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호의 추억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시사IN〉 창간호를 제작하던 밤은 어수선했다. 전 직장에 ‘집단 사표’를 내고, 독립언론을 하겠다고 나섰는데 ‘144면 창간호’ 마감은 버거웠다. 직원 수도 지금보다 적었다. 기자 몇은 마감 전날 밤을 새웠다. 캐나다 토론토에 있던 성우제 편집위원이 당시 수많은 언론이 찾던 신정아씨를 미국 뉴욕에서 만나 ‘22시간 인터뷰’를 해왔다. 그 인터뷰 보도자료를 받기 위해 몇몇 언론사 기자들이 마감 저녁에 〈시사IN〉 편집국을 찾았다. 새벽 마감을 하고, 몇몇 선배는 인쇄소로 갔다. 그런데 아뿔싸, 편집 실수로 한 기사의 마지막 줄이 잘 ‘야마’가 센 대통령의 말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언론계 은어 중에 ‘야마’라고 있다. 산(山)을 뜻하는 일본어다. 일제강점기부터 사용된 업계 은어다. 달리 말하면 ‘기사의 핵심 주제’쯤 되겠다. 안 쓰려고 하다가도 무심코 “그래서 기사의 야마가 뭔데?”라고 되묻곤 한다. 왜 이런 용어가 생겼을까? 왜 ‘산’이 등장하지? 언론 비평 전문지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언론계에서 ‘신문 연재소설은 시시하지 않게 한 회분마다 야마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흡입력 있는 ‘산의 꼭대기’ 같은 클라이맥스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간혹 ‘기사의 야마’를 물으면서도, 언젠가부터 ‘안전사회’를 바라며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지난주, 2022 송년호에 실을 ‘올해의 사진’ 때문에 〈시사IN〉 사진팀이 한 해 동안 찍은 사진들을 살펴보았다. 그 어느 해보다 재해·사고 관련한 사진이 많았다. 평택 냉동창고 공사장 화재(1월)부터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1월), 울진 산불(3월), 수도권 집중호우 피해(8월) 그리고 10·29 이태원 참사까지.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인가 싶다가도, 조금만 다가가 살펴보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인재였음이 드러났다. 집중호우를 막을 순 없지만, 반지하 방에서 사람이 죽는 것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대형 사고를 접할 때마다 우 기억해야 할 것들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시사 주간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2주가량 먼저 송년을 맞이합니다. 통상 최종 마감일의 다다음주 화요일이 발행일로 찍힙니다. 주간지 ‘유통기한’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번 호 발행일이 12월27일로 찍힙니다. 송년호입니다.이번 송년 특대호는 세 묶음입니다. 먼저 ‘올해의 사진’. 2016년부터 시작한 기획입니다. 사진과 짧은 에세이를 통해 해당 연도의 주요 사건과 이슈를 한눈에 조망하는 기획입니다. 2022년 ‘올해의 사진’에는 사진가 14명(〈시사IN〉 기자 4명 포함)이 참여했습니다. 이 사진에 필자들이 짧은 에세이를 붙였습니다. 일본이란 무엇인가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최근 윤석열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 강화를 동시에 강조한다. 윤 대통령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하며 강제동원 배상 문제의 조속한 해결에 공감했다.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로도 읽힌다. 이번 호에 실린 조성렬 전 오사카 총영사 인터뷰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배상 판결 문제를 풀어가는 데는 동의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 (중략) 너무 공론화가 안 된 상태에서 진행하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일 관계는 껄끄 시사IN 제796호 - 맞설까 맞잡을까 차형석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 리뷰 퀴즈 말말말 기자들의 시선/김다은 기자들의 시선/이오성 포토IN/화물연대 농성장의 밤, 어떤 탄식COVER STORY IN과거처럼 싫진 않지만 과거를 잊을 순 없다일본은 현재 우리에게 친구인가, 위협인가.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한국은 일본과 어떻게 지내야 하나. 〈시사IN〉은 한국리서치와 공동기획으로 ‘2022년 한국인의 대일본 인식’ 웹조사를 실시했다. ‘중국vs일본’ 축구 경기 한국은 어딜 응원할까? 격화된 미·중 대립 속 한·일 관계 전략은?ISSUE IN 정치의 자리에 앙상한 ‘법 그날의 세 재판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2022년 11월30일. 서울 서초동에서 주목할 만한 소식 세 가지가 전해졌다. 하나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관련 재판이다. 그는 아들 퇴직금 등 명목으로 대장동 민간사업자 측으로부터 50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검찰은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현직 의원의 금품수수 범행으로, 거액의 뇌물을 아들의 성과급으로 교묘하게 수수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곽 전 의원은 최후 변론을 통해 ‘퇴직금과 성과급은 아들이 6년간 병을 얻을 정도로 열심히 근무한 뒤 적법 절차에 따른 의사결정으로 받 6월의 약속, 12월의 약속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파업은 불편한 일이다. 노동조합법의 파업 관련 규정을 보자. ‘쟁의행위라 함은 파업·태업·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법에 나온 대로, 업무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이니 누군가는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지하철 노조가 파업하면 승객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시민의 발을 볼모로 파업한다’는 식의 표현은 동어반복일 뿐이다. 불편하지 않은 파업은 없다. 개별 노동자의 힘이 사용자보다는 약하니 단체를 만들어(단결 화물차 기사도 두렵다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변진경·전혜원 기자가 함께 쓴 이번 호 커버스토리를 읽다가, 잊고 있었던 대형 사고가 떠올랐다. 6년 전 일이다. 2016년 7월17일,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에서 5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시속 91㎞로 달리던 관광버스가 앞서 달리던 승용차 4대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졸음운전 탓이었다. 기사는 사고 전날 버스에서 잠을 잤고, 무리한 일정으로 관광버스를 운전했다.이 사고로 20대 여성 네 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20대 여성들은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1박2일 동해안 여행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사고 순간을 담은 블랙박 시사IN 제792호 - 국가는 있었나 차형석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 리뷰 퀴즈 말말말 기자들의 시선/김다은 기자들의 시선/나경희 포토IN/그 비행기는 누구의 것입니까?COVER STORY IN애도의 시간을 보내며 국가의 책임을 묻는다이태원 참사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실무진을 단죄하고 국민을 대표해 애도를 표하는 것으로 국가지도자의 사명을 수행했다. 국가의 책임을 따져 묻는 공간은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이태원 참사 지휘 보고 어떻게 이루어졌나 그날 경찰은 어디를 보고 있었나ISSUE IN ‘서해 사건’에 대한 엇갈리는 주장들 코로나19 걸렸던 사람, 백신 또 맞아 시사IN 제793호 - 화물차도 두렵다 차형석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 리뷰 퀴즈 말말말 기자들의 시선/문상현 기자들의 시선/임지영 포토IN/극한 노동, 보호관찰관 24시COVER STORY IN‘도로 위의 흉기’는 누가 만들어내나올해 상반기 전국 고속도로에서의 사망 교통사고 64.8%가 화물차에 의해 일어났다. 화물차 운전자들도 늘 교통사고를 두려워하며 일한다. 화물차 사고는 왜 발생할까? 화물차 안전 해법이 있다, ‘비용’ 치를 준비는 없다ISSUE IN 195초 통신이 가리키는 시스템 참사의 흔적들 “참사에 무감한 정부, 보상 액수부터 언급해” ‘높은 분’들에 윤석열 대통령에게서 트럼프가 보인다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정치 입문 전부터 언론 홍보에 집착했다. 기자들이 좋아할 만한 보도거리를 쏟아냈다. 생일파티 때 대형 우주선을 띄우는 것은 애교 수준이다. 사실이든 아니든 가리지 않았다. 가령 자신이 만든 트럼프 타워의 펜트하우스를 당시 영국 찰스 왕세자 부부에게 팔겠다며 마치 계약이 이루어진 것처럼 홍보했다. 믿거나 말거나 자신만 뜨면 된다는 식이다. 그는 타블로이드 신문 1면의 ‘단골’이었다.그러던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서는 ‘가짜뉴스’를 입에 달고 살았다. 자신에 대한 비판 언론은 ‘가짜뉴스’로 몰았다. 법정으로까지 재난을 기억한다는 것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다들 그러하리라. 10월29일 이태원 참사 이후, 뉴스를 읽다가 느닷없이 눈시울이 붉어지곤 했다. 뉴스를 볼 수도, 안 볼 수도 없는 세상. 이 참사가 왜 벌어졌는지 원인을 살피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기여하는 게 우리의 ‘애도 방식’이라고 다짐하며 이번 호를 만들었다. 현장의 기록이 혹시 누군가의 상처를 건드리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워하며.참사를 되짚어보다 마음이 답답해졌다. 정부·지자체의 대응에 화가 나기도 했다. ‘애도와 책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다가 〈재난을 묻다〉라는 책을 펼쳤다. 세월호 3주기를 맞아 4·16세 시진핑 3연임 이후의 세계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시진핑의 3연임’을 다룬 이번 호 커버스토리는 한 달 전쯤에 결정되었다. 10월22일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전대)가 종료되는데, 그 문제를 한번 다루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획회의에서 이종태 기자가 그 아이템 다루어보겠다고 손을 들었다. 중간중간 다른 취재를 하면서도 틈틈이 많은 자료를 들여다보며 이 기사를 준비했다. 공들여 쓴 티가 난다. 그 덕분에 중국 정치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도 어렵지 않게 읽을 듯하다. 이번 커버스토리에서는 중국의 권력체계를 설명하고, ‘시진핑 사상’을 관철해나갈 새 상무위원들의 면면을 살핀다 청와대를 그대로 썼다면…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문상현 기자는 ‘대통령실 이전’ 전문 기자입니다. 올해 3월 말에 첫 기사(‘용산 이전, 하라면 하겠지만 터무니없다’)를 쓴 이래, 지금까지 일곱 차례 관련 기사를 썼습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김용현 청와대 이전 TF 부팀장(현 대통령경호처장)을 인터뷰했고, 대통령 관저 인테리어 공사 수의계약이 입찰 공고부터 최종 낙찰자 결정까지 3시간 만에 이루어졌다는 내용도 보도했습니다.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의원실을 돌아다니더니, 이번에는 어떤 자료를 갖고 왔습니다.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각 부처 예산 자료입니다. ‘대통령실 이전 비 ‘OECD 꼴찌’ 한국 남녀 임금 격차 지형도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국정감사 시즌이 열리면 의원실·피감기관 직원들만 바쁜 게 아니다. 기자들에게도 ‘장이 서는’ 시즌이다. 의원실마다 피감기관에 자료를 요청하고, 여러 이유로 제출을 꺼려하는 자료를 받기 위해 노력한다. 그 국감 자료(주로 수치)를 보기 좋게 가공해 보도자료로 내보낸다. 그래서 국감 시즌에는 전자우편함이 넘쳐난다. 십몇 년 전에 정치팀 기자를 했던 내 메일함에도 ‘의원실’에서 보낸 보도자료가 수북하다. 관심 있는 주제의 자료는 당장 기사로 쓰지 않더라도 보관해둔다. 국감 시즌이 아니면 찾기 어려운 가장 최근의 수치에서 한국 사회를 읽는 우리가 몰랐던 독일의 경험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이오성 기자가 쓴 이번 호 커버스토리를 읽고 새로 알게 된 사실이 많다. 먼저 독일의 전기료 납부 방식. 월 전기요금을 미리 정해놓고, 연간 단위로 추후 정산한다. 1년 동안 더 쓰면 요금을 더 내고, 계약보다 덜 쓰면 돌려받고. 낯설었다.전기요금 부과 방식뿐만 아니라 ‘원료’를 보고, 전기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신기하다. 여러 배전 회사가 저마다 자사에서 판매하는 전기는 원자력이 몇 %이고, 가스화력은 몇 %인지, 재생에너지는 몇 %인지, 어떤 방식으로 전기가 생산되었는지를 소비자에게 알린다. 어떤 회사는 100% 재생에너지로 MBC로 간 해외 순방?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지난 9월22일 밤. 지난 호 〈시사IN〉 마감 작업이 한창일 때였다. 김동인 기자가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의 해명 기사를 전해주었다.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니, 다시 한번 들어달라고 김 홍보수석이 말했다는 것이다. “앞부분 ‘이 ××’는 맞나, 그렇다면 이건 우리 국회라는 건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미국 의회가 아니라는 거다”라고 했고, 취재진이 “한국 의회인가”라고 묻자 “예, 미국 의회가 아니니까요”라고 답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때만 해도 대통령과 국회의 갈등이 커지겠구나 예상했다. 불똥이 MBC로 튈 줄은 짐작조차 "저한테는 1000만원이 더 크게 느껴져요”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창간 15주년 기념호 기획으로 어떤 것을 준비할까. 한 달여 전, 편집국 기획회의를 하면서 두 개의 단어를 떠올렸다. ‘노란봉투’와 ‘독자’.제777호에도 썼지만, 노란봉투는 〈시사IN〉 독자가 편집국에 편지를 보내오면서 시작되었다. 8년 전 일이다. 올해 6~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의 파업을 계기로 ‘노란봉투법’이 다시 정치권과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시작을 함께한 우리가 어떻게 끝이 나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았다. 그게 우리의 의무이자 책임이다.나경희 기자가 노란봉투법을 다시 환기하게 한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사람들을 취 ‘열여덟 어른’ 생각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어떤 뉴스는 마음에 남는다. 8월 말, 아동양육시설(보육원) 출신 청년 두 명이 연이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그랬다. 이 사건을 취재하던 주하은 기자가 취재 내용을 전해왔다. 기존 보도와 사실이 다르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좀 더 취재하라고 했다. 그 기사가 이번 호에 실린다.만 18세가 넘어 아동복지시설을 나온 청년을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이라고 부른다. 이들을 지원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아름다운재단에서는 ‘열여덟 어른’이라고 표현한다. 예전에는 학업 등의 사유가 없을 시 만 18세가 넘으면 시설에서 나와야 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