조였다.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열린우리당 내 강경파와 일부 조항만 개정하자는 한나라당의 견해가 맞선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불로소득 자본주의 시대브렛 크리스토퍼스 지음, 이병천 외 옮김, 여문책 펴냄“불로소득주의는 신자유주의 정체성의 핵심이다.”경제학에서 ‘지대(rent)’는, 정상적 경쟁 조건에서라면 예컨대 10만원을 받을 사람이 실제로는 100만원을 벌 때 그 초과분인 90만원을 일컫는 용어다. ‘불로소득’이라 표현할 수도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불로소득(지대)의 공간을 토지, 금융, 자연자원, 지식재산, 플랫폼, 외주화 계약, 인프라 등 일곱 부문으로 나눠 설명하며 현대 자본주의의 본질로 육박해 들어간다. 그에 따르면, 불로소득 자본주의의 핵심적 그 의사는 왜 배관공을 찾아갔을까 김연희 기자 ‘코드블루.’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지만 병원에서 쓰는 말인지는 잘 몰랐던 이 단어가 심정지를 뜻하고, 병원 내에서 유일하게 안내 방송으로 알리는 진단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보고 알았다. 다른 장기는 기능이 멈추면 몇 분, 몇 시간 또는 며칠 후에 죽음이 찾아온다. 뇌사의 경우는 수년 동안 생존하기도 한다. 그러나 심장이 멈추면 불과 몇 초 차이로 생사를 오간다.심장박동에 이상이 생기는 심정지가 “전기적인 문제”라면 심근경색은 “배관의 문제”다. 심장으로 가는 혈관 중 하나에 연필심처럼 아주 작은 혈전(피떡)이 생기면서 산소와 영양 이 책 읽으면 ‘아바타’와 너구리 ‘로켓’이 달리 보인다 [기자의 추천 책] 김다은 기자 ‘어차피 모든 것은 망했다’라는 종말 시나리오가 돈이 되는 세상이다. 한때는 종말을 상상하는 일이 근대적 인간에게 미약한 자성을 촉발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아니다. 대중은 미디어 속 “멸종의 스펙터클”을 소비하면서 “오, 넷플릭스에서 본 이야기!”라며 반가워하거나 지겨워할 뿐이다. 그러니까, ‘파국’은 오염됐다.그래서 〈손상된 행성에서 더 나은 파국을 상상하기〉라는 책의 제목은 낯설면서 의아하다. 이를테면 ‘더 나은 파국을 상상하는 일’과 ‘파국을 상상하는 일’은 무엇이 다른가? 어차피 끝장나는 건 똑같은 것 아닌가. 설 몽테뉴에게 배웠다, 슬픔에도 가지치기가 필요하다는 걸 [여여한 독서] 김이경 (작가) 크든 작든 하나의 세계가 무너질 때 마음을 기울여 읽을 수 있는 문장은 많지 않다. 유명한 전기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생의 마지막에 몽테뉴를 읽었다. 파시즘의 광기를 피해 찾아간 브라질의 셋집 지하실에서 몽테뉴의 〈에세〉를 발견한 그는 이 “체념과 물러남의 대가”에게서 “기쁨과 위로”를 얻었다. 그는 죽기 직전까지 에세이 형식의 전기 〈몽테뉴〉(한국어판 〈위로하는 정신〉, 안인희 옮김, 유유 펴냄)를 썼다. 전기는 미완으로 남았지만 남은 문장만으로도 그 간절한 마음을 헤아리기엔 충분하다.한 생애가 저무는 걸 지켜보며, 비슷한 심정 선거는 가장 민주적인 방법일까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격물치지(格物致知)’란 사물을 탐구하여 앎에 이른다는 의미다. 물리의 눈으로 세상을 이해해보려는 칼럼 제목을 위해 만들어진 단어 같다.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첫걸음은, 당연하다고 믿는 것을 의심하고 그에 대해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이때 우리가 그나마 신뢰할 수 있는 것은 물질적 증거다. 즉, 격물치지라는 말이다.첫 칼럼에서 선거가 민주적인 방법인지 생각해보기로 했다. 곧 총선이 치러지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선거는 민주주의 그 자체다. 선거를 제외하고 대다수 국민이 정치권력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방법이 많지 않기 아흔이 넘어서도 죽음을 공부한 엄마 김이경 (작가) 어느 날 죽음이 내 삶에 질문을 던졌다. 공부란 삶이 던지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하는 것. 죽음 공부를 시작했다. 스무 해 만에 간신히 마무리하고 책 〈애도의 문장들〉을 썼다. 공부를 마치면 두려움과 슬픔에서 자유로워질 줄 알았다. 아니었다. 힘들게 공부한 보람이 뭔가, 회의가 들었다. 출간 뒤 몇 차례 북토크를 하며 나처럼 아니 나보다 더 절박하게 죽음과 애도의 의미를 궁구하는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소용없는 일을 한 건 아니구나 싶었다. 그래도 더 이상 죽음 책을 보고 싶진 않았다.평생을 함께한 어머니가 다른 세상으 마돈나부터 뉴진스까지 존 배티스트의 심포니 배순탁 (음악평론가) 거리의 악사였다. 명문 음대에 입학했음에도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스트리트 밴드를 하면서 자신의 음악적 뿌리를 탐사하기 시작했다. 이후 서서히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뉴올리언스에 끝내주는 밴드 하나가 있다는 소문이었다. 밴드의 리더 이름은 존 배티스트. 그는 이후 〈위 아(We Are)〉(2001)라는 음반으로 그래미 올해의 앨범상을 거머쥔다.뉴올리언스란 어떤 도시인가. 미국 대중음악의 근간이라 할 재즈의 고향이다. 저 유명한 루이 암스트롱을 필두로 수많은 재즈 뮤지션이 활동하면서 미국 대중음악의 초석을 닦았다. 역 새 옷이 나를 아프게 한다?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올든 위커 지음, 김은령 옮김, 부키 펴냄“유행은 짧고 부작용은 길다.”‘넘치는 생산, 빠른 폐기’를 생존 전략으로 택한 패션업계는 지구 곳곳에 옷 더미 쓰레기를 쌓아나갔다. 놀랍게도 의류업계는 또 다른 섬뜩한 방식으로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독성 의류’는 2016년 미국의 한 항공사에서 새 유니폼을 지급받은 승무원들이 발진·호흡곤란·갑상선 질환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호소한 일을 계기로 세상에 알려졌다. 탐사 전문 패션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화학산업 및 일부 패션 회사가 감추려 한 진실을 담았다. 섬유 〈내 남편과 결혼해줘〉, 가난도 폭력도 없는 매끈한 복수의 이면 [K콘텐츠의 순간들] 조경숙 (만화 평론가) 통쾌한 복수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일명 ‘사이다’ 서사가 오랫동안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사이다 서사는 최근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최소 1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웹툰 〈외모지상주의〉는 외모로 인해 놀림받던 형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어느 날 갑자기 형석이 완벽한 몸과 수려한 외모를 지니게 됨으로써 사는 세계가 달라진다는 설정을 보여준다. 이 작품이 폭발적 인기를 끈 게 2014년이다. 뒤이어 2018년 연재를 시작한 웹툰 〈여신강림〉도 메이크업을 통해 주인공 ‘주경’의 외모가 아름답게 변하게 된다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면 [기자의 추천 책] 주하은 기자 종종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나요? 누군가는 올해 서른 살인 저를 보고 참 좋은 나이라고 합니다만, 이런 저 역시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떠올리는 시기는 고등학교 시절입니다. 기억력이 나빠 초등학교 시절은 잘 기억나지 않고, 중학교 시절에는 인성 함양이 더뎌 부끄러운 일을 많이 했습니다. 비록 입시에 지치긴 했지만 추억이 많은 고등학교 시절을 가장 그리워하는 것은 저에겐 당연한 일처럼 느껴집니다.작가 사사키 아이 역시 저와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표제작을 비롯해 단편소설 도시를 들여다본다는 것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도시논객서현 지음, 효형출판 펴냄“도시를 들여다보는 것은 그것이 담고 있는 사회를 해석한다는 의미다.”세상에는 수많은 도시가 있지만 저마다의 모습과 현상은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사회는 어떨까? 건축가이자 건축 비평가인 저자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도시 풍경 속 부조리와 불협화음을 관찰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맥락을 해학적으로, 때로는 치밀하게 풀어내며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계급의 상징물이 된 ‘아파트’부터 꿈과 야심이 부재한 ‘용산 대통령실’까지. 정치·역사·권력·주거 등 10개 주제를 따라가다 보면 불신과 불평 피노키오가 진정 되고 싶었던 것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피노키오로 철학하기〉(효형출판, 2023)에는 카를로 콜로디의 〈피노키오의 모험〉(1883)과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이 이 동화를 해석한 〈피노키오. 두 번의 해설과 세 번의 그림이 있는 인형의 모험 이야기〉(2021)가 합본되어 있다. 475년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이후 이탈리아반도에는 1400여 년간 통일국가가 존재하지 않았다. 1861년, 마침내 이탈리아 건국이 이루어지자 콜로디는 지역주의와 전근대성으로 낙후된 조국을 근대적으로 계몽하기 위해 저 교훈적인 동화를 썼다. 나무토막에서 꼭두각시 인형으로 탄생한 피노키오는 인 30년 차 ‘토끼 작가’ 듀나는 말한다, 절망하지 말자고 김영화 기자 미국의 한 물리학과 교수가 타임머신 개발에 성공한다. 그가 처음 한 일은 기원전 399년 그리스로 날아가 소크라테스 재판이 플라톤이 기록한 것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것. 그런데 막상 타임머신을 타고 아테네에 도착하자 덜컥 겁이 났다. 사람 하나라도 잘못 건드린다면 세계 역사가 완전히 바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교수는 결국 현재로 돌아오기로 하는데, 타임머신에 붙어 있던 나비 한 마리가 과거에 남겨진 것을 꿈에도 몰랐다. 나비의 날개에는 우연히 감기 바이러스가 붙어 있었고, 이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인류 역사를 처참하게 망가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