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바질이 겨울을 넘겼다 [반려인의 오후] 안희제 (작가) “아직 언제 갑자기 추워질지 몰라서 바질을 밖에 내놓질 못해. 잠깐 방심하면 애들이 훅 가버리잖아. 저번에 몬스테라 때 진짜 놀랐다고.”며칠 전, 식물들이 있는 곳에 햇빛이 가득 들어오던 짧은 아침에 아버지와 이런 대화를 나눴다. 다행히 몬스테라는 지금까지 살아서 새 이파리를 틔웠다. 하지만 그때는 물을 특별히 많이 준 것도 아닌데 갑자기 잎과 가지 대부분이 급격하게 물렁물렁해지면서 죽기 직전까지 갔다.아버지는 그때를 떠올리며 바질을 돌보고 있다. 이번 바질은 유독 각별한데, 우리 집에서 처음으로 겨울을 넘긴 녀석이기 때문이다. 꾸 “거꾸로 가는 정부에 항의하며 나의 하루를 멈춥니다.” [시선] 신선영 기자 부모님과 함께 나온 초등학생, 휴가를 낸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정부 주도 개발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 농민 등 기후위기에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이 4월14일 하루를 멈췄다.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열린 ‘414 기후정의파업’ 집회에 동참하기 위해서다.이번 기후정의파업은 지난해 9월24일 서울 도심에서 진행된 ‘기후정의행진’보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에 항의하는 직접행동의 의미가 있다. 주말이 아닌 금요일 낮에 열린 집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이 직접 제작한 손팻말을 들고 행렬에 동참했다. 한자리에 모인 ‘각양각색’의 참가자들 클린스만 체제 9일, 무엇이 달라졌나 [경기장의 안과 밖] 배진경 (〈온사이드〉 편집장) 위르겐 클린스만을 새로운 수장으로 영입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카타르월드컵 16강의 영광을 뒤로하고 다시 뛴다. 현역 시절 클린스만은 ‘전차군단’ 독일의 스트라이커 계보에서도 정점에 선 인물이었다. 1990년대 세계 최고의 골잡이를 논할 때면 어김없이 그의 이름이 등장한다.은퇴 후 지도자로도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대표팀(독일, 미국)과 클럽(바이에른 뮌헨, 헤르타 베를린) 감독직을 두루 거쳤는데, 명과 암이 공존한다. 대표팀 감독으로는 월드컵에서 확실한 족적(2006년 독일 4강행, 2014년 미국 16강행)을 남겼지만 클럽 최백호는 왜 명동거리에서 온몸을 떨며 울었을까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글을 쓰기 전에 잡다한 방법으로 예열(豫熱)을 한다. 책상에 앉자마자 벼락 맞은 듯 글이 줄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동네 목욕탕에서 머리를 굴리는 방법도 있고, 막걸리 안주인 멸치를 도 닦듯이 다듬는 방법도 있지만, 이번에는 유튜브에서 ‘낭만에 대하여’를 여러 버전으로 들었다. 최백호의 에세이집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마음의숲, 2023)에 대해 쓰기 때문이다. 최백호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 최원봉은 스물여덟 살에 제2대 국회의원이 되었고, 아들 이름을 소설가 김동리의 형 김범부에게 부탁했다. 그래서 얻은 것이 흰 호랑이, 백호( 네이버와 다음은 어떻게 여성을 차별하는가? [테크 너머] 조경숙 (테크-페미 활동가) 미국의 정보학 교수 사피야 우모자 노블은 어느 날 구글에서 ‘흑인 소녀(Black Girl)’를 검색하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평범한 단어일 뿐인데 모니터 가득 흑인 소녀를 성적 대상화한 사진들이 쏟아졌던 것이다. 이 검색 결과는 그가 책 〈구글은 어떻게 여성을 차별하는가〉를 저술하는 계기가 되었다. 노블 교수의 책이 발간된 이후에는 ‘흑인 소녀’의 검색 결과도 수정되었다.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이미지를 척척 만들어주는 지금 이 시대의 이미지는 어떨까? 카카오브레인에서 개발한 이미지 생성 AI ‘비 디스커버’에 ‘흑인 소녀’와 ‘흑인 반복되는 스쿨존 비극,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사회 [금요시사회] 장일호 기자·최한솔·김진주 PD ‘스쿨존의 비극’은 왜 자꾸 반복될까요. 지난 4월8일 대전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배승아 양(9)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습니다. 가해자는 경찰 조사가 힘들 만큼 만취한 상태였습니다. 배승아 양의 발인이 진행된 4월11일. 관이 운구차에 실리는 순간 배양의 어머니는 멀미가 심했던 딸을 떠올렸습니다. “우리 딸 멀미해요. 잘 들어주세요.” “너 그거 알아?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안전법은 유가족들이 만든 거야.”(〈피프티 피플〉, 정세랑, 창비)배양처럼 스쿨존에서 숨진 김민식 군의 이름을 따 ‘민식이법’이 만들어진 지 3년. 독자 리뷰 시사IN 편집국 강현아 (2022년부터 전자책 구독, 서울)드라마 〈더 글로리〉에 이어 ‘정순신 사태’는 한국 사회의 학교폭력을 다시 들춰보는 계기가 되었다. 학교폭력은 예나 지금이나 있었지만, 사건의 양상은 더 세분화되었다. 〈시사IN〉 제812호(사진)에 실린 “406개 판결문으로 본 ‘법원으로 간 학폭’” 기사의 데이터를 보고 놀란 점은, 폭력 사건의 학년별 원고 비율에서 초등학생의 비중이 25.12%로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이었다.가해 학생은 생활기록부에 그어질 ‘빨간 줄’ 때문에 학폭 처분에 불복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서류에 남은 흔적 탓 글로벌 대표 보이그룹 탄생 Mnet ‘보이즈 플래닛’ Z세대 굳건한 지지 속 음원 차트 휩쓸었다 ADVERTORIAL 5세대 신인 K-POP 보이 그룹 데뷔 프로젝트 엠넷 ‘보이즈 플래닛’(BOYS PLANET)이 국내외 K-POP 팬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방영 중이다.‘보이즈 플래닛’은 한국 연습생인 K그룹, 글로벌 연습생인 G그룹이 참여하며, 글로벌 시청자인 ‘스타 크리에이터’들의 100% 투표를 통해 데뷔조를 정한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유럽, 미주 등 84개 국가 및 지역에서 응모가 쇄도했다. 투표의 투명성 및 공정성 확보를 위해 오디션 프로그램 최초로 ‘보이즈 플래닛’의 투표 시스템은 집계부터 결과 산출까지 투표와 관련된 과정에서 투표 ‘공덕동 식물유치원’, 재개발 구역에서 식물을 구조하다 [사람IN] 주하은 기자 재개발 구역에는 많은 것이 버려진다. 자의든, 타의든 집을 떠나게 된 이들은 사라질 동네에 많은 것을 남겨두고 간다. 2년 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으로 이사한 백수혜씨(36)가 집 주변 재개발 구역을 산책하다 마주한 풍경도 마찬가지였다. 백씨의 눈에 띄는 것은 어지러이 널린 물건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눈엔 푸릇푸릇한 생명이 보였다. 버려진 화분에, 더 이상 아무도 돌보지 않는 화단에, 갈라진 도로의 틈새에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평소 식물을 좋아하던 그는 이것들을 ‘구조’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백씨의 집에는 조그마한 마당이 있었다. 존경했던 감독을 더 존경하게 되었다 [비장의 무비]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들판과 하늘뿐이었다. 둘이 만나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을 만들고 그 까마득한 선 너머에서 어쩌다 기차가 달려오는 게 전부인 시골이었다. 고개 들면 이따금씩 작은 점으로 흘러가는 비행기가 보였다. 어디서 어떻게 타야 하는지도 알 길 없는 그 점 하나를 올려다보며 막연한 바깥세상을 상상하는 게 아이의 일과였다.여덟 살 때 처음 도시의 영화관에 갔다. 여섯 살 꼬마 스티븐 스필버그가 〈지상 최대의 쇼〉(1952)를 처음 보고 밤잠을 설친 것처럼, 엄마 아빠 손잡고 난생처음 가본 극장에 아이는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다. 스크린에 쏟아지는 런던 다리가 무너져요~♬ [굽시니스트 시사 만화] 굽시니스트 검정고무신 작가는 왜 세상을 등졌나 김영화 기자 만화 〈검정고무신〉을 그린 이우영 작가가 지난 3월11일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51세.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고인은 〈검정고무신〉 저작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으로 오랜 기간 힘들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이틀 전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가 작가의 마지막 메시지가 되었다. “〈검정고무신〉은 제 인생 전부이자 생명입니다. 창작 이외에는 바보스러울 만치 어리석은 창작자들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4년 가까이 소송을 벌이던 이우영 작가는 1심 판결이 나오기 전에 생을 마감했다.“정상적인 소송이었다면 형이나 저나 이렇게 말은 통하지 않아도 마음은 통한다 [취재 뒷담화] 고제규 기자 제803호 ‘2001 아카시 유족이 2022 이태원 유족에게’ 커버스토리 속 아카시시(市) 참사 유가족들이 〈시사IN〉 기사를 계기로 한국을 찾았다. 섭외도 돕고 취재도 하고 통역도 한 전혜원 기자다.아카시시 유가족 초청 과정 뒷이야기?〈시사IN〉 기사를 보고 4·16 재단 쪽에서 저에게 메일로 도움을 요청. 바로 유가족 시모무라 세이지 씨와 미키 기요시 씨에게 연락, 어려운 상황에도 흔쾌히 수락.아카시시 유가족 방문 일본 기자들도 취재했던데?3월18일 아카시시 유가족 방한이 일본 NHK 텔레비전 뉴스에 나오기도. 일본 현지 취재를 중국 모델론 vs 중국 특수론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현대 중국의 탄생클라우스 뮐한 지음, 윤형진 옮김, 너머북스 펴냄“중국은 소련 스타일의 공산주의와 더욱 멀어졌지만 자유민주주의적 체제와 가까워지지도 않았다.”개혁·개방 이후 세계 제국으로서 중국의 부상은 두 가지 극단적 평가로 이어졌다. 하나는 중국이 세계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줄 것(중국 모델론)이라는 주장이었다. 다른 하나는 중국이 역사적으로 특수 상황 속에서 잠시 떴을 뿐이며 곧이어 망할 거라고 기대했다(중국 특수론). 저자는 대립적인 중국관(觀) 사이에서 이 나라의 현대사를 재개념화하자고 주장한다. 중국이 경험해온 여러 문제 학교폭력 그 이후, ‘생기부 빨간 줄’보다 중요한 것들이 있다 변진경 기자 변성숙 변호사는 교육청에서 일하는 학교폭력(학폭) 전문 변호사다. 2015년부터 경기도교육청에서 학교폭력 법률 대응 업무를 맡고 있다. 학폭 사안이 발생했을 때 교육(지원)청의 장학사, 학교의 관리자와 교사에게 절차를 안내하고 법적 쟁점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한다. 학폭 처분 불복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에 대응하는 교육지원청을 법률적으로 지원하기도 한다. 학교폭력을 비롯한 학교 내 갈등이 법정으로 가는 빈도가 잦아지면서 교육 현장 내 변 변호사 같은 법률 전문가의 역할도 점점 커지고 있다. 3월27일 경기도 의정부시 경기도교육청 북부청 406개 판결문으로 본 ‘법원으로 간 학폭’ 변진경ㆍ김연희 기자 지금 학교는 총성 없는 전쟁터다. 지난해 초·중·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심의 건수는 2만여 건. 피해 학생을 보호하고 가해 학생을 선도·교육하며 그 둘의 관계 회복을 도모하는 원래의 취지와 다르게 학폭위는 종종 승패가 갈리는 싸움터로 변한다. 학교폭력을 신고한 학생 측(피해 학생)은 상대방의 학교생활기록부에 어떻게든 더 강한 처분 기록을 오래도록 남기기 위해, 신고를 당한 측(가해 학생)은 어떻게든 낮은 처분을 받아내기 위해 증거를 모으고 변호사를 선임하고 목격자 진술을 찾아 나선다.전쟁은 때로 학교나 교육청 단위도 넘어 “대통령님, 왜 자꾸 대한민국을 ‘을’로 만드십니까” [정치왜그래?] 장일호 기자 ■ 방송 : 시사IN 유튜브 〈정치왜그래?〉(매주 화요일 저녁 7시 / https://youtube.com/sisaineditor)■ 진행 : 장일호 기자■ 대담 : 박성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일본에 이어 미국에도 계속되는 저자세 외교 시즌2, 국내 비판은 적반하장 대응”“윤석열이 강조한 한미동맹 정면으로 훼손한 것은 미국, 재발 방지와 사과 요구해야”“협상력 낮추는 소극적 대응… 국내 반대 여론 협상 지렛대로 활용, 왜 안 하나”“국가안보실만 도청당했을까? 언제부터 어디까지 당했을까? 진상조사 필수”“국가 선거제 개편, 국회의원에게만 맡겨둘 수 없는 이유 [프리스타일] 이은기 기자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국회의원 정수 확대 논의를 두고 국회의원들이 보여준 모습 말이다. 3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전원위원회(전원위)에 올릴 안건에 ‘정수 확대’를 명시할 것인지를 두고 입장을 번복했다(〈시사IN〉 제811호 ‘국회의원 300명 모여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기사 참조). 정개특위가 최종적으로 전원위에 올린 안건에는 정수 확대에 관한 언급이 모두 빠졌다.취재하면서 들은 정개특위 소속 양당 의원들의 이야기는 비슷했다. 선거제를 개혁해 비례성과 대표성을 확보하고 국회가 더 열심히 일하기 위해서라도 정수 확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