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멍’에서 에크모까지, 그곳에는 산소가 있다 [주기율표 위 건강과 사회]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예방의학 전문의) 건강식품에도 유행이 있는 듯싶다. 한동안 온갖 열매며 잎사귀를 발효시켜 만든 ‘효소’가 인기였다. 효소(enzyme)의 교과서적 정의는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생물학적 촉매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일컫는다. 하지만 각종 미디어에서는 삼투압 효과에 의해 추출된 식물의 액체 성분이 포함된 설탕물을 효소라고 불렀다. 소화불량 개선에서부터 항균, 혈관 건강, 피부 미용, 관절염 완화에 이르기까지 만병통치약에 가까운 효과들 속에서, 가장 분명하게 확인된 것은 혈당을 높인다는 점이었다.이어서 ‘디톡스(detox)’가 유행했다. 무림고수의 독공(毒攻 생존 학생을 위한 공간 ‘쉼표’의 라은영 활동가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77] 조남진 기자 문화예술 단체에서 예술교육과 문화예술 기획자로 일하던 라은영씨(56)는 세월호 생존 학생의 아버지로부터 ‘아이들이 놀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그런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주위의 많은 도움을 받아 생존 학생들을 위한 공간 ‘쉼표’가 만들어졌다. 9년째 쉼표를 운영해오고 있다.“세월호 참사 이후에 모든 업무가 중단됐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집회, 분향소, 단원고만 오가다가 2014년 겨울쯤에 ‘문화예술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궁리를 하게 되었어요. 오랜 지인 중에 생존 고교야구에서 나무 배트 쓸까, 알루미늄 배트 쓸까 [경기장의 안과 밖] 최민규 (한국야구학회 이사) 지난 2월28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고교야구 배트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고교야구에서 사용하는 나무 배트에 대한 공청회였다.한국 고교야구는 2004년부터, 1970년대 이후 써오던 금속제 배트 대신 나무 배트를 사용했다. 나무 배트 사용 뒤 타율·홈런 등 타격 지표가 급감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에 따라 “나무 배트 사용으로 강타자가 잘 나오지 않는다”라는 비판이 오랫동안 제기돼왔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프로 국가대표팀이 1라운드 탈락 수모를 겪자 프로 출신 지도자들과 일부 언론에서 ‘금속제 배트 회 윤석열 정부 ‘방통위·방심위’가 놓치고 있는 것 [세상에 이런 법이] 이혜온 (변호사) 미국 연방 대법원의 스칼리아 대법관과 긴즈버그 대법관은 보수와 진보를 대표했다. 그들은 사회적 쟁점마다 치열하게 의견을 달리하면서도 수십 년 동안 우정을 굳게 지킨 것으로 유명하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스칼리아의 반대 의견을 반영해 최종적으로 발표한 내 판결문은 초안보다 훨씬 나았다”라고 말했다. 그들이 우정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법을 해석하는 방식은 달랐지만 미국 헌법과 연방 대법원을 숭상하는 마음은 같다”라는, 서로에 대한 근본적 믿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 반론을 통해 더 나은 의견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면, 프랑스에서 농민들이 ‘아스팔트 농사’ 나선 까닭 파리∙이유경 통신원 프랑스 농민 시위의 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프랑스 농민들은 지난 1월부터 전국 주요 도로를 트랙터로 점령하는 등 시위를 벌여왔다. 가브리엘 아탈 신임 총리는 농민 대표 단체인 프랑스 전국농민연맹(FNSEA), 청년농부단체, 농촌연합과 10시간 넘게 협상을 벌였다. 협상 이후 2월1일 여러 대책안을 내놓았다.식량주권법 도입, 축산 농가에 1억5000만 유로(약 2167억원) 지원, 국산 농산물 표기 감독, 에코피토(Ecophyto, 살충제 사용 축소) 계획 중단, 농업 상속 면세 기준 완화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런 세상을 바꾼 자폐 스펙트럼의 역사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패턴 시커사이먼 배런코언 지음, 강병철 옮김, 디플롯 펴냄“이들은 하루 종일 체계화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자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느리지만 의미 있는 방향으로 변해왔다. 다양한 증상과 강도가 공존한다는 뜻에서 ‘자폐증’ 대신 ‘자폐 스펙트럼’이라 부르게 된 것이 대표적이다. 대중문화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인물을 그리는 방식도 그들에 대한 오해를 허무는 데 기여했다. 여기에 더해 저자는 자폐 스펙트럼 성향이 가진 패턴 찾기 능력, 즉 ‘체계화’에 주목했다. 현상에 대한 호기심을 토대로 끝없는 질문을 통해 검증된 시스템을 총선 승패 달린 46석 비례대표, 이것만은 알고 뽑자 [정치하는 인간] 장일호 기자·최한솔·김세욱·이한울 PD 4월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민의의 대변자 국회의원 300명을 뽑습니다. 지역구 투표로 254명, 정당 투표로 비례대표 46명을 선출합니다.비례대표는 정당 득표율에 맞추어 의석수를 배분하는 제도로 정당이 정당명부를 만들고 이 명부에 있는 이들에게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배분합니다. 기본적으로 지역구는 지역 주민들이 자기 지역에서 대표자들을 선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권자와 대표자 간의 친밀성이 있습니다. 우리 지역의 이익을 직접 대변하는 정치인을 명확히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유권자들도 이 제도를 선호할 수 있습니 시사IN 제863호 - 돌아온 의혹 차형석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와의 대화 퀴즈 말말말 기자들의 시선/이종태 기자 기자들의 시선/문상현 기자 포토IN/봄바람과 햇살 흐르고 스미다COVER STORY IN부메랑 되어 돌아온 ‘직권남용’이라는 칼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했다. 채 상병 사건으로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조금씩 드러나는 의혹은 윤석열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ISSUE IN 정치의 빈곤 드러낸 ‘윤석열식’ 의대 증원 중국의 패권 야망, 수출 공세로 실현될까 물가안정 대책에 농민은 없더라 “역행하는 워싱턴과 용산 사이 ‘빛 샐 틈’ 벌어지나 김창수 (전 코리아연구원 원장)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총선에 개입하기 위해 도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새해 들어 몇 차례 이어졌다. 미국 국무부의 판단은 이와 다르다고 밝혀졌다. 북한이 총선 전에 도발할 조짐이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미 연합 군사연습에 대해서도 워싱턴의 움직임은 윤 대통령 발언과 미세한 차이를 드러냈다.3월6일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총선을 앞두고 우리 사회를 흔들기 위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번 한·미 연합 군사연습을 통해 한·미 동맹의 굳건한 연합 방위 태세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정치의 빈곤 드러낸 ‘윤석열식’ 의대 증원 김연희 기자 3월 들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껑충 뛰었다. 한국갤럽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조사에서 2월 첫째 주 29%였던 긍정평가가 3월 첫째 주 39%로 올랐다. 이후 36%로 다소 주춤해지긴 했지만 한 달 사이 10%포인트 반등은 분명 이례적인 현상이다. 의대 정원 확대가 지지율 상승을 이끈 동력으로 지목된다. 같은 조사에서 긍정 평가 이유로 ‘의대 정원 확대(23%)’를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다(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여권 내부에서도 “윤석열 정부 스타일에 맞는 일”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독자와의 대화 시사IN 편집국 지난 1월 발행된 〈시사IN〉 제854호 4쪽에 ‘바로잡습니다’가 실렸다. 바로 전 호(제853호)에 게재된, CES 2024 참관 후기를 전하는 외부 필자의 기고 글에서 사진 설명에 오류가 났다. 사람 이름을 잘못 써놓고 이후 편집 과정에서도 잡아내지 못했다. 책으로 인쇄돼 독자들에게 배포된 이후에도 편집국은 모르고 있었다.이 실수를 잡아낸 이가 김경희(가명·56) 독자다. 김씨는 〈시사IN〉 편집국 공식 메일 계정으로 서늘한 제목의 메일 한 통을 보냈다. “853호 기사와 사진 오류.” 잘못 인용된 내용과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 중국의 패권 야망 수출 공세로 실현될까 이종태 기자 다시 중국산 제품이 몰려온다. 한층 고도화된 상품들이 훨씬 많은 규모로! 최근 서방국가 언론들은 일제히 ‘제2차 차이나 쇼크(China shock)’를 경고하고 나섰다.‘제1차 차이나 쇼크’는 1990년대 하반기에서 2000년대 중후반 사이에 진행되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수출 지향 산업화’ 및 도시화 노선을 본격화했다. 2001년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 당시 13억 인구가 돌연 세계자본주의 시장체제에 진입한 역사적 사건이다. 중국이 다른 나라들과 재화 및 돈을 본격적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된 것이다(수출입과 외환거래) 물가안정 대책에 농민은 없더라 이오성 기자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산물 가격 상승이 주도하는 물가상승)’이 정국을 지배하고 있다. 언론은 연일 ‘금사과’ ‘금배추’ ‘금파’로 인해 식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며 관련 보도를 쏟아내는 중이다. 도매시장 개혁 등 농산물 유통구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이런 것들이다.① 납품단가 지원: 유통업체의 농산물 판매 가격을 낮추기 위해 납품단가를 지원하는 제도. 사과, 감귤, 토마토, 청양고추 등 13개 품목에서 배, 포도, 상추, 양배추 등 8개 품목을 늘려 21개 품목으로 확대.② 할인 지원: 전 “역행하는 인권위를 감시해달라” 이은기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법규집’ 등 한아름 들고 온 자료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2021년 2월 인권위 비상임위원으로 임기를 시작한 윤석희 변호사가 ‘인권위와 함께한 3년’은 자료와 고군분투한 시간이기도 했다. 많을 땐 한 주에 1000쪽이 넘는 기록을 읽었다. 인권위 업무에 전념하는 상임위원과 달리, 비상임위원은 전업이 따로 있다. 윤석희 인권위원은 주경야독하는 심정으로 낮엔 본업을 하고 밤엔 기록을 살폈다. 토요일, 일요일 중 하루는 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다.인권위원은 윤석희 변호사가 하고 싶었던 일이다. 1994년 변호사가 된 디지털 교과서라는 수천억 원짜리 ‘혁명’ 이상원 기자 2022년 11월7일 취임사에서 이주호 신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세 차례 ‘혁명’을 입에 올렸다. “코로나19로 가속화된 디지털 대전환”과 “반토막 난 학생 인구”를 이야기하며, “우리 교육의 틀을 과감하게 바꾸지 않으면 미래도 없다”라고 말했다. 이 부총리가 지난해 “혁명적 변화의 촉발제”라며 소개한 정책이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다. 천문학적 예산과 막대한 인력이 들어간다. 도입 시기는 내년이다.AI 디지털 교과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교육용 소프트웨어다. 단순히 종이 교과서를 스캔해 디지털 기기로 옮긴 것을 공무원 죽음으로 내모는 무한 악성 민원의 시대 김다은 기자 3월5일 경기도 김포시청 9급 공무원 ㄱ씨가 자동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ㄱ씨는 자신이 맡은 도로관리 및 보수업무로 이른바 ‘좌표 찍기’를 당한 뒤 목숨을 끊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고인의 자택 컴퓨터에는 ‘악성 민원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이 담긴 메모장 글이 다수 발견됐다.ㄱ씨는 2월29일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김포한강로 강화 방면에서 포트홀(땅꺼짐) 긴급보수 현장에서 일했다. 김포시에 따르면, 지난 1월 말부터 이어지던 포트홀 보수 요청과 차량 파손 민원이 평소보다 급증했다. ㄱ씨는 욕설과 비난이 섞 조회수 40만보다 더 눈에 띈 것은 신혜림 (CBS 유튜브 채널 ‘씨리얼’ PD) “아버지는 ‘나처럼 살지 않으려면 네가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나이가 들수록 부담감이 컸던 거 같아요. 장학금 이런 거 남들은 다 받는데 나는 게으르고 나태해서 그것도 못 받고 자책감이 컸고, 스트레스성 폭식을 반복했고 그러면서 악순환이 시작된 거 같습니다(〈씨리얼〉, ‘1인분의 삶을 살고 있나요?’ 인터뷰 중).”2021년 즈음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안에서 계속 언급되는 ‘요즘 20대의 일생’이란 짧은 웹툰이 있다(원작은 가바나 작가가 2014년 그린 단편 〈완벽한 백수의 일생〉이지만 누군가가 ‘불펌’하며 퍼져 나갔다. 작 상식과 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임자운 (변호사) 노동 사건을 하다 보면 ‘회사가 참 너무했다’라는 생각이 종종 든다. 특히 오랜 시간 제 몸 상해가며 헌신적으로 일해온 노동자를 회사가 함부로 대할 때, 회사의 그러한 태도가 ‘부당하다’를 넘어 ‘불법’이라는 판단을 받아내는 것에 어떤 사명감을 느낀다. 수의사 A 사건도 그랬다.A는 어느 지역 축협에 전문 계약직으로 고용되었다. 축협이 운영하는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며 조합원 농가에 출장도 다녀야 했다. 특히 출장 업무가 힘들었다고 한다. 1400여 곳 축사에서 키우는 소 5200여 마리를 살폈다. 거세 시술이나 임신 진단을 할 때는 스위스 뒤흔든 유대인 살인미수 사건 취리히·김진경 (자유기고가) 지난 3월2일 토요일 밤, 스위스 취리히 시내 젤나우 지역. 사거리 모퉁이에 자리잡은 ‘츠바이테 악트(2. Akt)’, 즉 ‘제2막’이라는 이름의 음식점은 여느 때처럼 손님들로 붐볐다. 벽에 걸린 커다란 스크린 7개에서 스포츠 경기가 중계되고 있었다. 맥주잔을 손에 든 이들이 저마다 자기 팀을 응원했다. 넓은 창문이 건물을 둘러싸고 있었지만, 스크린에 눈을 고정한 사람들은 닫힌 창문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밤 9시35분을 막 지나던 시각, 음식점 안에서 창문 쪽으로 고개만 돌리면 훤히 보이는 인도에서 15세 ‘분리수거 후진국’ 이제야 첫발 떼다 뉴욕·양호경 (자유기고가) 한국에서 재활용품 분리배출은 정기적으로 열리는 동네 행사에 가깝다. 아파트의 경우 일주일간 모은 재활용품을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함께 쏟아낸다. 비닐, 스티로폼, 유리, 캔·고철, 종이(일반, 상자류), 플라스틱, 투명 페트병까지 적게는 여섯 종류, 많게는 아홉 종류까지 구분해서 분리배출한다. 종이상자의 비닐 테이프를 제거한다거나, 플라스틱 내부에 이물질이 묻어 있지 않아야 하는 등 세부 기준으로 들어가면 더욱 복잡하다.한국의 분리배출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미국의 쓰레기 제도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플라스틱, 유리, 캔·고철 등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