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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에 민감한가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할까? <골목의 전쟁>을 집필한 김영준씨에게 물었다. 그는 “언젠가 터질 문제에 최저임금 인상이 방아쇠를 당겼다”라고 말했다.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2018년 08월 08일 수요일 제5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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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의 아우성이 높다. 7월14일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올린 8350원으로 결정했다. 7월24일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등은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를 출범해 고용노동부에 이의를 제기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말하는 자영업자들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까? 지난해 <골목의 전쟁>을 집필한 김영준씨에게 물었다. ‘전통적’ 업종인 편의점·치킨집의 침체부터 ‘대만 카스테라·무한 리필 연어’ 같은 유행 아이템의 명멸까지 자영업 전반을 다룬 책이다. 한국 자영업자들의 고민이 어디서 출발하고 어떻게 끝맺어야 하는지 들었다.


ⓒ시사IN 이명익
<골목의 전쟁>의 저자 김영준씨는 ‘김바비’라는 필명으로 활동했다. 그는 “자영업 논의는 업계가 포화 상태라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골목의 전쟁>을 쓰게 된 배경은?


2007년부터 ‘김바비’라는 필명으로 인터넷 블로그에 경제 관련 게시물을 올렸다. 해외 금융 자격증을 준비하다 보니 개인적 정리가 필요해서 시작했다. 은행을 다니다가 퇴사하고 영업 일을 하던 중 출판사에서 제의가 들어왔다. 3분의 1 정도는 블로그에서 발췌하고 나머지는 새로 썼다.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창업자들은 주로 이렇게 망한다”쯤 된다. 뒤집으면 “더 철저히 준비하면 덜 망한다”이겠지만, 사실 철저히 준비하면 뛰어들기 어려운 게 자영업이다.

자영업의 위기는 최저임금 인상 때문인가?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이 자영업자들의 예상을 넘어선 것은 맞다. 하지만 나는 언젠가 터질 문제에 최저임금 인상이 방아쇠를 당겼다고 본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자영업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에 속한다. 그런데 자영업의 근간인 서비스업은 수출이 어렵기에 생산성 향상에 한계가 있다. 편의점 맥주를 네 캔씩 사먹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스무 캔씩 먹지는 않는다. 자영업 논의는 업계가 포화 상태라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누군가는 시장을 떠나야 하는 구조다.

자영업자에게는 최저임금 인상보다 임차료 상승이 더 위협적이라는 분석이 있다.


업종과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모든 자영업자에게 적용되는 말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외식업계의 총지출 비용 가운데 임차료는 전체의 8~9%가량이다. 반면 인건비는 25%, 재료비는 40%쯤 된다. 물론 서울 성수동, 망원동, 연남동처럼 임차료가 가파르게 오르는 곳도 있다. 이렇게 대형 변인이 생겨서 ‘뜨는 상권’으로 소문나면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상권의 임차료 인상은 예측 가능한 수준이다. 상가가 외진 곳에 있으면 올리고 싶어도 못 올린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은 전국 모든 업주들에게 확실하게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편의점주들의 반발이 눈에 띈다. 최저임금 인상이 편의점에 더 치명적인 이유가 있나?

우선 시장 규모에 비해 점포가 너무 많다. 점포당 매출이 일본의 4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다. 고정적으로 나가는 임차료나 본사 로열티도 부담인 건 맞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점주는 이 비용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대개는 대비할 수 있다. 반면 최저임금 10% 인상은 일종의 예측 불가능한 ‘사고’다. 고스란히 손실이 된다. 특히 편의점이란 분야는 점주가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인테리어, 가격, 품질 등 모두 본사가 관리하므로 각 점포가 상황에 맞춰 매출을 끌어올리기 어렵다. 이는 편의점뿐 아니라 대부분 프랜차이즈 점주들에게도 적용된다.

여러 제약이 있더라도 자영업자들이 프랜차이즈에 몰리는 까닭은 무엇인가?


창업 진입 장벽이 낮아서다. 레시피나 직원 교육 등 많은 부분을 본사가 해결해준다. 별다른 기술과 노하우가 없는 창업자 처지에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되는 것은 쉬운 선택이다. 소비자도 프랜차이즈에 몰린다. 한국 소비시장의 짧은 역사가 한 원인이다. 광복 뒤 저품질의 자영업점이 난립했다. 표준화라는 방법으로 이 상황을 단번에 정리한 게 프랜차이즈다. 소비자들은 ‘프랜차이즈 간판을 단 가게는 일정 수준 이상의 균질한 상품을 만든다’는 신뢰를 갖게 됐다. 자영업자들이 로열티를 감수하면서 프랜차이즈에 몰리는 이유다.

프랜차이즈에 속하지 않는 자영업자들은 상황이 어떤가?

보통은 더 불안정하다. 프랜차이즈 외의 자영업자들은 5년 안에 폐업하는 비율이 더 높다. 충분히 준비하지 않고 뛰어드는 경우가 많아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개업한 자영업자들의 약 90%가 1년 미만 준비한 뒤 창업했다. 전체의 절반가량은 3개월 미만이었다. ‘반짝 아이템’에 혹하면 대부분 이렇게 된다. 몇 년 전 유행했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연어 무한 리필 가게가 여기에 속한다. 2015년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 가격이 폭락하자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는데, 사실 이전 10년간 가격 등락을 살피면 그리 예외적 수치는 아니었다. 결국 2017년 1월 연어 가격은 역대 최고치를 찍었고, 가게들은 문을 닫았다.

왜 그렇게 많은 자영업자들이 비합리적 판단을 기반으로 성급히 창업하는가?


의외로 스스로에 대해 낙관하는 사람이 많다. 사실 자영업의 가장 큰 특징이야말로 일정치 않은 소득과 고용 불안정성이다. 냉정히 따져보면 비정규직으로 고용되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올 확률이 높다. 하지만 꽤 많은 창업자들이 근거 없는 낙관으로 일을 시작한다. 이들은 아이템 선정부터 가격 책정, 입지 선정까지 기초적인 사항조차 안일하게 판단한다. 최저임금을 지급 못할 정도의 자영업자가 많다는 것은 애초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고수익을 내기 어렵게 설계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인건비를 이 정도로 잡으면 먹고살 수는 있겠지’ 하고 시작한다. 물론 개인만 탓할 수 없는 문제다. 창업을 긍정적으로만 묘사하는 자기계발 서적이나 성공 경험담이 퍼져 있고, 창업설명회의 노련한 ‘영업맨’들은 바람을 넣는다. 냉철하게 따져볼 시간이 없기에 더 흔들린다. 보통 40대나 50대부터는 자녀에게 큰돈이 고정적으로 들어간다. 당장 수입이 없어지는 퇴직자로서는 수년간 이것저것 따지면서 준비할 여유가 없다.

최저임금 인상은 자영업 구조조정의 적절한 수단인가?

굉장히 어려운 이야기인데, 우선 자영업자들을 무조건 보호해 나쁜 일자리라도 유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 지금처럼 최저임금 상승만으로 퇴출된 자영업자들은 갈 곳이 없다. 더 영세한 자영업자가 될 뿐이다. 자영업자가 아니라 그들의 비즈니스를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재고용될 만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인기 없고 시간도 들겠지만, 그렇기에 인기 많은 정부가 나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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