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31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혐의 공판에서 말을 또다시 바꿨다. 곽 전 사장은 “2004년 총선 때 한 전 총리에게 1000만원을 줬다고 검찰에서 진술했고, 법정에서는 아니라고 했는데 현재 기억은 무엇이냐”는 검찰 질문에 “준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말했다. 곽 전 사장은 지난 공판에서는 “사람들이 많아 주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곽 전 사장은 이날 구속정지집행 기간에 한 방송사와 인터뷰한 것과 관련 구속집행정지가 취소됐다. 재판부는 4월5일 오후 6시까지 예정된 그의 구속집행정지기간을 1일 오후 6시로 앞당겨 재수감된다. 검찰은 “곽 전 사장의 구속집행정지를 유지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공판정에는 친노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해찬 전 총리, 유시민 전 장관, 장하진 전 장관, 조기숙 전 홍보수석, 백원우 민주당 의원, 김진애 민주당 의원, 김상희 민주당 의원, 임종석 전 의원, 함세웅 신부 등 150명이 넘는 방청객이 자리를 메웠다. 사람 수에 비해 의자가 부족해, 앉지 못한 사람은 서 있거나 바닥에 앉기도 했다. 

ⓒ사진공동취재단곽영욱 전 사장은 1일 구속정지집행이 취소되어 다시 수감됐다.
2010. 3.31 수요일 11차 공판 10시 30분 시작, 21시 끝 곽영욱 피고인 신문, 한명숙 피고인 신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김형두 부장판사(이하 판) 한명숙 전 총리 측 변호인(이하 변) 권오성 부장검사 출석(이하 검)

■‘피고인’ 곽영욱 vs ‘증인’ 곽영욱의 다른 증언 검찰 측 신문

검 : 2004년 총선 당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준 사실을 기억하나? 곽 : 준 것으로 기억한다. 검 : 돈 준 날짜와 장소는 기억나지 않나? 곽 : 네. 검 : 2006년 12월20일 오찬 당시, 한 전 총리는 곽 전 사장이 석탄공사 사장으로 응모한 사실 알았나? 곽 : 네 . 검 : (한 전 총리가) 어떻게 알았나? 곽 : 전화 한 번 드려서. 검 : 저녁 9시에 전화했다는 거 말하나? 곽 : 네.

검 : 오찬 당시, 누가 먼저 나갔나? 곽 : 장관님들(정세균 당시 산자부 장관, 강동석 전 건교부 장관)이 먼저 나갔다. 검 : 한 전 총리에게 돈 주려고 기다리면서 장관이 먼저 나가길 기다린 기억이 나나? 곽 : 네. 검 :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준 이유는 석탄공사 사장으로 가는 걸 도와준 것 뿐 만이 아니라 평소에 잘 도와주고, (인사 청탁하기 전에 석탄공사 사장 자리에) 먼저 가게 해주고, 그게 고마워서였나? 곽 : 네. 검 : 제주도 골프 빌리지 회원권은 한 전 총리가 먼저 빌려달라고 연락했나? 곽 : 네. 검 : 골프 돈도 내줬나? 곽: 조금요. 검 : 검찰이 물어보기 전에 먼저 말하지 않은 이유는, 한 전 총리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나? 곽 : 묻지도 않았고, 그런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게 사내가 할 말이 아니라. 검 : 5만 달러 준 건 틀림없는 사실인가? 곽 : 네.  

ⓒ시사IN 안희태법정에 출석하는 한명숙 전 총리. 한 전 총리에게 이번 공판은 서울시장 당락의 주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 변호인 측 신문 변 : 콘도 (한 전 총리에게) 몇 번 빌려줬나?
곽 : 한번. 변 : 그게 언제인가? 곽 : 기억이 안 난다. 변 : 콘도는 강동석 전 장관과 한명숙 전 총리 외에도 (다른 사람에게) 빌려준 적 있나? 곽 : 네. 변 : 콘도를 풀로 가져서, 정해진 호수를 쓰면서, 연 관리비만 내면 따로 투숙비 안내죠? 곽 : 네. 변 : 직계가족은 연간 며칠 쓰나? 곽 : 별로 잘 안 갔어요. 몸이 아파서.

변 : 한 전 총리 골프 비용 내 준 적 있나? 곽 : (검찰이 보여준 자료를) 보니깐 알겠더라. 변 : 피고인은 2004년 총선 때, 한 전 총리에게 1000만원 줬다고 했다. 검찰 측 조사 때도 1000만원 줬다고 했는데, 지난번 재판정에 증인으로 나왔을 때는 (돈을 들고) 찾아 갔는데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늘은 피고인으로서 진술인데 다시 줬다고 했다. 검찰이 위증 조사했나? 곽 : 없어요.

변 :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는 오찬 전에 밤 9시 석탄공사 사장 공모에 관해 한 전 총리와 통화했다고 했다. 그런데 증인 진술할 때는 그 전화가 오찬 전이었는지 후였는지 모른다고 했고, 곽영길을 통해서 석탄공사 사장 공모를 낸 적이 있다고 했다. 이 부분 증언이 오늘 또 바뀌었다. 오늘은 9시 통화로 오찬 전에 한 전 총리가 석탄공사 사장 지원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뭐가 맞나? 곽 : 오늘 한 말이 맞다. 변 : 검찰에게 위증 조사받지 않았나? 곽 : 없다. 변 : 피고인은 이국동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 5만 불 받은 사실을 부인한다. 그럼 이 전 사장에게 받은 5만 불을 1년 넘게 가지고 있다가 한 전 총리에게 줬다는데, 그게 말이 안 되는데? 곽 : 그 전에 달러가 있잖아요. 변 : 6~8만불 가졌다고 하지만, 환전한 돈만 차익이 6만 불이 넘는다. 기억하나? 곽 : 기억이 안 나네요.

■한 전 총리 측이 꺼내든 ‘진술거부권’

16:00 한명숙 피고인 신문 시작

한 : 판사님, 신문 전에 드릴 말씀이 있다. 검 : 우선 검사 신문 먼저 하고... 한 : 판사님, 드릴 말씀이 있다. 재 : 먼저 하시라. 한 : 검찰의 신문에 대해 지금부터 답변하지 않겠다. 그 이유를 말씀드리겠다. 모든 사실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제 혐의는 재판정에 서기 전에 조선일보 1면 톱에 피의사실이 공표되었다. 있지도 않은 사실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다. 검찰을 신뢰할 수 없다. 제게 주어진 권리인 묵비권을 행사하려고 한다. 모두 진술에서 모든 것을 밝히고자 했다. 끝내 진실은 밝혀진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달라지지 않았다. 공판 전이나 재판 중이나 공소 사실과 관계없는 사실 퍼뜨린다. 검찰은 공판준비절차가 열리기 직전에 골프채를 받았다는 허위사실을 퍼뜨렸고 공판과정에서도 공소사실이 무엇인지조차 분명히 못하고 있다. 검찰은 사건의 본질과 전혀 관련 없는 내용으로 저에 대한 악의적인 흠집 내기를 계속 했다. 검찰 측 증인이기도 했던 사람을 검찰이 바라는 증언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며칠간 늦은 밤까지 잡아두고 조사를 하는가 하면, 저를 도와주는 사람이 위증교사 혐의가 있다는 의혹을 언론을 통해 제기하기도 했다. 2006년 12월20일에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범죄사실을 입증하기 한다면서 작년 재작년에 있었던 일을 공판 중에 뒤늦게 공개하고 구체적인 사실을 언론에 흘리면서 저를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였다. 전직공무원이었던 저를 거짓말쟁이로 명예훼손을 하는 검찰에게 진실을 밝힐 수가 없다. 검찰 신문을 거부한다. 법이 보장한 권리에 따라 검찰의 신문을 거부하지만 법정에서 아는 한 모든 것을 성실하게 밝히겠다.

*한 전 총리 발언이 끝나자, 법정은 술렁이고 기자들은 소식을 전하기 위해 소란스럽게 뛰어나갔다. 예상치 못한 한 전 총리 측 ‘기습’에 검찰은 당황한 모습이었다.

검  : 진술거부권은 피고인의 권리지만 검찰도 신문할 권리가 있다. 묵비해도 질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변 : 피고인은 포괄적 진술거부권과 개별적 진술 거부권을 가진다. 검찰 신문을 모두 거부하겠다는 뜻이다. 검 : 형사 소송법 따르면, 피고인 신문 자체는 검사와 변호인이 순차로 신문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검사 측 신문을 거부한다면) 피고인 측 신문도 거부해야한다.

ⓒ뉴시스4월9일 1심 선고에서 한 전 총리가 무죄 판결을 받을 경우, 검찰은 적지않은 후폭풍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변 : 진술거부권은 병렬적인 것이지 전무 아니면 전부식의 해석은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 검 : 피고인 신문은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만 하는 게 아니다. 검찰-피고인측(변호인)-검찰의 반대 신문 순으로 진실을 찾아가는 거다. 신문을 거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재 : 논의의 폭을 좁히자. (검찰에 대해) 전체적인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니, 개별적 질문을 하는 것이 검찰의 권리라는 건 해당이 안 된다. 여기서 문제는 피고인 신문에서 전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변호인 신문을 그대로 하게 둘 것인 지다. 법조문 해석을 위해 휴정을 한다.

15분간 휴정 후, 17:20분 개정

재 : 책을 보면, ‘피고인이 검사의 신문에 대해서만 진술을 거부하는 경우 별다른 제재 방법이 없다’라고 써 있다. 형사소송법 제283조의2 1항은 “피고인은 진술하지 아니하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하여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검찰의 신문에는 답 안하고 변호인의 신문에 답하겠다는 건 당연히 보장된다고 보인다. 검찰은 (피고인이) 답변을 안 하겠다는데 22페이지 분량의 질문을 하겠다는 게 실질적인 부분에서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변호인이 먼저 신문하고 그에 대한 반대신문을 (검찰에게) 드리겠다. (한 전 총리는) 반대신문 전체를 거부할 권리도 있다. 변호인 주 신문에 대해서 다 끝나기 전에 검찰 측이 중간 중간에 세세한 항목을 확인하고 물어보는 것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면 재판부가 허락하겠다.

검 : 공격과 수비가 평등하게 가야한다. 양쪽이 무기를 가지고 대등하게 싸워야 하는데, 한 쪽만 무기를 들고 또 한 쪽은 그렇지 못하면 안 되지 않나? 검찰 측 신문권을 제한하겠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피고인이 진술을 거부하더라도 검찰에게는 질문할 권리가 있다. 검찰이 신문하는 동안 피고인이 진술을 거부하더라도 표정과 태도를 볼 수 있다. 재 : 법원의 소송지위권 영역에서 재판부가 고심해서 말씀드리는 건데, (피고인이 전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상태에서 검찰이 질문만 하는 건) 무익한 절차다.

검 : 진술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해서 신문권을 막는 건 아니다. 재 : 그럼 저건(민․형사소송법 및 재판 절차에 대한 설명이 있는 ‘법원실무제요’ 중 ‘피고인이 진술 전체를 거부할 경우 피고인의 의사를 듣고 다음 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라는 구절을 가리키며) 왜 저렇게 써 있어요? 검찰이 굳이 법적해석을 내는데 (재판부는) 검찰해석에 동의하지 않지만, 검찰이 신문을 하지 않는 대신 변호인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니 (중재안을 내자면) 변호인이 신문을 안 하고 피고인에게 발언권을 행사하게 하면 어떻겠나? 변 : 공개 법정이 아닌 곳에서 논의를 하자. 재 : 그럼 휴정을 하고 7시30분에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이 협의를 하고 8시에 다시 개정하겠다.

■진술거부권vs 신문권

20시 23분 개정

검 : 검찰 신문권이 제한된 선례가 없다. 협의가 더 필요하다. 검찰은 상명하복관계가 있는 곳이라, 이 사건만 한정 할 수 없다. 내부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전국 검찰청장님께도 보고하고 지침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오늘 밤 내부 관계를 조율할 수 있다. 내일 어떤 시간도 좋다. 내일 시간이 되시면 내일은 무방하다. 변 : 검찰 사정이 그러하면 무조건 변호인 측 입장을 강요할 수 없다. 검찰 입장 충분히 이해가 간다. 지도 지휘부에서 결정해야 하고, 개정된 형사소송법 상 첫 케이스이기 때문에 공감이 된다. 그러나 피고인이 검찰의 신문을 강력히 거부하는 이유에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 그 특별한 사정은 검찰은 입증할 증거가 없는 일을 조선일보 1면 톱에 실리게 해 전 국민에게 공개했다. 결정적인 대목 대목마다 언론에 피의사실이 공표되었다. 검찰의 언론 플레이에 굉장한 거부감을 가진다. 이러한 사례가 반복되면서 피고인은 검찰의 신문을 거부하게 된 것이다. 너무 일반화하지 말아 달라.

재 : 재판부의 절충안은 변호인이 신문하고 그 신문사항 하나하나에 따라 반대 신문하면 기회를 드리겠다는 것이 하나다. 두 번째 안은 피고인 신문 하지 않고 변호인도 하지 않는 것이다. 피고인은 피고인석에서 내려와 재판부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식으로 하는 게 어떠냐는 거다. 검찰이 내부 토의하고 시간이 필요하다니 시간을 드리겠다. 내일 오전 11시20분에 절차집행에 관한 논의를 하겠다.

검 : 끝으로, 한 전 총리 측은 아들이 버클리음대를 다닌 적이 없다고 했는데 우리가 확인을 해보니 버클리음대 여름학기를 다녔고 학비도 4천 달러가 들었다. 또 벙커힐도 피고인이 제출한 학비는 1625달러라는데, 유선으로 확인한 결과 4625달러다. 법원에 사실조회요청을 한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