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총선 뒤 메르켈 총리는 6개월 동안이나 연립정부(연정)를 구성하지 못했다. 지난 3월 기독민주당(기민당)·기독사회당(기사당) 연합과 사민당이 겨우 연정을 꾸렸다. 힘겹게 출발한 메르켈 4기 정부가 난민 문제에 대한 기민당과 기사당의 충돌로 인해 붕괴될 위기에 처해 있다.

난민 문제는 2015년 가을부터 두 정당의 분쟁 원인이었다. 바이에른을 기반으로 하는 기사당은 야당보다 더 강하게 메르켈 총리의 난민 정책에 비판적이었다. 기사당은 특히 올해 연정을 구성하면서 난민 유입을 줄일 정책을 강하게 요구했다.

기사당 대표인 제호퍼 내무장관이 6월11일 난민 정책에 대한 자신의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메르켈 총리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제호퍼 장관과 기사당은 독일에 들어오는 난민 중 이미 다른 유럽연합(EU) 국가에서 난민 신청을 했거나 신분증이 없는 사람을 국경 밖으로 돌려보내는 조치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메르켈 총리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유럽연합 공동의 해법이 필요하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결국 기사당과 제호퍼 장관은 메르켈 총리가 공동 해법을 찾지 못할 경우, 내무장관 직권으로 법의 효력을 발동시키겠다며 최후통첩을 했다. 이에 대해 기민당 소속인 쇼이블레 연방 하원의장은 총리의 헌법적 권한에 반한다며 그를 내무장관에서 물러나게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1946년 창당한 기사당은 바이에른 주에 기반을 둔 정당으로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의 자매 정당이다. 바이에른 주는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서 난민 유입 주요 통로로 이민 반대 정서가 강하다.

ⓒAFP PHOTO기독사회당 대표인 제호퍼 내무장관(왼쪽)은 난민 정책을 두고 메르켈 총리(오른쪽)와 부딪치고 있다.

알렉산더 도브린트 기사당 원내대표는 〈슈피겔〉과 인터뷰하면서 “2015년 메르켈이 중지시킨 더블린 조약의 효력을 다시 발동해 질서를 수립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더블린 조약에 따르면 유럽연합 내에 들어오는 난민들은 자신이 처음 입국한 국가에서 망명 신청을 해야 한다. 2015년 다른 나라에서 입국을 거부당한 수많은 난민들이 독일 국경으로 몰려들자 독일 정부는 더블린 조약의 효력을 중지시키고 난민들에게 전격 국경을 개방했다. 긴급조치 뒤 독일로 유입되는 난민이 늘자,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메르켈의 난민 정책을 공격 소재로 삼아왔다. 최근 독일 연방 이민난민청(BAMF) 브레멘 사무소에서 1000건이 넘는 부적절한 난민 승인이 있었다는 의혹이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의 난민 정책이 이런저런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회 해산·새 선거 가능성 떠올라

메르켈 4기 정부와 기사당·기민당 연합의 위기 속에 여러 가지 새로운 가능성이 점쳐진다. 기민당이 바이에른 주에 지역 정당을 창당하고 기사당은 전국 정당으로 변모하는 순서를 거쳐 두 당이 완전히 갈라질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기사당·기민당 연합이 붕괴해 이번 연정이 좌초될 경우 기민당·사민당·녹색당 연립정부가 또 다른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의회가 해산되고 새로운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사민당 수뇌부들은 이미 새로운 선거가 치러질 경우에 대비한 회의를 열기도 했다. 기사당·기민당 연합 붕괴 시나리오가 본격적으로 나오자,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6월26일 그는 “대립은 독일의 정치 문화에 해를 끼칠 것이다. 두 정당이 실제로 다루기 어렵지도 않은 문제에 대해서 내일이 없는 것처럼 강경한 주장만 내세우며 싸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