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용(박근혜 한나라당 의원 팬클럽 ‘박사모’ 회장. 51·전직 CF 감독)

박근혜 의원 팬클럽 ‘박사모’ 정광용 회장(51)은 “18대 총선과 경주 재·보선은 잊을 수 없는 선거였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박사모는 이재오·이방호·전여옥·박형준·김희정 의원을 ‘한나라당 5적’으로 규정하고 낙선운동을 펼쳤다. 실제로 전여옥 의원을 제외한 4인은 낙선했다. 올해 4월에 있었던 재선거에서도 이른바 ‘공천파동 3인방’ 중 한 명인 정종복 한나라당 후보가 경주에서 출마하자 낙선운동을 전개했다. 결국 경주에서는 친박을 표방한 무소속 정수성 후보가 당선했다. 정광용 회장은 회원들의 참여에 힘입어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70여 개 지부, 300여 개 지회를 둔 탄탄한 온라인 조직이 박사모의 정치 행보를 뒷받침한다. 중앙 사무실은 없지만, 필요할 때 오프라인 모임을 소집하면 회원이 수백명은 모여든다. 오프라인 조직이 아닐 뿐, 웬만한 정당 조직이 부럽지 않다.

박사모는 현존하는 정치인 팬클럽 중 정치활동을 가장 활발히 벌이는 곳으로 꼽힌다. 하지만 박 의원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다. 정 회장은 “박 의원과 지나치게 가까운 관계가 되는 것은 서로에게 부담이 될 수 있어 피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 창사랑 제공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팬클럽 창사랑은 ‘조용한 활동’을 강조한다. 위는 지난 6월 봉사활동에 나선 창사랑 회원들.


정해은(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팬클럽 ‘창사랑’ 대표. 60대 초반·건설업)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정치에 발을 담근 지 13년. 그의 팬클럽 ‘창사랑’도 이 총재의 정치 입문과 동시에 천리안·나우누리 등 포털 사이트에 처음 생겼다. 2001년부터는 노사모·박사모와 함께 3대 정치인 팬클럽으로 자리매김해 오다, 이듬해 4월부터 자체 홈페이지를 차렸다. 회원 수 순서로는 박사모에 이어 2위다.

창사랑은 규모에 비해 활동 수위가 높지는 않다. 다른 팬클럽들이 주도적으로 세미나를 열어 지지하는 정치인과 직접 만나거나, 전국 단위 모임으로 결속을 다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회장단끼리 주기적으로 회의를 가질 뿐이다. 

정해은 대표는 “진정한 보수의 자세”를 강조한다. 조용하면서도 차분하게 활동하는 것이 ‘진짜 보수’ 팬클럽이 취할 태도라는 말이다.

정 대표는 “지난 대선 때도 우리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도록 노력했다. 이회창 총재의 뜻도 같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향후 대선에서 이 총재가 출마를 선언한다면 창사랑 역시 ‘조용한 동원’을 지속할 계획이다.


박무(필명.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팬클럽 ‘시민광장’ 대표. 50대 초반·IT업체 임원)
지난 ‘서거 정국’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뒤를 이을 인물로 유시민 전 장관을 꼽는 이들이 늘었다. 팬클럽인 ‘시민광장’에 대한 관심도 자연히 높아졌다. 회원 수 순서로는 박사모·창사랑에 이어 3위다. 2007년 6월 개설된 시민광장은 거대 팬클럽 중에서 유일하게 사무실이 있는 단체다. ‘노사모’ 출신 회원이 대다수인 만큼, 운영방식 역시 노사모를 빼닮았다.

노사모와의 차별성을 묻는 질문에 시민광장 박무 대표는 “앞으로 노사모의 주력 분야가 추모 사업 쪽이라면 시민광장은 대안 정치를 창출하는 게 목표다”라고 답했다. 궁극적으로는 “유시민 전 장관을 차기 대권 후보로 만들고 싶다”라고도 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이들의 활동은 활발했다. 노사모·시민단체와 연대해 전국 20여 곳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봉하마을에서 자원 봉사도 했다. 박 대표는 앞으로 활동 계획에 대해 “유 전 장관의 정권 창출만이 아니라 정권 유지까지 돕는 팬클럽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 문함대 제공지난해 8월 ‘문함대’ 정기모임에 참석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오른쪽 두 번째).


문재진(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팬클럽 ‘문함대’ 대표 일꾼. 37·회사원)
지난해 5월 문국현 대표의 팬카페 ‘문국현과 함께하는 대한사람들’(문함대)에서는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창조한국당이 자유선진당과 손잡고 교섭단체를 구성해서다. 친환경, 사회공익 실현 등 문 대표가 대선 당시 내걸었던 진보 가치에 매료되었던 지지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올해 4월부터 팬카페 대표 일꾼으로 일하는 문재진씨는 “당시 지지를 철회하고 카페를 탈퇴한 회원도 있지만 문 대표를 믿어보자는 회원이 다수였다”라고 말했다. 교섭단체 구성이 의미가 큰 만큼 어쩔 수 없지 않았겠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사이에 보수대연합 논의가 진행되는 것과 관련해 문재진씨는 “문국현이라면 자유선진당을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믿자”라며 굳은 신뢰를 보였다.

현재 문국현 대표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 중이다. 회원들은 문 대표가 이명박 정권으로부터 정치 보복을 받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문재진씨는 7월23일에 있을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문 대표가 무죄 판결을 받을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중요한 판결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카페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하다. 메인 화면에는 선고공판에 꼭 참석해달라는 공지가 올라와 있다.

 

 

 

 

ⓒ완사모 제공이완구 충남도지사(왼쪽 두 번째)가 7월7일 청양숭의청소년 수련원에서 완사모 회원들을 만났다.


착한놀부(필명. 이완구 충남도지사 팬클럽 ‘완사모’ 대전지부 운영자. 48·교직원)
팬클럽 회원 수로만 보면 대선 후보 출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광역단체장이 있다. 이완구 현 충남도지사(한나라당)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다음 카페에 ‘이완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완사모)이 개설된 지 반년 만이다. 한나라당으로만 한정하면 박근혜 전 대표에 이어 2위다.
대전 지역 운영자 ‘착한놀부’는 이 지사의 인기가 높은 이유로 추진력을 꼽았다. 그는 이 지사가 수도권 규제완화를 둘러싸고 김문수 경기지사 등 몇몇 정치인과 설전을 벌인 데도 공감을 표했다. “이 지사가 취임한 후 충청권에 외자 유치가 늘어났고, 지역의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도 확대됐다”라고 말했다. 충청권 살리기로 지역 주민에게 어필했다는 얘기다. 

정당 선호도만 봐도, 완사모는 중앙 정치인의 팬클럽과 뚜렷이 대조된다. 착한놀부는 “완사모 회원의 정당 선호도는 제각각이다”라고 말했다. 소속 정당이 분명한 정치인 팬클럽치고는 퍽 이례적이다. 운영진인 자신도 한나라당 지지자가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도 이 지사를 지지하게 된 이유는, 인물 자체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란다.

 

 

 

 

ⓒ정통들 제공‘정통들’ 회원들이 서울 명동에서 미디어법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홍성룡(무소속 정동영 의원 팬클럽 ‘정통들’ 대표. 47·교육업)
정동영 의원의 팬클럽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들)이 생긴 건 대선을 앞둔 2007년 1월이었다. 그해 정 의원의 선거 유세와 강연회 일정에 맞춰 활발히 활동했던 정통들은, 대선 직후 한동안 ‘잠수’에 들어갔다. 이들이 다시 뭉친 건 지난 4·29 재·보선. 정 의원이 전주 덕진 출마를 결심하면서다. 홍성룡 대표는 재·보선 당시 “정 의원 당선을 위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정통들은 재·보선 때 이웃 지역구인 전주 완산갑에서 정 의원과 ‘무소속 연대’를 꾸린 신건 후보의 당선을 돕기도 했다.

정 의원이 민주당에 복당할지 여부에 대한 팬클럽 내부의 기류를 묻자 홍 대표는 “다양한 의견이 있기는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정동영 의원의 의견을 따를 것이다”라고 답했다.

요즘 정통들이 주력하는 것은 ‘미디어 악법 철폐’ 거리 홍보전이다. 매주 일요일 명동과 남한산성, 여의도를 돌며 ‘악법 저지 운동’을 벌인다. 7월18일과 19일에는 전국 회원들이 모여 1박2일 일정으로 다시 시작하는 의미의 워크숍을 열었다. 정통들은 내년 지방선거와 다음 대선에서 정 의원을 돕는 것을 목표로 조직 내부도 재정비할 예정이다.

황현대(이재오 한나라당 전 의원 팬클럽 ‘재오사랑’ 회장. 43·변호사)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과 정치 재개 행보에 발맞춰, ‘재오사랑’은 1만 회원 달성 프로젝트인 ‘야심만만(野心萬滿)’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3월 초 7000여 명이었던 카페 회원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현재 1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재오사랑 황현대 회장은 “팬클럽이 할 일은 묵묵히 이 전 의원을 지지하는 것뿐이다. 지지자가 늘어나면 개인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힘이 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로 불리는 박근혜 의원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차기 대선 주자로서 이 전 의원의 ‘체급’은 박 의원에 비해 현저히 낮다. 그러나 회원들은 현재의 지지율이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다만 박사모에 대해서는 날을 세운다. 황 회장은 “싫지만은 않은 일이지만, 박사모가 이재오를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박사모에서 이 전 의원을 지나치게 견제한 나머지 비방을 일삼는다는 것이다. 재오사랑에는 “박사모 게시판을 검색해보면 김정일보다 이재오의 노출 빈도가 더 높다. 김정일보다 이재오가 더 나쁜 인간이냐”라며 성토하는 글이 올라와 있기도 하다.

송수미(이해찬 전 국무총리 팬클럽 ‘대장부엉이’ 대표. 24·대학생)
이해찬 전 총리를 지지하는 모임인 ‘대장부엉이’는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한 정치인 팬클럽이다. 모태는 이른바 ‘뷰티 삼국 카페’인 ‘쌍코’ ‘소울드레서’ ‘화장발’이다. 대장부엉이의 송수미 대표는 “시국을 걱정하는 이들끼리 이 전 총리 초청 강연회를 열었던 게 결정적 계기였다”라고 설명했다. 애초에 카페를 개설한 의도도 강연회 참가비 입금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강연회 직후 호응이 뜨겁자 공식 팬클럽으로 전환했다.

대장부엉이는 6월에 개설되어 한 달이 조금 지난 신생 카페이지만 벌써 회원 수가 6000명을 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이 전 총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카페의 인기도 함께 높아지는 모양새다.

송 대표는 “날카롭고 비판적인 강인함이 이해찬 전 총리만의 매력이다. 인신공격에 잘 휘둘릴 것 같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보다는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이 전 총리가 차기 대권 후보로 적합하다”라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그는 “지난 정부들에서 쌓은 이 전 총리의 폭넓은 국정 경험이 믿음직하다”라고도 덧붙였다.

대장부엉이는 오프라인 활동도 활발하다. 지난 7월4일에는 다른 단체와 공동으로 노 전 대통령 49재 추모 광고를 위한 바자회를 주최했다. 회원들 개별적으로 봉하마을에 자원 봉사를 가서 일손을 거들기도 했다.

 

 

 

 

ⓒ큰바위사랑 제공4월19일 열린 ‘큰바위사랑’ 회원들의 ‘레인보우산악회’ 모임에 임태희 의원(뒷줄 가운데)이 참석했다.


서상운(임태희 한나라당 의원 팬카페 ‘큰바위사랑’ 운영자. 50·회사원)
임태희 한나라당 의원의 팬카페 ‘큰바위사랑’은 자발적 지지자들이 결성한 여타 정치인 팬클럽과 달리 중·고교 동창, 공군장교 동기 등 임 의원의 지인이 주축이 되어 개설되었다. 카페 내 여러 모임 게시판 중 동창 모임 게시판에 올라오는 게시물이 제일 많다. 운영진이자 임 의원의 공군장교 동기인 서상운씨는 회원이 좀 더 늘어나 다른 모임이 활성화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임 의원이 특별히 차기 대권 주자로 부각된 적이 없는데도 카페 개설 5개월 만에 5000여 회원이 모였다. 서씨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정치인 임태희를 홍보하기 위해 팬클럽을 창설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임 의원의 지인들이 적극적으로 주변 사람을 모았다고 한다. 실제로 카페 게시판에는 ‘추천을 받아 가입했다’는 글이 빼곡하다.

카페에 올라온 다양한 콘텐츠를 따라와 가입한 회원도 많다. 서씨는 “카페에 대중가요 등을 업로드하면 조회 수가 1000건이 넘기도 한다. 인기 있는 콘텐츠가 검색이나 메인 화면 등에 노출되면 그 게시물을 보고 가입하는 회원이 생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방식 때문에 서씨는 모든 회원을 임 의원의 지지자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인정한다.

황환용(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팬클럽 ‘행노’ 부운영자. 43·회사원)
“이슈가 없다. 총선에서 지고 힘이 빠진 지지자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운영자도 지금은 활동이 없다.” 노회찬 대표 팬카페 ‘행복을 배달하는 노회찬과 친구들’(행노) 부운영자 황환용씨는 카페 분위기가 침체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최근 행노에는 하루 5개 정도 글이 올라온다. 여타 정치인 팬클럽과 비교했을 때 매우 적다.

행노는 2004년 17대 총선 당시 노 대표가 ‘불판을 갈자’ 등의 어록으로 주목받을 때 “없는 사람들이 잘사는 세상”을 지향하는 노 대표의 뜻에 공감한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었다. 2004년 총선과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2008년 총선 등 노 대표가 주목된 시기마다 카페에서는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2007년에는 다른 팬카페와 연합해 ‘찬들넷(노회찬과 벗들)’을 결성해 활동하기도 했지만 현재 연합 활동은 접은 상태다. 회원이 많이 중복되는 만큼 행노를 중심으로 뭉쳐보자는 의견이 다수라고 한다.

7월15일, 그나마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경북 지역 행노 회원들이 모임을 가졌다. 내년 지자체 선거에 대비한 지지 행보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카페 정비가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황씨는 “운영진을 새로 구성해서 침체된 카페 분위기를 바꿔보려 한다. 앞으로는 눈에 띄는 활동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남지원·이지혜 인턴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