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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기자도 기가 질리는 현장성 ‘번뜩’

올해 대학기자상은 질과 양 모두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다. 응모작이 전년보다 1.5배나 늘었고, 전반적인 수준도 크게 향상되었다. 학생 기자 특유의 현장성이 두드러졌다.

천관율 기자 yul@sisain.co.kr 2011년 01월 31일 월요일 제1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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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시사IN> 대학기자상’이 모든 과정을 마치고 1월12일 수상작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26일 공모를 마감한 제2회 <시사IN> 대학기자상에는 1회 때보다 1.5배가 많은 340여 편이 응모했고, 전반적인 수준도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사IN> 편집국에서 진행한 1차 심사에서는 총 24편이 추려졌다. 2차 심사는 1월10일 <시사IN> 회의실에서 열렸다. 심사위원은 이봉수 교수(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장), 우장균 기자협회장, 최진봉 교수(텍사스 주립대학 저널리즘스쿨), 김은남 <시사IN> 편집국장이었는데, 이 중 최진봉 교수는 출국 일정이 겹쳐 서면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대상에는 현장 체험을 바탕으로 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단비뉴스>의 ‘한국인 5대 불안’ 시리즈가 선정되었다. 학내 보도 부문에서는 <경북대신문>의 ‘강의실 대기 환경’, 시회 보도 부문에서는 서울대 자치언론 <교지 관악>의 ‘기륭전자’, 영상 보도 분야에서는 동국대 교육방송국의 ‘소통’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사진 보도 부문은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시사IN 윤무영
대학기자상 수상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대상 세명대 <단비뉴스>
사회 부문 서울대 <교지 관악>

“상 주고 싶은 작품지난해보다 늘어”

학내 보도상과 영상 보도상이 주인을 찾아가고 대상과 사회 보도상이 남은 가운데, 심사 테이블에는 기사 두 편이 최종 경합에 들어갔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단비뉴스>의 ‘한국인 5대 불안’ 과 서울대 <교지 관악>의 ‘기륭전자’였다. 한 편은 대상, 다른 한 편은 사회 보도상을 차지하게 될 터였다. 격론이 벌어졌다.

어떤 면에서 두 기사는 아주 흡사했다. ‘한국인 5대 불안’ 은 가락시장 일용직이나 텔레마케터와 같은 저임금 고강도 노동 현장과, 쪽방·노숙·재개발 철거지·고시원 등 빈곤층 주거 공간을 학생 기자들이 직접 몸으로 부대낀 기록이다. 1부 노동 현장, 2부 주거 공간에 이어, 3부 보육, 4부 의료, 5부 금융 기사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기륭전자’ 기사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 기륭전자 농성이 마무리될 때까지 두 달 동안, 학생 기자 세 명이 기륭 노동자들과 함께 먹고 놀고 울고 웃으며 써내려간 르포이다.

현직 기자가 보기에도 기가 질릴 정도의 지독한 현장성이 두 기사에는 있었다. 한 심사위원은 “학생이니까 이렇게 ‘무식하게’ 했지, 현직 기자에게 이대로 시켰으면 사표 쓰고 나간다 했을 거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기사는 또 아주 달랐다. ‘한국인 5대 불안’이 대학 언론이 구현할 수 있는 프로페셔널리즘의 한 극단을 보여주었다면, ‘기륭전자’는 기성 언론의 양식으로부터 철저하게 자유로운 아마추어리즘의 모델을 보여주었다(심사평 참조). ‘기륭전자’ 기사를 두고 한 심사위원은 “아주 잘 쓴 르포 문학이다. 그런데 저널리즘인지는 모르겠다. 한쪽으로 너무 확 기울었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심사위원들은 결국 “당장 모든 대학 언론에 적용하기 힘든 모델이지만, 치열한 현장성과 엄정한 글쓰기 그리고 전문적인 ‘데스킹’이 어우러진 <단비뉴스> 모델은, 대학 언론을 만드는 학생과 대학 양쪽에 하나의 전범으로 제시할 가치가 있다”라고 의견을 모았다(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원장인 이봉수 심사위원은 후보작과 특수 관계라는 이유로 대상 선정 과정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심사위원들은 “지난해보다 상을 주고 싶은 작품이 훨씬 늘었다”라고 입을 모았다. 사회 분야 응모작 중에서는 대상과 사회 보도상 수상작 말고도, 집요한 현장성을 보여준 기사들이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새로운 사실을 발굴하는 특종이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참신한 기획력을 보여주기 쉽지 않은 오늘날 대학 언론의 현실에서, 기성 언론보다 대학 언론이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결과다.

사회 분야는 각 대학 학보사에서 응모한 기사가 가장 많았지만, 정작 1차 예선을 통과한 기사 일곱 편 중 학보사 기사는 두 편에 불과했다. 네 편은 월간 또는 학기에 한 번 발행하는 자치언론 기사였고, 1편은 웹진 기사였다. 결국 수상작도 자치언론과 웹진에서 나왔다. 현장성·기획력·취재의 깊이에서, 매주 발행하는 학보사 기사가 자치언론을 따라잡기 버거워하는 모습이다. 한정된 인력으로 매주 일정량 이상 기사를 생산해야 하는 학보사의 고충을 이해하지만, 아이템이나 기획이 다소 관성적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심사 과정에서 나왔다.



학내 부문 <경북대신문>
몇 달 끙끙댄 참신한 소재 ‘주목’


학내 노동자 그리고 총학생회. 140여 편에 달하는 학내 보도 분야 응모작 중 가장 많이 눈에 띈 두 주제다. 일단은 두 주제가 오늘날 대학 사회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화두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하지만 바꾸어 말하면, 누구나 주목하는 이 두 주제로 쓴 기사를 응모하려면 웬만큼 새로운 관점과 깊이 있는 취재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도드라지기 어렵다는 뜻도 된다. 실제로 이 두 주제를 다룬 기사 20여 편 중 단 한 편(‘차단기 노동자’를 다룬 <서울대저널> 기사)만이 2차 심사에 올랐다.

반면 학내 보도상 수상작인 <경북대신문>의 ‘강의실 대기 환경’ 기사는 참신한 소재로 예심 때부터 주목을 받았다. 안솔지 <경북대신문> 편집장은 “2010년 겨울방학 때부터 장기 기획으로 준비해 몇 달을 끙끙대며 취재한 기사다. 대학 언론 기사로는 보기 드물게 독자의 뜨거운 반응과 학교 측의 반발을 동시에 경험했다”라고 말했다. 주간 취재 일정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학보사의 한계를 방학 중 기획회의를 통해 극복했다는 설명이 눈에 띈다.

   
 


영상 부문 동국대 교육방송국
방송과 사진은 온라인 생존 모색 중


영상 보도상 수상자인 이수지 동국대 교육방송국(DUBS) 학생 기자는 “학보사가 부럽다”라고 말했다. 너나 할 것 없이 고사 직전이라는 대학 언론 내에서도, 방송국에 비하면 학보사는 사정이 나은 편이란다. “학보는 어쨌거나 보는 독자가 있다. 방송은 그야말로 허공에 흩뿌려진다. 시끄럽다는 항의가 들어온다고 학교 당국이 스피커를 뽑아버리기도 한다.” 대학마다 유서 깊은 방송국은 적지 않지만,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다들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악전고투다. ‘대학 방송 매체’에 대한 개념 자체를 재정립해야 할 시기가 왔다는 평가는 진작부터 나왔지만, 보통 2년 정도 머물다 떠나는 대학 언론에서 매체의 근본적인 방향까지 고민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학생 기자들의 호소다. 

사진·영상 분야에 종사하는 대학 언론이 더욱 험난한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일까. 응모작 수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둘을 합쳐 70편 남짓 응모작이 들어왔다. 결국 제2회 <시사IN> 대학기자상은 사진 보도 부문 수상작을 배출하지 못했다.

예심과 결심 심사평을 종합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작품은 지난해보다 늘었지만, 수상작으로 선정하기에는 다들 한두 가지씩 아쉬움이 있었다”라는 평이었다. 보도 사진이라는 특성상 사진 자체의 미학적·기술적 완성도와 뉴스 가치라는 저널리즘으로서의 완성도를 고루 갖춰야 하는데, 대학 언론에서 그런 수준에 오른 사진을 찾기 쉽지 않다는 평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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