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일할 것인가
아툴 가완디 지음, 곽미경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의료란 까다로운 진단을 내리는 것이라기보다 모두가 손 씻기를 확실히 실천하는 것에 더 가깝다.”


1847년 오스트리아의 가정 분만 산모 사망률이 1%에 불과할 때, 병원 분만 산모 사망률은 20%에 달했다. 출산 후 박테리아 감염으로 인한 산욕열 때문이었다. 산부인과 의사 이그나즈 제멜바이스는 환자들이 병에 걸리는 이유가 의사들 때문이라고 결론 내린다. 손을 ‘제대로’ 씻기만 했을 뿐인데 산욕열로 인한 사망률이 1%대로 떨어졌다. 2003년 사스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을 때도 역시 1차 감염 매개체는 의료 종사자들의 손이었다. “왜 손을 씻지 않습니까?”라고 묻는 대신 “왜 씻을 수 없습니까?”라고 질문하고 스스로 방법을 찾게 할 때 변화는 ‘더 많이’ 일어났다. 성실함과 올바름, 새로움이라는 세 가지 렌즈로 일하는 태도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다.


19호실로 가다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문예출판사 펴냄

“그러니까 이제 다시 나 자신이 되는 법을 배워야 해. 그뿐이야.”

2007년 〈황금 노트북〉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도리스 레싱의 단편 11편을 묶은 작품집. 〈최종 후보 명단에서 하나 빼기〉 〈내가 마침내 심장을 잃은 사연〉 등 9편은 국내 처음 번역됐다. 지난해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 절판되었던 책이 등장하며 중고가가 치솟기도 했다.
표제작을 비롯해 작품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변주되는 이야기는 결국 ‘자기만의 방’이다. 결혼, 가정, 남성이 아닌 ‘내’가 오롯한 공간의 필요를 주장이 아닌 이야기에 담는다.
눈에 띄는 것은 중년 여성 캐릭터에 담긴 작가의 애정이다. ‘아줌마’가 아닌 다양한 직업과 성격을 가진 주체적인 중년 여성이 등장한다. 그들이 보여주는 연대와 위로가 나이 듦의 두려움을 상쇄시킨다.


포클랜드 어장 가는 길
최희철 지음, 앨피 펴냄

“지금 한국 선원들은 대체로 뱃멀미가 아니라 육지멀미를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날마다 물고기를 먹는다. 대구도 먹고, 갈치도 먹고, 참치도 먹는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먼바다에서, 즉 원양어업으로 잡는다. 그러나 우리는 물고기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누가, 어떻게, 어떤 과정을 통해 그것을 잡는지 잘 모른다. 선원들은 배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그 많은 물고기를 어떻게 보관할까. 선원들이 한다는 ‘육지멀미’는 대체 어떤 것일까.
저자는 ‘어업 옵서버’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 원양어선에 승선해 불법 어업을 감시하고 생물학적 데이터를 수집하는 사람이다. 수산대를 졸업한 후 7년간 원양어선과 상선에 승선한 경력도 있다. 천생 ‘뱃사람’이구나 생각하겠지만 여러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기도 하다. 책을 읽고 나면 식탁에 오른 생선 한 토막이 퍽 절실해질 것이다.


프랑스혁명사
알베르 소불 지음, 최갑수 옮김, 교양인 펴냄

“민중층 가계의 식비 지출은 (총수입의) 88%까지 치솟았다.”

프랑스혁명사 서술에서 명실상부한 ‘적통’으로 통하는 알베르 소불이 프랑스혁명의 진면목을 선명하고 웅대한 규모로 집대성한 책. 프랑스혁명사 부문에서 세계적 ‘고전’이라 할 이 책은 지난 1980년대에 축약판으로 출간된 적 있는데, 이번에 처음 완역되었다.
프랑스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혁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혁명의 주역들이 어떻게 세계와 자신을 바꿔냈는지, 혁명의 발단과 전개, 결과를 가장 쉽고 상세하며 박진감 넘치게 서술한 것으로 명성이 높다.
특히 저자는 프랑스혁명의 주인공을 신흥 부르주아
계급으로 꼽으면서도 도시와 농촌의 가난한 민중들의 적극적 참여를 자세히 서술하는 방법으로 혁명의 총체적 동학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장정일 지음, 책읽는섬 펴냄

“내일 굶주린다 해도, 겨울에 따뜻해지는 일은 꿈꾸는 일보다 중요하다.”

1984년 〈언어의 세계〉에 ‘강정 간다’ 외 시 4편이 실렸다. 장정일은 시를 쓰지 않고는 견디기 어려웠던 젊은 시절, 몇 년간 집중적으로 시를 썼다. 이젠 소설가라는 호칭이 익숙하지만 당시 독자들은 시인 장정일을 기억하고 있다. 작가가 자신의 시 54편을 골라 엮었다. 절판된 책의 시들도 담겼다.
그가 생각하는 시인이란 ‘시를 쓰기 위해 젊어서부터 무작정 시집을 읽기 시작한 사람들 가운데 생겨났으며, 시인이 된 뒤에도 똑같은 열정으로 시집을 읽어대는 사람’이다. 시인의 말을 대신해 적은 글에서 ‘시집을 읽어도 좋은 세 종류의 사람들’에 대해 말한다. 시인, 그들의 연구자, 앞으로 시를 쓰려는 사람들이다. 그 외의 사람들은 시집 같은 걸 읽을 필요가 없다고 단언한다. 정말 그럴까?


외로워서 배고픈 사람들의 식탁
곽미성 지음, 어떤책 펴냄

“하지만 뭐 어떤가. 그토록 색다른 서로가 만나 새로운 우주가 탄생했으니 말이다.”

무작정 떠난 배낭여행에서 유학을 결심한 게 열아홉 살 때였다. 혼자 프랑스로 건너온 후 모든 인간관계는 밥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외식할 만한 여유가 없었고 외국인 친구들도 같은 처지였다. 가져온 음식을 나눠 먹던 게 시작이었다. 프랑스에서 18년간 산 저자가 여성과 이방인의 시선으로 프랑스 사회를 조명한다. 프랑스 사회의 식탁에 특히 주목한 이유가 있다. 그 안에 교육, 정치, 문화 등 모든 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미식 문화를 상징하는 미슐랭의 하락세, 이슬람교도 학생들을 위한 급식 메뉴가 중단된 이유, 와인 선택과 테이스팅(시음)의 기회가 주로 남성에게 돌아가는 배경 등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저자의 시선은 주로 고향을 떠난 사람, 초대받지 못한 사람, 아픈 사람, 가난한 사람들을 향한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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