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수수 혐의 공판이 반환점을 돌았다. 오는 29일 한명숙 전 총리를 상대로 검찰의 직접 심문이 예정되어 있다. 한 전 총리는 검찰 조사 때 묵비권을 행사했다. 29일 공판이 이번 공판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4월9일 1심 선고가 내려진다. 26일에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직접 공판에 나왔다. 정 대표는 전날까지도 증인으로 출석 여부를 두고 고심했다고 한다. 이날 정 대표는 “한명숙 총리로부터 곽 전 사장을 추천한다는 말 들은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도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은 한 전 총리의 골프 문제를 언급했다.

-2010. 3.26 9차 공판 10시 30분 시작 -정세균 민주당 대표(이하 정)에 대한 증인 심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김형두 부장판사(이하 판) -한명숙 전 총리 측 변호인(이하 변) -권오성 서울지검 특수2부장검사 출석(이하 검)

ⓒ시사IN 안희태법정에 나오는 한명숙 전 총리
검찰의 심문

검 : 2006년 12월20일 총리 공관에서 오찬을 한 게 기억나나? 정 : 그렇다. 검 : 왜 오찬을 했나? 정 : 퇴임을 앞두고 밥을 먹었다. 검 : 누가 올지 미리 알았나? 정 : 기억이 전혀 없다. 검 : 그럼 어떻게 강동석 전 장관과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왔다고 생각하나? 정 : 추측인데, 단 둘이 밥을 먹는 것 보단 그룹을 만들어서 밥을 먹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은 전북 동향 출신이다. 총리가 아는 분 부르지 않았겠나.

검 : 증인을 위한 자리였는데, 증인에게 미리 누가 오는 지 이야기를 안했나? 정 : 점심 베푸는 걸, 너무 대단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방청석 웃음). 검 : 그 자리가 대표님을 위한 자리였다고 하는데, 동반자를 알려주지 않고 그 자리에 갔는데 동반자를 보면 자신에 대한 결례라고 생각하거나 당혹감이 느껴지지는 않나? 정 :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인은 밖에서 식사하는 직업이고, 매일 매일을 기억할 수가 없다. 이 건도 마찬가지다. 이 문제가 불거지고 신문에서 (식사했다는 사실을) 보고, ‘아 맞다,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하는 기억이 났다. 검 : 한 언론보도를 보면, 2006년에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이었던 증인이 차관에게 곽 전 사장을 석탄공사 사장으로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맞나? 정 : 그렇다.

ⓒ시사IN 안희태증인으로 출석한 정세균 민주당 대표
검 : 추천한 이유가 뭔가? 정 : 추천이 아니라, 후보자로 검토하도록 하라는 거였다. 후보가 단수도 아니었고, 후보자 군 중 한명으로 검토해보라는 지시였다. 검 : 나머지 후보자들이 증인과 곽 전 사장이 밥을 먹었다는 게 알려졌다면 오해를 사지 않았을까? 정 : (석탄공사 사장직이) 임명이었다면 오해가 있을 수 있었겠지만, 그 자리는 엄격한 심사를 거친다. 기관이 산자부에 보고하면 다시 산자부는 청와대에 보고했다. 사후에 따지면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지만,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밥을 먹은 시점은 2006년 12월20일이고) 산자부 장관은 이미 11월에 퇴임을 확정 지은 상태였다. 검 : 총리 공관에서 오찬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곽 전 사장을 추천했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정 : 그런 이야기를 안했다.

검 : 안 한 이유가 뭔가? 정 : 인사문제를 동네방네 이야기하고 다닐 이유가 없다. 검 : 산자부 장관과 대한통운은 관계가 없는 곳 아닌가? 정 : 산자부 장관은 공기업 CEO를 임명하는 게 임무였다. 석탄공사는 당시 경영실적이 나빴고, 좋은 CEO를 임명하는 게 산자부 장관의 중요한 임무였다. 검 : 곽 전 사장과 한 전 총리의 친분 사실을 알았나? 정 : 잘 몰랐다. 검 : 언제 두 사람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나? 정 : 제 관심 사항이 아니다.

검 : 최근까지도 두 사람이 안다는 걸 몰랐다는 말인가?

정 : 그렇다. 검 : 그럼 한 전 총리와 공관에서 오찬 할 때, 곽 전 사장이 왜 왔다고 생각했나? 정 : 친분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알지 못하고, 관심사항이 아니었다. 정치권에서는 가까운 사람하고만 밥을 먹는 게 아니다. 식사하러 가면 잘 모르는 사람과도 밥을 많이 먹는다.  검 : 그 자리는 당시 장관이었던 증인의 퇴임을 기념하는 자리가 아니었나? 정 : 퇴임이 기념할 만한 것은 아니다. 위로하는 자리다. 그만두는 일이 즐거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퇴임한다고 하니 (한 전 총리와) 자리를 했지만, 단 둘이 무슨 할 말이 있나. 내가 이런저런 추측을 하고 의미를 부여할만한 사항이 아니었다.

검 : 한 전 총리가 골프를 치는 지 안 치는지 아나? 정 : 전혀 모른다. 친다는 말 못 들었다. 검 : 한 전 총리로부터 곽 전 사장을 추천한다는 말 들은 적이 있나? 정 : 없다. 검 : 증인이 한 전 총리에게 곽 전 사장을 추천한 적이 있나? 정 : 없다. 검 : 곽 전 사장에게 추천에 대해 말한 적이 있나? 정 : 없다.

검 : 곽영길씨는 진술에서 증인이 곽 전 사장에 대해 “산자부와 커리어가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다는데, 증인은 법정에 나와서 “곽 전 사장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라고 말했다. 앞뒤가 맞지 않다. 정 : 커리어가 맞지 않는다는 것은 일반적 이야기고. 산자부 산하 기관 중에 석탄공사는 성격이 다르다. 석탄공사는 물류 비중이 큰데, 곽 전 사장은 대한통운 출신이었다. 검 : 증인은 오찬장에서 나온 순서를 어떻게 기억하나? 정 : 같이 나온 것 같다. 검 : 문이 좁던데? 정 : 횡대로 같이 나왔다는 뜻이 아니고(방청객 웃음).

ⓒ사진공동취재단22일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과 한명숙 전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현장검증이 총리공관에서 이뤄졌다.
검 : 거의 동시에 나왔더라도 순서가 있지 않았나? 정 :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검 : 복도에 누가 서 있었는지 기억하나? 정 : 또렷한 기억은 없다. 다른 총리와도 배석을 여러 번 했는데, 늘 근거리에 경호원이 있었다. 검 : 어디까지 한 전 총리가 배웅을 했나? 정 : 퇴임 위로였으니깐, 밖까지 나오셨겠죠. 검 : 떠나는 순서는? 정 : 기억이 없다.

한 전 총리 쪽 변호인단 변 : 총리공관에서 총리의 코트나 핸드백 같은 것들은 수행비서가 들고 있나? 정 : 그렇다. 변 : 의전에 따라, 호스트가 먼저 나가나 뒤에 나가나? 정 : 호스트가 먼저 나간다. 변 : 대통령 총리 등이 늦게 나오면 특별한 경우 같은데, 기억나는 게 있나? 정 : 별 기억이 없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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