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의 노래가 항상 빛났던 것만은 아니다. 1집에서 1.5집, 2집, 3집, EP(미니앨범)로 이어지는 동안 그의 노래는 1집의 성취를 재현하지 못하고 동어반복하는 느낌을 줄 때도 많았다. 자신의 막막한 모습을 바닥까지 드러내는 뜨거운 고백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이 그 뜨거움을 쫓아가지 못한 채 왔던 길 위에서 헤매고 있는 모습을 볼 때 호평만 반복하기는 어려웠다. 그의 모든 노래가 다 빛나지는 않았다 해도, 그의 모든 노래는 그의 혼신을 다한 진심이었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작품이 다 빛나는 명작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것은 사실 불가능한 미션. 그렇다고 그의 노래를 모조리 폄하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는 언제나 자신의 진심을 다 던져 노래했고 언젠가는 성공했지만 언젠가는 실패하기도 했다. 사실 우리도 다 그렇게 살지 않는가. 그래서 그가 이렇게 갑자기 세상을 뜨고 난 오늘,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더 이상 그의 새 노래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가 더 이상 그의 전작이 이루어낸 성취를 뛰어넘는 새 작품을 써내며 역전 만루홈런을 친 타자처럼 대중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뮤지션으로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가 떠난 뒤 사람들은 인디 뮤지션들의 가난과 음원 수익 분배 구조의 불합리성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듯 떠들고 있다. 하지만 이 땅에서 가난 속에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이 어디 인디 뮤지션뿐이던가. 그리고 수많은 루저를 양산하는 시스템과 음원 수익 분배 구조를 불합리하게 만든 시스템은 또 얼마나 가까운가. 그럼에도 지금 우리는 그의 돌연한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슬픔을 단지 한 사람의 뮤지션에 대한 추모와 신화화, 혹은 음악 시장의 문제로만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불편하고 어색하다. 요절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그의 때 이른 부재에 다시 국화꽃 한 송이를 올리며 나는 운명 앞에 무용지물이고, 체제 앞에 여전히 무기력한 우리의 오늘이 더욱 막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