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하나요?”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 연설을 어떻게 들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부지기수로 돌아온 답이었다. 국회의원도, 교수·시사평론가도 마찬가지였다. 이 대통령 라디오 연설 청취율은 얼마일까?

결론은 ‘알 수 없다’이다. 주례연설은 KBS의 청취율 측정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KBS 홍보팀은 “라디오 청취율 조사는 1년에 두 차례, 매일 하는 정규 프로그램만 실시한다”라고 밝혔다. KBS의 한 고위 간부는 “2주일에 7분 하는 프로그램의 청취율은 재지 않는다. (대통령을) 흠집 내는 것도 아니고 청취율 측정 대상에 넣기가…”라며 말끝을 흐렸다.

대통령 라디오 연설에 대한 관심은 KBS 내에서도 낮았다. 한 현직 PD는 “아무도 안 듣는 방송이다. 관성적으로 나가고 있다. 폐지하자는 여론이 강하지만, 사실 이제는 라디오 연설에 대한 관심조차 사라졌다”라며 사내 분위기를 전했다.

대신, KBS 안에서는 대통령 라디오 연설 방송이 인사에 영향을 끼쳤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라디오 연설에 적극 협조한 사람에게는 ‘상’이, 반대했던 사람에게는 ‘벌’이 내려졌다는 주장이다.

ⓒ오마이뉴스지난해 11월 MB 라디오 연설에 항의하는 KBS PD들.
2010년 KBS 정기인사에서 김영한 PD, 국은주 PD 등 라디오 PD 5명이 지방으로 발령을 받았다. 이들은 “편성권을 침해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켰다”라는 이유로 대통령 주례연설 폐지를 앞장서 주장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이를 두고 ‘부당 보복 인사’라고 비판했다.

반대로 처음부터 지금까지 대통령 주례연설 제작을 맡고 있는 이경우 KBS 라디오국 선임 팀원은 지난 6월11일 부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공채 19기인 이 PD가 승진하기 전까지만 해도 라디오·TV PD가 속해 있는 콘텐츠본부에서는 15기가 부장을 맡았다. 한 KBS 라디오 PD는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KBS 안에서 이 PD의 승진은 이례적인 인사다. 대통령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청와대에 격주로 드나들던 이 PD의 승진을 두고 사내에서 말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경우 부장은 이에 대해 “내 승진을 비롯해 주례연설과 관련된 모든 이야기는 KBS 홍보팀을 통해 들어라” 하고 말했고, 홍보팀은 “같은 본부에 19기 또 다른 PD 한 명도 부장을 달았다. (19기에서) 한 사람만 승진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