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나도 피할 수가 없었다 송지혜 기자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에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 술집에서 화재가 났다. 불은 17분 만에 진화되었지만 전동 휠체어를 쓰던 뇌병변장애 3급인 박홍구씨(38·사진 맨 오른쪽)는 출입구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경찰은 일산화탄소 중독이 사인이라고 밝혔다. 화재 당시, 아직 영업 전이던 가게에는 박씨 홀로 있었다. 그는 12월19일부터 술집 안쪽에 딸린 3.3㎡ 〈시사IN〉 올해의 인물 - 세월호 유가족 송지혜 기자 12월19일, 엄지영씨(37)는 “248일째 4월16일”이라고 날짜를 셌다. 세월호 참사로 딸 예지를 잃은 후 생긴 버릇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1층 아파트 발코니 너머로 등교하는 예지 또래의 아이가 보였다. 까르르 웃음소리, 교복을 입은 모습에 자주 정신을 잃었다.비나 눈이 내리는 날에는 홀딱 비를 맞고 하교하던 딸이 생각났다. ‘엄마는 일하니까 못 데리러 오겠지. 걱정 마, 우산 빌려 쓸게.’ 어쩌다 우산 없이 오는 날에도, 엄마가 걱정할까 봐 꼭 이렇게 문자를 보냈다. 운동화가 몽땅 젖어서 다음 날 엄마 운동화를 신고 가야 일베 게시물 퍼나르던 사람이 조사위원이라니 송지혜 기자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여당(5명)과 야당(5명), 대한변호사협회(2명), 대법원(2명), 유가족(3명)이 추천한 17명 위원의 윤곽이 드러났다. 특별조사위원회는 내년 1월1일 활동에 들어간다. 하지만 새누리당 추천위원에 대해 야당과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가 반발하면서 진통이 예상된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12월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이 추천한 특별조사위원회 조사위원의 선정 이유를 밝히라”고 요구했다.새누리당은 상임위원에 서울고검 검사와 삼성 비자금 의혹 특별 쿠팡맨이 쓴 ‘편지’를 받았어요 송지혜 기자 박경민씨(가명·33)의 휴대전화 통화 연결음은 소셜 커머스 쿠팡의 CF 모델인 배우 전지현씨 목소리다. “내가 잘 사는 이유, 쿠팡.” 박씨는 소셜 커머스 업체 쿠팡의 배달 직원 ‘쿠팡맨’이다. ‘쿠팡’이라는 문자가 새겨진 파란색 티셔츠와 모자를 쓰고 상품을 배송한다.쿠팡맨은 다른 유통업체의 배달 직원과 같은 일을 하지만 다른 지위를 누린다. 타 업체에서는 택배 노동, 만만한 게 ‘사람 값’이지 송지혜 기자 지난 6월, 김일도씨(가명·40)는 3년간 몸담았던 택배업체 일을 그만두고 개인택시로 업종을 변경했다. 대형 택배업체에서 근무했지만, 회사 소속이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었다. 부산 북구·연제구·사하구 등 세 구를 돌았고 당일 배송이 원칙이었다. 물량이 몰릴 때는 자정 가까이 배송하기도 했다. 택배 물건을 전달하다가 주차위반 딱지를 떼이는 일도, 상품이 파 세월호 생존 여학생 자살 시도, 생명엔 지장 없어 송지혜 기자 세월호에 탑승했다 생존한 단원고 2학년 A양이 자살을 시도했다.12월21일 밤 10시께 안산시 단원구 자택에서 약물을 과다복용한 채 쓰러진 것을 동생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다.주변 사람들 얘기를 종합하면, 연수원에서 학교로 복귀한 이후 A양은 평소와 다름없이 지냈다. 평소 우울이나 불안 증세를 보이지 않았던 터라 주변의 충격이 더 큰 것으로 전해진다.일각에 9·11 위원회의 한계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송지혜 기자 지난 11월7일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 특별법)’이 마련됐다. 연내 출범을 예정하고 있는 특별조사위원회는 위원 구성 등 준비에 한창이다(40쪽 상자 기사 참조). 위원회 임기가 끝나는 18개월 후, 한국은 4·16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혀 재해·재난 예방, 대응 방안을 수립해 안전한 나라로 거듭날 수 있 민간 조사위가 ‘견인차’ 구실 한다 송지혜 기자 세월호 참사 7개월 만인 11월7일,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로써 참사가 발생한 원인과 수습 과정, 후속 조치 등에 대한 사실관계와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한 출발선에 섰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으로는 여당과 야당이 각 5명, 대법원장과 대한변호사협회장이 각 2명, 뭐라도 할게… 진상 규명 될 때까지 송지혜 기자 주인을 잃은 책상에는 노란 리본을 매단 작은 화분이 놓여 있었다. 친구를 그리며 남겨둔 분홍·노랑 메모도 겹겹이 쌓여 있었다. 무사 귀환을 바라며 칠판에 쓴 글귀, 어버이날 부모가 남긴 편지, 11월11일에 산 막대과자, 빨대가 꽂혀 있지만 마신 흔적 없는 바나나우유….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교실이 위치한 본관 2층 입구에는 ‘유품이 훼손되 홍종학,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로 주거 안정을… 송지혜 기자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진규씨(가명·33)는 지난해 3월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밑천은 직장 생활 5년 동안 300만원 남짓한 월급을 쪼개 모은 7000만원과 신부의 저축 3000만원 등을 합친 1억원. 하지만 이 정도의 돈으로는 서울 시내에서 전셋집 한 채 구할 수 없다. 결국 5000만원을 대출해서, 방 두 칸짜리 57㎡(약 17평) 정말 고맙습니다… 송지혜 기자 독자 번호:111120621이름:홍국영(56)주소:서울 광진구 자양동홍국영씨가 ‘독자와의 수다’에 참여하려고 전화번호를 남긴 건 아니었다. 그저 기자들이 ‘정도를 걷는 언론’을 만드느라 고군분투한다고 여겨 밥 한 끼 사주고 싶다는 뜻을 전달하려던 참이었다. 순수한 홍씨의 응원에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이게 됐다.홍씨는 은행에서 4년 전 퇴직한 이후 계약직으로 얼굴을 들지 못했다 송지혜 기자 2009년 4월 쌍용자동차는 노동자 2646명에 대한 정리해고안을 발표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하면 전체 해고자 수는 3000명가량이다. ‘함께 살자’는 외침이 시작됐다. 5월13일, 김을래·김봉민·서맹섭씨가 86일간 70m 상공에서 농성을 했다. 5월22일 노동자 1000여 명은 전기와 식수가 끊어진 공장 안에서 77일을 버텼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 콘돔은 부끄럽지 않아요 송지혜 기자 초등학생 때 몸의 변화를 관찰한 게 시작이었다. 성(性)에 대한 호기심이 무럭무럭 커갔다. 여러 종류의 콘돔을 수집했다. 성에 관한 원서를 수백 권 읽었다. 남들은 숨길 때 성민현씨(22)는 드러냈다. 사랑과 섹스, 두 가지가 충족될 때 건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여겼다.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폐쇄적인 성 문화로 인해 누군가는 고통받고 있다는 ‘기자도 당했다’ 보이스피싱… 송지혜 기자 내가 당할 줄은 몰랐다. 정규 교육과정을 밟았고, 젊은 데다, ‘의심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기자…. 아무 의미 없다. 사기꾼에게 하릴없이 속았다. 지난 10월10일, 기자의 외환은행 예금통장에 들어 있던 449만원이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등을 사칭한 사기꾼들에게 넘어갔다. 98만원, 99만원, 252만원이 세 차례에 걸쳐 기업은행 김 아무개 40~50대 아저씨들이 울고 있었다 송지혜 기자 칼바람이 두툼한 패딩 점퍼를 뚫고 들어왔다. 체감온도는 영하 7℃까지 떨어졌다. 11월13일 새벽 5시, 김득중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은 땅바닥을 침대 삼아 누웠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옆에 누웠던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도 눈을 떴다. 추위에 떨어서만은 아니다. 이날, 6년 동안 기다려온 공장 복직이 결정된다. 누운 지 세 시간이 지나 꽃 같던 딸이 낙엽처럼 졌구나 송지혜 기자 10월27일, 295번째 희생자 황지현양 발견 하루 전날.진도 실내체육관의 추위는 빨리 찾아왔다. 저녁 6시만 넘어도 입김이 새어나왔다. 실종자 가족의 자리마다 전기장판이 깔렸다. 세월호 참사 195일째, 지난 4월16일처럼 단원고 실종자 허다윤양 아버지는 겨울 점퍼를 입었다. 그는 며칠 전 ‘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어요’라고 인쇄된 노란 풍선 수십 개를 불었다. 진도체육관 1층에 붙이고 노란 우산을 펼쳐 걸었다. 겨울이 되어도 딸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인 듯했다. 조금씩 공기가 빠져나간 풍선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쪼그라들었다 이제 믿고 귀가하시라 누가 말할 수 있으랴 송지혜 기자 10월30일 정오께 세월호 희생자인 단원고 2학년5반 창현군의 아버지 이남석씨는 국회 본청 앞에서 경비원에게 가로막혔다. “화장실 좀 같이 쓰자!” 그의 말을 듣는 사람은 없었다. 빽빽하게 선 경비원 뒤로 문이 열렸다. 국회 관계자가 점심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섰다. 이씨를 위한 문은 열리지 않았다. 이날 단원고 유가족 10여 명은 한뎃잠을 잤다. 등산용 매트를 깔고, 두툼한 이불에 겨울 점퍼를 입었다. 입김은 여전했다.하루 전날인 10월29일 오전 11시15분께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실종자 가족 100여 명은 외쳤다. “살려주세요! ‘그녀의 죽음’을 법정은 무어라 말할까 송지혜 기자 9월26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일하던 권 아무개씨(25)가 숨졌다. 2년간 일곱 번 근로계약서를 쓰고 계약 해지된 뒤 “헌신짝처럼 버려졌다”라고 유서를 남긴 그녀의 사연은, 권씨가 죽은 지 열흘 만에 세상에 드러났다(〈시사IN〉 제370호 ‘정규직 꿈꾸었던 그녀의 죽음’ 참조). 권씨의 유가족은 10월10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속 직원 두 ‘밑 빠진 독’에 예산 작작 써라 송지혜 기자 ‘밥을 먹어야 할 나이에 여전히 젖병을 놓지 못한다’ ‘장난감을 사야만 빨게 해주는 영양가 없는 우유만 쪽쪽 빨고 있다’. 한국군과 박근혜 정부를 빗댄 얘기들이다.한·미 양국은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를 못 박지 않은 채 또 연기하기로 했다. 10월23일 양국 국방장관이 참석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에서 박근혜 정부는 남북은 넘나들고 남남은 가르는구나 송지혜 기자 식당 하나 없는 작은 마을이었다. 경기도 연천군 중면 삼곶리에 위치한 중면사무소 뒤편 직원식당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면사무소 직원뿐 아니라 횡산리 교회 목사 은금홍씨, 지나가던 우체부까지 수저를 쥐었다. 인근 주민 전 아무개씨(46)가 밥을 차리고 삼겹살과 돼지껍질을 구웠다. ‘큰일’을 치른 뒤 처음 가지는 만찬이다. ‘탕탕탕’ 북한 접경지역을 알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