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판도라의 행성은 아마존의 복사판이다.

아이폰, 〈아바타〉, 〈아마존의 눈물〉. 요즘 이 세 가지를 모르면 대화가 안 된다던데 다행히 뒤의 두 가지에 대해서는 할 말이 있다. 사실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판도라 행성 나비족의 아바타가 MBC 다큐 프로그램 〈아마존의 눈물〉에 나오는 모에족이 아니던가. 아니, 그 반대여야 맞나? 헷갈린다.

어쨌든 생명의 나무를 중심으로 모든 산 것이 거대한 시스템의 한 부분으로서 균형을 이루며(평화롭게란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살아가다 지구인의 탐욕에 습격을 당하는 판도라 행성은 아마존의 복사판이다. 누리꾼의 화법을 빌리자면 〈아마존의 눈물〉은 리얼 다큐멘터리이고, 〈아바타〉는 예능일 뿐이다.

모든 살아 숨쉬는 것이 하나로 연결된다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발상은 맞다. 대한민국을 들었다 놓았던 촛불 소녀의 기도와 아마존의 눈물은 결코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PD수첩〉의 수난까지.

사람들은 왜 아마존(아바타)에 비상한 관심을 쏟는 걸까. 지구의 허파라는 아마존 숲이 사라지면 사람들은 정말 산소가 부족한 어항의 물고기처럼 입만 빠끔거리는 신세가 되는 걸까. 미국인이 아마존을 특별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불순’하다. 1988년 여름 미국에 10년 만의 혹서가 닥쳐 농민은 농사를 망치고 파산 직전에 몰렸으며 많은 노인이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때 맞춰 아마존 지역에 큰 산불이 일어나자 미국인은 기후 변화의 주범으로 아마존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 국제 사회가 아마존에 관심을 갖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기 이해관계가 걸렸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국제 사회의 압력을 브라질인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아마존과 그곳에 사는 이들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아바타와 〈아마존의 눈물〉은 공들여 만든 작품이지만 이런 의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 취재 시간의 한계와 오락성 때문에.

아마존 밀림이 파괴된 것은 멸치 때문이었다

국내에 아직 번역되지 못한 [나의 지구 편력]

아마존의 북부 도시 아시스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도로에는 ‘태평양까지 1469.3km’, 그 반대편에는 ‘상파울루까지 3200km’라고 씌어 있는 도로 표지판이 있다. 아마존이란 곳이 얼마나 광대한지 몸으로 말해주는 표지판이다. 미시시피강 서쪽 미국 대륙보다 넓은 650만㎢에 달하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전문가가 되기란 ‘육체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한다. 누군가 아마존 전문가를 자처한다면 그는 틀림없는 허풍쟁이이다. 지금부터 소개하려는 책의 저자들은 내가 아는 한 가장 오랫동안 아마존의 자연 속에서 원주민과 부대끼며 살아온 이들이다. 그들의 책에는 영상매체는 도저히 전달하기 어려운 아마존의 진실이 담겼다.

아사히 신문 환경 전문기자로서 30년 넘게 현장을 누볐고, 퇴직한 뒤에는 유엔 환경계획 고문을 지냈으며, 아프리카의 잠비아 대사까지 지낸 이시 히로유키가 펴낸 책이 〈나의 지구 편력〉이다. 이 책에는 40년 넘게 전세계 125개국을 돌며 환경 문제를 연구해온 저자의 모든 경험과 지식이 오롯이 담겼다. 환경문제의 교과서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명저이지만 이 책은 아쉽게도 우리말로 번역되지 못했다. 환경재단에서 번역을 시도했으나 저자가 연락처도 남기지 않고 너무 여러 나라를 떠돌기 때문에 계약을 하기 힘들어서다.

이시 히로유키의 조사에 따르면 아마존 원시림은 매우 엉뚱한 사건을 계기로 파괴되기 시작했다. 1970년 페루의 어획고는 1250만t에 달했다. 전세계 어획량의 17%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양이었는데 그중 98%가 멸치라는 단일 어종이었다. 사료와 비료로 인기가 높은 멸치 어분은 페루의 경제를 떠받치는 주요 수출품이었다. 마침 호황기에 접어든 미국과 서유럽에는 쇠고기 소비량이 급증해 사료가 부족했다.

그런데 1972년 멸치 어획량은 갑자기 472만t으로 급감했다. 해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엘니뇨 현상이 원인이었다(참고로 타이타닉호를 침몰시킨 것도 엘니뇨였다). 1975년 어획량이 100만t까지 떨어지자 전세계 축산업계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훗날 광우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육골분이 본격적으로 사료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이즈음이었다.

멸치가 안 잡히자 단백질 사료 대체재인 대두 값이 급등했다. 그러자 벼락을 맞은 곳이 아마존의 인디오 보호구역이다. 대박 꿈에 눈이 먼 백인 농장주와 목장주는 총잡이를 고용해 인디오를 학살한 뒤 아마존 숲에 불을 질렀다. 건기가 끝날 무렵 불을 지르면 우기가 끝날 때쯤이면 삼림은 전세계에서 가장 값싸게 쇠고기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으로 변했다. 농장주들은 비탈진 곳에서는 소를 기르고 편평한 곳에는 대두를 심었다. 아마존 강이 발원한 페루에서부터 아마존을 파괴하는 바람이 불어닥쳤다는 게 공교롭다.

멸치 어획량 감소는 육골분 사료 증가를 불러 광우병을 불렀고, 결국 지구 건너편 대한민국에서 촛불 시위의 불을 댕겼다. 미국 소 수입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 MBC 〈PD수첩〉 등 언론과 촛불 시위에 참여한 평범한 시민에게 기득권 세력은 비난을 퍼부었고, 급기야 검찰은 그들을 기소했다. 전 세계 시장에서 대두값이 급등하자 브라질의 기득권자인 농장주들이 인디오를 숲 밖으로 내몰기 시작했고, 그들이 저항하자 총잡이를 고용해 쓸어버렸다. 지구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된 것은 맞지만 눈물을 흘리는 쪽은 언제나 약자이다.

ⓒMBC
[아마존의 눈물] 한 장면

〈나의 지구 편력〉(이 책 제목이 마음에 든다)에 따르면 2001년까지 16년간 남부 마토그로수 주 22개소 인디오 보호구역에서 모두 361명이나 자살했다. 같은 주 비(非)선주민의 자살률에 비해 120배나 높은 수치이다. 브라질 경찰이 통계치를 줄이고 줄인 게 이 정도이다. 농장주들의 공세로 보호구역의 넓이가 형편없이 줄어들고, 환경이 열악해진 결과이다. 이시 히로유키가 유엔의 의뢰를 받아 조사한 한 마을의 경우 성인의 80%가 습관적으로 술을 마셨으며, 미성년을 포함한 마을 사람의 20% 정도가 알코올 의존으로 나타났다. 북아프리카 인디언을 비롯한, 과거 멸종 위기에 몰렸던 소수 선주민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은 알코올 중독이다.

여전사 아마조네스의 신화가 날조된 사연

미국의 저널리스트 마크 런던과 브라이언 캘리는 1980년 ‘눈에 뵈는 것이 없었던’ 풋내기 기자 시절 아마존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취재한 뒤 책을 한 권 썼다. 그리고 25년이 지난 뒤 베테랑 기자가 된 이 두 사람이 다시 아마존을 취재한 뒤 쓴 책이 〈숲, 그리고 희망〉(예지, 2009)이다. 환경주의자들과 브라질 내의 ‘건강한’ 개발론자 사이에서 시각의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숲, 그리고 희망〉에 따르면 세상에는 아마존에 대한 너무나 많은 오해가 떠돌아 다닌다. 유럽인 최초로 아마존을 탐험한 포르투갈인 피사로 곤잘레스는 흉악한 인물이었다. 그는 탐험 도중 원주민을 개 먹이로 주거나 산 채로 태워 죽였다. 그의 부하 가운데 카르바할이란 자가 있었는데 피사로에게서 도망쳤던 그는 문책당할까 두려워 어마어마하게 힘이 센 ‘아마존’이란 여전사족에게 습격당했다는 얘기를 꾸며냈다. 이 얘기를 근거로 할리우드는 〈아마조네스〉란 영화를 만들기도 했으나 그런 여인족은 지금까지도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영화 ‘007 시리즈’에 등장했던, 사람을 산 채로 뜯어먹는 식인 물고기 피라냐에 대한 얘기도 터무니없이 과장됐다.

아마존이 지구의 허파라는 얘기야말로 오해의 압권이다. 영국의 BBC, 일본의 NHK 같은 유명 방송사나 영국의 〈가디언〉 같은 정론지마저 불과 얼마 전까지 ‘지구의 허파’란 말을 관용어처럼 아마존 앞에 붙이곤 했으나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환경주의자들이 만들어낸 허구일 뿐이다. 아마존이 만들어낸 산소는 아마존이 소모할 뿐이어서 아마존 숲이 사라진다 해도 지구 전체가 질식할 리는 없다.

브라질은 아마존이 지구의 허파라는 식의 논리를 앞세워 미국이나 유럽이 ‘아마존은 브라질인의 것만이 아니라 전 세계인의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브라질인 상당수는 이런 음모의 배후에 CIA가 도사린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유럽 역시 지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국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브라질에 압박을 가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2003년 4월 브라질리아 고가도로는 ‘오늘은 원유 때문에 이라크가 목표이지만 내일은 수자원 때문에 아마존이 될 것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배너로 뒤덮였다.

브라질인은 ‘인류의 공동 자산인 뉴욕시 지하철의 낙서나 지우라’고 미국에 신경질적으로 대응하지만 국제 사회의 압력 덕분에 헌법에 “소유권과 경제질서 모두 환경보호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원칙을 확립할 수 있었다. 모든 시민에게 생태학적으로 균형잡힌 환경을  소유할 권리를 부여한 브라질 헌법은 아마존에 비친 한줄기 빛이다.

기자명 문정우 대기자 다른기사 보기 wo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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