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한테는 1000만원이 더 크게 느껴져요”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창간 15주년 기념호 기획으로 어떤 것을 준비할까. 한 달여 전, 편집국 기획회의를 하면서 두 개의 단어를 떠올렸다. ‘노란봉투’와 ‘독자’.제777호에도 썼지만, 노란봉투는 〈시사IN〉 독자가 편집국에 편지를 보내오면서 시작되었다. 8년 전 일이다. 올해 6~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의 파업을 계기로 ‘노란봉투법’이 다시 정치권과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시작을 함께한 우리가 어떻게 끝이 나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았다. 그게 우리의 의무이자 책임이다.나경희 기자가 노란봉투법을 다시 환기하게 한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사람들을 취 ‘열여덟 어른’ 생각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어떤 뉴스는 마음에 남는다. 8월 말, 아동양육시설(보육원) 출신 청년 두 명이 연이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그랬다. 이 사건을 취재하던 주하은 기자가 취재 내용을 전해왔다. 기존 보도와 사실이 다르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좀 더 취재하라고 했다. 그 기사가 이번 호에 실린다.만 18세가 넘어 아동복지시설을 나온 청년을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이라고 부른다. 이들을 지원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아름다운재단에서는 ‘열여덟 어른’이라고 표현한다. 예전에는 학업 등의 사유가 없을 시 만 18세가 넘으면 시설에서 나와야 했다. ‘상어’를 만나는 경험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시사주간지는 1년에 두 번, 합병호를 냅니다. 추석과 설날에, 배송 문제 때문에 그리 합니다. 명절 전후로 물동량이 늘어 배송에 곤란을 겪습니다. 마감 날짜를 하루 당기기도 했는데, 우편함까지 제때 가는 게 여의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시사IN〉은 추석 합병호 때마다 여론조사를 합니다. 이름하여 ‘한국 사회 신뢰도 조사’. 국가기관, 언론 등 여러 분야의 신뢰도를 측정합니다. 15년 동안 꾸준히 조사를 해왔습니다.조사 결과를 보고, ‘신뢰의 양극화’라는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검찰’에 대한 신뢰도 ‘대공’ 앞에 ‘인권’은 없었다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정희상 기자가 이번 호에 쓴 기사(‘형제복지원 사망자 100여 명 더 있었다’)를 읽고서 진실화해위원회 홈페이지를 찾았다. 형제복지원 사망자가 657명이라니. 숫자에 놀랐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싶었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응급 후송 중 사망’한 사례가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사망진단서 대부분이 ‘병사’로 조작된 정황을 찾았다. 사망자 시신을 암매장한 사실도 일부 확인했다. 1975년부터 1986년까지 형제복지원에 입소했던 이는 총 3만8000여 명. ‘생존자들’은 그 끔찍한 기억을 가슴에 품고 살았으리라. 이제야 이들은 ‘부동산 시장 안정’이 대통령의 치적이라면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8월17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튿날 〈조선일보〉에 실린 사설의 한 부분이다. “국민은 윤 대통령의 이번 회견에 적잖은 안도감을 느꼈을 것이다. 취임 초반 미숙하고 때론 거칠게 비쳤던 모습에서 벗어나 변화하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이 진짜 변화를 느끼려면 그런 의지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 말로만 끝나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국민 실망감은 더 커질 수 있다.”같은 기자회견을 보고도 느낌이 참 다르구나 싶었다. 내 경우 기자회견의 어떤 대목은 앞뒤가 맞지 않거나 ‘텅 빈 말’처럼 대통령 취임 100일, 이제 18분의 1 지났다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8월17일이면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이다. 윤 대통령의 임기는 5월10일부터 2027년 5월9일까지다. 100일이면 대략 18분의 1이 지나는 시점이다.그간 사건·사고가 많았다.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취임 전에 사퇴했고, 정호영·김승희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했다. 6월1일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광역단체장 12명 당선(민주당은 5명)으로 승리했는데, 어느새 이준석 당대표가 ‘아웃’되고, 권성동 직무대행도 ‘내부총질’ 문자로 사퇴한 상황이 되었다. 대통령실 ‘사적 채용’,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논란도 이어 우리의 기사가 어떤 씨앗이 될 때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8월3일 밤 9시47분, 〈시사IN〉 팀장들의 단톡방에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시사IN〉 독자 배춘환씨가 2013년 말에 〈시사IN〉 편집국으로 보낸 ‘크리스마스카드와 4만7000원’ 사진이 뉴스 화면에 띄워져 있었다. 정치권의 ‘노란봉투법’ 입법 움직임을 다룬 KBS 뉴스 화면을 캡처한 것이었다. 다음 날 오전에 다른 방송사 기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노란봉투법’ 기획기사를 준비 중인데, 관련 사진 제공을 요청했다. 그 기자는 ‘노란봉투’가 〈시사IN〉 독자의 편지에서 시작했다는 것을, 〈시사IN〉 제777호 기사(‘노란봉투법 다시 한 번 ‘노란봉투’에 마음을 담아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이번 호에 나경희 기자가 쓴 것처럼, ‘노란봉투’와 〈시사IN〉은 인연이 남다르다. 2013년 12월25일. 크리스마스였지만 수요일 마감을 위해 출근했다. 이숙이 당시 편집국장이 “이런 크리스마스카드가 왔다”라며 우편물을 보여주었다. 배춘환씨가 4만7000원을 동봉해 보낸 것이었다. 배씨는 〈시사IN〉 제326호에 실린 ‘쌍용차 노동자 약 47억원 손해배상 판결’ 기사를 보고서 돈과 크리스마스카드를 부쳤다. 그 기사 제목이 ‘직장 잃은 게 5년인데 4,681,400,000원…’이었다. 그 주 마감을 하고 몇몇 기자가 회사 앞 맥줏집 윤석열 정부의 좋은 말 대잔치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재정과 건전성. 국어사전에서 각각 찾아보면 ‘국가 또는 자치단체가 행정 활동이나 공공정책을 시행하기 위하여 자금을 만들어 관리하고 이용하는 경제활동’ ‘온전하고 탈이 없이 튼튼한 상태의 성질’을 뜻한다. 단어를 조합해 ‘나라의 재정이 건전성을 유지해야지’ 하면 꽤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런데 이 그럴듯한 말이 항상 정답일까?7월7일 정부가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다. 올해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인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3% 이내로 개선하겠다는 재정운용 방향을 논의했다. ‘건전재정’이라 ‘MB 기시감’ 해소하는 법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감사원이 전방위적 감사에 나섰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가 전하는 내용이다. 해경·국방부·선관위·방통위 등 감사 대상도 다양하다. 감사원은 6월22일 ‘김의철 KBS 사장 임명 절차’에 대해 국민감사 청구가 접수되었다며 KBS에도 자료를 요청했다. 최근 홍장표 KDI 원장도 한덕수 총리의 사퇴 압박에 이어 감사원이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사퇴한 바 있다.기시감이 든다. 2008년 이명박 정권 초기, 정연주 KBS 사장 때가 대표적이다. 그해 6월, 감사원이 KBS를 특별감사했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이 국민감사를 청구했다는 게 명분이었다. 부 허준이 교수는 정말 ‘수포자’ 였을까?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허준이 교수가 한국계 최초로 필즈상을 받은 게 꽤 화제였습니다. 적분 이후의 고교 수학책은 그저 페이지만 넘긴 ‘수학 반포기자’로서 ‘대수기하학을 이용해 조합론 분야에서 다수의 난제를 해결하고 대수기하학의 새 지평을 연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받게 되었다는 말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뭔가 대단한 성취를 했나 보다’ 하며 박수를 보냅니다.수상 덕분에 필즈상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수학자들이 4년마다 모여 연구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세계수학자대회가 있습니다. 1897년에 처음 열렸다죠. 캐나다의 수학자 존 찰스 필즈가 1924년 대회 윤석열 대통령의 말, 차라리 농담이었으면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요즘 SNS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한 ‘짤’을 보면, 이게 사실인지 합성인지 확인하게 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러 가던 6월27일 밤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하기 전 기내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했다는 장면도 그중 하나였다. 자막처럼 대통령의 말이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나토 동맹국에다가 초청받은 파트너 회담만 한 두 시간 반 되고, 나머지는 다자회담이 짧게 짧게 있어 가지고 (회담을) 길게는 못합니다. 시간이 많지는 않아 가지고 얼굴이나 익히고, 간단한 현안들이나 좀 서로 확인하고, 다음에 다시 또 보자 그런 우크라이나, 유모차, 그리고 케이크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한 우크라이나 여성이 쓴 일기가 있다. 임지영 기자에게 이 얘기를 들은 게 6월 초다. 저 멀리 우크라이나인이 쓴 원고가 러시아 기자를 거쳐 〈시사IN〉에 도착했다. 번역 원고를 읽었다. 전쟁이 한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개인이 겪는 감정 변화가 생생했다. 〈시사IN〉에 게재하자는 판단은 빨리 했는데, 분량이 문제였다. 200자 원고지로 100장에 가까웠다. 한 번에 다 실을까, 3회에 걸쳐 나누어 실을까. 팀장들에게 원고를 공유하고, 회의를 열었다. 금세 결정되었다. 한 번에 다 싣기로.이미지는 어떻게 하지? 일러스트레이 언론을 신뢰한다는 것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최근 언론 관련 자료 두 건이 공개되었습니다. ‘직업적 흥미’를 가지고 보았습니다. 숫자가 많이 나옵니다만 독자 여러분도 한번 봐주시길. 첫 번째는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입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했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참여했습니다. 46개국 국민의 디지털 뉴스 이용·인식을 조사한 자료입니다. 이에 따르면, 한국 이용자 3명 가운데 2명(67%)은 뉴스를 의도적으로 회피한 경험이 있습니다. 2019년보다 13%포인트 늘어난 수치입니다. 왜 그럴까요? “뉴스가 신뢰할 수 없거나 편향적이다(4 송해, 무엇을 더 보여줄지 고민한 사람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6월8일, 〈전국노래자랑〉의 MC 송해씨가 별세했다. 그는 34년 동안 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다큐멘터리 〈송해 1927〉(2020)과 제작진이 쓴 같은 이름의 책, 그리고 지난해 11월의 〈씨네21〉 인터뷰를 살펴보았다. 영화와 글에서 인상적이었던 대목을 소개한다.다큐 제작진과의 저녁 자리에서였다. “그런데 선생님, 왜 영화를 찍겠다고 결심하셨어요? 4~5개월 정도 고민하셨다면서요?” 그의 답은 이랬다. “응, 내가 뭘 더 보여줄 게 있는가, 하는 생각을 했어.” 그 대답에 제작진 모두 놀랐다. 구순을 훌쩍 넘긴 방송인이 여전히 선거 승패보다 중요한 ‘뒤풀이’ 시간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가수 정태춘씨의 노래 ‘92년 장마, 종로에서’는 내 애청곡이다.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 (중략) /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 물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 가사에서 1991년 5월 이후의 기억이 떠오른다.1991년 봄, 명지대 학생 강경대의 죽음 이후 열 명이 더 숨졌다. 시위가 격화했고,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가 쏟아졌다. ‘유서 대필 조작 사건’이 있었고, 국무총리 서리가 외대에서 밀가루 세례를 받았다. 수세에 몰린 정부·여당이 공세에 나섰다. 그리고 6월에 지방선 시사IN 제 769호 - 민주당은 어디로? 차형석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 리뷰 퀴즈 말말말 기자들의 시선/이오성 기자들의 시선/변진경 포토IN/ “대한민국 법이 살아 있긴 하나 보네?”COVER STORY IN민주당이 주목해야 할 세 가지 숫자더불어민주당의 ‘0.73%포인트 차이 석패’는 어떻게 고작 두 달 사이 ‘5대 12 대패’로 벌어졌을까.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서 주목해야 할 숫자는 크게 세 가지다. 당의 리더십과 맞닿아 있다. 전멸 대신 참패, 민심은 경기도 남겼다 꽃다발 증정식 생략한 ‘초선’ 이재명 의원 어차피 지는 선거? 목표는 당선 아니야ISSUE IN 법무부 사람들이 꼭 봐야 할 영화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2019년 11월 〈한겨레〉가 본격적으로 N번방 보도를 할 때, 사실 기사를 꼼꼼히 읽지 않았다. 기사 얼개만 파악하고 뜨문뜨문 읽었다. 구체적 내용은 피하고 싶었다. 이 사건을 취재했던 김완 〈한겨레〉 기자가 ‘혹시 다시 시간을 되돌린다면 이 취재를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안 하고 싶다. 진짜 지옥이죠. N번방 자체가 지옥문 같아요”라고 답할 정도였으니. 끔찍한 사건 기사에 마음이 무거웠다.다큐멘터리 〈사이버 지옥:N번방을 무너뜨려라〉가 넷플릭스에 떴을 때도 비슷했다. ‘찜’해놓고, ‘언젠가 봐야지’ 하고 미루어두었다. 그러 5·18의 이름들, 사라져선 안 된다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김군이 나타났다. 강상우 감독의 영화 〈김군〉을 보고서, 그가 궁금했다. 1980년 5월 광주. 금남로 페퍼포그 차량 위에 기관총을 잡고 서 있는 사내. 당시 이창성 〈중앙일보〉 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된, 강한 눈매의 사내. 극우 논객 지만원씨는 그를 북한 특수군 ‘광수 1호’로 지목했다. 마치 북한이 광주민주화운동에 개입한 증거인 양 온라인에 유포되었다. 다큐 제작진은 ‘김군’을 찾지 못했다. 그 과정이 책으로도 출간됐다. 그랬던 김군이 42년 만에 나타났다. 그 소식에 ‘아’ 하고 작은 탄성마저 터져나왔다.차복환씨(62). 경기도 새 대통령의 취임사를 읽으며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5월7일 아침, 습관처럼 휴대전화를 들여다봤다. 드라마 〈D.P.〉로 제58회 백상예술대상 남자 조연상(TV 부문)을 받은 조현철 배우의 수상소감 영상이 눈에 띄었다. 누워서 무심코 보다가 몸을 일으켜 세웠다. 배우는 투병 중인 아버지에게 말을 건네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의 아픈 이름들, 박길래·김용균·변희수·이경택·세월호 아이들 등을 호명했다. 수상소감이 어떤 위로처럼 들렸다(못 본 분들은 이 수상소감 영상을 보시길).처음엔 몰랐다. 맨 앞에 거명한 ‘박길래 선생님’이 누구인지. 그는 한국에서 최초로 공해병 판정을 받은 이였다. 1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