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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한가운데 [밤은 노래한다]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2018년 08월 07일 화요일 제5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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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실은 잔인한 청춘물이다. 시대와 배경은 1930년대 용정 등에서 벌어진 간도의 민생단 사건(일본 첩자로 몰린 조선인 항일 운동가들이 대규모 숙청된 사건이라고만 설명하기에는 복잡다단한 맥락을 가진다)이지만, 펼쳐지는 사연은 당대를 살아간 젊은이들의 삶과 성장이다. “시체만이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폭력적인 땅에서 객관의 세계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겪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식민지 조선이라는 암울한 현실과 상관없이 일신의 영달을 위해 살아가던 개인주의자 김해연의 시선과 목소리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만철(남만주철도주식회사) 측량 기사이던 그는 사랑을 잃고 방황하다 역사적 상황에 부닥친다. 이를 통해 삶을 통째로 변화시킨다. 그 중심에 “지금 어디에 있나요? 제 말은 들리나요?”라고 묻는 신여성 이정희의 편지가 있다. 

<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 문학동네 펴냄


사랑과 혁명, 동지와 배신, 가치와 환멸. 그 속에서 김해연은 자신을 둘러싼 ‘비밀’에 한발 더 다가간다. 세상이 빛과 어둠, 진실과 거짓, 고귀함과 하찮음 따위로 나뉘었다는 사실을 드디어 깨닫는다. 밤이 노래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그리고 그 밤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시체만이 자신이 누군지 소리 내 떠들 권리를 지닌” 민생단 사건을 드러낸 긴 시간이기도 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역사소설이라 여겼다. 민생단 사건에 압도되었다. 이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엄청난 역사적 사실에 빠져들었다. 목숨을 함께 걸었던 항일 혁명 동지끼리 의심의 늪에 빠져 서로 죽고 죽이는 장면은 실제 벌어진 일이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서글픈 역사의 힘에 넋이 나갔다.

다시 읽으니 역사물의 외피를 쓴 청춘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열망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 시절을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냈던 청춘의 열망과 그 이후랄까. 기실 독서의 계절은 가을이 아닌 여름이라는데, 독자들이 읽은 이 책은 어떨지 궁금하다. 그 밤의 노래가 어떤 멜로디로 가닿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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