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하나 들었다 놨다 하는 일은 단톡방 안에서도 쉽게 벌어진다. 뻔히 당사자가 있는 걸 알면서도 “누가 불렀어?” 이렇게 대놓고 따돌리기도 한다. 기분 나빠서 나와버리면 집요하게 또 초대한다. 실제로는 하기 힘든 이른바 ‘조리돌림’도 버젓이 이뤄진다. 입담 센 아이들이 주도하지만 이어가는 건 모두이다. 흉내 내고 따라하면서 확대 재생산되는 것이다.
우연히 대화를 보게 된 피해 아이의 엄마가 “아무개 엄마인데 표현이 심하구나” 지적하면 일동 침묵. 순식간에 대화가 끊긴다. 놀라거나 반성하는 중이 아니다. 바로 만들어진 다른 방에서 지금 그 엄마, 신나게 ‘씹히고’ 있다(물론 이 엄마도 순간 욱해서 요령부득의 처신을 했다는 것을 안다. 이왕 벌인 일 “대화 다 캡처해놨다” 으르댈 걸 그랬나 싶다가도 ‘이 일로 아이가 더 난처해지면 어쩌나’ 맘고생이다). 처음엔 관심 없던 아이들도, 시시껄렁하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결국 이런저런 단톡방에 참여하게 된다. 심심해서, 궁금해서, 나만 모를까 봐, 누가 내 욕을 할까 봐,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나 홀로 빠질세라 밤낮으로 들여다본다.
단톡방 안에서의 다툼이 학교폭력으로 번지기도 한다. 습관적으로 ‘헐’이나 ‘ㅋㅋㅋ’를 붙였다가 사달이 나는 것이다. 이웃의 한 중학생 엄마는 단톡방에서 한 아이의 험담이 오가는 와중에 ‘ㅇㅈ(인정)’을 단 아이를 앞세워 ‘피해 아이’와 부모를 찾아가 싹싹 빈 일도 있다. 두 마음이었다. 그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 있어서 미안했고, 대화 기록이 자칫 내 아이의 ‘가해의 증거’로 남을 수 있어서 두려웠다고 한다.
모든 것은 아이들 손에 스마트폰을 쥐여주는 순간 예고되었다. 학원, 학업에 찌든 아이일수록 자투리 시간 카카오톡에 더 매달린다. 반응이 즉각적이라서다. 신뢰할 만한 어른이 가까이 있고(그래서 매의 눈으로 살피고), 마음을 나누거나 뛰어놀 만한 친구가 있는(그래서 스마트폰을 덜 끼고 사는) 아이들은 그나마 카카오톡에서 덜 ‘설친다’. 그렇다고 예외는 아니다. 좀 덜하다뿐.
교육 현장에서 앱을 통한 교류 최소화해야
공지 사항이나 과제 등을 단톡방에 고지하거나 제출하게 하는 교사도 있다. 다시 생각하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백번 양보해서 반 아이들 모두 스마트폰이 있고 카카오톡을 한다 해도, 교육 현장에서는 이를 공식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과다 사용을 부채질하기 때문이다. 사설 앱을 사용하는 교사들께도 부탁드린다. 서비스 차원에서 학부모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려는 선의이겠지만 앱을 통한 교류는 최소화해주셨으면 한다. 가랑비에 옷 젖듯 한두 번 접하다 보면 아이들은 알림장 안 챙기는 것조차 당연하게 여긴다.
디지털 시대에 어쩔 수 없다고 치부하거나, 편리한 소통 수단이라고만 여길 일은 아니다.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는 법을 미처 배우지 못한 채 액정 안에서 맺는 또래 관계는 마냥 건강할 수가 없다. 그 공간이 정글로 변하는 것은 한순간이다. 아이들의 카카오톡 가입을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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