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트위터)와 스마트폰(아이폰) 그리고 스트리밍 서비스(유튜브)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무명의 예비 스타를 단번에 유명 스타로 바꾸는 ‘뿅망치’ 노릇도 하고 있다. ‘3S’가 바꾼는 연예 지형도를 살펴봤다. 먼저 타이거 JK가 트위터에 눈 뜬 사연을 보내왔다. 글 싣는 순서
1)타이거 JK, “나를 세상에 취하게 한 트위터” 2)무명 뮤지션을 세계적인 스타로, 유튜브의 힘 3)SM, JYP 넘어선 스타사관학교 3S 4) 3S로 무장한 스타들의 미디어 용병술
 
인터넷은 쓰레기 글과 근거 없는 소문, 그리고 영상 폭력이 두루 퍼져 있는 곳이다. 열심히 만든 음악·영화·방송·다큐멘터리에까지 순식간에 퍼져서,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쓰레기가 많이 퍼져 있는 만큼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재능 있는 보물이 너무 많아 대충 대충 만드는 걸 못하게 하는, 항상 긴장하게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아직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굳이 비싼 돈 들여 멀리 가서 헤매지 않고도 우리를 알릴 수 있는 공간이다.

사이버 공간은 ‘환상의 나라’다. 트위터도 그렇고 RPG (롤플레잉 게임)도 그렇고, 각자의 아바타들이 또 다른 세상을 만드는 곳이다. 현실 세계의 복사판이지만 가짜란 말이 아니다. 잠재된 숨은 자아들이 나올 수 있는 곳이다. 숫기 없던 이들이 적극적인 수다쟁이가 될 수도 있고. 더 대범해지기도 하고 더 망가지기도 하는 곳이다.

나는 트위터에서 ‘폭풍 트윗’을 해댄다. 마구 지저귀는 것이다. 곡에 쓰려고 생각해낸 노랫말이 아니라 갑자기 나오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쓰는 것이어서 유치한 말장난에 불과할 수 있지만, 재미있는 놀이다. 머릿속이 꽉 차 생각의 변비에 시달릴 때, 시원하게 풀어주는 곳이다. 곡에 쓰기는 아직 미숙하지만 배설을 해야 다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뉴시스공연 중인 타이거 JK
이상하게 메모지나 노트에 적을 때보다 더 많은 것들이 방언처럼 쏟아져 나온다. 어쩌면 방송보다 공연에 더 익숙한 공연쟁이다 보니, 트위터 팔로어들을 마치 관객이라 착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때 좋은 점은, 무관심한 청중의 무표정이나, 지루해서 하품하는 사람은 눈에 안 보인다는 것이다. 나쁜 점은 뱉어놓아 다시 삼키지 못하기 때문에 무식이 탄로나 손발이 오글거리린다는 것인데 견딜 만하다.

트위터는 이미 오래 전에 계정을 만들어놓았지만 별 관심이 없었다. 주로 개인 팬사이트에서 활동했고 팬사이트에서도 쪽지 등을 통해 거의 일대일 대화를 나누는 식으로 소극적으로 소통했다. 어느 날 친구가 팔로어가 한 2000명 정도 되는데 뭐하는 거냐며 시작하라고 했다. 그가 직접 보여주었는데 나에 대해 언급한 글이 올라오는 걸 보고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시간으로 글이 뿅뿅 올라와서 친구에게 물었더니 나에 대한 ‘멘션(Mention)’이라고 했다. 가끔 기사가 뜨면 무플 혹은 악플에 시달리던 나에겐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트위터를 몰랐을 때 내가 알던 세상은 두 종류였다. 팬이라기보다 이미 오랜 친구가 된 팬사이트 사람들이 있었고 바깥세상에는 내게 무관심하거나 나를 싫어하는 사람만 있는 줄 알았다. 심지어 그것도 몇 안 되는. 그런데 이곳에서 아주 다양한 연령대와 인종·업종·정치색을 가진 이들이 나를 팔로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마치 장난감 가게에서 상품권을 손에 쥔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칭찬에 약하고 관심에 목말랐던 내게 트위터는 마르지 않는 샘이었다. 칭찬에 눈이 번쩍 뜨이고, 영감을 주는 어떤 글귀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멋진 명언보다 감성을 자극해주는 글에, 아무것도 아닌 윙크 이모티콘을 보내주면 그것을 보고 ‘어떤 카페인보다 힘이 난다’는 답글에 나도 힘을 얻었다. 많은 멘션에 일일이 답을 못해주는 상황이라 이기적이지만, 좋은 기(氣)를 얻어먹고만 있는 것 같다.

나는 원래 술을 무지 좋아했다. 취한 상태에서 보는 세상이 더 좋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프고 나서 술을 끊어야만 했고, 그러면서 사람들과 거의 못 만났다. 왕따였다. 술이 깬 후의 세상은 너무 무서웠다. 적응이 안 되었다. 외로웠다. 하지만 지금은 사랑에 취해 있고, 책임에 취해 있고, 음악에 취해 있고, 호기심에 취해 있고, 멘션에 취해 있다. 한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을 이곳에서 엿보면서 미소 짓는다. 이렇게나마 할 수 있으니까 다행이다.

기자명 서정권(TigerJK 가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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