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회사에 출근하는 백수다 송지혜 기자 10월5일 오전 9시50분, 아퐁이 사무실에 도착했다. 출퇴근 기록기에 카드를 넣어 출근을 확인했다. 이어서 돌쇠, 지니, 다지, 쿵짝, 예이, 마가 들어왔다(이들은 수평관계를 지향하며 서로 별칭을 부른다). 니트컴퍼니 서울역점에는 7명이 함께 일한다. 추석 연휴 이후 닷새 만에 만난 까닭에 그간 등산을 했느니, 윷놀이를 했느니, 머리를 했느니 하는 근황을 주고받았다. 자주 ‘꺄르르’ 웃음이 터졌다. 오전 10시30분, 월요 주간회의가 시작되었다. 돌아가며 지난주에 한 일과 이번 주에 할 일을 발제했다. 돌쇠가 말했다. “지난주에는 우리는 ‘어차피족’인가 ‘최소한족’인가 송지혜 기자 김한민씨는 책을 몇 권 낸 작가이자 만화가다. 칼럼니스트이며 번역가다.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에서 활동하는 비건(vegan)이기도 하다. ‘비거니즘(veganism)’은, 고통을 지각하는 동물로부터 나온 육고기는 물론이고 관련된 각종 제품이나 서비스를 거부하는 철학이자 사상이다.김씨는 2018년부터 각 지자체 단위로 열리는 각종 ‘동물축제’에 반대하는 축제를 기획·추진해왔다. 최근에는 창작집단 ‘이야기와 동물과 시(이동시)’를 만들었다. 작가, 예술가, 활동가들이 모여 동물의 처지에서 ‘동물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퍼포먼스를 펼치 고기로 태어난 소는 초원을 본 적이 없다 송지혜 기자 말복 다음 날인 8월16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파스타 식당 ‘음공’에는 육개장 냄새가 퍼졌다. 냄비에는 고기 대신 채소가 가득 담겨 끓고 있었다. 각종 채소로 국물을 내고 중국식 건두부와 포두부, 고사리와 시래기를 넣었다. 고춧가루와 국간장으로 맛을 냈다. 멸치육수나 굴소스 같은 동물성 식재료는 일절 들어가지 않았다.이날 하루, 강보혜씨(27)는 파스타 가게를 채식 한식집으로 바꾸었다. 메뉴를 궁리하던 그는 고기 대신 채소를 푹 끓여서 몸보신용 밥상을 차리기로 했다. ‘육개장에 고기가 빠지면 육개장 맛이 날까’ 하는 걱정은 기우다 진보 세력의 잣대 ‘외롭지 않을 권리’ 송지혜 기자 보좌진으로 국회에서 일하는 7년 동안 그가 ‘모시는’ 의원이 카메라에 담기는 것만 봐왔다. 황두영 작가는 사진기자가 요구하는 포즈를 취하다 금세 얼굴이 발개지고, 민망한 듯 폭소를 터뜨리다가 어색하게 함박미소를 지었다. 그는 국회에서 처음으로 ‘생활동반자법’ 명칭을 짓고 내용을 구상했다. 생활동반자는 두 성인이 합의하에 함께 살며 서로 돌보자고 약속한 관계다.2014년 그가 보좌하던 진선미 의원(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이 ‘생활동반자 관계에 관한 법률 (생활동반자법)’ 초안을 마련했지만 발의하지 못했다. 생활동반자법은 생활동반자 관계를 춤의 마법, 한심한 몸을 깨우다 송지혜 기자 “아니, 춤을 연구하는 게 아니라 직접 춘다고요?” 〈시사IN〉 팟캐스트 ‘시사인싸’ 진행자인 최광기씨(〈시사IN〉 독자 대표)가 놀라워하며 물었다. 그럴 만도 했다. 지난 4월21일 ‘시사인싸’ 녹음실에 초대된 이영미씨는 잘 알려진 대중예술 평론가다. 대중가요와 연극을 비평하고, 언젠가부터는 토종·제철 요리로 차린 우리 밥상에 대한 글도 써왔다. 누군가 “‘이영미론’을 쓴다면 ‘이영미는 원래 세 명이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겠다”라고 이씨는 스스로를 소개했다. 한 이영미가 대중가요를 연구한다면, 다른 이영미는 연극을 연구하고,... 동네서점 ‘일단 멈춤’, 그리고 모색 송지혜 기자 2014년 11월 서울 마포구 염리동 소금길 마을에 동네서점이 들어섰다. 이름은 ‘일단 멈춤’. 햇볕이 들어오는 큰 창과, 나무, 책이 한데 어우러진 서점은 재개발을 앞둔 건물 틈에서 맑은 공기를 품었다. 독립출판물 서점 ‘퇴근길 책 한잔’과 음악 도서 전문 서점 ‘초원서점’이 인근에 자리를 잡으며 오래된 골목은 동네서점 산책로로 이름을 알렸다.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일단 멈춤은 2016년 8월31일 문을 닫았다. 경영난이 폐업의 결정적 이유는 아니다. 그렇지만 책을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책방이 운영되는 것도 아니었다. 주 ... 사랑했다, 그래서 책을 펴냈다 송지혜 기자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에 들어간 ‘섹스’라는 단어 때문에, 한 대형서점은 출판사의 광고 의뢰를 거절했다. 김나연 작가(30)는 섹스 후 숙명같이 찾아오는 다층적 감정, 즉 애정·허탈·책임·불안·자괴감을 전면에 내세우고 싶었다. 우연히 발견한 문구는 그대로 책 제목이 되었다. 그렇다고 연애에 대해서만 기록한 건 아니다. 작가는 이번 책을 ‘김나연의 자기소개서’라고 말했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아파트에 살다가 외환위기를 맞고 하루아침에 허름한 골목길 모텔에서 월세를 살아야 했던, 꿈을 찾기 위해 퇴사하자마자 엄마가 뇌... ‘연재 노동자’의 날마다 정면승부 송지혜 기자 이슬아 작가(26)는 ‘뜨겁다’. 그와 인터뷰하고 기사로 담아내는 사흘 사이에, 작가의 인터뷰가 실린 문학잡지가 발행되는가 하면 라디오·팟캐스트 두 곳에서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난 11월에는 〈일간 이슬아 수필집〉과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문학동네)를 출간했다. 독립출판물로 펴낸 〈일간 이슬아 수필집〉은 동네서점이 꼽은 가장 많이 팔린 책이자 가장 추천하는 책으로 이름을 올렸다. 〈시사IN〉 행복한 책꽂이 3부 편집자가 꼽은 ‘올해의 저자’ 후보에도 올랐다. ‘일간 이슬아’는 학자금 대출 2500만원을 갚... 마음이 아파요 ‘떡볶이’ 좀 주세요 송지혜 기자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 올리자마자 1292명이 후원금 2000만원을 모아 주었다. 지난 1월, 독립출판물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호응을 얻었다. 1쇄에 1500부를 찍었다. 동네서점에 입고할 800부를 추가로 찍었다. 출판사 흔을 통해 기성 출판물로 변모한 지난 6월, 대형서점에 입고하기 시작했다. 이렇게까지 흥할 줄 몰랐다. 유통 경로가 넓어지고 다양해진다 하더라도 볼 사람만 볼 ‘마이너’한 책이라고 생각했단다. 백세희 작가(28)의 예상을 깨고, 책은 12월 현재 28만 부가량... 죽지 않는 저널리즘을 위하여 송지혜 기자 저널리즘 혼돈기다. 뉴스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메커니즘이 변함에 따라 위기를 맞는가 하면, 의미 있는 팩트마저 좌파와 우파 양쪽에서 조롱받는다. 어렵게 쌓아 올린 보도의 전문성은 존경보다 의구심의 대상이 된다. 업계 종사자로서 착잡하고 야속한 마음이 든다. 그렇다고 다른 누군가 탓으로 돌리기 어렵다. 이 책은 ‘복잡한 현실’을 만든 책임이 저널리즘 자체에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미국 언론이 저지른 기사 조작 사건은 저널리즘의 신뢰도를 추락시켰다. 저자는 미국 CBS 탐사보도 프로그램 〈60분〉의 진행자 댄 래더가 불명예스럽게 중... 위로를 주는 솔직한 이야기 송지혜 기자 독립출판물 〈아무것도 할 수 있는〉은 우울증 수기집이다.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정신적 어려움을 글로나마 솔직하게 풀어낼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낸 책은 독립출판물로서는 이례적으로 4쇄를 찍었다. 독립출판물 제작자 김현경씨를 만났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여름, 아무도 만나지 않고 어떤 일도 하지 않고 2∼3개월간 집에서만 지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러지 말라’며 걱정했지만, 나는 ‘이런 나를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울증 환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독립출판물은 생활의 일부” 송지혜 기자 최유수 작가는 ‘독립출판계 베스트셀러’ 작가로 불린다. 2015년 5월 출간된 〈사랑의 몽타주〉, 이듬해 3월 출간된 〈무엇인지 무엇이었는지 무엇일 수 있는지〉 등 그의 저작은 총 1만 부가량 팔리면서 독보적인 사랑을 받았다. ‘청춘문고’ 시리즈(전 10종)에는 최유수 작가의 두 작품이 선정되었다. 독립출판과 베스트셀러라는 단어가 동시에 붙는 것이 부조화하게 느껴진다. 독립출판이라 하면, ‘인디’ 곧이어 ‘배고픔’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독립출판은 1인 출판일 뿐이다. 기존 출판계에서 다루는 성향과는 다른 분위기의 출판물이 만들... 사진 잡지이지만 과속 금지 송지혜 기자 사진계를 ‘좀 아는’ 사람들은 이 잡지의 출간 소식만 듣고도 환호했다.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뜨겁게 이목을 집중시킨 격월간 사진 잡지 〈보스토크〉. 지난해 12월 표지 이미지, 참여 작가와 주제를 소개한 목차만으로 창간호에는 3200만원이 넘는 후원금이 모였다. 편집 동인 김현호씨를 만났다. 사진 잡지의 흐름이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엔날레·갤러리·미술관 등 생산자 궤도에서 머무는 사진집이 아닌 일반 독자가 원하는 부분에 방점을 찍는다. 사진을 중심으로 현대미술, 디자인 등을 탐구하며 새로운 지식을 다루고자 한다. 매호 ... 동네서점이 사랑한 책들 송지혜 기자 〈2016 파일드- 타임라인 어드벤처〉 김민규 외 지음, 오늘의풍경 펴냄 2017년 2월3∼5일 동명의 7개 행사를 정리한 책. 디자이너의 일, ‘여성’ 예술 종사자의 일, 건축 문화, 기본소득 등 키워드와 연결된 기록을 단단하게 담았다. -알아가는 책가게 〈경상도 사투리 학습서〉 신명수 지음, 사소한스튜디오 펴냄 독립출판물의 개성과 매력이 있으면서 책의 질도 훌륭하다. -커뮤널테이블 〈고발〉 반디 지음, 다산책방 펴냄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북한 소설. 이데올로기와는 상관없이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 퇴근길 동네서점에서, 책 한잔 송지혜 기자 이런 날이 오리라 예상이나 했을까. 동네서점 부흥기다. 직장인들은 퇴근 후 책방으로 모여들고 주말에는 동네서점 투어를 한다. 독립출판물 제작자의 워크숍에 참여하는가 하면 글쓰기 강좌를 거쳐 직접 ‘작가’가 되기도 한다. 눈 밝은 동네서점 운영자들은 책과 콘텐츠를 결합한 문화기획자로서 ‘좋은 책’을 선별해 독자와의 접점을 만들어낸다. ‘2017 행복한 책꽂이’에서 동네서점이 꼽은 ‘올해의 책’을 두루 살펴본 이유다. 동네서점은 전국에 몇 곳이나 될까. 〈여행자의 동네서점〉을 펴낸 ‘동네서점’ 앱 개발사 퍼니플랜은 2015년 9월... 송지혜 기자의 색깔 있는 신간 소개 - 491호 [새로 나온 책] 송지혜 기자 송지혜 기자의 색깔있는 신간 소개( 시사IN 491호) [왜 다시 마키아벨리인가] 박홍규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사물 인터넷이 바꾸는 세상] 새뮤얼 그린가드 지음, 최은창 옮김, 한울 펴냄 [CIA의 비밀전쟁] 마크 마제티 지음, 이승환 옮김, 삼인 펴냄 [건축왕, 경성을 만들다] 김경민 지음, 이마 펴냄 [신의 죽음 그리고 문화] 테리 이글턴 지음, 조은경 옮김, 알마 펴냄 [확장도시 인천] 김윤환외 지음, 박해천 기획, 마티 엮음 [왕좌의 게임] 1.2조지 R.R. 마틴 지음, 이수현 옮김, 은행나무 펴냄 선배에 일침 가하는 올곧은 대학 언론 송지혜 기자 특별상/한국외대 교지편집위원회고대영·박노황 사장이 자랑스러운 외대인? 대학기자상 특별상은 ‘대학 언론 발전에 기여한 매체 또는 인물’에 주어진다. 제8회 〈시사IN〉 대학기자상 특별상에는 한국외대 교지편집위원회가 선정되었다. 학교 총동문회를 비판한 기사를 실었다가 시련을 겪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편집권을 지켜낸 의지와 노력을 높이 평가해서다.2016년 2월 한국외대 총동문회가 고대영 KBS 사장과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에게 ‘자랑스러운 외대인상’을 수여했다. 이에 대해 두어 달가량 심층 취재를 벌여 작성한 기사가 〈외대교지〉 제8 송지혜 기자의 색깔 있는 신간 소개 - 488호 [새로 나온 책] 송지혜 기자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 브랑코 밀라노비치 지음, 서정아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대한민국 넷페미사] 손희정 외 지음, 나무연필 펴냄[포스트 자본주의 새로운 시작] 폴메이슨 지음, 안진이 옮김, 더퀘스트 펴냄[페미니스트 모먼트] 권김현영 외 지음, 그린비 펴냄[분배 정치의 시대] 제임스 퍼거슨 지음, 조문영 옮김, 여문책 펴냄[종이] 로타어 뮐러 지음, 박병화 옮김, 알마 펴냄 송지혜 기자의 색깔 있는 신간 소개 - 486호 [새로 나온 책] 송지혜 기자 [지연된 정의] 박상규·박준영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메시] 팀하포드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모던팝스토리] 밥스탠리 지음, 배순탁외 옮김, 북라이프 펴냄[의장! 이의 있습니다] 제프그램지음, 이건외 옮김, 에프엔미디어 펴냄[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일]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지음, 신해경외 옮김, 아작 펴냄[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은유 지음, 서해문집 펴냄 소녀상은 용서를, 하고, 싶다 송지혜 기자 소녀는 순간 할머니로 변했다. 할머니가 겪은 것을 아이들만은 다시 겪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침묵을 깨뜨렸다. 용서를 하고 싶다고. 용서란, 진실한 사과의 말을 들을 때에야 비로소 시작할 수 있다. 용서를, 하고, 싶다.영하의 겨울밤이 속절없이 흐른다. 털모자와 목도리, 털양말로 온기를 느낀다. “이제 더 이상 추워하지 말아요. 소녀상은 우리가 지킬게요. 할머니들은 마음 편히 주무세요.” 눈바람을 견딘 비닐 덮개가 여기저기 찢어져 있다.12월6일 할머니 한 분이 또 영면했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생존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