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지난 9월7일 시드니 한·미정상회담(위)에서 종전·평화협정 문제로 촌극이 벌어졌다.
2007년 가을부터 2008년 가을까지 북·미 관계에 유례없는 르네상스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북·미 관계 르네상스를 관통하는 개념이 바로 ‘베트남 모델’이다. 과거 치열하게 싸웠던 베트남과 미국이 외교 관계를 수립하고 경제 관계까지 맺게 된 과정을 앞으로 북한에게도 적용하겠다는 게, 지난 9월 제네바 합의의 또 다른 내막이다.

베트남 모델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초기 단계에는 미국 정부나 기관이 직접 나서지 않고 주로 민간 교류를 앞세운다. 또 미국 외의 제3국과 국제기구 진출을 적극 장려하기도 한다. 과거 베트남에 한국이나 일본, EU, 그리고 IMF, IBRD, ADB 등이 진출해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 이를 허용하고 장려했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해서도 앞으로 이를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베이징의 정보 소식통은 “이미 북·미 간 비공식 접촉에서 ‘어마어마한’ 얘기들이 오가고 있다”면서 “그 안에는 진짜 계획과 공작성 계획이 섞여 있어 북측이 헷갈려하기도 한다”라고 밝혔다.

어쨌거나 제네바 회담 바로 직후인 9월6일 울란바토르에서 북·일 국교정상화 회담이 개최됨으로써 일단 베트남 모델 맛뵈기가 시작된 셈이다. 10월의 라이스 장관 방북으로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면 국제 금융기구의 대북 진출이 가능해진다. 애틀랜타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 역시 대북 진출을 앞두고 몸 풀기가 한창이다.

양국 간의 외교관계 정상화는 앞으로 북한의 핵 불능화 과정의 진전에 상응해서 진행될 것이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내년 부시 대통령 임기 안에 북한의 핵 불능화가 완료되리라고는 미국도 기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50~70%만 진행돼도 국제 사회의 양해를 받아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즉 북한 핵 불능화가 완료되기 전이라도 부시 대통령이 임기 말쯤 방북해 북·미 관계를 수교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가능성을 미리 열어두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베트남이 연락사무소를 개설한 게 1995년 2월이고, 이를 대사관 관계로 격상해 수교한 게 그해 7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북·미 관계의 속도 변화 역시 외교 면에서는 무척 빨리 진행될 수도 있다.

요즘 워싱턴에는 부시 대통령이 닉슨 모델에 심취해 있다는 얘기도 나돈다. 내정에는 실패했지만 역사적인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과 외교관계 수립의 물꼬를 틈으로써 현대사에 이름을 남긴 닉슨처럼, 부시 대통령 역시 한반도 평화 및 동북아 다자안보 틀을 구축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자 한다는 것이다.

기자명 남문희 전문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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