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인마, 이 ××가 돌았나? 이 ××가, 야 인마, 정신 있나 없나 인마, 이 ××가요, 내가 때렸다 인마, 와?” 비트박스만 붙이면 멋진 랩이 될 법한 이 문장은 놀랍게도 엄용수 경남 밀양시장의 입에서 나왔다. 엄 시장의 숨겨진 욕설 리듬감을 발굴해낸 사람은 2월1일 밀양역 앞에서 동남권 신공항 밀양 유치를 반대하는 유인물을 배포하던 시민 윤상진씨. 엄 시장이 윤씨에게 다가가 주먹으로 턱을 때리며 폭언을 했다는 게 2월24일 밀양 시민사회 단체 기자회견에서 나온 주장이다.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당시 녹취록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윤씨가 왜 때리냐고 묻자, 엄 시장이 답한다. “니 인마, ×만 한 ×× 이기, 말로 하니까 이 ××가.” 윤씨가 왜 자꾸 ‘인마’라 부르냐고 항의하자, 엄 시장은 또 말한다. “인마지, 인마. 니가 뭔데 인마.”

이게 끝이 아니다. “내 시장이다, 이 ××야” “야 인마, 이 ××가, 이기 니가 밀양 ×이가? 인마”까지 포함해 엄 시장 발언 가운데에는 ‘인마’가 총 25번, ‘×’와 ‘××’는 10번 등장한다. “니 같은 시민 필요 없거든”이라는 말은 양반이다. “폭행은 없었다”라며 휴가에 돌입한 엄용수 시장님, 당신을 ‘폭언 종결자’로 인정합니다.

북아프리카 리비아에는 ‘독재 종결자’ 카다피가 군림 중이다. “내가 명령하면 모든 게 불탈 것이다”라는 그의 말을 허투루 들으면 안 된다. 42년간 철권통치를 해온 카다피는 군용 헬리콥터, 탱크, 각종 자동화기는 물론이고 전투기까지 동원해 반정부 시위를 벌이는 국민을 진압하려 했다. 남의 일이라고 비웃다가 문득, 전투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군용 헬리콥터와 탱크의 공격 정도는 쉽사리 목격할 수 있었다는 31년 전 봄이 떠올라 웃음을 멈춘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그 무섭다는 국정원도 이제 공포 대신 폭소를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이나 드라마 〈아테나〉에서처럼 치밀한 첩보전을 벌이는 대신, 시크한 우리의 국정원 직원들께서는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에 성큼성큼 침입했다 들키자 노트북을 들고 비상계단에 숨어 있다가 또 들키는 ‘쿨’한 작전을 선택했다. 이들이야말로 어느 나라 정보기관에서도 예상하지 못할 작전을 실행한(비록 실패했지만) ‘첩보 종결자’들이 아닐까?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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