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대구에서 남학생 7명이 단체로 여중생 한 명을 폭행 및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6월 여중생 피해자 어머니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가해자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소년법 때문에 가해자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떳떳하게 생활하고 있다. 다시는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 들지 않도록 더 강한 법의 심판을 요구한다.” 7월19일 기준 31만명 이상이 청원에 동의했다.

범죄자를 연령과 관계없이 형사처벌하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정부가 나섰다. 7월12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의 연령을 현행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하향하는 형법·소년법 개정이 연내 이뤄지도록 국회와 협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미성년자들의 범죄가 보도될 때마다 여론은 소년법을 도마 위에 올렸으나 전문가들은 신중론을 제기해왔다. 반복된 소년법 논란을 문답 형태(Q&A)로 정리했다.

ⓒ연합뉴스소년원에서 캘리그래피를 배운 한 청소년이 아버지에게 손글씨로 쓴 편지.
Q 소년법은 어떤 법인가?

A ‘반사회성이 있는 19세 미만 소년의 품행을 교정하기 위한 형사절차법’쯤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일반 사건과 달리 소년보호사건은 소년부에서 따로 심리한다. 소년부 판사는 보호처분과 형사처분 중 필요한 조치를 결정한다. 수강명령·사회봉사명령·소년원 송치 따위가 보호처분이다. 심리 결과 형사처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관할 검찰청에 사건을 송치한다. 소년법에 따르면, 형사처분이 결정된 뒤에도 그 양형은 일반 사건에 비해 가벼워야 한다.

Q 왜 만 14세가 문제가 되고 있나?

A 우리 형법상 만 14세 미만인 자는 ‘형사미성년자’로 규정되어, 형사처벌하지 않는다(제9조). 그런데 소년법은 형사미성년자 중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을 따로 묶고, 소년보호사건으로 심리할 수 있도록 정한다(제4조 1항 2호). 이들을 ‘촉법소년’이라고 부른다. 14세 이상 19세 미만 소년과 달리 형사처분은 받지 않으나 보호처분은 받을 수 있는 이들이 촉법소년이다. 촉법소년 상한 연령인 14세 미만을 13세 미만으로 고치자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이 경우 형법 제9조의 형사미성년자 연령 상한 또한 만 13세 미만으로 바꿔야 한다. 이 상한선은 1953년 형법 제정 이래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일부 형법학자들은 여기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Q 일정 연령이 되기 전에는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하지 않는 취지는?

A 헌법재판소가 2003년 형법 제9조 위헌확인 소송을 기각하며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14세 미만 소년은 미성숙하기에 비난 가능성이 부족하다. 범죄란 ‘행위자가 법규범에 따라 행위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성립한다. 이 전제를 ‘책임성’이라고 한다. 생물학적으로 일정 연령 이하의 사람은 ‘대체로’ 책임이 없다. 연령에 따른 책임을 개인마다 판단하기는 곤란하기에 일률 기준 연령을 만 14세로 정했다는 설명이다. 둘째, 성인 범죄자에 비해 개선 가능성이 더 크다. 헌재는 사안에 따라 촉법소년이 “상당한 정도로 책임이 있는 경우”도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어린 아이들은 그 감수성이 강하고 상처받기 쉬운 정신 상태에 있고 반사회성도 고정화되어 있지 않으므로 교육적 조치에 의한 개선 가능성이 있다”라고 판단했다. 형벌 이외의 수단으로 교화하는 게 형사정책적으로 더 타당하다는 결론은 이렇게 해서 나왔다.

ⓒ연합뉴스7월12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청소년 집단폭행 사건’과 관련해 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Q 한국의 형사미성년자 기준은 어떻게 14세가 되었나? 제도 자체를 없애지는 못하나?

A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일본 형법을 참고했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은 독일 형법에서 따왔다. 14세라는 연령은 법 제정 당시의 독일 학제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독일법만의 특수한 발상이거나 현재 통용되지 않는 낡은 기준은 아니다. 독일과 일본 외에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러시아 등 많은 국가들이 만 14세를 형사미성년자의 기준으로 삼는다. 핀란드(15세), 스페인(16세), 벨기에(18세) 등 기준이 더 높은 국가도 있다. 반면 프랑스 등 일부 국가는 13세, 영국·오스트레일리아는 10세가 기준이다. 세계적으로 형사미성년자를 구분하지 않는 국가는 없다시피 하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역시 ‘형법 위반 능력이 없다고 추정되는 최저 연령’을 설정하도록 한다. 현실적으로 ‘소년법 폐지’는 정부가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다.

Q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처럼 14세 미만 소년범죄가 빈발하는 상황에서는 부당한 제도처럼 보이는데?

A 그 판단 기반이 통계상 그리 단단하지 않다. 우선 소년범죄 중 14세 미만 범죄의 비중이 낮다. 대검찰청이 펴낸 〈범죄분석〉을 보면, 2016년 14세 미만 소년범은 총 84명으로 전체 소년범(7만6000명) 중 0.1%가량이다. 게다가 2006년(400명)에 비해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세부적으로 보면 흉악범죄 건수도 차이가 난다. 2016년 14세 미만 소년범죄 가운데 살인, 강도, 방화는 한 건도 없다. 성폭력이 세 건 있는데, 14세부터는 이 수치가 세 자릿수로 늘어난다. 그래서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4세 미만 흉악범이 늘었다는 주장은 검증된 바가 없다. 특수한 사례를 미디어가 집중 조명하고 온라인 상호작용이 늘어나면서 선택적 기억이 조성됐다”라고 말했다.

Q 건수가 적다고 해서 조치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한 일 아닌가?

A 일반범처럼 형사처벌하지 않는다는 게 곧 범법 행위를 방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금도 14세 미만 범법 행위자들은 일정 절차에 따라 조치하고 있다. 경찰·검찰이 소환 조사하고, 소년부 법정에서 심리를 하고, 죄질에 따라 보호처분을 한다. 소년법상 보호처분에는 소년원 장기 송치도 포함된다. 전문가들은 ‘법을 어긴 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사법 체계의 건재함을 느끼는 것 자체가 계도 과정’이라고 말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또한 지난해 9월 소년법 개정 국민청원에 대해 “‘형사미성년자 나이를 한두 칸 낮추면 (범죄가) 해결된다’는 것은 착오라고 생각한다. 10가지 보호처분(수강명령·사회봉사명령 등)을  활성화하고 다양화해서 학생들이 사회로 제대로 복귀하도록 만들어주는 게 더 좋다”라고 말한 바 있다.

Q 형벌을 강화하는 것 말고 범죄를 예방할 대책이 있나?

A 많은 사람들이 범죄 소식을 접할 때마다 형량 상향을 요구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엄벌이 범죄 억제를 담보하지 않는다고 본다. 형량보다는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얼마냐가 더 중요하다. 성인 범죄자들이 그렇듯, 소년범도 ‘징역 4년형짜리라면 법을 지키겠지만 징역 2년형이니 저지른다’는 식으로 사고하지 않는다. ‘안 들킨다’고만 생각한다. 그래서 일부 형법학자들은 양형만 강화하는 대책이 일종의 ‘상징 형법’이라고 비판한다.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적 해결에는 거의 실효가 없다는 의미다. 이들은 “소년범들에게 형벌은 최후의 범죄 예방 정책이어야 하며 주된 초점은 교육에 맞춰야 한다”라고 말한다. 일차적으로 가정과 학교가 학생 일탈에 관심을 기울이고, 문제가 적발되면 수사기관이 적극 개입해야 한다. 계도에 적합한 보호처분 제도를 재정비하고 수감 기관은 재사회화에 주안점을 둬 재범을 막아야 한다. 이 과정을 두고 지난해 조국 수석은 “범죄 예방은 감옥에 넣는 것보다 더 어려운 얘기”라고 말했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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