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경의선 열차가 반세기 만에 휴전선을 넘기 하루 전인 지난 5월16일 판문점에서 남북 군인들이 서로 마주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우여곡절 끝에 현실화되었다. 서로의 필요성에 공감한 남북 정부의 결단에 따라 북·미 관계와 6자회담 진전 과정에서 모멘텀과 자율 공간이 확보된 것이다. 한반도는 지금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 남북 관계 발전이라는 3대 과제를 실현해야 하는, 분단 현대사의 전환점에 서게 되었다. 이번 정상회담은 민족사에서나 국제관계에서 대단히 중대할 뿐 아니라, 한반도 미래에도 직접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동서독 역시 주변 국가들과 국제 관계에 의해 철저하게 구속되었지만, 실체 인정과 평화 공존을 모토로 모두 9차례나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여행자유화, 상호방문 기회의 확대, 인적·물적 교류 확대를 일관되게 추진했고 그 결과 동독 사회에 질적 변화가 일어나 통일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2차 정상회담 발표 이후 왜 우리가 평양에 가야 하느냐는 비판이 있었지만, 독일의 경우에도 1987년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모두 서독 정상이 동독을 방문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반동독 정책인 ‘할슈타인 원칙’을 포기한 이후 서독은 일관되게 장소·시간· 의제에 상관없이 게르만 민족의 미래를 위해 꾸준히 정상 간의 만남을 위해 노력했던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발표되자 국내 정치세력들 간에 대선 일정과 연관해 시기를 문제 삼거나, 국제적으로도 북·미 관계와 6자회담에 앞서 간다며 미국과 일본이 경계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북한 핵이라고 하는 국제적 이슈가 연관되어 있지만 한반도 평화는 1차적으로 남북 간 협력과 합의가 우선일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탕이 되었을 때 6자회담도 북한의 비핵화도 진전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볼 때 이번 정상회담은 남북 관계의 발전과 국제적인 문제 해결 과정에 균형적으로 기여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과거 김대중 정부처럼 치적을 중시하는 성과주의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와 6자회담에 긍정적 기여를 하는 것 못지않게 신남북 시대를 준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북·미 관계보다 남북 관계가 앞서 가야

필자는 올해 안에 북·미 간에 연락사무소나 대표부 등 외교적 채널이 개설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남북 관계는 이보다 앞서 가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남북이 서로 상대방의 수도에 대표부를 설치하는 실질적이면서도 획기적인 결론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 정부가 구상하는 북한과의 경제공동체나 평화 정착을 위해서도 상징적이거나 선언적 조처를 뛰어넘는 실질적인 무엇이 있어야 한다. 바로 남북 대표부의 설치야말로 이번 정상회담이 도달해야 할 가장 중요한 목표이다.

그 다음에는 정상회담을 정례화하는 데 합의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우리가 한반도 평화와 미래를 주도하고 동북아 안보에서도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2000년 정상회담에서는 간과했지만, 이번에는 7백만 해외 한민족 대표들을 초청해 범민족 참여의 역사적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남한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나 북한의 고려연방제 통일방안 모두 재외 한민족이 통일 주체세력의 하나임을 표방하면서도 세계화 시대의 중대한 민족적 자산인 재외 동포를 소외시키는 과오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기자명 이창주 (러시아 외무성 외교아카데미 석좌교수/국제한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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