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때문에 학부모가, 학생이 줄줄이 죽어나가도 놀랍지 않은 나라. 경제 규모는 세계 15위,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 49위이지만 대학 등록금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나라. 대학 등록금 1000만원 시대, 사람을 가르치고 기르는 교육비가 사람 잡는 ‘괴물’이 되어버렸다. 최근 대학 등록금 인상률은 평균 5%. 이대로 가다가는 10년 후 대학졸업 때까지 내야 할 등록금이 국립대는 3285만원, 사립대학은 5578만원에 육박할 예정이다. 고교 졸업생의 89.1%가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에 비춰볼 때, 이는 결코 남의 문제가 아니다.

1993년 개소 이후 대학 교육의 대안을 생산해온 민간 싱크탱크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7명이 등록금 문제를 풀어보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결과물을 내놓았다. 저자들은 한국을 ‘미친 등록금의 나라’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책은 이명박 정부가 등록금 대책으로 내놓은 ‘취업 후 학자금상환제’의 실체를 파헤치고, 반값 등록금이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함을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뿐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 싼등록금이나 무상교육이 가능한 이유도 살펴본다. 필자 중 한 명인 김삼호 연구원(44·뒷줄 맨 왼쪽)은 “외국과 비교해보면 반값 등록금도 비싸다”라며 고개를 젓는다.

누구나 등록금이 비싸다는 데 공감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방법론’은 나오지 않는다. 김 연구원은 “이 책을 통해 대학 등록금에 대한 본격적 논쟁이 시작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등록금 문제는 결국 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정책 의지에 달렸음을 저자들은 다시금 환기시킨다.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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