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개헌안은 현행 헌법에 명기된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변경하자고 제안했다. 즉 선거권·피선거권 등을 제외한 인권과 행복추구권에 관해서는 외국인, 이주민, 난민 등에도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사실 이방인 환대의 흐름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다문화주의 정책이 그 예다. 2000년대 이후 다문화주의 정책 기조에 따라 출입국 관리에 머물렀던 외국인 정책은 이주민의 정착과 적응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변화했다. 2012년 2월 아시아 최초로 제정된 난민법도 마찬가지다. 난민법에 따라 난민 심사의 투명성, 난민의 사회권과 처우가 개선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마련되었다.
그러나 법·제도 개선의 추세에도 불구하고 이방인을 향한 반감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이런 반감은 종종 비합리적이다. 이는 특히 비서구인을 향해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비서구 이방인의 문화는 그저 낯선 문화가 아니다. 그것은 평화로운 삶을 더럽히는 오염물질처럼 여겨진다. 사람들은 “왜 내가 이런 불편과 불쾌를 겪어야 해?”라며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다.
나는 이러한 비합리적 반감은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으며 앞으로 더욱 감소할 것이라고 본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낯선 문화를 기꺼이 수용하고 배울 만한 도전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이방인과 이문화를 쿨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그것들을 향한 비합리적 반감을 대체해갈 것이다. 문제는 합리적 의심에 기반을 둔 것처럼 보이는 반감이다. 이 태도는 최근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 난민들을 향한 반감에서 잘 드러난다. 이 태도는 무슬림의 호전주의와 여성관을 문제 삼으며 그들을 난민으로 수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사태를 예견한다. 단 한 명의 무슬림일지라도 그가 무슬림인 이상 잠재적으로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반감은 ‘실제로, 확률적으로 그렇지 않은가?’라는 합리적으로 보이는 의심으로 강력하게 무장한 채, 다른 종류의 합리적 반론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아니야, 다 그렇지 않아”라는 반론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잖아. 왜 그런 도박을 해야 해?”
하지만 이런 태도는 특정 이방인을 모종의 위험과 비용으로 규정하는 계산법을 괄호 안에 이미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필요한 질문은 이런 것이다. 왜 우리는 타인의 다양한 처지와 성격을 획일화하여 부정적 범주에 귀속시키고 ‘접근 금지’라는 낙인을 새기는 걸까?
사회적 원인을 무시할 수 없다. 위기의 시대일수록, 생계와 생존의 안정성이 흔들릴수록, 적을 물색해 제거하라는 강력한 이데올로기적 방어기제가 확산된다. 실제로 현대사회는 장기적 평화를 누린 경우가 거의 없다. 사회는 늘 전쟁 중이다. 외부의 적과 싸우건 내부의 적과 싸우건, 물리적 싸움이건 비물리적 싸움이건. 우리는 너무나 불안하다. 일상의 행복은 언제 녹을지 모르는 살얼음판 위에 새겨진 이모티콘 같은 것인지 모른다.
이방인 향한 반감을 해소하는 방법
반감과 의심이 있지만 그것을 억누르면서 이방인을 동등한 사람으로 포용하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견하되, 그 예견이 불안과 공포로 증폭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관리하기. 우리는 이러한 이방인 환대의 기술을 사적이고 공적인 차원 모두에서 아직 터득하지 못했다. 하긴 그 누가 예견했겠는가? 불과 몇 달 만에 500여 명의 난민이 제주도로 몰려들지.
사회심리학은 이방인을 향한 반감의 해소 방법으로 접촉가설을 제시한다. 접촉가설에 따르면 타인과의 접촉은 편견과 차별을 줄이고 상호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다. 또한 피상적 접촉이나 위계적 관계에 따른 접촉은 오히려 편견과 반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무슬림 인구는 지구 전체 인구의 23%에 가깝다. 또한 난민은 점차 늘어날 것이다. 세계는 이방인과 함께 사는 새로운 법과 윤리와 정치를 고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참에 500여 명의 난민과 적극 접촉함으로써 소통과 환대의 기술을 미리 공부하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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