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순위에 집착한 미국 대학의 위기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요즘 미국에선 한국으로 치면 고3에 해당하는 12학년 학생들이 대학 원서라 할 수 있는 ‘커먼앱(common application)’을 작성하느라 바쁘다. 그 와중에 ‘대학 순위 사건’이 터졌다. 학생들이 주된 선택 기준으로 삼아온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유에스뉴스)의 대학 순위 지표에서 컬럼비아 대학이 지난해 2위에서 올해는 18위로 급락한 것이다. 그러면서 유에스뉴스의 대학 순위 지표도 공정성 시비에 휩싸였다. 1983년 처음 시작한 이래 이 순위 집계는 미국 내 대학 서열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선별 기준에 따른 ‘그냥 외우는 거’ 말고 소통하며 공부할 수 있기를 방의진 (성공회대 재학생·<회대알리> 편집장) 올해 한 교양 수업에서 유달리 반가운 공지를 마주했다. “과제 진척 과정에서 교수자와 논의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코로나 학번(20학번)’인지라 새로운 강의실에 들어가는 설렘은 느낄 수 없었지만 다른 차원의 기대감으로 부풀었다. 학기가 끝나면 강의마다 A부터 F까지 점수가 매겨진다. 이에 대한 평가 기준은 분분하지만, 결과를 떠나 학생들은 어떤 걸 틀렸는지, 어떤 게 부족했는지, 과제는 잘 수행했는지에 궁금증이 들기 마련이다.앞서 말한 교양 수업에서는 보고서 주제 선정부터 시작해, 제출했던 모든 과제와 시험에 매뉴얼은 두꺼운데 소통은 얇아 보이네 천경호 (성남서초등학교 교사·실천교육교사모임 부회장) 학생 중심 교육을 가로막는 학교 현장의 모순점 세 가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첫 번째는 학교라는 ‘공간’의 질이다. 2018년 7월2일 조달청은 ‘2017년도 공공건축물 유형별 공사비 분석’이라는 자료집을 발간했다. 공공건축물의 평균 공사비는 1㎡당 213만원이었다. 전시 시설(234만~305만원/㎡), 의료시설(265만~267만원/㎡), 연구소(244만~264만원/㎡)는 마감재와 설비 시스템 사양을 고급화하며 공사비가 높게 나타난 반면, 창고(112만원/㎡), 공장(153만~163만원/㎡) 등 건축구조가 단순하고 표준화된 건축물은 특수학급이든 일반학급이든 모두 친구가 될 수 있어 송은진 (경기도 안산시 선일중학교 특수교사) 하루 시간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에서 교우관계는 학생들에게 가장 어렵고 중요한 사회생활이다. 내가 담임을 맡고 있는 특수학급의 장애 학생들에게도 친구 사귀기가 중요한 문제다. 대부분 경도 지적장애를 가진 우리 반 학생들은 여느 청소년 못지않게 친구들과 어울리고 좋아하는 사람과 연애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상호 존중, 적절한 감정표현 같은 사회적 기술에 미숙해 원만한 교우관계 형성이 쉽지는 않다.특수학급이 있는 많은 학교에서는 ‘또래 도우미’라는 제도를 운영한다. 장애 학생에게 호의적인 통합학급 학생을 도우미로 선정해, 장애 학생의 준 어린이집 평가 3개월 전, 오늘부터 매일 야근합니다 이정민 (필명·어린이집 교사) 어린이집 교사인 나는 매일 아이들을 만난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행동을 하는 순수한 아이들 모습을 볼 때면 어린이집에서 일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이렇게 나를 웃게 만드는 아이들이 있음에도 어린이집에서 일하면서 정말 피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어린이집 평가제’다.어린이집 평가제도는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주기적으로 어린이집을 평가하는 제도다. 관찰자가 어린이집을 방문하여 영유아들이 즐겁게 놀이하고 안전한 곳에서 생활하는지, 영유아 보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인지를 관찰하고 평가한다. 평가 자체만 보면 부모, 영유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너 깍두기 할래?” 안정선 (경희중학교 교사) 중학교 1학년 자유학년제 진로탐색 수업에서 ‘모둠에 기여하는 공기놀이’와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비행기 날리기 놀이’를 해보았다. 공감과 배려, 협업, 문제해결 능력 등을 기르는 활동이다. 대개 비행기 날리기 게임은 가장 멀리 날리는 순서대로 1, 2, 3등 상을 주곤 한다. 하지만 나의 수업에서는 ‘누구도 지지 않고 누구도 패배감을 느끼지 않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종이비행기를 접기 전에 먼저 ‘윈윈 게임’의 개념과 의미를 설명했다. 아이들은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현실 속에서는 승패가 냉혹하기에 모두 승자가 되는 "늬 아부지 뭐 하시노?" 대신할 질문은 없나요 정지은 (서울 신서고등학교 교사) “늬 아부지 뭐 하시노?” 지금은 많이 사라진, 예전에 학창 시절을 보낸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기도 한 질문이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이런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고, 그 답을 통해 학생을 가늠하던 시절이 있었다.이제 많은 것이 바뀌었다. 학기 초 학교가 거둬들이는 자기소개서에 더 이상 부모의 직장명, 부모의 학력, 가정형편을 묻는 문항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학생에 대한 빠른 이해를 돕는다는 순기능이 있지만 선입견을 조장하는 폐해가 더 크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지 오래다. 이제 고등학교에서 교사들은 학생을 상담할 때 기초생활 “학교 사정이 어려워서” 한 마디에 내 전공과가 사라진다면 박주현 (대학생·학보사 편집국장) 대학에서 통하는 마법의 문장이 있다. “학교 사정이 어려워서” “사상 초유의 재정난”…. 이 말들은 대학본부 해명에 빠짐없이 등장한다. 제아무리 불합리한 일이라도 ‘재정난’이라는 명분 앞에서는 일단락된다.대학을 ‘진리의 상아탑’이라고 부른다. 그렇게 믿었다. 학교 구성원이 되어 그 실체를 알기 전까지 대학을 이성과 합리성 그리고 논리가 존중받는 공간, 학문의 장(場)으로 인식했다. 대학이 취업을 위한 준비 단계로 전락했더라도 본질만은 살아 있을 줄 알았다. 실제 들어와 보니, 낭만이 사라진 대학은 철저히 시장 논리로 움직였다.신입생 언젠가 마스크 벗게 될 어른들, 아이들은 어쩌지? 홍민정 (학부모·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및 상임변호사) 아이와 함께 음료를 마셨다. 일곱 살 아이는 한 모금 마신 후 재빠르게 마스크를 올린다. 답답할 법도 한데 예외가 없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으로 혼란스러웠던 지난해 9월 접했던 한 기사가 떠올랐다. 어린이집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지 않고 방역수칙을 잘지켜 추가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아이들의 순수하고 착한 마음이 모두를 안전하게 지켜주었다. 숨기거나 예외를 만드는 어른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바깥 놀이도 어려운 상황에서 잘 참아낸 아이들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하다. 기특하고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스럽다. 안전 학창시절 배운 미적분과 벡터, 지금의 삶에 유용한가요? 노정석 (대학생·교육학 전공) 교육을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건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본 다큐멘터리 때문이었다. 덴마크의 대안학교를 취재한 그 영상은 내가 자란 곳의 모습과는 너무 다른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숲속에 차려진 교실과 프로젝트 중심의 수업, 자유로운 수업 참여와 학생들이 만드는 커리큘럼 등 모든 것이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과정으로 느껴졌다. 마치 원래 교육이란 그렇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처럼.고등학생으로 살던 때에는 인생의 무게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 사회 속 내 위치 같은 부분들을 크게 생각해본 적도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학교는 거대한 온 [학교 너머]고등학교 복도에 대자보가 붙었다 박종훈 (산청 간디학교 교사) 간디학교에 와서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것이 ‘대자보’ 문화였다. 간디 구성원들은 자신의 생각을 공론화하고 싶을 때 벽에 대자보를 붙이는 방식을 많이 활용해왔다. 상상이 되는가? 고등학교 복도에 각자의 생각을 담은 여러 대자보가 붙어 있는 모습이.요즘에는 대학에서도 대자보를 구경하기 힘들다. 실제로 얼마 전 들렀던 한 대학 캠퍼스의 모습은 퍽 낯설었다. 학교나 사회를 향해 날이 선 주장을 담은 대자보 대신 영어나 자격증 학원 광고, 공모전 안내 광고로 벽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서울시교육청에서 근무하던 시절, 인권침해 신고를 받 경쟁만 하는 MZ 세대? 연대도 할 줄 안다고요 고동민 (제주시 중앙여고 교사) 지난 6월3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6월 모의고사가 끝났다. 종례를 하러 교실에 들어가니 기대 이상으로 시험을 잘 본 것 같아 기쁜 표정을 짓고 있는 학생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문제가 어려워 풀이 죽은 학생도 있었다. 매달 치르는 모의고사이지만 그때마다 원하는 점수를 받지 못해 낙담하는 학생을 보면 고3 담임을 맡고 있는 처지에서도 마음이 아프다.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상대평가 체제에서 누구는 1등급을 받고 누구는 9등급을 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고3 학생들은 조금이라도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모니터 속의 아이들, 교실에서와는 다른 것들이 보여요 이준수 (삼척시 정라초등학교 교사) 온라인 수업 주간에는 웹캠과 마이크로 아이들을 만난다. 스물두 명이 모두 모이면 모니터가 마스크 벗은 아이들 모습으로 가득 찬다. 실제 교실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 마스크 없는 얼굴은 한결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신기하게도 코와 입, 턱이 드러났을 뿐인데 인상이 퍽 다르게 느껴진다. 나는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하듯 한 명씩 유심히 살펴본다. 얘가 이렇게 생겼구나.카메라는 많은 것을 말해준다. 교실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정보가 여럿 있다. 일차적으로 노트북이나 PC로 수업을 듣는 아이와 스마트폰으로 듣는 아이가 구분된다. 화면의 사회가 '원하는' 교사상, 사회가 '만들어내는' 교사상 천경호 (성남서초등학교 교사·실천교육교사모임 부회장) 교사들은 다른 시군으로 이동하여 학교를 옮길 때마다 비경합지로 간다. 해당 지역에서 경쟁하지 않고 외부에서 전입하는 교사들이 채우는 학교로 가는 것이다. 대부분 직장인처럼 교사들 역시 학교 선택의 우선순위는 거주지와의 근접성, 교통의 편의성이다. 그에 더하여 ‘학구’도 학교 선택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학구란 취학구역 혹은 교육행정상 구분되는 구역을 설정하여 운영하는 제도를 가리키지만 보통은 해당 지역의 사회경제적 지위로 인식한다.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의 계층이 머무는 지역으로 가고 싶어 한다는 뜻이다. 왜 그럴까?소득이 높은 지역 [학교너머]“어린이 여러분! 신나게 놀 준비 됐나요?” 강선여 (충북 보은군 수한초교 돌봄전담사) 3월2일 입학한 1학년 신입생들은 이제 학교생활에 적응해서 제법 주인 모양새가 난다. 정규수업 시간을 의젓하게 자기 자리에서 받고 점심 급식을 마친 아이들이 신나게 가방을 메고 돌봄교실에 입실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희 지금 피아노 (방과후) 수업 갈까요?” “아니, 조금 있다가 1시10분에 가요.” “오늘은 피아노 갔다가 와서 간식 먹고 독서 프로그램 하러 가면 되겠다.” “3학년은 오늘 마지막 시간만 돌봄이네! 그때 와서 간식 먹자.” “선생님 지금 몇 시예요?” “지금 12시53분이에요.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어요. 특수학급과 일반학급, 각자의 역할이 있어요 송은진 (경기도 안산시 선일중학교 특수교사) “선생님은 무슨 과목 몇 학년 선생님이에요?” “저도 선생님이랑 여기(특수학급)에서 수업하면 안 돼요?” 나는 중학교에서 2년째 재직 중인 교사다. 학교에서 나와 마주친 일반학급 학생들은 신임 교사에게 호기심을 갖다가, 왜 수업 시간에 나를 만나지 못하는지 의아해한다.나는 특수교사다. 현재 일반 중학교의 특수학급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장애로 인해 특수한 교육적 요구가 있는 ‘특수교육 대상자’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은 흔히 알려져 있는 특수학교에 다니기도 하고 나의 학생들처럼 일반 초중고의 특수학급에서 교육 이번 스승의 날에는 ‘믿음’을 선물해주세요 이정민 (필명·어린이집 교사) 5월은 감사를 표현하는 달이다.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 등 특별한 날을 빌려 많은 이들이 카네이션이나 선물을 건네며 감사를 표현한다. 11년째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교사로 일해온 나도 스승의 날에 선물을 받은 적이 여러 번 있다. 김영란법이 생기기 전, 비싼 선물은 정중히 거절했지만 작은 선물은 감사히 받기도 했다. 10년이 넘는 동안, 선물을 받았던 상황은 기억이 나지만 어떤 선물을 누구에게 받았는지 정확히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그중 기억에 남는 아주 특별한 선물 두 가지가 있다.8년 전, 6세 반 담임교사였을 하찮지만 알차고 슬기로운 중1 생활을 바라며 안정선 (경희중학교 교사) 2월 초,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중학교 배정통지서를 받으러 곧 졸업할 6학년 교실에 들어갔을 때, 얼마나 설렜을까? 친구들과 “넌 어느 학교 갈 거 같아?” “넌 어디 가고 싶어?” “어디든 너랑 같은 학교 가면 좋겠다” 수다를 떨며 담임선생님을 기다렸으리라. 그러다가 선생님이 들어와서 배정통지서를 한 명씩, 한 장씩 나누어주셨을 테지. 누구는 “아싸~!” 그러고, 누구는 실망의 한숨을 쉬었으리라. 그렇게 모두에게 배정통지서가 돌아가면 담임선생님은 오늘부터 2~3일간 배정받은 중학교에 가서 배정 등록을 하라며 중학교에서 알려주는 후배 교사에게 말 걸기 그 위태롭고도 멋진 일 정지은 (서울 신서고등학교 교사) 나를 포함하여 40대 교사 몇 명이 한창 업무 얘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교무실 문 앞에 낯선 이가 와서 서성였다. 그는 우리에게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스크로 얼굴 절반이 가려진 데다 교무실이 세로로 길쭉한 구조로 되어 있어서 무슨 말인지 잘 들리지 않았다. 아주 앳된 얼굴이다. 낯선 얼굴로 보아 신입생이 분명해 보였다. 수업이 이미 시작되었는데 무슨 일일까. 혹시 교실을 못 찾고 헤매는 걸까.“뭐라고?” “왜?” 우리 역시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저편까지 들리게 큰 소리로 되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어물어물하는 것으로만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하지 않으려면 홍민정 (학부모·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및 상임변호사) 봄이다. 문밖을 나서면 화사한 꽃들이 흐드러진다. 고개를 들어 창밖만 바라보아도 위로가 되는 계절이다. 백미는 단연 벚꽃이 아닌가 싶다. 눈송이처럼 날리는 벚꽃 잎을 보면 잠시 그 순간에 멈추어 있고 싶다. 이러한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요즘 교육계에서는 벚꽃을 빗댄 비극적인 말이 회자되고 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망하는 대상이란 바로 지역의 대학들이다. 수도권에서 먼 남쪽 지역의 대학들부터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담은 속설이다. 지역 대학의 위기는 꽤 오래전부터 경고되어왔지만 제대로 된 대비책이 마련되지 못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