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제811호 - KT에 K-낙하산? 차형석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 리뷰 퀴즈 말말말 기자들의 시선/변진경 기자 기자들의 시선/주하은 기자ISSUE IN 한·일의 아픔이 길이 되었던 시간COVER STORY IN“못 알아들으면 알 때까지” 정권의 눈독에 흔들리는 KT연임을 시도한 KT 구현모 대표이사가 자진 사퇴했다. 새롭게 대표이사 후보자로 선정된 윤경림 사장도 사의를 밝혔다. 대표이사 후보가 세 번이나 확정됐다가 백지화됐다. 정부와 여당에서 불어온 강력한 입김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배구조 개선‘ 가면 뒤 숨겨진 기업 지배 욕망ISSUE IN “과거는 시사IN 제810호 - 더 이상 미래가 아니다 차형석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 리뷰 퀴즈COVER STORY IN놀라움과 공포, 꼬리를 무는 의문 ‘챗지피티’와 보낸 일주일〈시사IN〉 기자가 챗지피티를 써본 뒤 활용법을 소개한다. 업무 생산성을 올릴 여지가 크지만, 근본적 의문은 남는다. 인간의 글은 인공지능이 생성한 것과 무엇이 다르며, 달라야 할까. 챗지피티는 서막에 불과하다 본격 시작된 ‘생성AI’ 경쟁 머신러닝 알아야 챗지피티 원리가 보인다 머신러닝은 어떻게 ‘식별’하나 “너 참 잘났다” AI는 이 말을 어떻게 판단할까 챗지피티는 ‘이해’하지 못한다ISSUE IN 일본산 수산물이 온다, 일본발 오염수가 온다 변진경 기자 ‘바다의 파인애플’이라 불리는 수산물이 있다. 일본어로는 호야(ホヤ), 일본 내 최대 생산지는 미야기현이다. 연간 1만2000t을 생산한다. 이 중 7000t이 한국으로 수출되었다. 2013년 9월 한국 정부가 일본 8개 현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내리기 전까지의 일이다. 미야기현 연안에서 잡히는 호야 7000t은 이제 모두 폐기 처분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일으킨 도쿄전력이 ㎏당 단가를 정해 호야 생산자에게 보상을 진행한다.호야는 한국어로 멍게다.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정계 지도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논의 테이블 위에 올 금융은 ‘좋은 삶’과 어떻게 연결될까 [기자의 추천 책] 전혜원 기자 바야흐로 금융의 시대다. ‘금전을 융통하는 것’을 뜻하는 금융은 우리 시대 뉴스의 첫머리를 늘 장식하는 주제다. 그러나 은행, 보험회사, 증권회사 등의 단어를 들으면 느낌이 어떤가? 혹시 노력해서 뭔가 가치 있는 걸 만들어내지 않고 이자나 보험료를 뜯어서 돈을 버는 의심스럽고 탐욕적인 존재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 않는가? 이런 관점에서 금융은 무언가 인간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비정한 월스트리트 혹은 여의도에 고립된 그들만의 세계처럼 느껴진다. 반대로 돈을 빌리거나 보험금을 타는 이들도 썩 도덕적이고 훌륭해 보이지는 않는다. 한 주 40시간 근무제 법안 통과 순간 [기자들의 시선] 나경희 기자 이 주의 경보‘원숭이두창’에서 ‘엠폭스(mpox)’로 이름이 바뀐 인수공통감염병 환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 6월 처음 발생한 국내 엠폭스 환자부터 다섯 번째 환자까지는 모두 해외에서 들어왔거나 해외 입국자와 관련이 있었지만, 4월7일 확진된 여섯 번째 환자부터 4월12일 확진된 아홉 번째 환자까지는 국내 지역사회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4월12일 질병관리청은 엠폭스에 대한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올리며 발열과 발진 등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엠폭스에 감염돼도 대부분 전쟁터 같았던 강릉 산불의 흔적 [포토IN] 강릉·이명익 기자 “아침에 밭에 나가려고 하는데 바람에 불이 겅실겅실(겅정겅정의 방언) 날아서 뚝 떨어지고 또 뚝 떨어지고 집을 뺑 돌려가며 다 붙더라고. 옷도 다 못 챙겨 입고 나만 이래 나왔어.” 4월11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산불 이재민 대피소(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만난 김정임씨(70·가명)는 다시 한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손쓸 틈도 없이 번진 산불에 집은 삽시간에 주저앉았고 버선에 털신만 겨우 구겨 신고 나왔다.4월11일 오전 8시22분, 강릉시 난곡동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번졌다. 소방 당국은 소방대응 3단계를 외교 사령탑 교체, 무성한 뒷말 속 드러난 대통령실 난맥상 문상현 기자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은 투톱 실장 체제다.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가안보실장 두 자리가 대통령실 최고위급 참모로 유일하게 장관급 대우를 받는다.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그림자로 불린다. 실질적인 2인자 역할을 하는 비서실장은 6개 수석실과 함께 내치를 보좌한다. 국가안보실장은 외교·안보·정보 컨트롤타워로 외치를 돕는다. 역대 정부는 외교 현안을 총괄하고 최상위 정보를 접하는 국가안보실장 자리에 대통령이 신뢰하는 인물을 배치했다. 윤 대통령은 50년 지기이자, 정치 참여 선언 전부터 외교 분야 ‘과외 교사’ 역할을 맡아온 측근을 국가안보실장 멈춰버린 전두환 일가 은닉 재산 폭로, 멀어지는 추징금 집행 광주·주하은 기자 “나라 사랑과 선진 조국 창조라는 국가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일생을 헌신해오셨습니다. 정치의 민주화를 위한 노력은 끊임없었습니다(이대순 전 체신부 장관).” “퇴임 후 33년의 세월은 밤낮없이 이어진 핍박과 모멸의 시간이었습니다(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 2021년 11월27일 전두환씨 영결식에서 5공화국 인사들은 전씨의 일생을 이렇게 요약했다. 과오는 무시한 채, 자신들을 피해자라고 여겨온 전씨 일가와 측근들의 사고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1년4개월 뒤, 광주광역시를 찾은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씨의 고백은 그래서 더 참사 이후 9년,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법들 임지영 기자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문득 식판이 기울어져 있다는 걸 깨달았다. 커브를 도는가 싶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객실에 돌아와 쉬는 동안 누워 있기 힘들 정도로 몸이 기울었다. 불안한 마음에 복도로 나왔다. 걸어서 객실 사이를 다닐 수 없을 정도였지만 한 친구가 필사적으로 돌아다니며 구명조끼를 꺼내 나누어주었다. 스피커에서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가만히 계세요. 움직이면 위험합니다.”이후 상황은 모두 아는 대로다.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에는 단원고 학생 325명을 포함해 476명이 타고 있었다. ‘생존 학생’ 75명 중 유가영 글로벌 금융위기는 아는데 식량위기는 모르는 이유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2007~2008년에 금융위기만 있었던 게 아니다. 그즈음 세계적 식량위기가 있었다. 기상이변, 중국발 수요 증가 등으로 곡물 가격이 급등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바이오 연료를 지원하겠다고 결정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바이오 연료 생산에 옥수수 등이 쓰인다).곡물 가격이 오른 정도로 끝난 게 아니다. 2007년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 카메룬, 세네갈, 모리타니, 코트디부아르, 이집트, 모로코 등에서 동시다발으로 폭동이 일어났다. 2008년에는 볼리비아, 예멘, 우즈베키스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에서 폭동이 이어졌다. 산불은 진화됐지만 논란은 계속되는 김영환 지사 술자리 [기자들의 시선] 이종태 기자 이 주의 논란지난 3월30일 충북 제천 봉황산 산불 당시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술자리 참석 여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박진희 충북도의회 의원은 4월12일 연 기자회견에서 공무원들이 산불을 진압하는 동안 김영환 지사는 민간단체 초청 간담회에서 일명 폭탄주를 마시고 노래까지 불렀으며 “두 시간 가까운 동안 마신 술의 양은 족히 20여 잔”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영환 지사는 자신의 SNS에 “그런 일(술판)을 하지 않았다”라며 “명예를 위해 부득이 사법적 판단을 구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라고 썼다.이 주의 결정4월11일, “저는 지금도 정치의 힘을 믿습니다.” [말말말] 시사IN 편집국 “저건 또 뭐야.”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딸의 영정 사진을 안고 학교 졸업식을 찾은 어머니를 향해 어느 교사가 내뱉은 말. 권경애 변호사의 재판 불출석으로 숨진 딸의 학교폭력 소송이 취하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자, 어머니 이기철씨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중에 담긴 아픈 기억. “그 나이쯤 되면 척 봐도 상복 차림의 사람이 든 사진이 영정 사진이라는 걸 알 만한데도, 교육자인 사람이 사람의 사진을 보며 저거라니…. 사물이 된 순간이었다.” “미국이 악의를 가지고 도청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 만물이 부활하고 내 입맛도 부활하고 [맛없는 나라, 맛있는 이야기] 김세정 (변호사)·최은주 (이학박사) 한국은 더 이상 농경사회가 아니지만, 여전히 명절은 농사짓던 시절에 중요했던 날짜들이다. 마찬가지로 영국 사회는 기본적으로 기독교 전통에 기반해 있다. 현대 영국 사회는 다종교·다문화를 표방하고 충분히 세속적이지만, 여전히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이 가장 중요한 명절이다. 한국의 명절 음식처럼 영국 역시 절기에 맞춰 먹는 음식이 달라진다.크리스마스와 달리 부활절은 매년 날짜가 바뀐다. 부활절은 예수가 ‘못 박혀 죽은 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신’ 날이다. 서방 교회의 부활절은 춘분이 지난 다음 보름달이 뜨고 나서 첫 일요일이다. 2023 직업인으로서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성희롱 [세상에 이런 법이] 이혜온 (변호사) 15년 전 그날의 술자리를 생각하면 지금도 수치스럽다. 변호사가 되기 전, 2년 차 사회부 기자 시절의 일이다. 수사 상황을 절대 알려주지 않는 형사들 틈에서, 어떤 수사를 하고 있는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알아내라는 지시를 받던 때였다.기자가 사무실에 들어서면 하던 말을 멈추고 잡상인처럼 내쫓는 경우가 많았지만 반갑게 맞아주던 수사팀 한 반장이 있었다. 팀 회식에 초대받고는 ‘드디어 친밀한 취재원이 생기는 것인가!’ 기쁘게 따라나섰다.그러나 2차 자리에서 아버지뻘인 그 반장은 ‘진짜 오르가슴을 느낄 때 여자들이 보이는 신체적 처음으로 바질이 겨울을 넘겼다 [반려인의 오후] 안희제 (작가) “아직 언제 갑자기 추워질지 몰라서 바질을 밖에 내놓질 못해. 잠깐 방심하면 애들이 훅 가버리잖아. 저번에 몬스테라 때 진짜 놀랐다고.”며칠 전, 식물들이 있는 곳에 햇빛이 가득 들어오던 짧은 아침에 아버지와 이런 대화를 나눴다. 다행히 몬스테라는 지금까지 살아서 새 이파리를 틔웠다. 하지만 그때는 물을 특별히 많이 준 것도 아닌데 갑자기 잎과 가지 대부분이 급격하게 물렁물렁해지면서 죽기 직전까지 갔다.아버지는 그때를 떠올리며 바질을 돌보고 있다. 이번 바질은 유독 각별한데, 우리 집에서 처음으로 겨울을 넘긴 녀석이기 때문이다. 꾸 “거꾸로 가는 정부에 항의하며 나의 하루를 멈춥니다.” [시선] 신선영 기자 부모님과 함께 나온 초등학생, 휴가를 낸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정부 주도 개발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 농민 등 기후위기에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이 4월14일 하루를 멈췄다.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열린 ‘414 기후정의파업’ 집회에 동참하기 위해서다.이번 기후정의파업은 지난해 9월24일 서울 도심에서 진행된 ‘기후정의행진’보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에 항의하는 직접행동의 의미가 있다. 주말이 아닌 금요일 낮에 열린 집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이 직접 제작한 손팻말을 들고 행렬에 동참했다. 한자리에 모인 ‘각양각색’의 참가자들 클린스만 체제 9일, 무엇이 달라졌나 [경기장의 안과 밖] 배진경 (〈온사이드〉 편집장) 위르겐 클린스만을 새로운 수장으로 영입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카타르월드컵 16강의 영광을 뒤로하고 다시 뛴다. 현역 시절 클린스만은 ‘전차군단’ 독일의 스트라이커 계보에서도 정점에 선 인물이었다. 1990년대 세계 최고의 골잡이를 논할 때면 어김없이 그의 이름이 등장한다.은퇴 후 지도자로도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대표팀(독일, 미국)과 클럽(바이에른 뮌헨, 헤르타 베를린) 감독직을 두루 거쳤는데, 명과 암이 공존한다. 대표팀 감독으로는 월드컵에서 확실한 족적(2006년 독일 4강행, 2014년 미국 16강행)을 남겼지만 클럽 최백호는 왜 명동거리에서 온몸을 떨며 울었을까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글을 쓰기 전에 잡다한 방법으로 예열(豫熱)을 한다. 책상에 앉자마자 벼락 맞은 듯 글이 줄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동네 목욕탕에서 머리를 굴리는 방법도 있고, 막걸리 안주인 멸치를 도 닦듯이 다듬는 방법도 있지만, 이번에는 유튜브에서 ‘낭만에 대하여’를 여러 버전으로 들었다. 최백호의 에세이집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마음의숲, 2023)에 대해 쓰기 때문이다. 최백호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 최원봉은 스물여덟 살에 제2대 국회의원이 되었고, 아들 이름을 소설가 김동리의 형 김범부에게 부탁했다. 그래서 얻은 것이 흰 호랑이, 백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