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출국설’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했다. 더구나 미국 뉴욕 주 알버니 시 뉴욕 주립대학(뉴욕 대학과 다름·백용호 현 국세청장이 알버니 뉴욕 주립대학 동문이다) 공공정책학과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출국한 한 전 청장은 자취를 감춘 상태다. 한 전 청장의 연구실 옆방을 쓰고 있는 에세벳 파제카스 교수는 “그에 관한 이야기는 들었다. 그런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한 전 청장의 학과 사무실에 근무하는 린다 씨는 “한씨가 우리 과에 연구원으로 등록된 것은 맞다. 하지만 올해 학교에 나온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공공정책학과 장익재 교수는 “목요일 교수들이 점심 모임에서 한 청장님을 뵌 적이 있다. 하지만 올해에는 한 번도 뵙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뉴욕 영사관의 한 국세청 관계자는 “거기(알버니)에 안 계신다. 기자도 올 수 있고 남의 눈도 있어서 학교에 안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작은 마을 작은 집에서 조용히 산다”라고 말했다. 한 전 청장의 부인은 암으로 위중한 상태다.
한 전 청장이 도피하자, 난데없이 서울지방국세청 안원구 국장 이름이 튀어나왔다. 안 국장이 언론과 인터뷰를 하려 하자, 서울지검 특수1부는 지난 11월18일 안 국장을 뇌물죄로 긴급 체포했다. 검찰 소환도 한 번 없었다. 현직 국세청 간부를 사전에 통보도 없이 긴급 체포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더구나 국세청은 안 국장을 고발하고도 국세청 관계 회사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회유하고 있었다. 안 국장이 입을 열면서 그동안 국세청 주변을 맴돌던 의혹이 하나씩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노 전 대통령 수사, 한 전 청장의 로비, 도곡동 땅 주인….
무리한 구속 탓인지 안 전 국장 재판 과정도 특별했다. 검찰에 유리한 증언을 한 세무사 증인은 수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내용만을 담은 메모를 압수당한다. 안 전 국장이 미술품을 강매했다고 국세청과 검찰이 지목한 기업체는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나섰다.
검찰은 범죄 사실을 적시한 공소장 내용을 두 차례나 바꾸었다. “(부인) 홍혜경을 통하여 미술품 판매 이익, 재산상 이익, 뇌물을 수수하게 하였다”에서 “홍혜경을 통하여 뇌물을 수수하였다”로 바꾸었다가 다시 “홍혜경과 함께 앞의 이익, 뇌물 등을 취득하였다”로 변경했다. 판사가 “홍씨가 공범이냐”라고 묻자, 검사는 “공범으로 볼 증거는 없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안 전 국장이 총 15억9800만원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이라고 구속했다. 하지만 재판 말미에는 “정확한 이익 산정 기준이 없으니 뇌물 액수는 재판부가 알아서 판단해달라”고 했다. 형사 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 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국세청은 지난 1월 홍씨가 관장으로 있는 가인갤러리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섰다. 이명박 정부 들어 검찰과 국세청은 사이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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