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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2018년 07월 06일 금요일 제5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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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황현산 지음, 난다 펴냄

“나는 이 세상에서 문학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오랫동안 물어왔다.”


첫 글의 시작은 2013년 3월이고 마지막은 2017년 12월이다. 황현산 문학평론가 겸 불문학자가 우리 사회와 일상의 단면을 덤덤한 어투로, 날카롭게 파고든다. <밤이 선생이다> 이후 5년 만의 산문집이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받았다가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난 뒤 투병 중인 그의 글을 볼 수 있다는 게 일단 반갑다.
이 세상에서 문학으로, 특히 프랑스 문학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오랫동안 물어왔다는 작가는 서문을 대신한 글에서 말한다. ‘문학적 시간은 대부분 개인의 삶과 연결되어 있기 마련이지만, 사회적 주제와 연결될 때 그것은 역사적 시간이 된다.’ 그 말대로 개인의 삶과 우리 사회, 한국 문학에 대한 시선으로 글이 이어지는 동안 작가의 태도가 울림을 준다.



동조자 1, 2
비엣 타인 응우옌 지음, 김희용 옮김, 민음사 펴냄

“나는 스파이, 고정간첩, CIA 비밀요원, 두 얼굴의 남자입니다.”


프랑스인 가톨릭 신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인 ‘나’는 미국 유학을 거쳐 남베트남에서 방첩 업무를 맡은 엘리트 정보 장교다. 동시에 북베트남이 남베트남에 심은 고정간첩이기도 하다. ‘나’는 남베트남의 몰락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CIA와 베트콩 정부의 지령을 ‘이중’으로 수행하게 되지만, 스파이 일보다는 정치· 사회 풍자에 훨씬 능숙하다. 베트남계 ‘미국 작가’로서 응우옌은 베트남과 미국으로 상징되는 이데올로기적 대립을 블랙 유머와 풍자로 무화(無化) 시켜버리며 ‘개인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해내는데,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인간의 정체성 연구라는 본격 문학적 기조를 맹렬히 밀고 나가지만 잘 짜인 스릴러 소설로 읽히기도 한다는 점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이다.




그날 밤 우리는 비밀을
김해원 외 지음, 우리학교 펴냄

“꽃을 보려면 고개를 들어야만 했거든. 바닥에 떨어져 있는 빛바랜 꽃잎만 나는 잔뜩 그렸어.”


소녀는 늘 창가 맨 뒷줄에 앉는 학생. 왼쪽 뺨에 있는 500원짜리 동전만 한 점은 그 애의 모든 걸 설명하곤 했다. 피구를 할 때도 네 번째나 다섯 번째쯤 공에 맞아 밖으로 나갔다. 첫 번째로 공에 맞으면 너무 눈에 띄니까 그랬다.
십대 여성의 몸에 관한 소설 다섯 편을 묶었다. 주인공들의 모습 어딘가에 조금씩 우리가 지나온 시절이 있고, 그 시절 내가 감춰왔던 비밀을 자연스레 생각해보게 된다. 수록작 중 ‘나의’를 쓴 소설가 최상희는 이렇게 당부한다.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 작은 것들이 사라지거나 다치지 않고 살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상처받지 않고 성장하는 삶은 없지만, 조금이라도 덜 아프기를. 또 이 소설들이 스스로의 몸을 긍정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아무래도 바라게 된다.




동물의 무기
더글러스 엠린 지음, 승영조 옮김, 북트리거 펴냄

“잔인하면서도 아름다운 동물의 무기를 보며 인간을 생각하다.”


동물의 ‘커다란 무기’를 살핀다. 이것은 크기의 문제가 아니다. 비율의 문제다. 몇몇 동물은 신체 사이즈와 비교해 과도한 크기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 또한 동물이 가진 ‘극한의 무기’를 살핀다. 이것은 단순히 강도와 독성의 문제가 아니다. 무기에 쏟은 과도한 에너지의 집중이 핵심이다. 이런 기준을 만족시키며 저자를 매혹시킨 동물은 쇠똥구리였다. 그래서 쇠똥구리가 지천에 널린 열대우림 지역에 현장 연구실을 차린다.
진화생태학자인 할아버지와 행동생태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가업인 생태학을 이어받은 저자는 동물의 무기를 통해 인간에 대한 사유로 영역을 넓힌다. 다양한 동물의 무기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을 찾으면 찾을수록, 이 공통점이 인간의 무기에도 적용된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피싱
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정미나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몇 세대 지나지 않아 지구상 물고기는 거의 모두 자연산에서 양식으로 바뀔지 모른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같은 찬란한 고대 문명의 뒤에는 어부와, 어부가 잡은 물고기가 있었다. 이들 문명은 대부분 강이나 바다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시작됐다.
세계적인 고고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저자가 전 세계 유적을 둘러보며 고기잡이가 인류를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추적했다. 여덟 살 때부터 배를 타면서 항해술을 익힌 저자는 농경이나 목축에 비해 고기잡이의 역사를 심도 있게 파고든 연구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네안데르탈인부터 이집트 문명을 거쳐 현세에 이르기까지 고기잡이의 발전 과정을 파헤친 저자는 후반부에 중대한 질문을 던진다. 바다 자원의 고갈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인류 문명에 대한 묵시록이기도 하다.




로봇 시대에 불시착한 문과형 인간
다카하시 도루 지음, 김은혜 옮김, 한빛비즈 펴냄

“자율주행차로 문제가 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프로그램 개발이다.”


오는 8월 <시사IN>이 야심차게 선보일 인공지능 콘퍼런스를 준비하면서 ‘의외로 모르는 게 너무 많구나’ 하는 자괴감에 빠졌다. 실생활과 관련된 부분은 어느 정도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마존의 인공지능 비서 ‘에코’가 나오자마자 사서 훈련시키고, 남들은 아직 영상으로나 봤을까 말까 한 테슬라의 자율주행차를 직접 몰아도 봤다. 그런데 “고양이가 갑자기 도로로 튀어나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고양이가 튀어나왔을 때는 그냥 가도 되고 인간이 나오면 급브레이크를 밟아야 할까?” 솔직히 이런 질문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당장 닥친 문제인데도 말이다. 와세다 대학에서 ‘기술철학’을 가르치는 저자가 인공지능 시대의 철학적 고민거리를 다양하게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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