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 석축 만난 뒤 한국 정원 ‘덕후’ 되다 변진경 기자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의 얼음 호수 장면을 기억하는가. 조선 궁의 후원에서 좀비와 인간이 전투를 벌인다. (※스포일러 주의) 가운데 작은 인공섬을 둘러싸고 빙판이 쫙쫙 갈라지는 장면을 보며 신지선 한국정원문화연구소 월하랑 대표(37)는 일반인과는 다른 관점에서 짜릿함을 느꼈다. ‘아, 저기가 설정상 아마 경복궁 향원지(香遠池, 경복궁 후원에 위치한 인공 연못)겠구나.’신 대표는 한국 정원 ‘덕후’다. 한국 정원이 좋아서 10년 가까이 그것을 연구하고 강연과 투어 등으로 대중에게 알리는 일을 해오고 있다. 분명한 계기가 있었다. 조 기사 후~폭풍 변진경 기자 〈시사IN〉은 온라인으로 기사를 유통하는 플랫폼이 여러 개 있는데, 각각의 플랫폼마다 독자들이 선호하는 기사의 주제나 형태가 다르다.예를 들어 〈시사IN〉 홈페이지에 직접 접속하는 독자들은 커버스토리나 긴 호흡의 심층취재 기사들을 많이 읽는 반면 포털사이트나 SNS에서는 점점 간단하고 짧은 기사들이 선호되는 추세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변화는 온라인에서 〈시사IN〉 기사가 소비되는 방식이 더 이상 ‘원문 풀텍스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독자가 인상적인 기사나 문장을 ‘직찍’이나 캡처로 담아 개인 SNS 계정에 올린 콘텐츠들이 〈 변희수 전 하사 숨진 채 발견 변진경 기자 떠난 이의 빈자리3월3일 변희수 전 하사(23)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변 전 하사는 성전환 수술을 받은 후 지난해 1월 육군에서 강제 전역 판정을 받았다. 그는 숙명여대 입학을 포기한 트랜스 여성 A씨와 지난해 3월 주고받은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 모두 서로 힘내도록 합니다. 죽지 맙시다. 물론 저조차도 이게 매우 어려운 말이라는 것을 알긴 하지만, 죽기에는 우리 둘 다 너무 어리잖아요? 꼭 살아남아서 이 사회가 바뀌는 것을 같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꼭 그렇게 되도록 합시다.”이 주의 판결3월1일 청주지법 형사1단 “쇼핑센터는 열고 학교는 폐쇄… 우선순위를 매기는 파괴적인 신호” 변진경 기자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은 세계 각국에서 최고의 교육정책 전문가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프랑스에 사는 독일인인 그는 안 던컨 전 미국 교육장관으로부터 “내가 만난 누구보다도 세계적 문제와 도전을 이해하고 있으며 진실을 말해주는 사람”, 마이클 고브 전 영국 국무장관에겐 “영국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이 높은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를 창설했고 지금껏 발전시켜온 주인공이기도 하다.20년 이상 세계 교육의 질과 형평성 개선을 위해 노력해온 그가 지난해부터 가장 주목하는 교육 복구 시작은 ‘마이너스 베이스’에서 변진경 기자 많은 이들이 학교가 하루빨리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를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다시 돌아갈 학교는 예전 모습 그대로이면 안 된다. 미래세대는 지난 1년간 교육 공백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시사IN〉 제700·701호 ‘1년의 공백 100년의 상환’ 기사 참조). 그 손실이 오늘 당장 멈춘다고 해도 미래세대는 이미 큰 빚을 떠안은 상태다. 빚은 취약하고 힘든 아이들에게 더욱 집중되어 있다.그래서 ‘교육의 복구’는 ‘제로 베이스’가 아니라 ‘마이너스 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은 〈시 힘든 아이가 더 떠안는 교육 공백의 빚 변진경 기자 교육 공백의 파고는 학생들에게 각기 다른 높이로 닥쳤다. 가난하고 취약한 환경의 학생일수록 피해가 컸고 원래 여건이 좋았던 학생은 의외의 혜택을 입기도 했다. 지난해 9월 OECD는 ‘학습 손실의 경제적 영향’이라는 연구 보고서에서 현재 초중고 연령대 학생들이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손실 때문에 평생 동안 3%가량 소득이 낮아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평균값이다. 누군가는 소득의 30%나 80%를 잃는 반면 어떤 이의 소득은 10% 늘어날 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전체 케이크의 크기가 줄어든 상태에서 나누는 몫의 격차가 커질수 1년의 교육 공백 100년짜리 빚이 되다 변진경 기자 지난 1년 동안 우리 사회는 아이들의 미래와 관련된 무언가를 선택했다. 아이들을 학교에 제대로 보내지 않았다. 밖에서 뛰어놀거나 친구들과 만나게 하지 않았다. 도서관·박물관·체육관·지역아동센터·청소년센터 같은 사회·복지·문화·체육 공공시설의 문을 닫고 계획된 프로그램들을 취소시켰다.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지난 한 해 우리 사회의 최대 가치는 방역이었다. 코로나19는 신종 바이러스였고 우리 모두는 두려웠다. 확진자 수를 줄이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했다. 학교 문을 닫는 선택 또한 그 가운데 하나였다. 그렇게 선택하지 않았다면 그에 따른 누가 코로나 병동의 간호사들을 울리는가 변진경 기자 간호사들이 운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의 간호사들이 눈물을 흘린다. 임상 22년 차 유미라 간호사(성남시의료원 파트장)는 〈시사IN〉 편집국 회의실에 앉아 첫마디를 떼려고 할 때부터 눈물을 글썽였다. 8년 차 이현섭 간호사(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보건의료노조 이천병원 지부장)는 이 자리에선 간신히 참았지만 다음 날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선 참지 못했다. 방호복 고글 안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다른 많은 간호사들도 운다. 정부를 향해 처우 개선 요구안을 읽으면서,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기자와 전화 통화하던 수화기 너머로, 병원 복도나 무례한 어른에게 베푸는 환대 변진경 기자 단순히 ‘귀엽다’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어린이들의 위대함이 있다. 두 어린이와 함께 사는 나는 그 위대함을 아스라이 감지하면서도 일상의 분주함과 피곤에 몰려 그것에서 배울 기회를 놓쳐버린다.아침 바쁜 출근길에 느릿느릿 신발을 신는 아이에게 매일 분통을 터트리는 일, 휴지심·빨대·클레이 등으로 열심히 만들어 선물해준 작품들에 “오~ 멋있네” 성의 없이 반응하고 이내 몰래 쓰레기통에 버리는 일. “도와줄까요?”라며 부엌으로 달려오는 아이에게 “저리 가!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야!” 하며 내쫓아버리는 일들이 그렇다.〈어린이라는 유은혜 장관, “미래 교육 토대 쌓겠다” 변진경 기자 오늘의 교육 현실은 밤하늘에 보이는 별빛 같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항성이 오래전 쏘아 올린 과거의 빛이 지금 우리 눈에 도달하는 것처럼, 지금 경험하고 있는 교육 현장의 많은 문제와 모순들은 짧게는 수년 전, 길게는 수십 수백 년 전 기획되고 전개된 여러 교육정책들에 기인한다. 당장 입시에서의 수능 비중을 조정한다고 하루아침에 교육의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으며, 내일 코딩 교육과 인공지능 교육을 도입한다고 모레 제4차 산업혁명의 미래형 인재가 탄생하지는 않는다. 오늘의 교육은 오랜 과거의 유산이고 먼 미래 몽실이 때보다 지금이 더 나을까 변진경 기자 가난한 사람들을 모욕하고 경멸하는 일에 더 이상 윤리도 도덕도 들이대지 못하게 된 시대에 〈몽실 언니〉를 다시 읽었다. 나와 남을 구별 짓기 위해, 내가 싫어하는 정책과 집단에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거지’라는 말을 여러 가지 단어에 조합해보는 일이 무슨 놀이나 유행처럼 돼버린 나라에서 〈몽실 언니〉는 여전히 너무 슬프고 비참한 책이다.주인공인 몽실이는 진정한 사전적 의미의 ‘거지’ 아이다. 전쟁통에 부모도 집도 잃었다. 동냥으로 얻은 쌀 한 줌을 입에 넣고 꼭꼭 씹어 암죽을 만들어 갓난아기인 이복동생을 먹여 살렸다. 먹을 것과 몸 서울에 둥지 튼 외신의 눈 변진경 기자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의 한 건물에 작은 뉴스룸 하나가 열렸다. 아직 택배 상자가 쌓여 있고 전선들이 얼기설기 늘어져 있다. 이 신생 사무실의 문에는 그러나 아주 유서 깊은 언론사의 제호가 찍혀 있다. ‘The New York Times.’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7월 홍콩지사의 디지털부문 일부 사업을 서울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뉴욕, 런던, 홍콩 등에 주재하던 기자들이 〈뉴욕타임스〉 서울지사에 속속 모여들고 있다. 로레타 찰튼(36) 기자도 지난해 연말 뉴욕 브루클린에서 서울로 거처를 옮겼다.찰튼은 미국 주간지 〈뉴요 요행만 바라다 겨울이 왔다 [프리스타일] 변진경 기자 불과 1년 전, 중국 우한을 보며 ‘설마’ 했다. 신종 감염병의 위력을 지식으로만 알고 있던 때였다. 체육관에 임시병원이 급조되고 거리는 텅 비고 생필품을 사러 나가는 주민들이 마스크와 실리콘 장갑으로 무장하는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지켜보며 떡하니 입만 벌릴 뿐 조만간 우리도 겪을 일이라는 생각은 쉽게 하지 못했다.마스크 대란이 한창이던 때, “마스크는 시작일 수 있다. 앞으로 병상, 의료인력, 장비 같은 의료자원이 얼마나 부족해질지 미리 살펴봐야 한다”라는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그에 따른 취재를 하면서도 속으로는 ‘설마’ 했다. 〈2020 올해의 인물〉 “왜 사춘기를 갖다 붙이는 거지?” 변진경 기자 신발은 벗어놓은 모양새로 제 주인을 묘사한다. 뒤축이 가차 없이 접힌 신발, 앞코에 까맣게 때가 탄 신발, 뽀얀 흙먼지가 뒤덮인 신발들이 어지럽게 신발장에 엉켜 있을 때, 그곳은 필시 아이들의 공간이다. 분주히 신발을 신고 벗는 나이, 걷기보다 뛰기를 좋아하는 나이, 진흙탕을 보면 피하지 않고 일부러 골라 밟는 나이의 아이들이 만들어놓는 신발과 신발장 모습들이 있다. 지난 10월17일 인천 만석동 ‘기찻길옆작은학교’의 2층 현관 모습도 꼭 그러했다.신발들은 많은데 실내는 고요했다. 아이들은 숨죽이며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었다. “씬 〈2020 올해의 인물〉 유엽이의 죽음은 무엇을 말하는가 변진경 기자 정성재(53)·이지연(51) 부부는 올해 자식을 잃었다. 삼형제 중 막내아들이었다. 17세. 살아 있으면 12월3일 수능을 치렀을 것이다. 아들은 해군장교를 꿈꿨다. 학교에서 방송반 실장이었고 성당 밴드에서 보컬을 맡았다. 조용하고 잔잔한 눈웃음을 지녔고 “PC방에 갈 때도 부모님께 꼭 물어보고 갈 정도로” 순한 아들이었다. 가족들과 여행 다니기를 좋아했다. 지난해 추석에는 일본 후쿠오카를 여행했다. 모자 상점에서 베레모 하나를 머리에 쓰고 아버지를 바라봤다. “어때?” 아버지 휴대전화에 담긴, 혼자, 크게 나온 그 사진은 반년 뒤 시민 정은경의 2020년 변진경 기자 11월16일 정례브리핑을 마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 2020년을 마무리하는 소감을 부탁했다. “시민으로서, 질병관리청장으로서 2020년은 어떤 해였습니까?” 시민 정은경은 답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는 일상이 그리운 한 해였습니다. 가족과 친구와의 일상이 그립고, 일상의 소중함을 많이 깨달았습니다.”질병관리청장 정은경은 말했다. “막대한 책임감으로 힘들었던 한 해였습니다. 하지만 국민들께서 많이 신뢰해주셔서 또 그건 굉장히 기쁜 한 해였습니다.”정 청장은 시민들에게 송년 인사를 남겼다.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안전하게 연말 맞으 〈2020 올해의 인물〉 올해의 ‘정은경’과 내년의 ‘우리들’ 변진경 기자 11월16일 정례브리핑을 마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 2020년을 마무리하는 소감을 부탁했다. “시민으로서, 질병관리청장으로서 2020년은 어떤 해였습니까?”시민 정은경은 답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는 일상이 그리운 한 해였습니다. 가족과 친구와의 일상이 그립고, 일상의 소중함을 많이 깨달았습니다.”질병관리청장 정은경은 말했다. “막대한 책임감으로 힘들었던 한 해였습니다. 하지만 국민들께서 많이 신뢰해주셔서 또 그건 굉장히 기쁜 한 해였습니다.”정 청장은 시민들에게 송년 인사를 남겼다.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안전하게 연말 맞으시 기사 후~폭풍 변진경 기자 〈시사IN〉 제692호 커버스토리 ‘팬데믹 1년이 바꾼 한국인의 세계’는 지난해 6월 제663호에 보도된 ‘코로나19는 한국을 어떻게 바꾸어놓았나’ 기사의 후속편이다. 그때에는 3주 연속, 이번에는 2주 연속 방역, 경제, 시민, 한국 정치의 관계를 분석하는 시리즈 기사를 냈다. 뜨거운 반응과 활발한 후속 토론이 이어졌다. 홈페이지 기사 아래 “간만에 비평이 필요없는 좋은 기사네요. 우리나라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네요(이상타)” “정보전달이 시각적으로 잘 정리되었네요~ 고마운 기사입니다(tae uk kang)” 같은 칭찬 댓글들이 ‘모두’를 위한 공공병원 ‘국가’가 나서면 된다 변진경 기자 2020년은 공공의료를 둘러싼 논의가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동시에 가장 급속히 식어간 해다. 2월 대구 위기, 8월 수도권 확산, 연말의 겨울 유행을 겪으면서 환자 수 그래프가 오름세를 그릴 때마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공공의료 인력(의료인)과 공간(병상)이 부족하다는 경보가 울렸다. 경보음이 반복될수록 실제 위험은 누적되는데 위기의식은 둔감해졌다. 공공의료 확충이 필요하다는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았지만 올 초와 올 연말을 비교하면 달라진 게 없다. 앞으로의 계획도 세운 것이 없다.공공의료 논의가 제대로 된 성과 없이 K방역은 있는데 ‘K언론’은 왜 없을까 변진경 기자 “이미 결론은 정해져 있어요. 그저 내 말에서 따옴표를 따기 위해 취재하는 거죠(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대부분 현상에 대한 표면적인 사실을 알고 싶어 할 뿐이지 그 이면이나 진실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이야기하려고 들면 인터뷰를 끝내고 싶어 했습니다(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 “새벽 5시가 되면 전화가 와요. 대개 초짜 사건기자들이에요. 오늘은 몇 명 들어왔냐, 어디로 갔냐…. 담당 기자도 매일 바뀌어서 설명한 거 하고 또 해야 돼요(공공병원 홍보실 관계자).” “기자님들이 그렇게 반말을 많이 하시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