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곤충의 습격으로 온 몸이 누더기가 된 [아마존의 눈물] 촬영팀

아마존의 자연이 신비로 가득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하지만 그 신비의 특징을 제대로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아마존이 지구상의 그 어떤 지역과도 뚜렷이 차별되는 점은 생물 종의 다양성이다. 전세계 동식물 500만 종 중 100만 종이 아마존에 산다. 마나우스 주변 산림 1㏊에는 나무가 300종 사는데 거기서 100km도 떨어지지 않은 산림 1헥타르에는 같은 수종이 한 그루도 없다. 아마존에선 군락을 찾아보기 힘들다. 나무 한 그루가 무려 곤충을 1500종 거느린 경우도 있다. 과학자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아마존에는 물고기가 2000종이나 사는데 미시시피강에는 겨우 250종이 살 뿐이다.

아마존 숲을 풍성하게 하는 공로자는 물고기

아마존 숲을 이렇게 풍성하게 한 가장 큰 공로자는 뜻밖에도 물고기이다. 아마존 식물 전문가 질리언 프랜스는 거대한 브라질너트 나무가 자손을 퍼뜨리는 방식을 설명한다. “특정한 고공비행 벌이 나무 꼭대기 부분의 꽃을 수분하고 설치류가 땅에 떨어진 씨를 흩뜨려 곤충이 먹지 못하게 하고 어미 나무와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옮긴다. 홍수가 닥치면 씨앗을 먹는 물고기가 숲으로 헤엄쳐 들어와 또다시 분산 기능을 수행한다.”

다양한 수종이 빽빽하게 들어선 아마존 숲에서는 호랑이나 사자, 코끼리 같은 덩치 큰 동물은 살지 못한다. 아마존 밀림은 곤충의 왕국이며, 왕자는 개미이다. 아마존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모든 동물 생물량의 10%는 개미이다. 원숭이와 조류에서 원형동물과 진드기까지 특정 구역에 서식하는 모든 동물을 채집해 말려서 질량을 측정하면 개미가 10%를 차지한다는 뜻이다. 개미는 전체 곤충 생물량의 절반에 달한다. 덕분에 아마존 밀림에서는 결코 발견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시체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인간의 접근을 막아온 것은 곤충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마존의 눈물〉 촬영팀은 온몸이 누더기가 됐다. 아마존에서 그 어떤 동물도 곤충만큼 인간에게 적대적이지 않다.  검은 구름처럼 몰려다니는 모기는 말라리아, 뎅기열, 황열병 등 온갖 질병을 옮기고, 파리를 매개로 전염되는 라슈만 편모충은 장기간에 걸쳐 사람의 코와 입천장을 먹어버린다. 인체의 따뜻하고 습한 부분을 좋아하는 개미는 맹랑하게도 인간의 땀에 포함된 염분에 성적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아마존에만 서식하는 민물 분홍돌고래 보토의 생식기에 최음제 성분이 들었다고 해서 남획해 멸종 위기로 몰아넣은 인간에게 복수라도 하려는 듯.

〈숲, 그리고 희망〉에 따르면 과학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삼림의 벌목 그 자체가 아니다. 그것이 가져올 기후 변화가 두려울 뿐이다. 과학자들은 숲과 기후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만약 벌채가 기후 변화에 방아쇠를 당겨 지금처럼 우기에 강과 숲이 호환하는 순환체계가 깨진다면 도대체 아마존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 결과는 인간의 상상 능력 밖의 일이 될 것이다.

마크 런던과 브라이언 캘리가 25년 만에 다시 취재해 내린 결론은 그다지 절망적이지는 않다. 아마존은 사라져가는 게 아니라 변화한다. 그들이 처음 아마존을 취재했던 1980년대까지 전체 열대우림의 3%가 파괴됐고, 그때 이대로 가면 25년 안에 열대우림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으나 현재 파괴된 열대우림은 20%이다. 1989년 12월 살해당한 인디오 활동가 멘데스의 동료인 룰라는 대통령이, 또 다른 동료인 시우바는 환경장관이 됐다. 그들은 굶주린 어린이를 먹여 살리면서도 열대우림의 파괴를 막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진하고 있고, 큰 틀에서 그들의 노력은 성공적이다.

전세계에서 살인 청부 요금이 가장 싼 곳

아마존을 파괴하는 축우, 콩농사, 금광 개발, 석유 생산이 지속 가능한 모델을 찾은 것처럼 비친다. 특히 초지의 수명을 20년 이상 연장할 방법을 찾았으며, 콩의 품종을 개발하고 농사법을 개량해 더 이상 삼림을 벌채하지 않고도 쇠고기와 콩의 생산량을 늘려갈 수 있게 됐다. 삼림 파괴 현장을 신속하게 포착할 수 있는 공중 경보 체제도 갖추었다.

하지만 광대한 아마존 숲 속에서는 여전히 법보다는 총이 앞선다. 토지 분쟁이 치열한 지역에서 자연사는 1%도 안 된다. 나머지는 대개 총에 맞아 죽는다. 브라질은 전 세계에서 살인 청부 요금이 가장 싼 곳이다. 2005년에도 살인 청부업자들은 지역 주민을 돕는 스탱 수녀를 살해했다. 성자와 같은 풍모의 스탱 수녀가 성경을 들어올려 막았으나 그들은 그녀의 얼굴에 총탄 6발을 퍼부었다.

언어학자 대니얼 에버렛(일리노이 주립대학 학장)은 1978년 아마존 마이시강 입구의 피다한 마을에 들어가 원주민과 30년을 함께 살았다. 지난해 7월 꾸리에 출판사가 번역해 출판한 〈잠들면 안돼, 거기 뱀이 있어〉는 그 오랜 기간의 탐험 기록이다. 그는 처음 선교를 위해 마을에 들어가 그들의 언어를 배우다가 그들의 의식에는 내세는커녕 미래조차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선교를 포기했다.

책 제목은 피다한 사람들이 자기 전에 즐겨하는 인사말이다. 조금 잘수록 스스로 단련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고, 항상 위험이 도사린 정글에 둘러싸여 지내는 탓에 실제로 오래 잠들지 못한다. 에버렛은 피다한 사람 누구도 몇 시간 동안 잠자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자연히 그들에게는 아침이나 내일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피다한 말을 배우면서 그가 처음 놀란 것은 바로 언어학에서 말하는 ‘친교적인 소통’ 기능을 하는 말이 없다는 점이었다. 안녕, 잘 지냈어, 잘 가, 미안해, 고마워 따위 의례적인 말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고맙거나 미안하면 행동으로 표시할 뿐이었다.

그는 아내와 딸이 말라리아에 걸려 죽어갈 때 그토록 다정했던 피다한 사람들이 어떤 동정도 보내지 않는 걸 보며 큰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오래 지내면서 그것은 오랫동안 항상 죽음과 동거하면서 지내온 이들이 터득한 삶의 방식이란 걸 알고 이해했다. 피다한 사람의 의식에 비추어 보면 미국인의 삶에 대한 집착은 욕심에 가깝다.

피다한 사람들은 가구나 도구를 튼튼히 만들어 오래 쓰려고 하지 않았다. 필요할 때 1회용으로 간단하게 만들었다가 버렸다. 농사나 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도구를 구해 줘도 조금도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 먹는 데도 그리 집착하지 않는다. 있을 때 먹고 없으면 만다. 굶는 날도 많다. 피다한 사람들을 데리고 도시에 나가면 그들은 3주 만에 15kg이나 살이 찐다. 아무리 먹어도 음식이 남는 환경에 혼란스러워한다. 피다한에 돌아오면 한 달 만에 원래 몸무게를 회복한다. 도시인에 비하면 그들은 놀랄 만큼 적게 먹는다.

신도 진리도 없는 유쾌한 세상, 피다한

이 모든 행위가 말해주는 것은 이들이 미래에 관심이 없다는 얘기이다. 이것은 분명 게으름과는 다르다. 피다한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부지런하기 때문이다. 피다한 사람들은 미래를 계획하는 것보다는 하루하루를 즐기는 것을 훨씬 중요하게 여긴다. 그들은 어떤 일이 생겨도 웃는다. 불행이 닥쳐도 웃고, 폭풍우에 자신의 오두막이 쓰러져도 웃는다. 물고기를 많이 잡았을 때나 한 마리도 못 잡았을 때나 똑같이 웃는다. 아내나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겉으로는 화를 내지만 정색하는 법은 없다. 능글맞게 낄낄거리고 크게 웃는 것이 전부이다. 화를 내는 것은 피다한 사람들에게 큰 죄악이다. 에버렛은 피다한을 ‘신도 진리도 없는 유쾌한 세상’이라고 표현한다.

에버렛은 피다한 마을에서 자기가 그들보다 훨씬 편하게 생활하면서도 늘 짜증을 내고 신경질을 부렸다고 고백한다. 똑같은 일을 하는 데도 그는 짜증을 내는데 그들은 항상 즐겁고 유쾌했다. 이는 오랜 동안 아마존이란 혹독하고 위험한 자연 환경 속에서 그들이 살아가기 위해,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터득한 지혜이다. 에버렛은 피다한의 언어와 문화가 사라진다면 인류는 큰 손실을 입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자신의 정신이 피다한에서 한결 윤택해졌다면서 우울, 스트레스, 만성피로, 공황발작이 일상화된 현대 사회에서 피다한은 새로운 시선을 열어줄 텍스트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피다한 말을 쓰는 사람은 이제 400명도 채 남지 않았다. 다른 원주민의 사정도 좋은 편이 아니다. 말을 잃으면 심각한 정체성 상실을 경험한다. 공동체 의식이나 전통적인 영성은 물론이고 살아가야 할 의지마저 잃는다고 한다. 이시 히로유키의 책에서 보듯 도시로 밀려난 원주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길을 택한 것은 그 때문이다. 그들도 원주민 보호구역이라는 더럽고 좁은 우리에 갇히기 전에는 피다한 사람들 못지않게 명랑했으리라. 오늘날 지구상에 존재하는 6500개 언어 중 절반이 50년이나 100년 사이에 사라질 위기에 있다.

영화 〈아바타〉에서처럼 미국 해병대 출신의 영웅이 갑자기 개심해 자기 편을 공격하고 무찔러버리는 일은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외부 침략을 물리친다 해도 옛날처럼 고립의 길을 가기에는 늦었다. 좋건 나쁘건 기술은 언제나 문화보다 빠르고 힘이 세다.   

기자명 문정우 대기자 다른기사 보기 woo@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