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부터 ‘이명박 재판’ 법정 중계를 전담하고 있다. 종종 검찰은 이명박 피고인이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을 법정에서 공개한다. 대부분 이 피고인이 시치미를 떼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내용이다. 범죄를 증명하는 증거가 이토록 많은데 이 피고인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의 요지다.
내가 주목하는 건 다른 지점이다. “그런 적 없다” “잘 모르겠다”는 답변 사이에서 빛나는,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특유의 화법이다. 검사가 미국 로펌에서 대미 관계 자문을 받지 않았느냐고 추궁하자 이 피고인은 “제가 기업을 오래 해서 외교 문제를 잘 아는데 그때 그걸 할 이유가 없다”라고 답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원 포인트 사면에 대해서도 이 회장이 IOC 위원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기여한 점을 들며 “제가 체육계에 있어봐서 안다”라고 말한다.
‘자매품’으로 “내가 살아봐서 아는데”도 있다. 서울시장 시절 다스 임원들이 시장 공관까지 와서 다스 경영 상황을 보고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이명박 피고인은 이렇게 운을 뗐다. “재판장님, 제가 공관에 살아본 사람이니까···.” 그는 공관 마당에서 기자들과 파티를 한 일, 동네 노인들을 초대한 일 등 묻지도 않은 추억을 언급하며 재판 도중 잠시 회상에 젖기도 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는 그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강력한 무기였다. 실제로 이명박 피고인은 해본 게 많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현대건설 회장이 되고,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정계에 진출해 서울시장이 되었다. 드라마로 제작된 성공 스토리는 ‘능력주의’로 표상되어 이명박을 신뢰하게 만든 주된 근거였다.
이명박 재판은 “해봐서 아는” 정치인의 해악을 똑똑히 보여준다. 이명박 피고인의 비극은 그 지점에서 출발했을지도 모른다. 해본 것만 알아서 오로지 자신의 삶만 이해하는 이에게 공적인 책임감은 싹트지 않는다.
이명박 피고인에게 적용된 혐의에는 국가기관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제 ‘해보지 않은 것’과 ‘살아보지 않은 삶’을 상상하고 공감할 수 있는 정치인이 환영받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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