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uters=Newsis11월19일 파키스탄 서북부 국경마을 데라 이스마일 칸의 프레스 클럽에서 기자들이 당국의 언론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11월20일 파키스탄 경찰은 카라치 남부의 ‘파키스탄 기자클럽’ 앞에서 일어난 언론인 민주화 요구 시위를 강경 진압하고 140명 이상의 언론인을 체포했다. 200여 명의 파키스탄 신문·방송 기자와 시민이 무샤라프 정권의 철권 통치에 저항하는 시위를 벌이던 중이었다. 체포된 언론인 중에는 카라치 언론인연맹 회장과 기자클럽 회장도 포함되어 있다. 방송 데스크를 떠나 길거리에서 언론 자유 투쟁을 벌이는 파키스탄의 독립 방송사 ‘아즈TV’ 앵커 인티사르 울하크 씨가 〈시사IN〉에 보내온 무샤라프 정권의 폭압적 언론 통제를 고발하는 특별 기고를 싣는다(편집자주).

지난 60년 동안 파키스탄은 민주주의를 위한 지난한 여정을 밟아왔다. 그러나 지금 우리 파키스탄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11월3일 대법원이 무샤라프 대통령의 집권 연장 시도를 제지한 이후 무샤라프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는 헌법을 정지하고 대법원 법관을 해임했으며, 야당 지도자를 체포한 뒤 모든 민영 뉴스 채널을 봉쇄했다. 독립 방송사였던 아즈(Aaj) 텔레비전도 마찬가지였다.

파키스탄 정부는 최근 언론 자유를 막는 새 법령 두 개를 발표했다. 첫 번째는 무샤라프 장군이나 다른 국가 지도자를 비판하는 보도를 할 수 없게 한 법이고, 두 번째는 테러리스트 그룹이라는 혐의를 씌워 저항 세력의 성명이나 사진을 싣는 것을 금지한 법이다. 테러리스트 그룹이란 정부에 반대하는 세력을 뜻한다. 이 법을 위반하는 사람은 3년형에 처한다.

수색영장도 없이 방송 장비 뜯어가

무샤라프 정권이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국영 방송국 PTV를 뺀 민영 방송사는 방송 송출을 못하고 있다. 우리 파키스탄에는 30개의 뉴스 방송국이 있다. 그 중 가장 먼저 희생당한 곳이 내가 소속한 아즈 텔레비전이었다.  11월3일 저녁 정부 보안 요원 30여 명이 우리 방송국을 급습했다. 수색영장이나 압수영장도 없이 그들은 단지 파키스탄 전자미디어통제국(Electronic Media Regulatory Authority)의 명령을 받았다면서 방송 장비를 뜯고 압수하려 했다. 기자들은 방송 장비를 지키기 위해 방송 차량 타이어에 펑크를 내며 몸부림쳐봤지만 이들의 무자비한 폭력 앞에 결국 파키스탄 언론의 마지막 저항이 되고 말았다.

지난 6개월 동안 파키스탄 정부는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고 애썼고 11월3일 방송국 급습 사태가 그 완결판이었다. 아즈TV 외에도 정부는 다른 텔레비전 채널과 FM 라디오 방송국을 급습해 ‘보도 통제 법령’을 고지한 후 방송 장비를 몰수해갔다.

파키스탄은 원래 언론인이 왕성하게 활동해온 나라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는 2007년 연례 보고서에서 “파키스탄에 독립 텔레비전 방송국 설립이 폭증하면서 뉴스의 다양성과 질이 높아졌다”라고 썼다. 하지만 이런 자유 언론 확대에 맞서 군사 정권은 특단의 제지 방법을 썼다. 수십명의 기자가 군부에 의해 납치되거나 고문을 당했다. 그 결과 1999년 무샤라프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이후 21명의 파키스탄 기자가 죽었다.

ⓒAFP수도 이슬라마바드뿐만 아니라 지방 도시마다 언론인들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라호르와 이슬라마바드에서 시민의 민주화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은 경찰의 곤봉 세례를 피할 수 없었다. 기자·방송인·사진기자가 체포되고 억류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최근에는 파키스탄 지방 오지(tribal areas)에서 활동하던 저널리스트 하야툴라 칸이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대도시가 아니라 지방에서 활동하는 기자일수록 군사정권으로부터 더 큰 위협을 받는다. 하야툴라 칸의 죽음 혹은 납치에 정권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짙다. 2006년 이래 지방에서 활동하던 기자들이 정보요원에게 납치 살해된 사례가 최소 10건이 넘기 때문이다.

탄압이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 언론인은 굴하지 않는다. 파키스탄 기자들은 비상사태 선포 이후 매일같이 언론 탄압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인다. 파키스탄 전국기자노조(PFUJ)에 따르면 이날 이슬라마바드, 라호르, 카라치, 페샤와르, 퀘타, 히데라바드, 라왈핀디, 파이살라바드, 아보타바드 등 전국 각지에서 수백명의 기자가 나와 시위에 동참했다. 검은 플래카드를 걸고, 검은 리본을 팔에 둘렀다. 어떤 언론인은 무샤라프의 무자비한 언론 통제를 빗대 장님처럼 눈에 검은 붕대를 감고 걸어가기도 했다. 시위 참가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난다.

기자들 “우리의 싸움은 계속된다”

“장 라하이 기”(우리의 싸움은 계속된다), “ 부톤 키 사르카르 코 훔 나히 만타이”(우리는 군화발에 짓밟히지 않는다). 기자들은 이렇게 구호를 외쳤다. “실종된 기자들을 돌려달라” “하야툴라 칸을 살려내라”고도 했다.
우리의 싸움은 외롭지 않았다. 야당인 파키스탄 인민당(PPP)의 이스라르 사흐 박사, 나르기스 파이즈 말리크와 제2야당 무타히다 마질리스 이 아말(MMA)의 리아카트 발로흐도 동참했다. 그리고 여러 인권단체, 시민단체, 학생들이 기자 사회의 정의로운 저항에 연대를 표시하며 시위에 함께했다. 그들의 격려와 연대에 힘입어 우리 기자들은 돈(Dawn) 신문사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파키스탄 국민은 지금 우리 나라와 정부가 어떻게 가고 있는지 진실을 알기를 원한다. 파키스탄 언론인의 한 명으로서 나는 내가 옳다고 믿는 것들을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 세계 각국의 언론인도 자유 언론을 향한 우리의 싸움에 관심과 연대를 표시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

기자명 이슬라마바드=인티사르 울하크 (아즈 TV 앵커)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