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호철일본 언론계와 정·재계를 떡주무르듯 하는 덴쓰 본사.

일본에서도 광고의 힘은 막강하다. 일본 최대 광고 대행사로 ‘미디어 터부(taboo)’라고 불리는 덴쓰. 올림픽 일본 방영권과 초상권을 쥐고 흔들며, 텔레비전·신문·잡지를 포함한 광고 수입을 무기로 언론을 지배한다. 덴쓰를 비판하는 내용은 결코 전파를 타지 않으며 활자화되지도 않는다.

 

2006년 계열 회사까지 합한 총매출액 1조9천6백32억 엔을 기록한 덴쓰. 매출액 세계 1위를 자랑하는 광고 회사이며, 일본 국내에서는 광고의 ‘걸리버’라고도 불린다. 가끔은 미디어의 흑막, ‘쓰키지(築地·과거 덴쓰의 본사가 있던 지명) CIA’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게 불리는 이유 중의 하나는 미디어에 절대적 영향력과 발언권이 있다고 사람들이 믿어왔기 때문이다. 미디어로서는 광고주를 중개하는 덴쓰맨이 거대한 광고 수입을 가져다주는 스폰서처럼 보이기도 할 것이다.

그와 같은 인식이 매체로 하여금 덴쓰와 하쿠호도(博報堂) 같은 거대 광고 대행사와 우호 관계를 맺도록 만들어왔다.

덴쓰와 가장 밀접한 미디어는 공동통신사와 시사통신사로, 양사가 덴쓰의 대주주이다. 1936년에 전보통신사의 광고 부문이 독립한 회사가 덴쓰이다. 전보통신사의 뉴스 통신 부문은 동맹통신사에서 맡았다가 나중에 시사통신과 공동통신에 인계되었다.

덴쓰, 자민당과도 깊은 관계

1932년부터 1945년 사이에 현재의 중국 동북지구 및 몽골 자치구 북동부에 일본 군부의 괴뢰정권인 만주국이 세워졌다. 만주국에서는 최근 사임한 아베 신조(安部晉三)의 조부이며 전 총리인 기시 신스케(岸信介)가 고위 관료로 암약하고 있었는데, 이 만주국의 국책 정보기관이 바로 전보통신사였다. 만주국이 중국에 반환된 뒤 적지 않은 간부들이 덴쓰로 자리를 옮겼다. 그것이 덴쓰가 일본 정치, 즉 자민당과 깊은 관계를 맺게 된 발단이다.

시사통신사는 경제 뉴스를 전문 영역으로 하고, 공동통신사는 정치·사회·국제 뉴스를 주로 맡는다. 공동통신과 시사통신의 사장이 되면 덴쓰 임원이 되는 게 관례이다. 공동통신은 전국의 지방지에 뉴스를 보낸다. 공동통신을 지배하면 지방의 보도를 통제할 수 있다. 누구보다 지방의 미디어를 중시하는 덴쓰로서는 공동통신사가 소중한 파트너이다.

2005년 3월 폐쇄적인 일본 재계의 룰을 무시하고 후지 산케이 그룹이 IT 벤처기업 라이프도어를 통해 니혼 방송 주식을 대량 공개 매입(TOB)하려 하자 도요타 자동차마저 거부감을 나타냈으나, 덴쓰와 하쿠호도는 찬성했다.

후지TV도 덴쓰 주식을 1.3% 정도 소유하고 있다. 히에다 히사시(日枝久) 후지TV 회장의 아들은 덴쓰 사원이기도 하다. 그만큼 광고 회사와 텔레비전의 관계는 깊다.

민영방송 중에서 특별한 관계에 있는 곳은 도쿄방송(TBS)이다. TBS는 덴쓰 주식을 1.4% 보유하고 있고, 덴쓰도 TBS 주식을 4백80만5천 주나 갖고 있는 대주주이다. 이와 같이 덴쓰는 일개 광고 대행사의 테두리를 넘어섰고, 매체의 파트너이자 스폰서라고도 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했다. 광고주 기업이 텔레비전 황금 시간대에 광고를 내보내고 싶으면 덴쓰나 업계 2위인 하쿠호도를 대행사로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덴쓰 직원을 지방 방송사 임원으로 파견하는 일도 종종 있다.

덴쓰는 공공방송 NHK의 주식을 가지지는 못하지만, NHK와 함께 총합비전이라는 애니메이션 저작권 등을 관리하는 회사를 공동 경영하고 있다.

그렇게까지 방송사에 파고드는 까닭은 덴쓰에게 텔레비전이 최대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덴쓰의 매출액을 보면 명백하다. 매체별로 월 매출액은 텔레비전이 대략 6백억 엔, 신문이 1백80억 엔, 잡지가 70억 엔, 라디오가 20억 엔이다. 오랜 세월 그 순위는 변동이 없었다.

텔레비전을 윤택하게 하는 기반은 광고이고, 광고의 핵심은 시청률이다. 시청률을 산출하는 곳이 일본 유일의 시청률 조사 회사 (주)비디오리서치이다. 덴쓰와 민방 18사가 1962년 설립했다. 덴쓰는 현재 비디오리서치의 주식을 34% 소유한 대주주이다. 이 덴쓰의 자회사가 작성한 데이터를 토대로 광고 금액이 정해진다.

 

ⓒAP Photo최근 사임한 아베 전 총리의 부인 마쓰자키 아키노리 씨(왼쪽)도 덴쓰 출신이다.

유력 인사 자녀 채용해 인맥 관리

 

1990년대 들어 미국계 시청률 조사 회사 닐센이 들어왔지만, 방송사들이 적극 지지하지 않아 2002년 결국 퇴출되었다. 덴쓰가 닐센을 망하게 했다고 쑥덕거리는 덴쓰 직원도 있다.

덴쓰는 기업뿐만 아니라 정당의 홍보도 담당해왔다. 덴쓰가 정치권, 구체적으로는 자민당과 연계된 것은 1971년 도쿄도지사 선거 때부터라고 한다. 이 선거에서 미노베 료기치(美濃部亮吉)와 경합한 자민당측의 하타노 아키라(秦野章)의 선거 전략을 덴쓰가 맡았지만 그는 낙선하고 말았다. 이후 덴쓰는 정·관계 담당 부서를 설치해 자민당의 선거 및 홍보를 담당했다. 지금까지 자민당이 치른 전국 선거는 모두 덴쓰가 맡아왔다. 선거판에서는 선금으로 수억 엔이 오가므로, 광고회사로서는 더없이 입맛 당기는 이벤트이다. 그리고 일본 내 8백만명의 신자를 포용하고 있는 창가학회가 모체인 고메이 당의 선거는 덴쓰 관련 회사인 덴쓰도니혼 사가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정치 이면에서 덴쓰는 흑막을 연출해왔다.

그러나 상황이 변했다. 자민당은 2003년 홍보 회사를 공모했다. 일을 따낸 것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홍보 담당이라고 알려진 세코 참의원이었다. NTT에서 홍보를 담당해온 인물이다. 그는 일본 치과의사회 뇌물 사건 등 자민당 정치인의 스캔들이 계속 터지는 데 대응하기 위해 당의 홍보 전략을 충실화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아베 당시 총리의 취재를 줄임으로써 관저 기자클럽이 반발을 일으켰다. 세코 의원은 비판대에 올랐고, 아베 총리는 총선에서 대패한 뒤 총리직에서 내려와야 했다. 이것이 덴쓰를 이용하지 않아서였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덴쓰가 광고주와 미디어에게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인맥 인사 때문이다. 최근 유명해진 덴쓰의 퇴직자는 아베 총리의 부인인 마쓰자키 아키노리 씨이다. 그녀는 1984년 덴쓰에 입사했다. 아버지는 모리나가 제과의 5대 사장이었다.

그 외에도 아사히 신문 사장, 후지TV 사장, 도요타 자동차 사장의 자녀 등, 수많은 광고주와 미디어 간부의 피붙이들이 덴쓰에 근무하고 있다. 또 야스쿠니 신사의 최고 책임자(宮司) 직에 있는 난부 도시아키(南部利昭)도 한때 덴쓰의 사원이었다.

그리고 덴쓰에는 좀처럼 표면에 나서지 않는 다채로운 경력을 가진 고문들이 있다. 일반 기업은 고용할 수 없는, 고용하면 이질감을 느끼게 될 정치·경제·광고 업계의 정상급 인재가 포진해 있다. 이들은 대체로 덴쓰가 좋아할 만한 보수적 성향을 지녔다.

 

ⓒAP Photo고이즈미 총리가 참배할 때마다 수행했던 야스쿠니 신사의 최고 책임자(오른쪽)도 모두 덴쓰 출신이다.

덴쓰가 고문을 영입하는 이유는 허세를 부리기 위해, 사례를 하기 위해, 그리고 내부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고 덴쓰 사원은 분석한다. 하지만 덴쓰의 ‘냄새나는’ 부분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이 고문들의 면면이다.

 

2005년 1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받기도

2006년 11월 현재 주식회사 덴쓰의 고문으로 알려진 사람은 피터 유페로스, 데이비드 아카 등 8명이다. 피터 유페로스는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조직위원장을 지낸 스포츠 마피아이다. 공식 스폰서 제도를 올림픽에 처음 도입해 올림픽을 돈 잘 벌리는 비즈니스 이벤트로 만든 공로자이다. 덴쓰가 유페로스를 영입한 것은 메이저리그와 국제 스포츠 중계권 획득으로 이익을 얻기 위함이었다.

8명 중에는 경찰 간부, 영화 프로듀서, 원로 정치가, 경제평론가, 경제기획 전문가 등이 포함되어 있다. 광고 업계 2위인 하쿠호도가 재경부 인맥을 영입한 데 반해 덴쓰는 통산성 인맥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그런 덴쓰도 2005년 1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규모 조사를 받았다.

광고업계를 덴쓰와 하쿠호도가 과점한 상태여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는 과점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고충을 얘기하는 선에서 그쳤다.

광고업계는 익을 대로 익은 산업이다. 텔레비전에서 막대한 이윤을 챙긴 덴쓰가 일본에서 기타 이윤을 내기란 이미 한계에 달했다. 정·재계 인맥을 포용해 한껏 비대해졌지만, 이제 상장을 앞둔 덴쓰에서는 미디어 터부나 쓰키지 CIA로 불리던 위용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하지만 광고가 사라지지 않는 한 덴쓰가 힘을 잃는 일은 없을 것이다.  

기자명 히라이 야스쓰구 (〈슈칸 긴요비〉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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