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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2018년 08월 03일 금요일 제5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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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언어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이지현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천국은 마음과 행동이 사랑으로 물든 상태다.”

마태복음 5장 27절에서 예수는 십계명 중 ‘간음하지 말라’를 인용하면서 ‘여자를 보고 음란한 생각을 품는 사람은 벌써 마음으로 그 여자를 범했다’라고 윽박지른다. 저자는 이 구절을 ‘여자는 가사와 성욕을 채워주는 도구가 아니다’라고 옮겨 적는다. ‘신약’과 외경 속 예수의 말들을 인문학자의 눈으로 재해석했다. 저자는 예수를 구세주라기보다는 ‘주로 갈릴리 지방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보듬고 사랑했던 인물’로 본다. 안식일 등 유대교 율법에 얽매이지 않고 ‘사람을 위해 율법이 존재한다’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친 이유다. 저자는 예수의 말은 암유나 은유로 받아들여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며, 피안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질적으로 변화시키는’ 결단에서 구원을 찾는다.




머나먼 섬들의 지도
유디트 샬란스키 지음, 권상희 옮김, 눌와 펴냄

“간 적 없고, 앞으로도 가지 않을 섬들의 지도.”


“없어 아무것도 없어. 바로 그 점이 좋은 거야.” 이 구절을 읽었을 때 무릎을 쳤다. 섬에 가는 이유를 묻는 지인들에게 종종 했던 얘기이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출신의 선원으로 외딴섬 여행가인 조지 휴배닝도 바로 그 점을 섬의 매력으로 꼽았다.
북극해에 있는 러시아령 루돌프 섬은 강화도만 한 크기인데 무인도다. 야자나무 몇 그루와 모래톱만 있는 모래섬 트로믈랭(프랑스령)에는 4명이 산다. 프랑스령 팡가타우파는 프랑스가 수소폭탄을 실험한 곳으로 이후 사람의 발길이 끊겼다. 열두 부족이 경쟁적으로 거대한 석상을 만들었던 이스터 섬에는 우주왕복선도 비상착륙할 수 있을 만큼 큰 공항이 있다. 간 적 없고 가지도 않을 (혹은 못할) 섬의 이야기인데 지루하지 않다.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진천규 글·사진, 타커스 펴냄

“나는 그들을 구경하러 가지 않았다. 구경꾼이 되기도 싫고, 관찰자가 되기는 더욱 싫었다.”


2010년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제재 조치로 남북 교역이 전면 중단되었다. 방북 취재도 허락되지 않았다. 언론인 진천규는 그날 이후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방북 취재에 성공해 북한의 변화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17년 만인 2017년 10월의 일이다. 이후로도 세 차례 더 북한을 찾았고 그때 찍은 사진을 글과 함께 책으로 묶었다.
<한겨레신문> 창간 당시 입사한 뒤, 남북관계의 결정적인 장면을 포착해온 저자가 오랜만에 찾은 북한의 모습은 놀라웠다. 휴대전화와 마트가 일상이었고 평양 시내에선 활기가 느껴졌다. ‘이딸리아료리전문식당’의 피자, 퇴근 후의 대동강맥주 한잔, 수영장과 볼링장, 교회와 학교 등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풍경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블랙 에지
실라 코하카 지음, 윤태경 옮김, 캐피털북스 펴냄

“주가를 움직일 미공개 독점 정보는 주식 투자자에게 가장 귀중한 정보로, 월가에서는 ‘블랙 에지’라고 불렀다.”


전직 헤지펀드 애널리스트이자 월스트리트에서 잔뼈가 굵은 기자, 실라 코하카의 논픽션이다. 헤지펀드계의 전설적인 존재 스티븐 코언의 내부 거래 의혹과 이를 추적하는 미국 연방 검찰· FBI의 활약이 흥미롭다. 투자자 사이에서 남들보다 앞서가는 정보를 ‘에지(Edge)’라고 하는데, 이 가운데 위법한 기업 내부 정보를 ‘블랙 에지’라 부른다. 특정 기업의 호재나 악재를 미리 빼낸 투자자가 롱(매수 보유)-숏(공매도) 포지션을 오가며 큰 수익을 내는 식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급성장한 곳이 ‘S.A.C 캐피털’인데, 수사 당국은 이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10년간 끈기 있게 뒤쫓는다. 흥미진진한 수사극이자 친절한 금융 입문서다. 헤지펀드 업계에서 쓰이는 각종 은어와 전문 금융 용어가 쉽게 설명되어 있다.




서재를 떠나보내며
알베르토 망겔 지음, 이종인 옮김, 더난출판사 펴냄

“내게 이해가 필요한 어떤 일이 벌어지면 나는 그 일을 내가 이미 읽은 것과 비교해본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서점 피그말리온에서 점원으로 일했던 10대 후반, 저자는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만났다. 시력을 잃어가는 그에게 4년간 책을 읽어줬다. 그 경험은 저자의 일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후 작가로, 번역가로, 편집자로 살게 된다. 현재는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프랑스 정부와 뜻밖의 송사에 휘말린 이후 서재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쓴 에세이다. 70여 개의 상자에 3만5000권의 책을 포장하며 서재의 의미를, 책의 효용을 곱씹는다. “수십 권의 형편없는 책” 역시 그에게는 의미가 있다. “형편없는 책의 구체적 사례를 제시해야 할 때 필요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의 물성을, 그 형체와 크기와 질감을 믿는다.




독일 정치, 우리의 대안
조성복 지음, 지식의날개 펴냄

“독일에서는 판검사나 아나운서가 의원이 되는 경우가 드물다. 정치 전문성이 중시되기 때문이다.”


‘협치 내각’ ‘선거구제 개편’ ‘연정’ 얘기가 나오면서 다시금 독일 정치가 모델로 거론된다. 2016년 총선 결과 대한민국 의회가 다당제로 재편되면서 그동안 익숙했던 양당제 문법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과제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합의제 민주주의’의 대표 격인 독일 모델이 점점 더 강하게 ‘대안’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국민 대부분은 여전히 독일 모델을 잘 알지 못한다.
전문 서적은 지나치게 학술적이고, 관련 기사는 수박 겉핥기인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이 책의 출간은 폭염 속 단비다. 정치학을 공부하며 독일에서 오래 살았고, 한국 의회와 정당에서 일하며 쌓은 저자의 내공이 ‘독일의 옷을 입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맘껏 상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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