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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고 어색한 추모와 ‘야단법석’

‘달빛요정’이 떠난 뒤 사람들은 인디 뮤지션들의 가난 등을 전혀 몰랐다는 듯 떠들어댄다. 그의 죽음을 신화화하거나 시장의 문제로만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서정민갑 (대중음악 의견가) 2010년 11월 26일 금요일 제1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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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그가 2003년에 내놓은 첫 번째 앨범 <Inflied Fly>의 수록곡 ‘절룩거리네’와 ‘스끼다시 내 인생’은 기발한 그의 예명과 어울려 얼마나 신선했던가. 솔직하고 유머 감각이 넘치는 데다 입에 쫙쫙 달라붙는 가사, 가슴에 담아둔 말을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서 터트리듯 노래하는 창법, 그리고 한 번만 들어도 금세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는 지하 작업실 홈레코딩 사운드의 아쉬움을 뛰어넘는 괴력을 발휘했다. 넘치는 사랑과 이별 노래의 홍수 속에서 뜻대로 되지 않는 삶, 보잘것없는 자신의 초라함에 날마다 좌절하는 수많은 이에게 그의 노래는 씁쓸하지만 잠시 웃음 지을 수 있는 자화상이 되었고, 그렇게 특별한 위로가 되었다. 이른바 ‘루저’라고 불리는 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그의 노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전 만루홈런 하나쯤은 꿈꾸고 있는 수많은 이의 송가가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솔직한 노래는 ‘어차피 난 이것밖에 안 돼’ ‘치킨 런’ ‘고기 반찬’ 등으로 꾸준히 이어지며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

그러나 그의 노래가 항상 빛났던 것만은 아니다. 1집에서 1.5집, 2집, 3집, EP(미니앨범)로 이어지는 동안 그의 노래는 1집의 성취를 재현하지 못하고 동어반복하는 느낌을 줄 때도 많았다. 자신의 막막한 모습을 바닥까지 드러내는 뜨거운 고백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이 그 뜨거움을 쫓아가지 못한 채 왔던 길 위에서 헤매고 있는 모습을 볼 때 호평만 반복하기는 어려웠다. 그의 모든 노래가 다 빛나지는 않았다 해도, 그의 모든 노래는 그의 혼신을 다한 진심이었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시사IN 조남진
‘절룩거리네’ ‘치킨 런’ 등을 부른 달빛요정은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음악 스타일을 구축했다.
1집의 성취 뛰어넘지 못해 아쉬워


모든 작품이 다 빛나는 명작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것은 사실 불가능한 미션. 그렇다고 그의 노래를 모조리 폄하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는 언제나 자신의 진심을 다 던져 노래했고 언젠가는 성공했지만 언젠가는 실패하기도 했다. 사실 우리도 다 그렇게 살지 않는가. 그래서 그가 이렇게 갑자기 세상을 뜨고 난 오늘,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더 이상 그의 새 노래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가 더 이상 그의 전작이 이루어낸 성취를 뛰어넘는 새 작품을 써내며 역전 만루홈런을 친 타자처럼 대중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뮤지션으로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가 떠난 뒤 사람들은 인디 뮤지션들의 가난과 음원 수익 분배 구조의 불합리성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듯 떠들고 있다. 하지만 이 땅에서 가난 속에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이 어디 인디 뮤지션뿐이던가. 그리고 수많은 루저를 양산하는 시스템과 음원 수익 분배 구조를 불합리하게 만든 시스템은 또 얼마나 가까운가. 그럼에도 지금 우리는 그의 돌연한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슬픔을 단지 한 사람의 뮤지션에 대한 추모와 신화화, 혹은 음악 시장의 문제로만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불편하고 어색하다. 요절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그의 때 이른 부재에 다시 국화꽃 한 송이를 올리며 나는 운명 앞에 무용지물이고, 체제 앞에 여전히 무기력한 우리의 오늘이 더욱 막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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