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교육감 사건을 헌법상 중대 사건이라고 말하는 까닭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항소심이 진행 중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재판은 한국 정치의 모순을 집적해 보여준다. 부당 해직된 교사를 특별 채용한 일을 수사 대상으로 삼은 것도 문제이지만, 권력형 비리를 척결하라고 만든 공수처가 엉뚱하게도 이를 제1호 사건으로 삼은 것도 논란이 되었다. ‘직권남용죄의 남용’ 현상도 문제인데, 무엇보다 한심한 일은 이 사건의 발단이 교사들의 정치활동이라는 점이다. 과거 군사정권이 만든 반민주적 억압 체제가 그대로 살아남아 지금까지 배회하고 있다는 사실은 당대의 아이러니이자 우리 모두의 수치다.정치적 기본권은 민주사회를 이루 중요한 건 끊을 수 있는 마음 [기자의 추천 책] 문상현 기자 시대가 변해도 사회상이 달라져도 변함없이 우리가 좋아하는 말들이 있다. 포기하지 않고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거나,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도전하면 언젠가는 이뤄낼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들이다. 우리는 끈기와 성실, 노력과 인내를 삶의 연료로 삼아왔다. 조상부터 쑥과 마늘만 먹고 버텨서 사람이 된 곰이지 않은가. 참고 견디는 게 갖춰야 할 소양이고 역경을 극복해 끝내 목적지에 도달하는 걸 미덕으로 여겨왔다.끈기와 성실, 노력과 인내는 종종 우리를 갉아먹기도 한다. 억지로 노력하고 가짜로 인내하며 스스로를 학대하고 있 노란봉투법 입법까지 “아직 시간이 있다” 이은기 기자 10년 전 일이다. 2013년 12월, 배춘환씨는 쌍용자동차 노조에 47억원 배상책임을 묻는 1심 판결을 접하고 〈시사IN〉에 편지와 함께 4만7000원을 보냈다. “47억원… 뭐 듣도 보도 못한 돈이라 여러 번 계산기를 두들겨봤더니 4만7000원씩 10만명이면 되더라고요. 다른 9만9999명이 계시길 희망할 뿐입니다.”손해배상 때문에 가정이 해체되고 삶이 파괴된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잊을 만하면 들려오던 때였다. 〈시사IN〉은 이 편지를 2014년 신년호에 실었다. 편지를 본 독자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배씨를 따라 4만7000원을 KBS 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 공영방송 길들이기? [기자들의 시선] 김영화 기자 이 주의 판결 장기간 우울증을 앓다가 목숨을 끊었다면 ‘자유로운 의사결정’으로 봐야 할까. 최근 대법원 민사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가 A씨 유족이 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 죽음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가깝다고 본 2심 재판부의 판단과 달랐다. 9년가량 우울증 치료를 받아오면서 그 무렵 신체적·경제적·사회적 문제로 고인을 둘러싼 상황이 지극히 나빠졌다는 것. 대법원은 “자살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특정 시점에서의 행위를 들어 유가족 외침 외면한 채 문 걸어 잠근 박희영 용산구청장 [포토IN] 사진 박미소 기자·글 주하은 기자 “빨리 나와라!” “자격 없다. 당장 사퇴해라!” 6월8일 오전 8시20분께, 서울 용산구청 9층 구청장실 앞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모였다. 이들은 구청장실 문을 두드리며 박희영 용산구청장에게 밖으로 나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구청장실 안쪽엔 불이 켜져 있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문을 흔들자 잠금장치가 부서지며 바깥쪽 문이 열렸지만, 또 하나의 문이 유가족들을 가로막았다. 그 앞에 앉아 농성을 하던 유가족들은 굳게 닫힌 문에 막혀 결국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이날 오전 8시, 유가족들은 박희영 구청장의 출근을 저지하기 위해 용 미국 기준금리,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동결될까? 이종태 기자 오는 6월13~14일(현지 시각) 열리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미국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전문위원은 최근(6월9일) 보고서(〈하이 Today's Chart〉)에서 “6월 FOMC 회의에서 금리동결 분위기가 강화되고 있”다고 썼다. 만약 FOMC가 6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한다면, 이는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올리지 않은 경우가 된다. 6월12일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5~5.25%다.박상현 전문위원에 따르면, FOMC가 6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한국은 어떻게 팬데믹의 끝에 다다랐나 김연희 기자 팬데믹이 끝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5월1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해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강제적 방역 조치인 확진자 7일 격리 의무도 6월1일부터 사라졌다. 앞서 5월5일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코로나19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해제했다. 2020년 1월31일 최고 수준의 보건 위기 대응을 선언한 이후 3년4개월 만이다.다만 코로나19가 끝난 건 아니다. 코로나19 감염자는 계속 발생하고 그 가운데 일부는 목숨을 잃기 특별법 시행돼도 돈 한 푼 못 돌려받는 신탁 사기 피해자 주하은 기자 “서울 강서경찰서입니다. 전세 사기 사건 관련해 전수조사 중입니다. 사건 담당자에게 연락 바랍니다.” 지난 3월10일, 김성국씨(가명·32)는 뜬금없는 연락을 받았다. 본인이 거주 중인 집이 전세 사기에 연루된 것 같으니 경찰에게 연락을 달라는 이야기였다. 자신이 ‘신탁 전세 사기’ 피해자임을 알게 된 첫 순간이었다.이상한 낌새는 있었다. 지난해 3월 서울시 강서구 등촌동에 위치한 A 건물에 전세로 입주한 김성국씨는 그해 10월 중도 퇴거를 하려 했다. 다음 세입자를 구해야 퇴거가 가능했기에, 인근 공인중개사를 찾아가 매물을 올려달 “반도체 경쟁은 산업 전쟁이고 국가 총력전.” [말말말] 시사IN 편집국 “반도체 경쟁은 산업 전쟁이고 국가 총력전.”윤석열 대통령이 6월8일 제17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같이 말해. 윤 대통령은 “우리의 첨단산업 경쟁력은 우리 경제를 지키는 버팀목이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그야말로 근원 같은 것이다. 거시경제를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 산업 전략이 바로 서야 거기에 기초해서 국민들의 삶이 밝아지고 편안해진다”라고 말했다. 지당하신 말씀이오나, 현 정부가 반도체 산업 전략을 일본과의 협력으로 잡으면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국내 ‘소부장’ 기업에 대한 언급은 없어. “박희영 구청장이 공황장애라면 유 ‘방송 장악’이라는 나쁜 예감, 틀리기를 바란다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출근길에 한 장르소설집을 읽었다. 가상의 국가인권기구의 조사관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연작소설집이다. 한 노조에서 성추행 사건이 일어난다. 조사 도중, 이 사건은 뜻밖의 사건으로 튄다. ‘쥐 잡기 게임’을 만든 한 노조원을 (대통령을 조롱했다는 이유로) 총리실에서 사찰하고···. 픽션이지만, 여러 설정이 15년 전 MB 정부(이명박 정부) 때 일을 떠오르게 만든다. 그래,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이은기 기자가 쓴 이번 호 기사를 보면, ‘그때 그 인권위’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국가인권위원회에 퍼지고 있다. MB 정부 당시 5·18 때 호남이 고립된 이유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피해자(광주 시민) 서사를 중심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연구한 결과물은 많이 있지만, 가해자인 군인(특전사 부대원)과 침묵으로 일관했던 방관자(광주 바깥의 대중)의 사정을 연구한 사례는 별로 없다. 곽송연의 〈오월의 정치사회학〉(오월의봄, 2023)은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한 시도다. 이 책은 “‘특별하게 잔인했던’ 가해자들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해답”이자 “왜 다른 어떤 도시도 연대와 지지를 보여주지 않았나에 대한 정치사회적 설명”이다.이승만은 자신의 반대자를 ‘빨갱이’로 몰면서 빨갱이 학살을 용 해외에도 ‘노키즈존’ 논란, 그 안에 도사리는 ‘성인주의’ [평범한 이웃, 유럽] 김진경 (자유기고가) 2019년 3월,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모키스 구디즈(Moki’s Goodies)’라는 이름의 작은 브런치 카페가 소셜미디어에서 갑자기 화제가 됐다. 아보카도 토스트나 디톡스 주스 같은 메뉴, 사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장소로 유명하긴 했지만 그 때문은 아니었다. 이 카페가 ‘6세 이하 아동 출입 금지’라는 규정을 새로 만든 게 문제였다. 건물 입구에 쓰인 ‘맛있는 음식’ ‘사랑으로 만든 신선하고 좋은 음식’이라는 글씨 아래쪽에 유아차와 개를 금지한다는 표식이 붙었다. 함부르크 주민들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 사람들도 소셜미 SG증권이나 CFD보다 라덕연 대표와 금감원이 핵심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비행기가 추락하면 언론은 추락 원인을 보도해야 한다. 그런데 추락 원인을 ‘중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팩트는 맞는다. 중력이 아니면 비행기는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포괄적이다. 추상화 수준을 더 낮춰야 한다.반대도 있다. 2015년 민중총궐기 시위에서 백남기 농민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뇌출혈로 쓰러졌다. 1년 가까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있다가 사망했다. 서울대병원 측은 백남기 농민의 직접 사인이 심폐정지이며, 죽음의 종류는 병사라고 사망진단서에 기재했다. 이후 대한의사협회는 ‘심폐정지’는 “사망하면 당연히 나타나 민주주의를 생각하며 시민 600여 명이 영정 들고 행진하다 박미소 기자 6월10일 민족민주열사 희생자들의 유가족을 비롯한 시민 600여 명이 영정을 들고 행진했다. ‘민주열사와 함께하는 시민대행진’은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숨진 780여 명의 민족민주열사 희생자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기획되었다. 영정 사진을 든 행렬은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출발해 광화문 네거리를 지나 서울시청으로 향했다.행렬이 멈춘 서울시청광장은 1987년 7월9일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 노제가 열린 곳이다. 당시 그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약 15만명이 자리를 메웠다. 36년이 지난 2023년 6월10일, 이곳에서 32회 민족민주열사· 카레 냄새가 나던 일요일에는 [밥 먹다가 울컥] 박찬일 (셰프) 고태골은 서울 도시빈민의 마지막 집결지였다. 여기서 더 밀려난다는 건 서울시민의 자격을 잃는 걸 의미했다. 그까짓 서울시민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하겠지만, 1960~1970년대 서울행 러시는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 민족에게 서울은 모든 것을 걸 만한 곳이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됐으니까.고태골은 서울 서부지역의 마지막 보루였다. 거대한 공동묘지가 파헤쳐지고, 마구잡이로 주택이 들어섰다. 화장실이 인구 100명당 하나쯤 있었다. 부랑자에게 퍼런 죄수복 같은 걸 입혀서 강제로 수용하고 노동시키는 갱생원과 법적 고지 나쁜 사람과 아픈 사람을 구별하는 법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법정으로 간 정신과 의사차승민 지음, 아몬드 펴냄“정확한 정신감정이야말로 나쁜 사람과 아픈 사람을 구분하기 위한 시작점이다.”범죄자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는 재판의 증거자료로 사용된다. 범법 행위를 할 당시 어느 정도 책임능력이 있었는지에 따라 벌금만 낼지, 교도소에 갈지가 정해지며 교도소에 간다면 어느 정도 형량이 적절할지도 ‘심신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지은이는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에서 5년간 형사 정신감정을 진행한 전문의다. 신기한 직업 세계를 소개하는 에세이는 아니다. “‘정신과 약을 먹고 있어서, 조현병 때문에’라고 도시에 사는 이들에게 필요한 감수성 [반려인의 오후] 안희제 (작가) 집 근처 미술관을 따라 올라가면 난데없이 숲이 펼쳐진다. 내 허리쯤 오는 쇠 울타리 바로 아래, 내 키의 몇 배나 되는 깎아지른 절벽이 있다. 여기서는 건물도 보이지 않고, 오직 초록뿐이다. 울타리를 넘으면 들어갈 수 있지만, 누구도 감히 그럴 엄두를 낼 수 없는 숲. 서울 한복판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우리 가족은 봄마다 이곳에 자주 간다. 우리는 마음대로 이곳에 ‘아카숲’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카시아나무(아까시나무)가 많다는 이유다. 아카시아꽃이 거의 다 진 오늘도 그곳에는 달콤한 향기가 가득했다.청와대가 가까운 이 ‘분량’으로 승부 보려는 어떤 재판 [세상에 이런 법이] 이혜온 (변호사) 글로 쓰인 콘텐츠는 영상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는 시대다. 그것도 짧은 영상과 글을 선호하는 이용자들을 위한 ‘숏폼’ 콘텐츠가 대세다. 바뀐 시대에 맞게 글쓰기 방식도 달라야 한다고들 한다. 미국의 유명 미디어 스타트업 ‘악시오스’ 창업자들이 쓴 글쓰기 방법론 책 〈스마트 브레비티〉에 따르면, “간결은 자신감이다. 장황은 두려움이다”. “짧게, 하지만 얕지 않게” 쓰는 법을 익혀야 한다.그러나 시대적 흐름과 무관하게, 여전히 글의 길이와 기록의 무게로 경쟁하는 곳이 있다. 법조계다. 수사 기록의 분량이 방대할수록 중요한 사건으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